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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57화 (356/1,239)

0357 <-- 어둠 -->

잠자리에 들어간 드낙은 검은 연기를 느꼈다.

어둠 속에서도 상대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능력 같아 보이지만 대단한 능력인 〈어둠을 꿰뚫는 눈동자〉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빛을 잘 받아들이는 눈동자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눈에서 미약한 빛을 사방으로 퍼뜨려 그것을 통해서 동굴에서의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넓은 공간에서는 제법 보는 데 시간이 걸렸다.

상대가 보기에는 빛이 눈에서 쏘아지는 양이 극히 적어서 볼 수 없었다. 또한 빛의 층이 특수한 것이라 상대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도 했다.

기이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유용한 것은 틀림없었다.

크놀을 적게 죽여서 〈검은 여과기〉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식량창고는 총 다섯 곳에 있습니다.”

“세 명씩 가서 빠르게 처리해라.”

핏빛쥐들은 쇳조각들을 가죽 주머니에 싣고 움직였다. 그들의 목적은 크놀들의 식량 포대에 쇳조각을 섞는 것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적을 추적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드낙은 대장쥐와 함께 움직여 지하수의 근원점에서 수독을 풀었다. 무색에 지독한 물냄새가 나는 수독은 물과 가장 잘 어울렸다.

부루루룩!

가죽이 공기를 토해내며 흐르는 지하수에 풀어졌다. 큰 호수 같은 이 지하 호수의 양을 생각한다면 적은 것 같았지만 이곳에서 물을 뜨는 크놀들은 서서히 꾸준히 중독될 것이다.

‘오히려 희석되어서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것이 좋지.’

꾸준히 해야 할 일이었다. 중턱의 지하세력은 단단한 산, 그것도 던전에 숨어있을 트롤을 사냥하는데 큰 방해가 될 여지가 충분했다. 핏빛쥐들의 땅굴이 들키는 순간부터 끝인 것이다.

식량과 물을 오염시킴으로써 크놀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드낙은 3일 뒤부터 본격적으로 크놀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끄으으응! 흐으으으응!!!!”

크놀이 힘을 주며 배변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무엇도 없었다. 계속해서 배출의 욕구가 만들어지는 것은 대장을 자극하는 수독 때문이었다. 그 끝은 탈장이었다.

부루룹!

장기가 튀어나오자 크놀이 탈력감과 동시에 서늘한 오한에 몸을 떨었다.

“허으으.”

지독한 독이었다. 크놀은 다른 이의 도움을 빌어서 장을 밀어 넣었지만 흙이 묻은 채로 들어갔다. 세균 감염으로 죽을 것이 분명했다.

다른 곳에서는 버섯을 한입에 삼킨 크놀이 씹다가 고개를 크게 휘저으며 안에 것을 뱉어냈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헤엑!”

쇳조각에 피가 묻어서 나왔다. 버섯에 묻혀 있었지만 어두컴컴해서 제대로 못 본 것이다. 몇몇 크놀은 별로 씹지도 않고 삼켜서 위액과 함께 내출혈을 일으키며 천천히 죽어가기도 했다.

내상을 고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크놀들에게 죽음이 스멀스멀 기어올라갔을 때, 드낙 또한 크놀을 덮쳤다.

햐아아..

바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악령의 머리가 횃불을 집어삼켰다. 뜨문뜨문 있고, 굳이 지키지도 않는 크놀들의 횃불은 〈벤쉬 애로우〉에 무력하게 사그라들었다.

“뭐야? 횃불이 보이지 않는데?”

빛 한 점 없는 곳에서 드낙은 크놀들을 거침없이 사냥했다. 공격할 때 외에는 철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발소리는 그 어떤 크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푸욱!

심장을 뚫고 정교한 검술로 갈비뼈 틈새로 튀어나와 살가죽을 찢은 검날을 크놀이 손을 떨면서 만졌다. 소리를 지르기 전에 우악스러운 손길이 입을 틀어막았다.

뿌득!

목이 돌아가며 다른 크놀과 함께 걷던 놈이 무릎부터 힘을 잃고 천천히 쓰러졌다. 섬뜩한 소리는 뼈를 씹는 소리처럼 들려서 크놀들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

“적이다! 적!”

“이, 인간이다!”

크놀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도 드낙은 거침없었다. 그들은 한 번 덤벼보고 단번에 패배하자마자 도망쳤다. 하지만 통로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쿠구궁!

핏빛쥐들이 굴을 무너뜨린 것이다.

“아, 안 돼!”

크놀들이 절망했다. 어둠 속에서 동족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결코 격렬하지 않았다.

윽.

흡.

단말마도 되지 않는 조그마한 거칠고 짧은 숨소리뿐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피가 곳곳에서 튀었다. 몇 미터나 튀는 것이 피였기에 드낙과 멀리 있는 곳에서 크놀이 벽을 미친 듯이 손톱으로 긁으며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흐윽! 으흐으으!!!”

하지만 크놀들은 지하통로만 도주로가 아니었다.

버둥버둥!

벽 곳곳에 있는 구멍 속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것도 대비가 되어있었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사냥감을 잡는 것이 사냥꾼이었다.

“찍찍!”

“크아악! 아악! 키이에엑!”

그곳에서 쥐소리가 나며 검과 창날이 크놀의 얼굴을 거침없이 찔렀다.

펑!

작은 폭음과 함께 크놀의 척추가 드낙의 검에 박살이 났다. 100인의 기사를 베면서 세파리아스의 비전 운용법을 정확하게 카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망쳐야 해! 살려면 도망쳐야 한다고!”

단 한 마리의 크놀도 살아남지 못했다. 앞뒤로 두 마리의 핏빛쥐를 두고 나머지 핏빛쥐들은 서둘러 크놀들의 시체를 도축하여 운반했다.

‘깔끔하군. 트롤이 있는 던전으로 향하는 길목도 모두 무너뜨렸다. 크놀들은 고립이 되었어.’

순식간에 피만 남았다. 피를 모두 치우지는 않았다. 죽여야 할 크놀들이 아직도 많았다. 벌집처럼 잘 분산되어있는 크놀들은 하나로 규합하지 않고 있었다.

“위로 올라가야 해. 땅을 파고 있는 크놀들이 있는데.”

“나도 좀 끼워줘. 가만히 있으면 죽기밖에 더해? 누구도 도우러 오지 않는다고. 이미 그 넓은 입구도 무너져내렸어. 악마가 된 우부텐이 우리들의 피를 원하고 있어···”

숙덕거리기는 해도 구심점 하나 없었기 때문에 도망칠 궁리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핏빛쥐들의 공작에 의해서 굴을 파도 돌이 앞을 가로막고, 물이 튀어나오는 실패를 경험하다 드낙에게 죽임을 당했다.

“여기다! 이곳에 핏자국이 있다!”

때때로 지하통로에 헤드스 하이에나나 고블린 전사들이 오고 갔는데, 빠짐없이 드낙에게 죽임을 당했다. 물론 시체는 핏빛쥐들이 가져갔다. 그들 또한 쥐들의 식량으로 쓰이는 것이다.

크놀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무너지는 지하통로의 숫자도 많아졌다.

“키킥. 히히, 히히히! 어둠, 어둠의 그림자! 파도같이 거칠면서 보이지 않는 분이시여! 악마 우부텐이시여! 제가 당신의 종이 되고자 합니다!!!”

서걱!

끝내 마지막 남은 크놀도 목이 따였다.

이글이글.

제법 큰 규모의 대장간이 크놀들이 마지막으로 도망친 곳이었다. 그곳에서 드낙은 하나의 조각상을 볼 수 있었다. 철골로 되었으며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지만 크놀들이 공포 속에서 이곳에 숨어들어 만든 조각상이었다.

철골로 만들어졌으며 아래로 녹아 흐르며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었다. 그 때문에 디테일은 적었지만 오히려 볼 맛이 났다.

“어둠. 보이지 않는 위협.”

거친 파도와도 같은 장막을 재신 철상이었다. 드낙은 이것을 챙겨가고 싶었지만 크기도 사람 만했고, 무게도 대단해서 가져가지 못했다.

3천의 크놀 중에 독으로 탈장이 되어 세균 감염으로 죽은 크놀이 1200마리였고, 800명이 쇳조각과 굶어서 죽었다. 나머지 800마리는 드낙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드낙은 그 어떤 위협도 받지 못했다.

크놀들은 그저 〈사냥〉 당했을 뿐이었다. 그들을 도와주러 온 이들은 지하통로가 무너졌기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그들은 철저하게 고립된 채 죽어갔다. 트롤들이 무너진 지하통로를 이제야 파내고 있었는데 그 뒤로도 무너진 곳만 나타날 것이었다.

‘다음 목표는 〈외눈 다크 트롤〉.’

크놀을 사냥한 이유는 핏빛쥐들의 지하통로가 들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사라진 이상 최종 목표만이 남았다. 외눈 다크 트롤을 잡고 난 뒤에 다른 놈들을 토벌할 것이다.

‘촉박해.’

크놀들을 죽이며 단단한 산에 있는 던전에 대한 정보를 획득한 드낙이다. 이미 트롤의 숫자는 일백을 넘어섰다. 〈외눈 다크 트롤〉은 전과 다르게 확실하게 강한 개체를 생산하고 있었고, 그 끝에는 트롤만 출산하고 있었다.

이곳을 검은 꿈 양산 기지 혹은 업의 공장으로 만들려고 했던 드낙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트롤이 숨어들어간 던전은 이미 마경이나 다름없었다. 그곳에서 전면전을 하다간 평생 공략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역습을 당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놈은 이용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이 세상은 판타지였다. 드낙이 무슨 준비를 하건 그 이상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특히나 자신을 따라다니는 흉성(凶星)과 악마의 힘은 죽이 잘 맞았다.

재앙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흉성과 악마였다.

〈크놀의 대량학살〉로 드낙은 자신은 보지 못했지만 살성(殺星) 또한 흉성의 위에 자리를 잡았다.

흉성이 불운과 악재를 주면서 드낙에게 힘을 건네주는 것과는 다르게 살성은 오직 서로 죽이는 전쟁터에서나 드낙에게 힘을 주는 별이었다.

흉성은 나쁜 것을 주고, 그나마 조금 도움을 주는 악마 같은 놈이라면, 살성은 상황에 제약이 따르지만 확실하게 서포트를 넣어주는 좋은 별이었다. 그렇기에 흉성보다 더 많은 힘을 드낙에게 줄 수 있었다.

그것은 운이나 컨디션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정해주기도 했고, 초월의 힘이나 신체능력을 조금 더 상승시켜주기도 했다.

때때로 살성과 반대되는 별의 힘을 받은 존재와 붙는다면 드낙의 그릇을 붕괴시키더라도 별의 힘이 우악스럽게 드낙의 그릇을 흘러넘치게 하여 금을 낼 것이다.

우주에서 먼지와도 같은 인간이 별의 힘을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세상은 〈중립신(中立神) 엘 마르토 카사다민〉의 피와 살과 뼈 그리고 그의 찢긴 격이 만들어낸 곳이었기 때문이다.

별, 태양, 목성과도 같은 것들도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점성술이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검은 회의〉에서는 우직하게 〈외눈 다크 트롤〉을 토벌하라는 소리만 들려왔다. 세파리아스는 트롤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다며 트롤을 죽이는 상상을 하며 준비에 임하라고 짧게 말했다.

그의 조언이 간단한 이유는 드낙이 그만큼 무력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살성을 획득한 것과 별개로 크놀들을 죽여서 얻은 하얀물이 〈검은 여과기〉에서 나왔다.

“어떤 능력이길래 이렇게 오래 걸렸나.”

드낙이 그릇을 만졌다. 환상이 그를 덮쳤다.

그것은 〈크놀〉이라는 종족이 그간 쌓아온 것이었다.

광물을 찾고, 지열과 높낮이에 따른 온도차를 이용한 공기의 거친 흐름을 통해서 화력을 가지는 용광로.

탄소가 낮은 철을 아예 녹여서 순철로 만든 뒤에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균등한 탄소를 배분하는 제련술 등.

지하 종족이 자연스레 가지는 힘이었다.

〈크놀의 광물업(鑛物業)〉

산 그 어느 곳에서도 광맥이 어딨는지 알 수 있고.

무기와 방어구의 내구력이 어느 정도인지, 부위마다 취약점은 어디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뛰어난 장인으로서의 재능이 꽃피워진다.

‘내정 능력이네.’

드낙은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까지 이렇듯 내정에 치우친 능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은 꿈이 이제야 내주는 것은 지독하게 치밀했다.

‘내가 실패하기를 원했었군.’

검은 꿈의 주인은 드낙이 영주로서 살아가는 것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판이 커지고 드낙이 거기에 휩쓸리자 수많은 능력이 드낙에게 쥐어졌다. 몇몇은 죽인 것보다 더 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파리아스의 태도 변화도 의심스럽다.’

칠주를 내어준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아직도 드낙에게 앙금으로 남아있었고, 의심과 경계심을 주게 되었다.

‘이런 능력을 줄 수 있는데, 이제야 줬다.’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럼에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겁쟁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이었다.

‘오히려 요즘에는 영지에 대한 애정도 좀 사라졌다.’

자신의 분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짜 엘리트로 키워진 귀족들을 상대로 드낙은 형편없이 당하기만 당했다. 게제라스 같은 문인에게도 휘둘렸던 적이 있었다.

‘나는 오히려 방랑이 더 잘 어울려.’

업으로 지배를 당하는 핏빛쥐들이 더 편하기도 편했다. 하지만 이런 감상도 웃기는 소리였다. 갈팡질팡하는 드낙은 고개를 털었다.

‘실패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무슨.’

전생에서는 자기 집도 없었던 박호훈이었다. 그가 영지를 원하는 이유는 한(恨)이 맺혔기 때문이기도 했다.

드낙은 그렇기에 자신의 집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계속 덮쳐오는 힘든 일에 귀를 팔랑 팔랑거리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우뚝 서있는 이유였다.

〈대장쥐〉의 첩보는 성공적이었다. 드낙은 D-day를 잡았다.

========== 작품 후기 ==========

5869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 : 연참 안 한다는걸 믿었음? 글쟁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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