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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64화 (363/1,239)

0364 <-- 귀환 -->

〈바세안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잠에 든 드낙은 한밤중에 눈을 떴다. 나무 창문 사이로 신성력의 빛이 보였다. 드낙의 암살자 다운 기감과 위기 감지 능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뭔 일이 터졌구나.’

끼익.

히아악! 팡!

창문을 열자 하늘 곳곳을 날아다니는 악령과 그런 악령을 쫓아 빛으로 터트리는 광경이 이어졌다. 병사들 또한 밖에 나와서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무기에 있는 인챈트를 터트린 듯했다.

오래 사용하지 못함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악령을 격퇴하기 위해서는 마력이나 마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죠?”

〈아샤 파이룬〉이 드낙의 움직임에 일어났다. 그녀가 이불을 끌어당겨 상체를 가렸다.

“가만히 계시오.”

드낙은 바로 전신갑주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갔다.

[끼아아아아!!! 기사아아아! 기사가아아아! 나르으으으을!!!]

그중에서도 거대한 연기로 이루어진 악령이 있었다. 피의 괴물의 머리를 지닌 놈이었는데, 드낙에게 죽임을 당한 놈이기도 했다. 드낙과 시선이 마주치자 놈이 그대로 박치기를 하듯이 달려들었다.

“이제 그만 성불해라, 좀.”

파아아앗!

드낙의 순수한 마력이 오른손에서 뻗어 나왔고, 순수한 주력이 왼손에서 뻗어 나왔다. 그건 결코 하나로 융합되지 않았기에 두 줄기로 덩치 큰 악령에 부딪쳤다.

파지지직!

스파크가 튀면서 순식간에 악령이 지닌 〈초월의 힘〉이 상쇄되며 가루가 되어버렸다. 드낙은 남은 마력과 주력을 컨트롤하여 마을에 흩트려버렸다. 빛 가루가 산개하며 악령들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지금이다!”

“죽음을 받아들여라! 악령아!”

또한 50명에 달하는 사제와 성기사들이 있었기에 악령들의 밤은 쉽게 사그라들었다.

〈성기사 케이슨〉과 드낙은 곧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폐허가 된 바세안 토성에서 악령들이 온 것이오.”

“그에 대해서 잘 아시는 눈치이십니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피의 악신, 아토라신을 믿는 광신도들이 자리 잡았던 곳에 바세안 토성이오. 이곳엔 중립신을 믿는다고 신성력을 지닌 사제들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드낙은 〈피의 괴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트롤보다 쉽게 죽였지만 〈킬더배틀〉의 능력 때문이기도 했다. 피의 괴물은 무인이 아니었기에 정교함이 카운터였기 때문에 쉽게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피의 괴물까지··· 그것을 위해 희생된 자들이 얼마나 많을지···”

드낙은 여러 가지를 말해주었다. 그들 중 신도가 되지 않은 자들을 품은 것도 말했는데, 죄인도 회개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함이었다.

“정말 힘든 결정을 하셨습니다. 역시, 드낙 자작님이십니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케이슨은 사교도들을 용서한 것을 크게 높여주었다.

“저희 신전은 바세안 토성의 정화를 위해서 이곳에 남겠습니다.”

“고맙소. 오히려 말하지 않았다면 내가 권했을 것이오. 언제까지 저렇게 악령들이 활개를 치고 다녀야겠소? 많은 이들이 힘들어질 것이오.”

다음날에 드낙은 무리를 먼저 가도록 명령하고, 말을 탈 줄 아는 병사 다섯만 데리고, 〈귀족 회의〉라는 정신 나간 짓거리를 하며 이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 놈들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병사 하나는 장대에 〈울란 바세안〉의 머리통을 효수했다. 그의 상의가 장대 밑에 묶여졌는데, 다른 이들이 더 확실하게 그를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

“기, 기사다!”

울란의 세 치 혀는 생각보다 대단했다는 것을 드낙은 두 번째 마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다가오자 말을 타고 정보를 얻으려고 오는 자도 없었고, 다가가자 알아서 성문을 열고, 망루가 비워지고, 도망치는 이들로 가득했다.

“여기의 책임자가 누구인가!”

드낙의 우렁찬 목소리에 모두 고개를 들지 못하자 드낙이 검으로 한 놈을 검면으로 툭 쳤다.

“〈바일 제이라스〉라는 자입니다!”

멀리서 누군가가 진실을 말하는 놈에게 말했다.

“배신자!”

그 목소리를 들은 드낙이 거침없이 움직였다. 군중 사이에 있어서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었다.

“허억! 억! 저, 저는 아닙니다!”

뽀족한 검 끝이 머리를 살짝 누르자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며 일어서는 놈의 목이 그대로 날아갔다.

댕겅! 촤아악! 쏴아아, 꾸륵! 꾸륵!

“흐으으!”

“허으으···”

주변에 피가 우수수 쏟아졌는데, 닿은 이들이 사시나무 떨 듯이 떨었다. 공개처형을 몇 번 볼 정도로 불만을 지닌 자를 죽이는 것을 좋아하던 것이 〈바일 제이라스〉였다.

‘진짜 기사다!’

‘어떻게 저런 작은 검으로 사람의 머리를···’

사람의 목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기 때문에 그것을 한칼에 죽인 드낙은 공포스러웠다. 큰 할버드로 다섯 번을 내려쳐서 사람의 목이 날아갔기 때문에 공개처형 때 끔찍한 고함소리를 계속 내질렀던 것이 아직도 생생했다.

“히익! 헉헉! 악!”

도주하던 〈바일 제이라스〉는 병사가 말에 탄 채로 던진 창에 등을 맞아 고꾸라졌다.

“너희들의 결백을 위해 이 사칭범을 스스로 죽여라. 그리고 이곳이 불파겐 자작령임을 명심하도록!”

“불파겐 만세!”

“죽여! 이 사기꾼 새끼!”

울란과 똑같이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어차피 똑같은 도망자들이고, 피난민들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자신들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턱!

“가자! 갈 길이 멀다!”

놈의 목을 효수하여 마을을 순회하며 드낙은 순식간에 이 근처를 평정했다.

호족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규합을 지닌 우두머리들이었고, 드낙이 빠르게 대처했기에 허무하게 일이 끝났다.

서둘러 호수 마을로 귀환하는 무리에 합류한 드낙은 피를 씻어내고, 다시 선두에 섰다.

‘갈 길이 멀군.’

멀리 산에서 지펴지는 검은 연기를 보며 드낙이 한숨을 내쉬었다. 척 봐도 산채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귀찮다.’

온갖 잡것들이 동부에 스며들어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흐!”

쿵탁!

발을 구르고 무릎을 손으로 쳤다. 〈대전사 도네투스〉의 앞에 있는 〈캉카라쿰(Kankarakum, Black scales Wyvern)〉의 새하얀 눈동자가 그 움직임에 번들거렸다.

충혈된 눈처럼, 보라색의 핏줄이 눈에 가득했다. 대단히 흥분했고,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사방이 막혀있는 동굴에 몰아넣어진 검은 비늘 와이번은 강력한 몬스터 중에 하나였다. 입에서 검은색의 산액을 엄청난 수압과 대량으로 토해내기 때문에 생명체고 나발이고 모든 면에서 강력함을 자랑했다.

“크아아!”

거칠게 덤벼오며 몸으로 깔아뭉개고! 앞발톱으로 땅을 쾅 찍어서 육중하고 거대한 체격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선회하며 꼬리치기!

“타합!”

도네투스가 순식간에 목에 올라타서 빙글 돌며 강하게 목을 움켜잡았다. 캉카라쿰이 뒹굴고 나서야 도네투스가 뒤로 빠졌다.

“쒸이익! 쒸이이익!”

짧은 전투였지만 이 짓도 이제 한 달째였다. 지칠 수밖에 없었다. 캉카라쿰이 정신을 잃은 적도 수십 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캉카라쿰은 도네투스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오른팔을 타고 흐르는 히드라의 일곱 머리 문신은 매우 진했고, 어깨를 지나 심장까지 뻗쳐있었지만 도네투스는 그 힘을 와이번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다. 공격력이 엄청나기 때문이었다.

‘놈을 길들여야지만 진정한 타투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야생의 왕!

〈혼란무도(混亂無道)의 타투(Tattoo)〉 중에서도 가장 큰 부위를 차지하는 용의 문신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바로 와이번이었고, 도네투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캉카라쿰을 선택했다.

수많은 짐승과 몬스터가 싸우고 있는 상체를 뒤덮는 타투는 앞으로의 전투에 있어서 강력한 힘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뚝. 뚝.

힘겨루기 이후에는 먹을 것을 주었다. 싸우고, 먹이고를 반복하는 것은 몬스터를 길들이는 가장 큰 두 개의 기둥이나 다름없었다.

캉카라쿰은 고기를 먹어치우고, 다시 온 힘을 다해서 도네투스와 부딪쳤다.

“웅, 키에에에에!!!!!”

산액 브레스를 쏟아내기도 했다. 공기부터 흙은 물론이고 다이아몬드까지 녹이는 것이 검은 비늘 와이번의 브레스였다. 도네투스는 독연기가 물씬 풍기는 곳까지 피해야 했지만 거침없었다.

오른손으로 땅을 쳤다.

콰아아앙!!!

폭음과 동시에 땅이 훅패이며 순식간에 공중으로 뛰어오른 도네투스가 천장을 왼손으로 받치며 순식간에 발로 천장을 박찼다.

구덩이에 처박힌 캉카라쿰의 목을 다시 한 번 움켜쥐었다.

“쿠아아아악!!!!”

발악을 하며 도네투스를 떨어뜨린 캉카라쿰이 꼬리를 전갈처럼 위로 세웠다. 철사처럼 굵고 긴 털이 꼬리에만 있었는데, 독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촤악!

허공을 꼬리가 휘두르며 독액을 분산시켰다. 산액은 아니었지만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흡수가 되어 몸에 고통을 주는 〈피부 흡수 신경맹독〉이었다.

“후아아아아아아악!!!!!!”

도네투스가 고함을 내질렀다. 공기에 충격파가 일어났다. 목을 빙글빙글 두르고 있는 〈호랑이 무늬 타투(Tattoo)〉의 힘이었다. 공기에 충격파를 주는 함성이 퍼뜨려진 독액을 뒤로 날려버렸다. 또한 고함소리에 노출된 캉카라쿰의 동글동글하고 구멍이 작은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푸흐!”

캉카라쿰이 재채기를 하며 코피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하면서도 터프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5일 뒤에 도네투스는 혼란무도의 타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와이번에 등자를 올리고 올라탔다.

펄럭!

박쥐같은 날개처럼 보이지만 날개의 안쪽은 깃털이 잔뜩 있는 것이 와이번이었다. 특히 와이번의 깃털은 바람을 받으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더욱 날기에 좋았다. 뼈가 대단히 단단하면서도 공중 유닛인 것이 와이번이었고, 그 비밀이 바로 〈안쪽 둥근 깃털〉이었다.

체중이 엄청났음에도 날 수 있는 이유였다.

“가즈아!!!”

도네투스의 외침에 캉카라쿰이 포효하며 동굴에서 빠져나와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최고속도에 도달한 와이번은 하늘의 제왕이나 다름없었다.

아슬아슬하게 나무를 스쳐 지나가며 나뭇잎이 좌르륵 올라와 부스터처럼 와이번의 꼬리를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본 도네투스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오오오오오!!!!!”

와이번이 백설산맥을 한 바퀴 돌며 다시 땅에 내려앉았다.

“씨발. 저거 오크 맞지?”

북부 순찰자의 조장 〈왼손잽이 본〉이 욕을 하며 나무를 내려왔다. 뒤이어서 곳곳의 나무에서 두 명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머리를 아래로 한 채 말했다.

“저 지렸습니다. 저놈이 새로운 대전사 도네투스인게 분명합니다. 겨울 내내 조용하더니, 와이번을 길들이다니.”

“대전사라고는해도 부락을 모두 통일하지는 못했잖아.”

“용기사···아니 용탄오크가 되었는데, 시기상조 아닙니까?”

퉷! 순찰자가 침을 뱉으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빠르게 흔적을 지웠는데, 초록색의 점액을 칼집이나 발로 팬 나무의 상처에 묻히자 순식간에 껍질이 돋아났다. 물론 진짜 껍질은 아니었다.

〈나무껍질 약〉이라 불리는 위장용 약이었다.

“니미, 이런 와중에 인간끼리 싸우기나 하고···”

그 말에 순찰자가 대꾸했다.

“아직 모르셨습니까? 전쟁은 끝났고, 트롤은 불파겐이 홀로 토벌했다고 합니다.”

“그건 언제 들었냐? 귀도 빠르다. 그리고 그래봤자 혼자야. 〈오크의 가을〉이 기사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냐? 오히려 불파겐이 없는 게 더 낫다.”

끔찍한 녹색 물결이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기사를 붙잡아둘 정도로 터프한 놈들이다. 팔 한두 개 날아가고도 히죽 웃을 정도로 호전적인 것이 오크였다. 그러면서도 사냥꾼이 주업이기에 똑똑하기까지 했다.

‘남부 왕국은 앞으로 어찌 되려고. 이런 일만 생기는지.’

“이제 어쩝니까? 여기 있으면 다 죽을 삘인데.”

“은둔했다고 하면서 술 좋아하는 점성술사가 말하던데, 빨리 제국으로 튀라고 하더군요. 남부왕국에 망조가 깃들었답니다.”

그 말에 조장인 본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딴 소리나 들으러 발품 팔지 말고, 함정이나 더 설치해! 놈들이 내려오고자 한다면 먼저 백설산맥 곳곳에 있는 순찰자부터 밀어내려고 할 것이다.”

“또 삽질입니까?”

“꼬우면 오크 전사랑 근접전하시던가.”

선택지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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