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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77화 (37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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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아샤 파이룬과 록시 몽펠리에는 서로 마주하며 인사를 했다. 그들은 때때로 이렇게 티타임을 가지고는 했기 때문이다. 서로 요리를 취미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매번 서로가 해온 것을 서로 맛보았다.

“잠을 못 자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록시 몽펠리에가 아샤를 걱정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요즘 여러 가지를 시험해보느라, 이곳에 오면서 더 많은 걸 가져올 걸 그랬어요. 그러는 레이디 록시도 피곤한 것처럼 보이시는데요?”

“어제 하루 종일 드낙 님과 외교 쪽으로 이야기를 해서···”

“아하.”

나이차가 나도 서로 탐색을 하듯이 훈훈한 이야기만 나누었다. 그러면서도 잘도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게 신기했다. 배운 귀족다웠다. 두루두루 이야기할 화제가 많았고, 취미도 많이 손대보았기 때문이다.

“전에 보니 안젤리카 경은 사냥을 나가더라고요. 토끼가 제법 많다고 하던데.”

“정말요? 제가 어렸을 때, 한 번은 토끼를 키우고 싶다고 졸랐던 적이 있었죠.”

“어머, 어떻게 저랑 그렇게 똑같을까요?”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한 걸음 멀리서 보면 절친으로 보였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 전신갑주는 본가로 보내셨나요? 전 오늘 새벽부터 보낸다고 일찍 일어났는데, 그래서 해가 뜨는 것도 오랜만에 봤어요.”

“네? 제국 전신갑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말에 아샤 파이룬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못 받으셨나 보군요. 전 모두 받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받으셨죠? 제국 전신갑주는 시기적으로도 받아낼 수 있는 게 아닐 텐데요.”

굽이치면서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지금은 드낙이 뭐라도 안 줄 시기였다. 하지만 아샤 파이룬은 떡하니 받아낸 것이다.

“해준 것도 없어요. 그냥 찾아와서 준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죄송해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자랑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네요.”

“아뇨. 아니요.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록시의 볼이 조금 붉어졌다. 아직 어리기에 감정이 몸에 튀어나오는 것이 빨랐다. 부채질을 괜히 하면서 아샤가 구운 쿠키를 맛보았다.

‘여전히 달아.’

“이번에는 제법 잘 구워졌어요. 어때요?”

“음··· 여전히 설탕을 너무 많이 넣으신 것 같아요.”

“그래요? 조금 더 줄여야 하나··· 아!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아샤가 록시가 만든 빵을 부드럽게 찢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 구워진 빵이었지만 너무 담백한 것이 흠이었다. 편식이 심한 록시 몽펠리에는 남들과는 다르게 맛이 차라리 적은 것을 선호하는 소녀였다.

“쿠키랑 빵이랑 같이 먹어봐요!”

그 말에 록시 몽펠리에의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다.

“정말로 그렇게 먹어보실 거예요?”

“요리는 항상 실험적이고 열정적이라고 제 요리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박쥐같은 요리사인 듯했다. 아샤는 싱글벙글하며 텐션을 높여 록시의 심기를 건드렸다. 티타임을 끝낸 록시 몽펠리에는 서둘러 대책을 논의했다.

“우리도 뭔가를 줘야 할까요? 제국 전신갑주는 진품인 것으로 확인되었어요. 뭐라도 알고 있는 사람 없나요?”

시녀들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정보를 가져왔다.

“제국 기사에게서 유리관 같은 것을 조사 의뢰를 맡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드낙 자작님께서 의뢰를 하고, 그 대가를 치른 것입니다. 경우가 다르다고 봐야겠죠.”

“··· 그럼 가만히 있으라고요?"

“그건 아닙니다.”

록시가 고민했다. 방법은 자연스럽게 다른 길로 향했다. 정방향이 안 되면 돌아서 가면 되는 일이었다.

“게제라스 총관을 불러오세요. 파이룬과 전신갑주에 관해서 논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면 군말 없이 올 거예요.”

“네. 레이디 록시, 빨리 갔다 오겠습니다.”

시녀가 문을 급하게 열고 나갔고, 뒤에 있던 시녀가 문을 조심히 닫았다.

“음··· 식량 창고랑 〈석지 마을〉이랑 너무 먼 데··· 그렇다고 창고를 짓는 것도 힘들고.”

게제라스가 양피지를 손가락으로 탁탁 쳤다. 이스핀에게 줄 장원이었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드낙은 어제 이스핀의 결혼을 주례하고 축복해주었다. 많은 이들이 축복해주었다.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버려서··· 결국 수레로 식량 보급을 해줘야겠네.’

인력을 사용해서 임시적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하루 만에 건물을 쌓아올리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똑똑똑.

“들어와.”

“네. 총관님. 몽펠리에 가문 쪽에서···”

그의 눈이 커졌다.

‘물었다.’

얼어있는 호수가 녹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쌀쌀했기에 게제라스는 외투를 서둘러 입고, 밖으로 나서서 몽펠리에의 집으로 향했다.

아직 귀족이 머물기에는 규모가 작은 집이었지만 금방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게 될 것이었다. 엘라한 가문의 장원에서 석재를 꾸준히 호수 마을에 끌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서 오세요. 차 한잔하시겠어요?”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제라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록시 몽펠리에는 게제라스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 짧은 순간 거침없이 행동했다면 분명 한 소리 들었을 터였다.

‘어린데도 배운 것이 많네.’

게제라스가 외투 벗는 것을 시녀가 도와주었고, 외투는 옷걸이에 가지런하게 걸어졌다.

“오늘 이렇게 부른 것은 들었다시피, 제국 전신갑주에 대한 것입니다. 파이룬 가문만 홀로 받았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네? 예. 하지만 자작님의 뜻이라 제가 어찌할 수도 없었습니다.”

“누가 막으라고 했나요? 형평에 맞도록 하는 것이 총관의 일이 아닌가요?”

“음···”

록시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질문에 대답을 느리게 끌다니?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여겨졌다.

“그것이 사실, 드낙 님이 딴생각을 가지고 계셔서.”

“딴 생각이라니요? 혹, 파이룬 가문을 생각 이상으로···”

게제라스가 손사래를 쳤다. 아주 급히 몸짓언어로 부정했다.

“전혀 그런 건 아닙니다. 단지 요즘 외교에 대해서 배우고 계셔서, 지금이 뭔가를 내어주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음. 그래요?”

록시 몽펠리에가 고민했다. 게제라스가 시녀들의 표정을 훑었다. 자연스레 시녀들 또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에 침을 묻히는 총관의 모습은 썩 보기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형평에 맞아야 하는 게 지금 영지의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요?”

“구색만 맞추신다면 제가 자작님께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자신만만하시군요.”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록시는 딱히 찬물을 붓지 않았다. 외교란 가만히 있는 것도 중요했지만 여기저기 다양한 방법으로 찔러보는 것 또한 필요했다. 굳이 게제라스를 통해서도 아니고 병사들이나 소문, 자신 등을 통해서 툭툭 치듯이 움직이는 방법도 있었다.

“농지에 쓰기 좋은 〈성장 철완드〉 300개를 약속해드리겠습니다. 여름에는 박을 수 있을 겁니다.”

게제라스가 눈웃음 지으며 고개를 연신 숙였다.

“예. 예예···! 하하···”

뭔가를 기다리는 모습에 록시 대신 늙은 시녀가 치맛자락의 안주머니에서 가죽 주머니를 하나 꺼내어 테이블에 놓고 밀어주었다. 게제라스가 그것을 냉큼 챙겼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게제라스가 급히 떠났다.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박쥐같은 작자로군요. 멀리해야 합니다.”

“윤활유라고 해야겠지. 이번 경우에는, 조금 연기하는 것 같기도 했어. 가려서 봐야 해. 첫 거래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는 외교관은 없어.”

거칠게 세상 풍파에 휩쓸린 것이 게제라스였다. 그가 멍청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난 오히려 게제라스 총관이 대단히 청렴하게 행동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 이건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 드낙 자작님과 모종의 의견을 나눈 것이 분명해.”

외교관 지망생의 촉이 흔들렸다. 탄탄하게 쌓아올린 외교 지식은 다양한 외교 방식과 그 경과에 대해서도 자세했다. 특히나 몽펠리에는 파이룬과는 다르게 북부 귀족의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남부의 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신들의 외교 자산만 해도 재능 없는 귀족 자재를 평범한 외교관으로 만들 수 있었다.

경험과 지식은 그만큼 큰 힘이었다.

게제라스가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몇몇 이들을 포섭하는 시늉을 하며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노력하지 않으면서 드낙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외척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드낙은 저녁을 〈케이샤 킹슬레이〉와 함께했다. 오늘은 그녀와 함께 밤을 지내야 했다.

“왜 그렇게 안 드십니까? 어디 아프신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요. 요즘 들어서 식욕이 없어서요. 좋아하던 것도 맛없게 느껴져서 요리를 해주시는 분들이 힘들어하세요. 이것저것 재료를 다르게 하는데, 영···”

드낙은 웃으면서 돼지고기를 손수 잘라주었다. 적당히 소스를 묻혔다. 그것을 포크로 찍기보다는 다시 반으로 썰어 케이샤가 입에 집어넣고 씹더니 결국 뱉어버렸다.

“누린내가 왜 이렇게 심하죠? 저만 그런가요?”

“아···설마.”

드낙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케이샤가 헛구역질을 하면서 벌떡 일어났다.

중학교 때 배우던 배란! 수정! 착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끄으으···”

〈사제 리걸〉은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전날에 그렇게 퍼마시고 좋은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사치였다.

“허으으···.좋다.”

들짐승같이 더럽게 난 수염이 꿈틀거렸다. 신성력이 퍼져나가며 중년인 리걸이 신음소리를 냈다. 몸을 정상으로 회복한 리걸이 뚱뚱한 몸을 이끌고 창문을 열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미 해는 중천이었다.

금으로 이루어진 옷장을 열어서 능숙하게 사제복을 입고 금으로 된 목걸이를 안쪽에서 빼내어 대놓고 밖에 두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사제님!”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걸의 눈이 음흉하게 변했다.

“그래. 수행 사제 베리아. 들어와도 좋다.”

그렇게 말하자 백색으로 칠해진 문을 열며 어린 소녀가 사제복을 입은 채 들어왔다. 들고 온 대야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내가 목에 손이 안 닿아서 좀 도와주겠니?”

“네? 네.”

리걸이 세안하는 것을 도운 수행 사제 베리아의 갈색 머리카락이 리걸에게 보였다. 사타구니가 불룩해졌다. 긴 머리카락을 좋아하는 것이 리걸이었다.

“고맙다.”

그렇게 말하며 대야를 든 베리아의 어깨를 매만졌다. 손가락이 조금 위험한 곳까지 내려갔고, 베리아가 본능적으로 크게 움츠렸다.

“하하하. 왜 그렇게 움츠러드느냐? 내가 뭐 잡아먹기라도 하느냐?”

리걸은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성추행 다음은 〈기도실〉에서 부정적으로 순서를 어기고 들어온 상인들을 대접했다.

“어허! 이런 것까지!”

목함을 두툼하게 살이 오른 손으로 탐욕스럽게 챙겼다. 그리고는 신성력을 손에서 뿜어내어 상인의 애첩의 성병을 치료하고, 상인이 아끼는 상처 입은 용병을 치료했다. 특히나 리걸을 찾아오는 상인들은 성병에 걸린 자들이 제법 되었다.

신성력을 부정하게 사용하고, 뒷돈까지 챙긴 리걸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자 신전을 나와서 사창가로 들어섰다. 복장은 사제복이 아니라 부유한 상인으로 보였다.

“오늘도 미친 듯이 마셔보자아아아!!! 하하하!”

안기는 창녀의 풍만한 가슴을 쥐었다. 그중에는 남창도 있었다. 미남과 미녀가 서로 뒤엉키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하는 리걸이었다. 그가 있는 방은 제법 컸기 때문에 10명이 뒹굴러도 공간이 넉넉할 정도였다.

술이 들이부어지는 광란의 밤 이후에 경기병의 손으로 신전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가는 것이 리걸의 하루 일과였다.

〈남부 왕국〉의 수도에 있는 사제들은 대개가 방탕하고 타락한지 오래였다. 그런 그들이 대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밖에 없었다.

〈지역신전〉의 타락처럼 신성력을 지닌 사제는 결국 타락할 수밖에 없었다.

술에 완전히 취한 리걸은 보기 드물게 꿈을 경험했다.

오로지 황금빛이 계속해서 그를 실크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기분 좋은 감각을 내어주었다.

“아아!”

그 안정된 감각을 느끼며 따뜻함으로 가득 찬 곳에서 사제 리걸이 소리를 질렀다.

“신입니까! 신이십니까!”

환희에 젖은 그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하하하! 제가 이룬 것을 보십시오! 많은 재물을 모았고, 많은 이들을 살려냈습니다! 당신이 준 이 힘으로 이루어낸 것입니다!”

그렇게 리걸이 소리치자 새하얀 공간에 그가 모아놓은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십시오! 봐주십시오!”

수많은 병자들.

“이 황금들을! 이 보석들을!”

수많은 금화와 금괴와 형형색색의 보석들.

“성병에 걸려 죽어가는 이들이 끌어모아서 저에게 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중립신이신 당신의 것입니다!!”

환호하는 리걸은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제서야 그의 앞에 강렬한 빛의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중립신(中立神) 엘 마르토 카사다민이며 너는 나에게 신앙을 바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내가 이곳에 있고, 널 보러 온 것이다.]

리걸이 절을 하며 팔꿈치를 땅에 대고 손바닥을 위로 올렸다.

“예! 저는 당신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저의 신이시여!”

이에 중립신이 말하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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