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0 <-- 마신장(魔神將) -->
“키이! 키아아아아아!!!!”
퍽! 퍽! 퍽!
아기를 끌어안은 채 앞으로 고꾸라진 채 태아처럼 웅크린 여인이 팔이 꺾이고, 등이 굽은 〈마수 약탈자〉에게 공격당했다. 죽어서도 몸이 난도질당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그 피를 받은 아기는 따뜻함에 오히려 조용해졌다.
마수 약탈자는 숲을 거침없이 뛰어다녔다.
〈마신장(魔神將) 오우거(Ogre) 발라쿠(ballakeu)〉의 서부 침공은 서남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것은 드워프 때문이기도 했는데, 발라쿠가 세력을 지키고 유지하며 늘리기 위해서는 서쪽에서도 오지에 숨어들어가야 했다.
그러므로 남쪽으로 크게 치우쳐진 곳에 던전을 세웠고 그 여파는 공격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초록색의 이끼를 뒤덮은 검은색의 핏줄 같은 것이 숲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아하하암.”
마수 〈쇠사슬 괴인〉이 쇠사슬을 치렁치렁 움직이면서 느긋하게 걸었다. 주변에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다. 쇠사슬 괴인은 다른 마수보다 뛰어난 존재였다.
작은 숨소리마저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윽.
죽은 시체를 뒤집자 미지근한 피가 바람에 노출되며 빠르게 식으며 아기가 울음을 크게 터트렸다.
피가 튀었다.
전쟁에 정을 바라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이들 100마리의 마수 무리는 곧 숲에 위치한 마을을 찾아냈다. 방어를 단단히 준비했는지, 장애물이 많았고, 쇠사슬 괴인을 겨냥한 듯 그의 키만 한 목책이 세워져 있었다.
콰직!
쇠사슬 괴인의 쇠사슬이 거침없이 장애물을 파괴했고, 마수 약탈자들은 순식간에 목책을 올라갔다. 내부로 들어간 그들은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피잉!
화르르!
바닥부터 집 지붕과 벽마다 발라진 인분(人糞)과 온갖 초식동물의 마른 변에 불화살이 꽂히며 거센 불을 토해냈다.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들려왔다.
창에 민병대를 뜻하는 붉은색 천을 그저 두른 채 흉갑을 입은 자유기사가 고함을 질렀다. 민병대를 자주 이끌어본 그는 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민병대의 병력 소모는 인간의 정신력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들에게 〈죽어도 막아야 할 불꽃〉을 주는 것이 중요함을 잘 알았다.
“〈구들렌 지방〉을 위하여! 구들렌인들아! 우리들의 땅을 지키자!”
“더러운 마수를 불태우자!!!”
농기구 같은 조잡한 것을 대신해서 단단한 나무를 골라서 만든 긴 장대에 횃불을 든 사람들이 수백이 넘었다. 이 근처에 있는 모든 마을 사람들을 규합시킨 것이 〈자유기사 벤 맥시멈〉이었다.
모닥불을 서둘러 지피는 소년병들이 장작을 배달하면 사람들이 왼손으로 막힘없이 목책을 불태우고, 사냥꾼들은 귀중한 동물 기름을 묻힌 불화살을 내부로 쏘았다.
오늘을 위해서 바짝 준비한 전략이었다.
“크아아아아악!!!!”
목책 위로 껑충 뛰어오른 마수 약탈자가 불길에 휩싸인 채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시야가 불길에 차단되어서 떨어졌음에도 목책이 있는 곳으로 돌진해서 부딪쳐 뒤로 넘어졌다.
화공은 대성공이었다. 특히나 장작을 많이 준비해서 투척도 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가 없었으며 날짐승을 활로 잡는 사냥꾼들이 많은 것이 이곳이었다.
“쿠워어어어어!!!!!”
인간의 성량을 뛰어넘은 괴성이 들려오며 마을의 입구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장애물을 사정없이 밀어버리며 불에 타고 있는 쇠사슬 괴인이 양손에 쇠사슬을 단단히 쥔 채 튀어나왔다.
벤 맥시멈이 순식간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한 손 해머를 쥐고 있고, 방패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정면으로 그가 뛰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그에게 더욱 큰 활력을 내어주었다.
“이야아아아아!!!!!”
단신(短身)의 벤 맥시멈의 키는 165cm의 작은 키였다. 그에 반해 쇠사슬 괴인의 키는 190cm가 넘었고 200cm는 되지 못했다. 옆으로 떡 벌어진 괴인과는 다르게 벤 맥시멈은 어깨도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훙훙훙!
왼손으로 슬링을 핑글핑글 돌리며 벤 맥시멈이 그대로 15m의 거리에서 돌을 투척했다. 쇠사슬이 정확하게 돌을 맞추었다. 이미 이때부터 그의 비전은 시작되고 있었다.
〈곰 사냥(Baren Jagd)〉
오른손으로 정확하게 돌을 부수는 것은 쇠사슬 괴인의 무시무시한 쇠사슬 능력을 돌에 쓰이게 했다. 동시에 왼손 주먹이 자연스럽게 벤을 노렸다.
순식간에 벤이 그 주먹과 같은 곳으로 몸을 기울며 뛰어들 듯이 쓰러졌다. 앞으로 하는 슬라이딩과도 같아 보였고, 그러면서 단숨에 한 손 해머가 오른쪽 무릎을 박살 냈다.
뻑!
옆으로 데굴 구른 벤은 시야가 엉망진창임에도 슬링 도구를 연습한 것처럼 앞으로 던졌다. 쇠사슬과 부딪쳤고, 아슬하게 어깨를 스치고 쇠사슬이 지나갔다.
그그극!
흉갑과 쇠사슬이 부딪치면서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쇠사슬 괴인의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힘차게 일어서며 등 뒤로 향하며 혁대에 있는 송곳과도 같은 단검을 꺼내들었다.
스틸레토(Stiletto)는 송곳 단검으로 보일 정도로 박기에 좋은 단검이었다.
푸욱!
정확하게 척추를 찔렀지만 뼈에 닿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으극!”
벤이 다시 쇠사슬 괴인의 무릎을 등으로 타며 뱅글 돌았다. 쇠사슬이 투구를 긁고 지나가며 투구를 벗겼다. 갈색의 머리카락에 젖살이 빠지지 않은 소년 기사의 얼굴이 드러났다.
‘끝이다!’
퍽!
재차 뒤를 잡은 벤 맥시멈의 망치가 박혀있는 스틸레토를 후려치며 척추가 끊어지며 그대로 쇠사슬 괴인이 앞으로 퍽하고 쓰러졌다. 기다리던 나무꾼 두 명이 달려와서 허둥지둥 목을 퍽퍽 치며 도끼질했다.
싸움이 끝이 났다. 마수 약탈자는 불에 타면서 시야가 망가져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가장 위험하며 평범한 인간 따위 맨손으로도 백 명을 피떡으로 만드는 쇠사슬 괴인 또한 조그마한 소년 자유기사에게 토벌당했다.
“와아아아!!!”
불이 옮겨붙어 죽은 사람 여섯 명을 제외하고 죽은 자는 없었다. 화공에 대한 훈련도가 낮았기 때문에 어처구니 없이 사고사로 죽은 이들이 많았다.
〈벤 맥시멈〉은 서둘러 투구를 썼다. 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이미 그가 어린 것을 아는 것이 민병대에 소속된 구들렌 인들이었다. 그들은 그럼에도 그를 믿었다. 군략적으로 접근하는 싸움을 좋아하는 벤의 전투 사상은 시민들의 믿음을 얻어낸 것이다.
이렇듯 곳곳에서 일어나는 민병대의 활약은 자연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서부, 〈구들렌 지방〉에 살아가는 구들렌 인들의 마음을 고취시켰다.
마수들의 거침없는 침공은 자연스럽게 오우거가 진격하고 있는 방향만 창처럼 날카롭게 솟아진 것처럼 변했다.
몇몇 곳에 있는 〈약초꾼〉들의 마을은 일찌감치 〈키메라 보급로〉를 확인하고 그 효용성을 간파해내어 보급 게릴라로 싸움의 방향을 돌린 곳도 있었다.
인간들은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라면 다른 종족인 젖소의 젖까지 탐하는 것이 인류였다.
그런 활약 때문에 오히려 〈우뚝 솟은 첨탑성〉은 내부 분열에 빠져 있었다.
“저항해야 합니다!”
〈내성 수비대장 봉골레 판〉은 적극적으로 항전을 요구했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곳곳에서 인간들이 저항의 붉은 깃발을 펄럭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버텨야지만 그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제국의 제도를 받아들여서 지정된 〈성주 벨렌 하이타워〉는 항전에 부정적이었다.
“이곳은 평야인데 어떻게 마수들을 막을 수 있겠나?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오우거에게 함락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무너진 산〉보다 큰 오우거가 침공한 적이 있었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수들의 겨울 침공에 저희들이 빨리 물러날수록 황폐화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인간의 세력권 자체가 100년 전처럼 줄어들 것이었다. 그렇다면 인간들의 패배였다. 하지만 그런 거시적 시점은 성주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내정관〉으로서의 판단은 현재의 자원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싸움을 피하면 패배하지 않는 것이므로 이기는 것이기도 했다.
둘 모두 그럴듯한 의견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지나 피난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지키면 3천 명에서 5천 명이 살 수 있습니다.”
“으음···”
그러나 피난민에 대한 소리를 하자 성주도 신음하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봉골레 판의 말처럼 하루에 아무리 못해도 3천 명의 피난민들이 이 성을 지나갔다.
평야였기 때문에 식량도 대단히 많이 축적되어있었다. 상인들에게 판매하던 것도 되려 다시 빼앗아서 군량으로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피난하는 이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출신성분을 적고 식량을 빌려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버티면 버틸수록 사실 인간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사람들을 모을 봉화를 피워올리고, 〈모집의 종소리〉를 하루 종일 울리게 해주십시오.”
내성 수비대장의 말에 성주가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곳에서 버틴다면 7일은 버텨야만 하오. 그럴 자신이 있소? 산만한 오우거를 막을 수 있느냐 말이오. 마법사도 이미 대피한 마당에···”
“첨탑의 마법이 있지 않습니까. 상쇄만을 노린다면 능히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오우거라고 해도 홀로 성을 붕괴시키는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말은 곧 죽음으로 시간을 벌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성주가 썩 좋지 않은 표정을 짓자 봉골레 판 경이 말하였다.
“식량을 일주일치만 남겨두고 보급을 후방에 두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오우거와 마수들에게 주기에는 많은 양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며 마치 자신이 명예를 가지겠다는 듯이 굴었다.
“무인이 전쟁의 앞에 서는 것이 당연한 일인 만큼 성주님께서는 후방을 맡아주십시오.”
“좋소.”
단번에 성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몰락한 남부 귀족 〈판 가문〉의 가주인 봉골레는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시민을 위해서 죽는 귀족은 이제 이 세상에 없었다. 이미 그조차도 귀족이 아니었다. 준귀족이라는 새로운 작위에 걸려있는 이도 저도 아닌 사회의 회색분자였다.
성주가 서둘러 성을 나서며 식량과 온갖 가치 있는 자원을 빼돌렸다. 그중에는 병사들이 쓸 마법 아이템도 수천에 달했다. 하지만 그것을 막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연병장에서 봉골레 판이 전신갑주를 입은 채 사열한 병사들에게 일장 연설을 했다.
“하루에 수천 명이 이 성을 지나간다! 우리가 이곳을 지키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음으로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 오직 인간을 위해서다!”
“성벽도 없이 마수와 싸우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 비하면 천국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인류를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
“구들렌 인을 위하여!”
“구들렌 인을 위하여!”
“죽음으로 우리의 명예를 모든 남부인에게 보여주자!!!!”
“와아아아아아!!!!!”
북부의 메디오 인들이 자신들을 붉은 요새의 후예라고 여긴다면 서부의 구들렌 인들은 던전에서 뛰쳐나와 침공을 하는 마수들의 사냥꾼이었다.
쿵! 쿵! 쿵!
북소리처럼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평야에 들어섰다. 산이나 다름없는 거대한 몸체가 햇빛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 뒤로 길쭉한 그림자가 생겼다. 초록색의 피부는 오우거가 본래 자연계의 몬스터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피처럼 붉은 머리카락에 허리까지 쭈욱 내려와있었다. 〈마신(魔神) 성현(Sung Hyun)〉의 장군말의 증표이기도 했다.
파직! 파지직!
평야 곳곳에 배치된 작물을 위해 만들어진 철로 된 마법 말뚝이 오우거가 지나갈 때마다 알아서 스파크를 터트리며 힘을 잃었다. 오우거의 뒤로 땅이 검은색의 핏줄로 뒤덮여가고 있었다.
그것을 밟으며 수만에 달하는 마수들이 오우거의 뒤를 따랐다.
“그, 하! 하! 하!”
천지가 울리며 메아리가 치듯이 웃음소리가 울렸다. 소리는 금방 사라졌지만, 정신파처럼 인간들의 뇌를 흔들었다.
“허억.”
그 광천(狂天)의 흉악한 기세에 심약한 자들은 성벽에서 숨을 터억 내뱉으며 속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몇몇 이들은 토악질을 했다.“
“자리를 지켜라! 자리를 지킬지어다! 가족을 위해서! 이 땅을 위해서! 똑바로 마주해라! 우리들이 극복할 공포를!”
검면으로 패닉에 빠진 병사들의 어깨를 치며 봉골레가 지나갔다. 나이가 50대에 이른 그의 중후한 목소리에 병사들이 침을 꼴깍 삼키며 냉수를 찾을 정신을 가졌다.
발라쿠는 그대로 평야를 천천히 가로질러갔다. 하지만 서로 간의 거리는 대단히 멀었다. 못해도 2일은 걸려야 할 것이다.
그 사이에 봉골레는 병사들을 오우거를 계속 보게 만들어서 익숙해지도록 노력했다. 또한 평야 곳곳에서 말이나 농업용 소를 타며 성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끝을 모르고 몰려들어왔다.
모두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강력한 악(惡)만큼 인간을 규합시키는 것이 없었다. 오우거는 명확한 적이었다.
========== 작품 후기 ==========
6015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오늘은 안경 맞추러 가야해서 2연참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