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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78화 (37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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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재물로 가득한 곳에서 중립신이 말하였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라.]

“예!”

〈사제 리걸〉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이 크게 커졌다.

“헉!”

자신이 모은 재물이 검게 물들며 썩은 내를 풍기며 녹으며 고름과 구더기로 득실거리다가 이내 바짝 마르며 색조도 회색으로 변하며 이내 바스러졌기 때문이다.

[들으라. 나의 은총을 받은 인간아. 신에게 재물이 인명(人命)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 신이 재물을 쌓으며 탐욕에 절어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느냐?]

“겨, 결단코··· 아닙니다.”

[그렇다. 네가 나의 힘을 사용하여 모은 저 물질은 나에게 아무런 가치를 보여주지 않는다. 너는 내가 내려준 은혜를 쓸데없는 곳에 사용했다. 저 하찮은 것 한 조각을 위해서 네가 한 것이 용서될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제, 제발! 제발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엎드린 채로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신성력이 없는 삶을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 나를 무엇으로 보느냐? 남들이 타락했다고 네가 지은 죄가 정말로 타락했다고 여기느냐? 나를 인간의 잣대로 생각하지 말지어다.]

사람들이 타락하면 신성력을 잃는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뇌피셜에 불과했다. 힘은 힘일 뿐이었다. 그저 강한 힘이 약한 힘을 이길 뿐이었다.

“예?”

리걸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잘못했는지, 잘 했는지 판단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중립신에게 있어서 〈사제 리걸〉은 부지런한 자였다. 밤에는 방탕하게 지내지만 그가 흥청망청하며 돈을 풀어서 생계를 꾸리는 자들도 많았다. 그가 가슴을 주무른 창녀는 고아만 셋을 감당하고 있었다.

팬티에 금화를 집어넣고 덜렁덜렁 거리며 리걸의 흥을 돋아준 창남에게는 임신한 아내가 있었다.

그것은 모두 인간의 개체수를 증가하는 일이었고, 〈신성력〉의 본 뜻이기도 했다.

더 많은 신앙. 더 많은 인간의 숫자.

인신(人神)으로서의 기본 성장 루트이기도 했다. 물론 중립신은 테라를 이룸으로써 그 이상의 신이 되고자 하고 있었다.

결국 크게 보면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인 것이 인신이기 때문이다. 신이 되어 인신을 오랫동안 이끌며 다른 종족과 마찰이 심해야지만 깨달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규모의 생각이기도 했다. 오직 엘 마르토 카사다민만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저 인간을 다스리는 것만으로도 힘에 벅찬 다른 인신과는 달랐다.

[남들이 말하는 타락은 타락이 아니다. 너는 잘 하고 있다. 하지만 나를 위해 모은 저 재물은 나에게는 쓸모가 없다. 너의 삶을 위해서 재물을 모아서 쓰는 것은 상관없다. 다른 인간의 말, 자신의 생각을 나의 말처럼 꾸민 것을 경계해라.]

“그, 그럼 저를 용서해주시는 겁니까?”

[7일을 물만 마시며 기도하며, 재물을 탐한 것을 참회하라. 또한 내가 한 말들을 항상 기억해라. 깨닫는 바가 있다면 다시 빛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곱씹고 또 곱씹겠습니다.”

[나의 존재에 대해서 함구하라.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 것이며, 무덤의 끝에 나와 너는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예.”

사제 리걸은 그렇게 신성력을 잃었다. 그는 7일 동안 기도실에 틀어박혀 물만 마시며 기도를 했고, 이내 기도실에 다시 한 번 신성력이 터져 나왔다.

리걸은 더 이상 신을 위해서 돈을 모으지 않았다. 신전 밖에 있는 그의 개인창고에 있는 재물은 오직 그를 위해서 사용됐다. 더 방탕해졌고, 더 타락했다는 소리가 무성하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광신도의 눈이 서려있었다. 신성력을 통해서 많은 이들을 살렸다는 것은 전혀 변하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지. 신성력으로 착한 척을 해봤자 뭐가 남나?’

그의 눈은 더욱 탐욕적으로 변했다. 자신의 신이 자신을 위해서 살아라고 말했으며 재물만 탐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가 쌓은 악업은 오롯이 중립신에게로 흘러들어갔고, 그가 잠을 쪼개면서 하는 기도와 신앙은 오롯이 중립신에게로 흘러들어갔으며, 그가 신성력으로 행하는 치료 행위로 살아가는 인간들 또한 더욱 많아졌다.

신성력이 가득 차는 날이 없을 정도로 리걸은 열성적으로 힘을 행사했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었다.

‘챔피언을 위해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선의 업〉은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만들 수 없었다. 수많은 선한 사제들과 성기사들에게 중립신은 꿈에서 그들과 마주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중립신의 존재를 부정하였다.

부정부패로 물들어도 세상에서 잘만 살았던 리걸과는 다르게 착한 심성을 가진 사제와 성기사들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은 신성력을 잃어보고 중립신을 인정하였다.

“저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중립신은 뜬구름 같은 소리는 하지 않았다. 신비스러운 분위기보다는 효율적인 움직임을 원했다.

[오직 선한 이들로 이루어진 신전이 남부 왕국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것은 나,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이름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그곳에 들어설 수 있는 자들 또한 내가 결정할 것이다. 너는 그 신전으로 향할 자격을 얻었다.]

“그곳이 어디에 있습니까?”

[동쪽에서 새로운 영지가 새롭게 들어서고 있다. 그곳으로 향하여 케이슨 성기사를 만나라. 그가 너를 이끌어줄 것이다. 선과 악은 항상 공존하는 것이지만, 신전은 선으로 남아야 한다. 오직 인간을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용맹한 성기사들에게는 드낙을 위해서 경고도 해주었다.

[나는 중립신이다. 그것을 잃지 마라. 드낙 불파겐은 나의 챔피언으로서 모든 인류의 적들을 막아줄 방패이며 검이다.]

“믿겠습니다.”

성기사는 중립신의 말에 즉답했다. 남들은 선신이라고 말하지만 신전은 중립신의 존재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에 대한 것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입 밖으로 내지 말지어다.]

“명심하겠습니다.”

물론 중립신의 존재에 대한 은폐를 약속받기도 했다. 그렇게 남부 왕국에서 빠른 움직임이 일어났다. 물론 그것은 남부 왕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제국에 있는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운신이 편한 자들부터 남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제국이었기에 그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가려졌다. 애초에 뭉쳐서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립신은 제국을 버리시려고 작정을 했구나. 하지만 그들이 자초한 일인 것이다.”

제국을 떠나며 흐릿하지만 엄청나게 거대한 공사 지대를 보며 누더기 옷을 입은 늙은 사제가 눈물을 훔쳤다. 그와 함께하고 있는 젊은 성기사는 늙은 사제와는 다르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신성력의 재분배가 조금씩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재물만 탐한 자들은 신성력이 모조리 빼앗겼고, 부지런히 힘을 행사하며 사람을 살린 부패한 사제들은 살아남았다. 선한 자들은 불파겐 영지로 고행의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낙이 신성력을 얻는 일은 없었다.

중립신은 누구보다도 인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신이었기 때문이다.

100번을 잘하고 1번 못하면 욕 처먹는 게 인간들의 사회였고, 생각이었다.

계속된 호의는 권리가 될 뿐이었다.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는 소리였다. 물론 드낙은 겁쟁이기에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 서로의 목표가 굉장히 명확하고 강력한 족쇄였기 때문이다.

‘만약을 위해서.’

언제든지 드낙을 백업할 신성력조차 남김없이 중립신은 다른 곳에 돌렸다. 주식처럼 난폭한 투자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신이었기에 감히 과감한 투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봐야 할 정도였다.

“흐으···으···”

고열에 더러운 침대에서 끙끙 앓는 여인의 손을 잡고 있는 흙 묻은 소년의 손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허름한 단칸방을 뚫을 정도로 강렬했다.

수많은 곳에서 오직 인간의 개체수를 지키기 위한 잉여 신성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사라져갔다.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할 수 없는 초월적인 행위나 다름없었다.

말 그대로 기적을 행사한 것이다.

중립신은 그것으로 더 큰 업을 쓸어 담을 수밖에 없었다. 사제들의 지속적인 신성력을 사용하는 자들은 중립신의 존재를 은폐하도록 말한 것과는 모순되는 행위였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집단의 의견과 개개인의 의견은 신뢰도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소문은 점점 퍼져나가겠지만, 그것이 엘프나 다른 종족에게 퍼져나가지는 못했다. 남부 왕국은 오지 중의 오지이며 같은 인간에게도 〈야만인〉으로 취급받기 때문이었다.

드낙이 말에서 내렸다. 〈석지 마을〉은 아직도 목책도 없고 그냥 울타리만 있었으며 완공된 집도 몇 채 없었다.

“왜 기다리고 있었어?”

“주군이 오는데 마중도 안 나오는 가신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스핀이 막힘없이 말했다.

“내 부인들은 바빠서 오지 못했다. 미안하다. 초대해줬는데.”

시녀들과의 의견 충돌로 이 자리에 오지 못한 부인들이 많았다. 아직 이스핀에 대한 대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고, 본가에서의 판단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안젤리카 에오윈은 임신을 했기에 요양하기 바빴다. 밖으로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산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레이시아 플래티넘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닙니다. 결코 마음 쓰지 마십시오.”

마중 나온 이스핀과 악수를 나누고, 이스핀의 부인에게도 인사를 정중히 건넸다. 평민인 이스핀의 부인은 고개를 감히 들지 못했다. 이들 가족은 이스핀과 함께 아예 이주를 했다.

전신갑주를 입은 사위를 안 따라갈 이유가 없었다.

“식사에 초대를 해줘서 감사합니다. 장소는 어디에서?”

이스핀과 부인은 집이 따로 있었다.

“저희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하기로 했으어으.”

부인이 뒷말에 혀를 깨물었다.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이,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가족과의 식사에 동참한 드낙은 이스핀을 크게 추켜세워졌다. 고아인 이스핀이었기에 드낙은 나이가 그보다 어림에도 마치 큰형처럼 굴었다.

“그는 믿음과 충성 그리고 명예를 아는 자입니다. 일백야수때부터 전 그를 알아봤고,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으며 성도 내려주었죠.”

또한 〈충성〉과 〈믿음〉에 대해서 가장 많은 언급을 했다.

늦은 밤에는 둘이서 술을 대작했다. 당연히 밖에서 테이블을 놓고 말했다.

“도렌에게도 불파겐의 비전을 하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너한테 질투를 느끼면 어쩌려고. 왜? 마음에 안 드냐?”

“아닙니다. 오히려 안 해줬으면 제가 부탁했을 겁니다. 혹은···”

“몰래 가르쳐주려고?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드낙이 제법 싸늘하게 말하자 이스핀은 1절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끊었다.

“예.”

비전에 대해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너의 후계자에게만 가르쳐줘라. 가르쳐줘도 마지막에 가서 마지막을 알려주고. 항상 교육에 신경 써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술을 한 번 마시고는 이스핀이 말했다.

“후계자에 대한 것은 자작님이 더 골치 아픈 상태 아닙니까? 레이디 케이샤에 안젤리카 경까지 임신을 하지 않았습니까.”

“불파겐의 정통 후계자는 오거 야크트를 배운 자가 될 뿐이다. 훨씬 간단한 일이지.”

“그렇습니까.”

깔끔하게 느껴질 정도의 말이었다.

“석지 개간에 힘을 써라. 이 장원에 몽펠리에 가문의 〈성장 철완드〉 300개가 여름에 들어설 것이다. 작물의 성장을 빠르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토양의 영양분도 보충해주는 마법 철봉이다.”

“정말입니까?”

“그래. 그걸 전부 쓸 생각을 해라. 또 경험 있는 농부들도 수소문해서 고용에 열을 올리고. 장원 개발비로 게제라스가 충분히 돈을 줬잖아. 묵혀두지만 말란 말이다.”

“자작님. 귀에 딱지가 붙도록 총관에게서 들었습니다. 도렌은 자신이 잘 아는 농가까지 통째로 보내주겠다고 한바탕 난리를 치고 갔습니다.”

“좋겠네.”

드낙이 웃었다.

“내일에는 대산 뒤에 있는 산맥을 도렌과 함께 돌아다니신다고 들었습니다.”

“응. 꿈자리가 좋았거든. 광맥 하나 보려고.”

검은 꿈의 능력이었지만 드낙은 새빨간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했다.

“허탕치면 야수나 몬스터나 많이 잡아오십시오.”

“겸사겸사 그것도 할 거다. 대산의 너머는 몬스터와 야수가 제법 있으니까. 청소를 하긴 해야 해.”

드낙은 숨을 길게 들이쉬며 말했다.

“내가 없는 동안 영지를 잘 부탁한다.”

“맡겨만 주십시오. 또 드낙님이 계신데 누가 딴마음을 품겠습니까?”

쨍.

술잔을 서로 부딪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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