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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74화 (373/1,239)

0374 <-- 아바레스트에 이끌린 자들 -->

카가가각!

대검을 타고 드낙의 롱소드가 흉악하게 훑고 지나갔다. 어찌나 실린 힘이 강한지 불똥이 튀는 것은 물론이고 철가루가 뿜어져 나와서 검은 가루가 흩날렸다.

‘막았다!’

검의 가드 부분이 롱소드의 진행을 막았다고 생각한 제국기사는 괴이한 궤적을 맞이했다.

땅!

작은 쇳소리와 함께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 롱소드가 그대로 턱을 올려쳤다. 단번에 무릎에 힘을 잃은 제국기사가 앞으로 풀썩, 꼴사납게 쓰러졌다.

피는 나오지 않았다. 투구의 방호력을 뚫을 정도의 힘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국기사 또한 인간이었다.

간단한 비전에 허무하게 전투불능에 빠진 제국기사의 최후는 뒷발꿈치로 정적으로 직선으로 쿵하고 목이 찍히는 것으로 끝이 났다.

푸른색의 피가 흘러나왔다. 드낙은 그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투더더덕!

대검 여럿이 드낙을 짓눌렀다. 검으로 막았지만 주춤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흐아아아아압!!!!!”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밀려나며 반사적으로 자리를 고쳐잡은 드낙이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검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제국 기사의 발을 치며 튀어 오른 롱소드가 대검과 부딪치고 그 반동으로 인간의 근력으로 낼 수 있는 움직임을 초월했다.

스윽!

손목의 움직임, 손의 위치, 그저 방향만 유도하며 그 반동의 힘에 능숙하게 적응하는 드낙의 실력은 결코 그답지 않았다. 모두 세파리아스의 〈노하우〉였다.

따다다당!

대검들의 결함이 그 흉악한 반동의 연속 타격에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졌다. 자연히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대검을 회수하며 새로이 전열을 가다듬어야 했다. 완급 조절을 위해서이기도 했고, 상황을 다시 그들에게 익숙하게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캉!

“우웃!”

물러나는 제국기사 중 하나가 드낙이 대검을 후려쳐서 생긴 충격에 대검을 다른 손으로 쥐며 오른 손목에 힘을 주지 못했다. 언제 당했는지도 몰랐다. 대검의 사각을 훌륭하게 이용한 한 수였다.

“헉. 헉? 헉헉···”

자신의 육체가 너무 빨리 지쳐버렸다는 것을 느끼면서 절망감을 느끼고, 의문을 느끼고 이내 그 격차를 체감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것은 형연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살면서 마법만이 초월자의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무(武)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가 지워졌다. 그럴 리가.

일신의 힘은 결국 한계가 존재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은 무엇인가.’

고통을 느낀 것이 아니라 파도에 휩쓸리는 것처럼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휩쓸렸다.

‘무시무시하다.’

제국기사의 몸에서 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척추가 저릿했다.

무인의 끝에 도달한 상대와 마주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끝없는 격차.

날카로운 겨울의 칼바람처럼 싸늘한 벽을 마주한 기분.

질퍽! 미끈!

‘큭.’

물러난 제국기사 중에 몇몇은 미끄러짐에 균형이 흐트러졌다.

땅은 제국기사들과 드낙의 피로 진탕이 된 지 오래였다. 드낙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솜씨로 자리를 지켰고, 제국기사들은 목표물이 있었기에 장소를 옮길 수 없었다. 개미지옥처럼 질퍽한 땅에서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후우욱!”

드낙이 숨을 강하게 내쉬며 힘을 주어 호흡을 제어했다. 그 모습은 흡사 지쳐 보이는 것을 움켜잡는 발버둥이라고 여겨질 수 있었지만 웃긴 소리였다.

사아아!

〈액체 파도(liquid Wave)〉가 파이룬 전신갑주에서 쏟아지며 드낙에게 최적의 온도를 선사해주고 있었다.

새하얀 입김을 제국기사들이 뿜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진창이라고 해도 그것은 잠시일 뿐이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드낙이 〈교차하는 결빙 구역(Crossing Frost Zone)〉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겨울에 다수 마법의 오한은 상당한 시너지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렇게 만들어진 진창은 제국 기사들이 마법을 통해서 얼음을 녹였기 때문에 더 심하기도 했다.

콰직!

얼음을 부수며 드낙이 먼저 싸움을 걸었다. 제국 기사들이 흩어지고 다시 합치며 드낙의 공격을 회피하고 반격했다. 반복되는 싸움에서도 온갖 마법이 일으켜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

5시간 동안 이어진 차륜전에서 드낙이 다시 태어난 것처럼 날뛰자 제국 기사들이 생각을 고쳐먹었다. 한 기사가 완드를 하나 혁대에서 빼어들어 바닥에 꽂았다.

파아아앗!

푸른 마력이 일대를 휩쓸었다. 푸른 가루가 제국 기사들을 회오리쳤고, 전신을 뒤덮었다. 동시에 드낙에게도 휘몰아쳤지만 흡수되지는 않았다. 〈그러한 것〉이었다.

‘생명체에게 마력이 들러붙도록 만들었군.’

재미난 완드였다. 제국 기사들의 전신갑주에 있는 마력저장 장치를 채워주는 듯했다. 드낙은 그러한 〈장치〉가 없었기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법사의 마력 충전과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멍청이들.’

드낙이 롱소드의 끝을 바닥에 가볍게 꽂고 정신력을 끌어올렸다.

“으그극!”

이를 앙다물고 생각에 집중하듯이 정신력을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일대에 과다하게 퍼진 마력을 제어하며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전신갑주에 있는 블루 다이아몬드로 보냈다.

푸른 다이아몬드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

“마법사?! 이런!”

제국 기사들이 깜짝 놀랐다. 그들의 〈마력 중심 유리관〉과 전신갑주에 있는 마력 저장소에 마력을 채울려고 했는데 드낙이 마력을 크게 유도했기 때문이었다.

‘아아! 엄청난 양의 마력이다!’

드낙의 몸을 고속도로처럼 질주하는 마력이 짐승처럼 날뛰었다.

“크으윽!”

마력폭풍이 휘몰아쳤다. 동시에 얼음 독수리가 푸른 가루로 만들어진 폭풍에서 뛰쳐나오며 사방팔방을 날뛰며 제국기사를 노렸다.

쿠구구!

흙으로 된 골렘이 얼음과 진흙의 몸을 일으켜 세우며 얼음 독수리와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났다.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빙판 여러 개가 골렘을 들어 올리며 함께 기울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계속 골렘을 소환해라!”

“마력폭풍을 이용하고 있다. 놈 또한 오래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제국기사들의 생각대로 드낙의 악다문 이에서 선홍빛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철맛과 비린내를 내면서 순식간에 아물어버렸다.

몸에 큰 부담을 주는 마력의 이동경로가 되었지만 드낙의 육체는 잔상처 하나 남겨지지 않았다. 트롤의 피가 돌면 돌수록 상처는 치유되기 때문이었다.

새하얀 한기가 겨울바람을 타고 나부꼈다. 날카로운 사막의 언덕과도 같은 지형 속에서 드낙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퍽! 푸스스!

제국 기사가 더러운 몰골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하나는 드낙과 가까운 곳에서 팔을 뻗으며 튀어나왔는데, 드낙의 검격에 그대로 손목이 날아가고, 팔이 발과 교차하며 그대로 역으로 꺾였다.

“대단한데. 정말로 고통을 느끼지 않다니.”

그런 상황 속에서도 튀어나오려고 하는 모습에 드낙이 혀를 내둘렀다.

휘릭, 퍽!

투구를 빙글 돌리며 검이 그대로 투구를 움푹하게 만들었다. 뒷목을 발로 쳐서 꺾어버린 뒤에 머리를 내려쳐서 베어낸 드낙이 머리통을 쥐고 그대로 저 멀리 날려버렸다.

“강하다. 어떻게 인간이 이런 힘을?”

“뒤져도 푸딩처럼 달라붙어 재생되는 네놈들이 할 말이냐?”

“마력폭풍을 어떻게 몸으로 버틴 것이지?”

제국 기사들이 입은 피해는 제법 되었지만 기대 이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드낙은 이 방식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반쯤 나온 진정으로 죽은 기사의 몸에서 〈마력 일대〉를 만든 작은 완드를 집어 들었다.

“막, 막아라!”

제국기사들이 괴이하게도 다급하게 외치며 내달렸다.

‘생각보다 피해를 많이 입었나 보네.’

드낙은 거침없이 완드를 바닥에 꽂았다. 그것만으로도 완드가 발동했다. 약간의 충격을 밑바닥이 받으면 발동되는 완드였다. 총의 방아쇠처럼 전투용은 흉악할 정도로 저급한 방아쇠를 지니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마력의 폭풍이 불며 드낙이 마법을 난사했다. 파이룬 전신 갑주는 어깨 방어구 한쪽을 제외하고는 멀쩡한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푸른 가루가 가라앉고, 드낙이 주위를 훑었다.

제국 기사들이 하나같이 무릎을 꿇고 있거나 엎어져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드낙이 그들 중 하나의 투구를 벗겨냈다.

주르륵!

“그. 아. 아.”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푸른 슬라임으로 액체화가 되어가고 있는 제국 기사의 얼굴이 보였다.

‘무감정한 표정. 자신이 붕괴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인가. 감정이 없으니, 오감이 불안정해지자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게 되어버린 건가?’

SF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그 무감정한 표정은 조금 뒤에 오만가지로 변해갔다. 그제서야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부르르!

마지막에는 발악하듯이 몸을 떨었다. 그리고 태아처럼 웅크려서 움직임이 멎었다.

“대체 뭐가 뭔지.”

드낙이 푸른 슬라임을 손가락에 묻혀서 매만졌다. 농밀한 마력? 알 수 없었다. 손으로 느껴지는 마력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푸른 슬라임의 점성 덩어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줄어들었다. 기화되는 속도가 상당했다.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밀봉하더라도 사라질 것 같은데.’

유독가스나 기화되면서 기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그건 기체화라기보다는 소멸화라고 할 수 있었다. 초월적인 현상이었다.

드낙은 텅 빈 전신갑주를 이리저리 들어서 확인했다.

퉁.

뭉툭한 소리를 내며 텅 빈 유리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을 주운 드낙의 표정이 찡그러졌다.

푸른 슬라임의 찌꺼기가 끔찍하게 절규하고 있는 인간의 얼굴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유리관은 원통형으로 딱 사람의 척추 길이 정도로 되어있었다. 그 길이는 제국기사마다 제각각 달랐다. 맞춤형이라는 뜻이었다.

‘이거 판타지 세상 맞나? 그냥 지옥 같은데.’

드낙이 신경질적으로 투구를 벗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외눈 다크 트롤〉의 육체 변형.

〈제국 기사〉의 최후.

‘거기에 중립신의 삭막한 모습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었다.

〈제국 남부〉

〈술집 아스페로(Aspero)〉

“술 가져와! 술!”

검은 옷에 새하얀 천으로 어깨와 상체를 두르고 허리에서 묶어 왼쪽에 나머지를 모아서 늘어뜨린 중년인이 술집에서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술집 주인은 술 대신에 물을 한 잔 놓았다.

물론 그냥 물잔은 아니었다. 레몬을 한쪽 쪼개어 둥둥 뜨게 놔두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십시오. 군단장님.”

“여기는 장사도 안 하는가?”

“막시밀리안 가문에게 10잔 이상 판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입니다.”

“흥.”

〈보헴 셀 막시밀리안(Bohem Shel Maximilian)〉은 코웃음을 쳤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술집 주인이 내어주는 레몬물을 마셨다. 안 마시기엔 레몬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칠게 일어난 그는 큰 소리를 낸 것치고는 의자를 집어넣고 술집을 나갔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오늘로 한 달째군. 병사들에게 내어줄 포도주 때문이라도 술을 안 마시는 검소한 가문이···쯧쯧!”

“제국도 썩어문드러졌다는 증거 아니겠어? 개같은 제국.”

툭.

하지만 그 테이블에 누군가가 한 입한 방울토마토를 던졌다.

“어떤 새끼야!”

“병신들. 어디 광산에서 일하다가 왔냐? 아무것도 모르고 쳐씨불이고 자빠졌어.”

남자 두 명은 일어선 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시선이 자신들에게 몰렸기 때문이다. 냉랭한 분위기에 절로 헛기침이 나왔다. 그들이 앉자 방울 토마토를 던진 남자가 합석을 했다. 그러자 남자 중에 하나가 고함쳤다.

“여기 흑맥주 하나!”

“난 안주도 좋아해서.”

“적당한 안주도 하나! 고기로!”

“예이!”

술집 주인이 대답했다. 그제서야 턱수염만 짧게 기르고 관리하는 사내가 빙그레 웃었다.

“대체 뭔 일이길래 이 정도로 날카롭소?”

분위기를 보니 제대로 제국에 일이 터진 듯했다. 절로 술맛이 당겼다.

꿀꺽.

이야기를 듣기에 앞서 침도 삼켰다. 괜히 군침이 돌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난리가 났지.”

턱수염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5550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 : 응. 절단마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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