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58화 (357/1,239)

0358 <-- 어둠 -->

“홰앳불을 더 놓아라!”

트롤이 고함을 질러대었다. 한 손으로는 기름이 잔뜩 묻어 나오는 두더지 고기를 쥐고 있었다.

“예!”

곳곳에서 콥 고블린들이 일을 했다.

“이쪽에 장작을 더 가져다 놔!”

횃불을 벽에 박아 넣고, 화덕에는 마른 똥을 한 움큼 집어서 화력이 줄어든 곳에 투입했다. 또한 큰 화로에는 장작을 많이 옆에 두고, 모닥불 곳곳에서 익고 있는 고기들을 그릇에 담아 트롤들에게 가져다주었다.

“여기에 하나 더 놓겠습니다!”

곳곳에 불빛을 내는 곳이 많은 이유는 〈칠흑의 우부텐〉이 악마의 힘에 잠식되었기 때문이다.

“크놀이지만 어둠 속에서의 그는 위협적이다.”

“덩치도 크지.”

“또한 날렵하다.”

트롤 중 하나는 이곳에 콥 고블린들을 특히 많이 배치했다. 생각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투의 시간이 다가왔다.

“흐아아암!”

번갈아가면서 잠을 자는 트롤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트롤이 피곤에 지쳐 하품을 했다.

꾸욱, 꾹!

콥 고블린이 그의 전신을 주물주물 하며 마사지를 했고, 이내 잠에 빠져든 지 5분이 흘렀다.

“기습이다! 기습!”

와르르르!

끼아아아!!!

천장이 무너져내리며 악령의 머리가 수십 개가 튀어나와 사방팔방을 휘저으며 횃불을 집어삼키고, 화덕을 부수고 화로를 터트렸다.

“핏빛쥐들은 다시 모습을 숨겨라!”

“뜨낙!”

순식간에 입구가 무너져내리며 핏빛쥐들의 모습과 강철을 두른 인간 기사의 모습이 짧게 보이고 어둠이 가라앉았다. 잠에 잠깐 빠져든 트롤은 벌떡 일어났지만 정신을 못 차리고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무릎을 땅에 박았다.

“빌어먹을!!”

퍼걱! 서걱!

“아악!”

“목숨만은! 제발!”

트롤이 왼손에 묶어둔 밧줄을 잡아당기자 콥 고블린들이 수십 끌려 나왔다. 트롤은 그것들을 죽이며 바닥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흥건해지고, 밟을 때마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 콥 고블린은 힘을 풀고 죽음을 기다렸지만 오히려 인형처럼 바닥에 눕혀져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어둠 덕분에 아무렇게나 휘두른 트롤의 무기는 휘둘러질 뿐 내려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능적인 행동양상이었다. 휘두르는 것이 더 넓은 면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

그리고 침묵이 찾아왔다. 트롤 세 마리는 모두 귀를 기울였다. 어느 것도 들리지 않았다. 드낙은 그 침묵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졌다.

트롤의 귀가 민감해질 무렵 동시에 〈어둠을 꿰뚫는 눈〉에서 자신만 받아들일 수 있는 특수한 빛이 충분히 동굴에 반사되며 사라지면서도 꾸준히 유지되었을 때.

드낙이 입을 달싹거렸다. 다수 마법, 〈교차하는 결빙 구역(Crossing Frost Zone)〉를 사용해서 곳곳에 얼음구역을 만들어냈다. 트롤을 교란함과 동시에 남아있는 불씨를 완전히 사그라들게 하기 위해서였다.

쩌저적···

“이놈!”

얼음이 생성되는 소리가 들려오자 트롤이 그곳에 거침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꽈자작! 포동당당!

얼음이 깨어지면서 파편이 곳곳으로 튀기며 퐁당 소리를 냈고, 드낙이 그것을 이용해서 내달리며 순식간에 트롤 한 놈의 오른쪽 어깻죽지를 검으로 찔렀다.

“끅!”

짧은 소리밖에 내지 못할 정도로 고통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자마자 트롤의 사타구니가 베어지고, 똥구멍에 검이 후려 박혔다. 트롤이 그대로 고꾸라졌고, 드낙이 마무리를 하려고 했지만 다른 트롤이 무식하게 난입해서 무기를 휘둘러대었다.

트롤이 휘두르는 무기에 쓰러진 트롤의 어깨가 베어지고, 피가 쏟아져 나왔다.

‘미친놈들. 열심히 해봐라.’

순식간에 재생되는 상황 속에서도 드낙은 자신이 상처를 준 오른쪽 어깻죽지에 흙을 퍽퍽 손으로 담아서 쑤셔 넣으며 몸을 굴렀다.

쐐애액! 퍼서석!

드낙의 위로 〈대인마법〉인 〈얼어붙은 표적 독수리(Frozen Target Eagle)〉가 솟아오르며 천장과 부딪치며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나갔다.

‘살아남은 콥고블린이 제법 된다. 그것도 이용한다.’

위험한 상황 속에서 드낙의 잔머리는 실로 대단했다.

곳곳에 얼음 파편이 쏟아져내렸고, 소음이 크게 일어났다. 피로 진창이 된 바닥의 표면에 살얼음이 끼였고, 살아남은 콥 고블린이 바들바들 떨면서 웅크려있다가 재채기를 했다.

“푸에취잇!”

‘저기다!’

순식간에 트롤의 발이 그곳을 짓밟았다.

쿠웅! 퍽!

“잡았다!”

서걱!

소리를 지르는 트롤의 발목 힘줄이 그대로 끊어졌다.

“크윽! 크아아아아!!!”

베어졌음에도 트롤은 기세를 잃지 않았다.

후우웅!

기울어지는 트롤이 옆으로 허리를 틀며 아무렇게나 무기를 흉악하게 휘둘렀지만 그런 것에 당할 드낙이 아니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검격이 무기를 다른 방향에서 내려치면서 순식간에 트롤이 자신이 휘두른 도끼로 무릎을 찍었다.

뿌직!

섬뜩한 소리를 내며 무릎이 박살 났다.

“크아악!”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는 놈의 목소리가 주변 공기를 떨리게 했다. 대단한 성량이었다.

‘흡!’

드낙은 쓰러진 놈의 옆구리를 밟고 도약했다. 한 타이밍 늦게 황소처럼 돌진한 다른 트롤이 넘어진 트롤에 발이 걸려 넘어지며 벽에 부딪쳤다. 지반이 단단하더라도 무너질 충격량에 천장이 크게 무너졌다.

쿠구구···!

훅! 찰박, 찰박!

연기를 뚫고 튀어나온 드낙의 눈에 양손에 도끼를 든 트롤이 무기를 서로 꽝꽝 부딪치며 불똥을 토해냈다.

꽝! 쾅! 캉!

“보인다! 이놈!”

씨익 웃는 트롤의 표정이 무기를 부딪치면서 불빛이 번쩍일 때마다 흉악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이내 심각해졌다.

핏!

기괴할 정도로 드낙은 현란하게 움직였다. 특히나 불이 번쩍이고 나서는 방향을 다르게 틀었기 때문에 트롤의 고개는 나중에 가서는 이리저리 미친 듯이 흔들렸다. 불빛이 오히려 트롤의 시각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왼쪽에 있길래 왼쪽으로 시선이 향하면 오른쪽에서 나타나는 격이었다. 고개를 미친 듯이 젓던 트롤이 압박감을 못 이기고 고함을 내질렀다. 인내심이 적은 것이 몬스터의 단점이었다.

그들은 항상 강자의 입장에서 살아가기 때문이었다. 적게 10년에서 많게는 25년까지 스승을 두고 가르침을 받는 인간과는 달랐다. 또한 사회에 살면서 본성을 짓누르며 사는 것이 인간이었다.

“크, 크아아아아!!!!”

부웅! 부웅! 부우웅!

트롤이 흉성을 터트리며 미친 듯이 내달리며 거침없이 무기를 휘둘렀다. 그 바람을 느끼며 드낙은 몸을 웅크렸다.

휘리릭! 캉!

도끼자루가 그의 어깨를 살짝 빗금치고 지나갔지만 드낙에게 그 충격은 전해지지 않았다. 불똥이 튀었음에도 드낙은 막힘없이 다음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좋다. 나는 더 강해졌다. 확실하게!’

팽글 돌면서 운동 에너지가 반감시켰기 때문이다. 바닥에 착지한 드낙이 하체를 가리고 있는 털가죽을 잡아당기며 따라붙어 무릎 안쪽에 있는 오금에 검을 아래로 박아 넣으며 왼손 주먹으로 망치를 치듯이 후려쳤다.

“쿠엑!”

트롤이 앞으로 엉망진창 넘어지면서 주르륵 미끄러지며 얼굴의 피부가 찢어졌다. 발로 밟아서 검을 뽑은 드낙은 척추를 사정없이 베어내며 기어코 부러뜨렸다.

일어서려던 트롤의 양팔이 허물처럼 힘을 잃었다. 눈만 껌뻑이는 트롤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검은 것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철냄새가 물씬 풍겼다.

쿠구구!

돌이 들썩거리면서 무너진 천장의 잔해를 일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그···으···”

척추가 재생되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는 놈을 보며 드낙은 감탄했다. 피만 있다면 불사(不死)나 다름없는 것이 트롤이었다.

퍽! 퍽! 퍽!

미친 듯이 드낙이 두개골을 베어 나갔다. 피부가 잘려나가고, 짓이겨졌으며 두개골이 부서지며 뇌수가 쏟아져 나왔다.

쿠웅!

들여올려진 트롤의 왼팔이 다시 한 번 힘을 잃었다. 실로 대단한 재생능력이었다. 머리를 박살을 낸 드낙은 트롤의 목을 베었다.

이제 한 마리를 죽인 드낙이 고함을 질렀다.

“시작해!”

“찍찍!”

쥐들이 곳곳에 구멍을 뚫어놓고 악소리를 냈다. 동시에 트롤들이 무너진 천장의 잔해를 걷어내며 빠져나왔다.

시끄러운 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웅웅 거리는 소음 속에서도 트롤들은 드낙의 찰박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찮은 잔재주를!’

하지만 고함을 지르지는 않았다. 가슴을 탕탕 치며 분한 것을 보여주다가 그대로 확하고 잡아챘다.

“케겍!”

‘콥 고블린이잖아!’

용케 살아남은 놈을 발로 걷어차며 등을 칼로 쿡쿡 찌르며 달리게 한 것이다. 그 뒤에 있는 드낙은 당연히 콥 고블린을 낚아챈 트롤의 정강이를 후려쳐 그대로 부러뜨렸다.

펑!

이미 일신의 경지에 들어선 드낙의 공격은 15cm에 달하는 살집을 가르며 트롤의 정강이뼈를 박살 낼 정도였다.

폭음이 곳곳에서 트롤을 흔들었다. 도와주러 온 트롤은 품에서 부싯돌을 꺼내서 불꽃을 냈지만 드낙이 검끝으로 흙을 후려쳐서 부싯돌에 피와 흙이 섞인 진흙이 묻어버렸다.

“으아아아!!! 이 하찮은 인간놈이!!!”

광분하는 트롤 두 마리는 드낙에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여주지 못한 채 바스러졌다. 다수마법을 통해서 불씨조차 꺼트렸기 때문에 동굴은 어두컴컴하기 그지없었다.

싸늘한 피에서 살, 내장 등이 아무렇게나 재생되었다. 피비린내가 그득한 곳에서 드낙은 온갖 살덩이들을 밟으며 트롤들을 기계적으로 확인사살했다.

“대, 대단하십니다!”

〈대장쥐〉가 크게 감탄했다.

“트롤들의 고기를 운반해라. 뼈조차도 가져가라.”

“뜨낙!”

“위대하신 분!”

핏빛쥐들이 드낙을 칭송했다.

드낙은 아래로 내려갔다. 피가 흘러내려서 진창이 되어서 검을 지팡이처럼 사용해야 했다. 그곳에는 화덕이 곳곳에 자리 잡아있었다. 대부분의 마력을 썼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파괴해야 했다.

“아.”

하지만 드낙은 그런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거대한 자궁이었다.

자궁의 바깥쪽에 눈알이 아무렇게나 달려있었고, 주둥이는 바짝 메말라 있었다. 때때로 혓바닥이 나와서 이빨을 훑었는데 썩어문드러졌고, 구더기가 그득했다.

흉측한 모습이었다. 팔도, 다리도 없었다.

그저 〈출산〉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탯줄 같은 것이 땅을 뒤덮고 있었는데, 땅의 힘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타 에네케엔 베?”

주둥이에서는 온갖 언어가 튀어나왔다. 그중에서는 드낙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 한국어도 있었다. 드낙은 고블린 어가 나왔을 때 대답했다.

“너는 누구냐?”

“나는 드낙 불파겐이다.”

“이름을 물어본 것이 아니다. 너의 존재는 대체 무엇이냐? 너무나도 거대하고, 거대하다. 너는 악마인가? 신인가? 대체 무엇이냐?”

‘뭔 개소리야?’

뜬금없는 소리에 드낙이 짜증을 내려다 이내 짚이는 것이 있는지 움찔했다.

“나에게 들러붙은 놈을 알고 있나?”

“놈이라고 말하면서 그놈에 대한 공포가 스며들어있구나.”

드낙이 눈을 반짝였다. 해답을 찾은 듯한 자의 모습이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흐흐.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좋았을 것을. 퀘엑!”

〈외눈 다크 트롤〉이었던 것은 입에서 피를 토했다. 한쪽 부분이 그냥 뭉개지면서 썩은 피가 그대로 줄줄 흘러내렸다. 생명력의 한계. 그릇의 파괴였다.

“나에게 힘을 주는 존재에 대해서 말해!”

드낙의 외침을 그것은 듣지 못했다. 이미 붕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주절주절 거리며 자신에 대한 것만을 말했다. 이 세상에 그것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날 이렇게 만들고 말았지. 난 트롤 중에서도 가장 약한 놈이었다. 내 몸속에 있던 악마의 인자 때문이었는데, 검은 로브를 입은 악마의 광신도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

“제길!”

드낙은 대답을 듣기보다는 서둘러 거대한 자궁을 죽였다. 빠르게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꿈과 업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그것은 계속 주절주절 거렸다.

“힘이 계속 커져갔다. 막을 수 없었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대악마의 존재···그 거대한 그림자가 내 모든 것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힘을 억지로 가지게 된 자의 최후였다. 썩은 핏물이 되어서 사라졌다. 드낙에게 베여진 곳은 형체가 남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끔찍하다.’

드낙은 서둘러 동굴을 빠져 올라갔다. 오르막길은 대단히 길게 느껴졌다. 그곳으로 올라가며 드낙은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초월의 힘〉을 버티지 못해서 망가진 자의 최후를 봤기 때문이다. 그게 자신이 안 되라는 법이 없었다.

‘이미 충분히 내 그릇을 벗어난 힘 같은데.’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안전한가?’

모른다.

‘앞으로의 나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근본적인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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