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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56화 (355/1,239)

0356 <-- 어둠 -->

〈우두머리 치기 전술〉은 곧바로 시행되었다. 핏빛쥐들은 뛰어난 지하 종족이었다. 그들은 두더지를 사육하고, 온갖 곤충을 사료화시키고 있었다.

“찍찍!”

핏빛쥐들은 순식간에 굴을 지나갔다. 이미 완성된 루트였다. 구불구불했는데, 광석과 돌을 마주하면 돌아서 가야 했기 때문이다. 단단한 것을 부수면 그 진동을 크놀들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크놀들 또한 지하 종족!’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움찔!

무기 하나 없이 네발과 배를 깔고 움직이는 핏빛쥐가 진동을 느끼자 멈추었다. 뒤에서 기민하게 똑같이 멈추었다. 빛 한 점 없었음에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긴 털을 통해서 공기의 떨림을 통해 앞에 쥐가 멈춘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번 전술에 투입된 핏빛쥐들은 10마리였다. 암살 부대로 조금 많은 숫자였다.

꿈실꿈실!

‘순찰은 언제나처럼 똑같군. 크놀들의 순찰병들은 생각보다 대우가 안 좋아. 건성건성이다.’

몸을 바짝 땅에서 비비는 선두 핏빛쥐는 당연히 대장쥐였다. 그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자였고, 많은 핏빛쥐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특히 대장쥐의 C자형으로 팽팽해지는 자세는 품위가 있었다.

다른 핏빛쥐들은 노획한 검이나 창을 옆구리에 묶어서 다니고 있었다. 물론 대장쥐의 무기 또한 짊어지고 있는 핏빛쥐도 있었다.

“후우우···”

드낙은 폐쇄적인 곳에서 마음을 다스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패닉에 빠질 수 있었다. 인간의 공포심은 언제 어디서나 폭발하기 좋았다. 하수구에 빠지면 답답함과 공포감을 못 이겨서 쇼크사하는 이들이 많았다.

‘느긋하게.’

드낙은 때때로 눈을 감고 가만히 있기도 했다. 답답함을 풀어내기 위해서였다.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핏빛쥐들이 만들어놓은 곳을 지나갔다. 굴은 그래도 드낙을 배려해서 큼지막했다. 하지만 드낙에게는 그것도 비좁았다.

‘그냥 말할까? 아니야.’

더 크게 해달라고는 말하지 못했는데, 핏빛쥐들을 지배하고 있다고는 해도 그 지배자인 드낙은 그것을 잘 몰랐기에 핏빛쥐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핏빛쥐들의 광신도적인 면모 때문이었다.

굴에서의 간파능력은 크놀보다 핏빛쥐들이 한수 위였다.

키가 작았고, 팔다리가 짧아서 몸의 한면으로 완벽하게 땅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크놀이 가만히 몸을 땅에 대고 있어야 움직이는 핏빛쥐와 비슷했다.

간파능력의 차이는 단연코 정보에서의 우월함으로 이어졌다.

슥슥!

‘어디 보자.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손으로 살살 살 비비며 대장쥐가 크놀이 뚫어놓은 땅굴에 작은 구멍을 놓았다. 대장쥐의 모습은 땅에 푹 박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드낙의 체중을 위해서 땅굴과 땅굴의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놈의 겨울! 고블린들이 매일 잠만 처자더라. 놈들도 버섯을 캘 수 있잖아? 벌레 관리도 안 하고. 우리들의 식량만 축내고. 짜증 난다.”

크놀 너덧 마리가 모여서 시시덕거렸다. 어둠 속에서 그들은 잘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곽과 목소리만으로도 누가 누군지 잘 알았다. 통로마다 드문드문 횃불이 있었기 때문에 작은 빛으로도 사물의 특징을 볼 수 있었다.

까득! 까드득!

그들은 또한 과자처럼 뼈를 씹는 걸 즐겨 했다. 소리가 잘 나는 것은 굉장히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 물물교환에 불과한 것이지만 엄연히 크놀들도 사유재산이 존재했다.

물론 그걸 지켜줄 법이 없기에 힘센 놈이 많은 걸 가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우부텐 님이 그것을 허락해줄 리가 없잖아? 고블린 놈들을 믿지 못하니까!”

바닥에 털가죽을 하나 더 깔고, 겹쳐서 등에 놓은 크놀이 화를 냈다.

“우리만 죽어나가네. 난 어제 하루 종일 지렁이들에게 마른 똥을 퍼줬다고. 코에서 아직도 똥내가 나.”

“그래도 똥 운반하면 먹을 건 많이 먹을 수 있잖아.”

그 말에 크놀 순찰자가 수긍했다. 식량을 생산하는 일이 주류인 크놀들은 노동자가 더 좋은 대우를 받았다.

“그건 그렇지. 사슴 고기에 물을 바르고 구워 먹었는데, 흐릅!”

절로 군침이 돋는 것처럼 크놀이 침을 크게 꿀떡 삼켰다.

“젠장. 나도 고기 먹고 싶다. 힘든 일을 하려는 크놀들이 너무 많아. 난 우부텐 님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니까? 순찰은 뭐 풀떼기만 먹고살아야 해?”

“쉬잇! 목소리 낮춰!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겁먹은 소리에도 크놀 순찰자는 그 반응에 더욱 센 척을 했다.

“어차피 그분은 방에 처박혀 계신데 뭐가 걱정이야?”

“고블린 놈들. 기고만장해있는 것도 조만간이야.”

슥슥!

대장쥐는 다시 흙으로 덮었다. 들을 것은 충분히 들었기 때문이다. 꼬리를 흔들며 엉덩이를 꿈실거리자 뒤에있던 쥐가 직각으로 처박혀있는 대장쥐를 당겼다. 펑퍼짐한 엉덩이는 찰떡처럼 쥐어졌다.

“정보는 얻으셨습니까?”

“조용히 해라.”

대장쥐의 말에 뒤에 있던 핏빛쥐가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지금 이곳에는 드낙도 있었다. 작전 중에 잡담이라니!

‘뜨낙! 죄송합니다!’

그는 드낙이 자신의 말을 못 듣기를 기도했다.

대장쥐는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서 미리 만들어놓은 제법 큰 은신처에 들어섰다. 핏빛쥐들은 나오자마자 아랫배의 털을 털었다. 서로 엉덩이를 팡팡 치면서 우정을 확인하기도 했다.

“휴우!”

드낙 또한 빠져나와서 흙을 대충 털었다. 다른 핏빛쥐들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드낙이 거부했다.

“괜찮아. 마음만으로도 고맙다. 후우! 여긴 제법 넓네.”

“여기서 조금 쉬고 30분만 가면 바로 크놀의 우두머리를 따버릴 수 있습니다. 놈은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 놈이라 횃불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드낙은 물을 조금만 마시고, 마른 음식을 섭취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놈을 향해 움직였다. 미리 땅을 파 놓았기에 순식간이었다.

〈중앙턱〉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언덕 지하 땅굴이었다. 그 정상에는 크놀들의 우두머리가 있는 방이었다. 하루에 세 번 이곳으로 크놀들은 힘들게 음식이 든 수레를 끌고 와서 우두머리에게 줬다.

그 방의 오른쪽 벽을 허물고, 드낙이 선두로 방에 들어섰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뿐이었다.

“킁킁! 인간, 강렬한 강철의 냄새. 그리고 쥐새끼들!”

〈칠흑의 우부텐〉은 단번에 침입을 포착했다. 횃불 하나 없는 이곳에서 핏빛쥐들은 당황하며 뒤로 빠졌다.

“아무것도 안 보여!”

“목소리는 저쪽이다!”

핏빛쥐들의 크놀 어(語)에 우부텐이 킬킬거렸다.

“날 암살하려고 왔지만 어림도 없다!”

목각인형처럼 우뚝 서있으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드는 체격이 가장 큰 드낙을 향해서 우부텐이 단숨이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두툼하기 짝이 없는 강철로 된 도끼가 드낙의 머리를 노렸다.

한 방에 끝낸다는 심보였지만 놈은 어둠을 너무 자신만의 것으로 생각했다.

카가가각!

팔뚝이 도끼의 휘둘러지는 방향으로 똑같이 움직이며 가해지는 힘을 줄여나갔고, 우부텐은 어깨에 구멍이 하나 뚫렸다.

“크윽!”

훌쩍 뒤로 빠진 놈을 보며 드낙이 고함을 내질렀다.

“도노!”

“컹!”

도노가 곳곳에 주술 불꽃을 토해냈다. 장작이 없음에도 타오르며 흙을 태웠다. 양분이 많은 흙이라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핏빛쥐들은 부싯돌을 부딪쳐서 횃불을 들어 올렸다.

어깨에서 피가 심장의 펌프질과 함께 울걱 울걱 쏟아져 나오는 〈칠흑의 우부텐〉이 눈을 찌푸렸다. 오랜만에 보는 빛이었다.

넓은 방이었기에 드낙은 거침없이 〈얼음 독수리〉를 사용하며 내달렸다.

쾅!

얼음 독수리를 기민하게 피하는 우부텐은 곰처럼 거대하고 비대한 몸에 맞지 않은 날렵함을 보여주었지만 균형이 어긋난 것은 분명했다.

캉!

검과 도끼가 부딪쳤다. 드낙은 오른쪽에 난 어깨의 부상에 피를 토해내기 위해서 오른쪽으로 돌며 놈이 오른쪽의 몸에 힘을 계속 주는 것을 강요했다.

“이노오오옴!”

팔에 피가 오지 않아 손끝이 저리기 시작하자 단번에 우부텐이 승부수를 띄웠다. 그걸 모를 드낙이 아니었다.

〈스트룸 라우치(Sturm rausch, 폭풍 돌진)〉

탓!

경쾌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드낙이 좌로 움직였다. 오른쪽으로만 움직이다가 단 한 번, 그것도 상체를 숙여서 가는 방향에 체중까지 실은 드낙의 움직임은 우부텐이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방위를 통한 완급조절.

발자국이 크게 패이며 드낙의 폭풍과도 같은 돌진에 우부텐의 목이 그대로 베였다. 깔끔한 한수였다.

푸솨아아악!

“극, 거걱. 궥!”

뭐라고 말하는 놈은 꿀떡 꿀떡 피를 삼키다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작업을 시작해!”

“뜨낙!”

핏빛쥐들은 순식간에 우부텐을 토막 냈다. 척추를 부러뜨려 상체와 하체를 나누고, 관절을 끊어내어 사지를 2등분 했다.

우부텐의 시체를 들고 핏빛쥐들이 굴로 사라졌고, 피 또한 숨겼다. 주술불꽃도 사그라들었고, 횃불 하나 없는 곳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드낙은 진흙을 일시적으로 갑옷에 바르며 때를 기다렸다.

잠시 뒤, 문을 열며 지친 크놀들이 들어왔다. 음식 냄새가 물씬 풍겼다. 수레를 끌기 위해서 횃불을 든 크놀이 밖에서 문을 닫았다.

퍼석!

박 터지는 소리가 나며 크놀들이 섬뜩함을 느꼈다. 핏물이 쏟아져내리고, 뇌수가 바닥에 떨어졌다. 지친 크놀들의 인지능력은 그 속에서도 한 타이밍 늦었고, 그 사이에 드낙은 순식간에 대부분의 크놀들의 머리를 터트릴 수 있었다.

하나하나 모두 〈엘라스티쉬 제스트렁(Elastisch Zerstorung, 탄력적인 파괴)〉를 통해서 검상으로 보이지 않게 해야 했기에 〈킬 더 배틀〉 속에서도 드낙은 이를 악 물었다.

“사, 살려줘!”

쾅쾅!

문을 두드린 크놀 또한 머리가 깔끔하게 박살이 났다.

······끼익.

잠시 뒤에 호기심에 문을 연 크놀의 눈에 어둠 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와서 이마를 꿰뚫었다. 우악스러운 손이 목을 움켜잡고 방으로 끌어당겼다.

퍽!

크놀의 머리가 박처럼 터졌다.

스윽! 스윽!

드낙은 살해 장소를 꾸몄다. 가장 먼저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지 않았다. 대충 흐리게 만들고, 대신에 다른 놈의 발자국으로 만들었다. 지우는 것보다 이것이 더 속이기에 좋았다.

지우면 지우는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덧씌우는 것〉이 최고였다.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는 것이 되는 셈이다.

‘밖에서 흔드는 것은 힘들어졌다.’

크놀들의 거대한 지하세력 때문에 잉여 식량이 충분히 돌기 때문이었다. 개미굴과는 다르게 벌집처럼 만들어지는 육각형의 형태를 크게 지닌 크놀들이었다. 그들의 세력은 단단한 산 중턱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었다.

‘안에서 내분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두머리의 배신으로는 약하다. 진실성도 적었다. 발바룽은 〈악마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자고 했다. 드낙은 그 방법에 쌍수를 들며 〈기어오르는 발바룽〉을 칭송했다.

‘똑똑한 놈은 진짜 무섭다.’

드낙이 간략화가 이루어진 〈밴쉬 에로우(Banshee Arrow, 악령 화살)〉를 발현시켰다. 마력이 빠르게 소모되면서 검은 불꽃이 일어나며 악령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드낙은 거기서 끝을 내지 않고, 더욱 마력을 투입했다.

화르르르!!!

악령의 얼굴은 투입되는 마력에 비해서 비효율적으로 느리게 커져갔다. 동시에 검은 불꽃도 계속 타올랐다. 그 불씨는 바닥으로 떨어져내렸고, 이내 유황 가루가 되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이곳에서의 냄새는 오래 남고, 더 짙다.

‘충분하겠지.’

드낙이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뒤에 옆에 뚫린 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메꾸어졌다.

드낙과 핏빛쥐가 빠르게 후퇴하고 다음 날에 아침을 우부텐에게 주러 온 크놀들은 펄쩍 뛰었다.

“이게 대체!”

많은 크놀들이 웅성거리며 몰려왔고,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칠흑의 우부텐〉이 악마에게 삼켜져 동족을 죽이기 시작했다는 흉악한 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545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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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아크의 침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연참 시스템을 정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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