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48화 (347/1,239)

0348 <-- 기사왕 -->

“한 합에!”

〈3왕자 길게이 플래티넘〉이 경악했다.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마법 관측기를 통해서 그 과정을 정확하게 봤기 때문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창을 들고 있는데 어떻게 검격이 닿은 건가?”

무를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묻기까지 했다.

“창을 올려치고 단번에 한 걸음을 뻗어나갔습니다. 바닥이 깊게 패일 정도의 힘이었으니, 창과 검의 간합이 무의미해졌습니다. 벼락과도 같은 비전입니다.”

“검을 하단에 두었을 때부터 무기를 칠 것을 염두에 둬야 했는데···"

“젊은 기사 아닙니까. 더군다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창이 올려쳐졌습니다. 저 체급으로는 불가능한 힘입니다.”

“강화 마법을 지금 썼을 수도 있습니다.”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물론 입을 다물고 듣기만 하는 귀족도 있었다. 〈백금 왕가〉에게 토지를 빼앗기고 무가(武家)는 자연스럽게 내리막길을 걸어갔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기사단에 소속되어 귀족의 성격이 사라진 기사가 되었다.

“어서 다음 기사를 보내라. 조금이라도 맞수를 할 수 있는 놈으로!”

“예!”

〈황실 기사단장〉 〈불릿 발레아르〉가 냉큼 대답했다.

후우웅!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불어오는 북부의 초겨울 바람을 느끼며 투구를 벗고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뜨려져 깃발처럼 펄럭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겨울바람이다.’

감상에 젖은 세파리아스는 또 하나의 기사가 말을 타고 오자 투구를 썼다. 말은 건방지다. 라고 말하는 그였지만 어린아이라도 검을 잡고 자신을 대적한다면 무인으로 대하는 그였다.

무정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러는 것이 죽어가는 이들의 마지막에 건네주는 무용담으로 생각했다. 저승에서도 큰 소리를 떵떵 칠 수 있을 거라 믿는 것이 세파리아스였다.

천지를 격동하는 대영웅에게 식칼 하나를 들고 선 소년이 문뜩 생각났다.

‘놈과 같은 놈을 만나면 이젠 죽이지 않고 키우고 싶다.’

드낙을 가르치며 세파리아스는 가르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제자를 기르는 것은 제법 재미난 것이었다. 미운 정도 정인 법이었다.

“다음은 나다!”

자신의 이름과 가문명을 말하며 호쾌하게 다가와 말에서 내린 왕국 기사의 체급은 상당했다. 드낙의 육신보다 머리 하나는 컸다. 떡 벌어진 어깨를 보니 선천적으로 장사인 집안인 듯했다.

‘이놈도 들어본 적 없는 성을 가지고 있군.’

두 번째로 나온 기사는 할버드를 쓰고 있었다. 길이는 가볍게 250cm를 넘어갔고, 280cm는 되지 못했다. 붕붕 휘두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1척(尺)의 오차만 남기는 것만으로도 세파리아스의 연륜이 느껴졌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중병기 특히 폴암류는 백병전의 왕이나 다름없었다.

“웅오오오오오오!!!!”

황소처럼 일직선으로 달려온 왕국 기사가 흉악하게 할버드를 내려쳤다. 세파리아스는 그것을 한 치 움직이며 피하며 순식간에 검을 도끼날의 안쪽에 내려쳤다.

쿵!

할버드의 도끼날이 그대로 땅에 박혔다. 하지만 돌진하는 왕국 기사가 남아있었다. 단숨에 세파리아스와 어깨로 격돌했다.

쾅!

‘방어 마법? 제법인데. 성능이 좋다.’

서로 몸을 부딪쳤지만 피해는 세파리아스만 입은 격이 되었다.

새하얀 막이 왕국 기사를 보호한 것이다. 흉악하게 왼손이 세파리아스에게 휘둘러졌지만 팔뚝을 치는 것으로 팔의 궤적을 변경시킨 세파리아스는 왼발로 오른쪽에 있는 할버드를 발로 걷어찼다.

우우웅!

할버드가 크게 울리며 왕국 기사의 손아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버티네.’

오른발로 아예 밟아서 손잡이를 내려버리자 맨손이 된 왕국 기사가 달려들었다. 강력한 방어 마법을 패시브로 달고 있는 놈이었다.

‘고위 기사에 대항하기 위해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전신갑주군.’

두다다다당!

“끄아악!”

끔찍한 타격음이 방어막을 두드렸다. 중구난방의 난타였지만 왕국 기사는 그대로 귀에서 피를 쏟아내며 고꾸라졌다. 귀 내부가 찢어지며 균형을 바로잡을 수 없었다.

벌떡 일어서려는 왕국 기사가 옆으로 그대로 기울면서 술 취한 것처럼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우우우우!!!”

병사들이 야유했다. 하지만 그 야유도 그는 들을 수 없었다.

퍼걱!

“끄으으!”

흙이 크게 패이며 손목이 날아갔다. 투명한 막이 유리창처럼 깨어졌다. 드낙의 초월적인 육체는 전신을 보호하는 비효율적인 방어 마법으로 봉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응그아아아악!”

기사가 다시 한 번 고함을 지르며 힘을 짜냈다. 팔에서 나오는 피가 사방에 뿌려졌다. 몸으로 달리며 세파리아스를 덮쳤다. 세파리아스를 체급으로 누르기 위함이었다.

스윽.

왼발을 뒤로 빼며 버티는 힘을 강하게 하고, 오른발을 굽혀서 키를 낮추었다. 잡아먹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굽혀진 왕국 기사와 힘을 겨루는 것과 동시에 충격이 그의 배를 두드렸다.

쿵! 꽈자장!

“궥!”

흉악한 타격음이 들리며 마법 방어막이 그대로 부서졌다. 기사의 상체가 그대로 굽혀졌다. 입에서 위액이 침과 함께 한 모금 튀어나왔다. 체급으로 짓누르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쓰러진 놈을 일으켜 세운 세파리아스가 몸을 뒤로 빼며 정확하게 검을 중단세로 놓고 단숨에 창처럼 쏘아냈다.

쨍!

가장 두꺼운 몸 중앙의 방어 마법이 깨어지고.

콰득!

갑주가 깊게 함몰되며 심장을 보호하는 갈비뼈를 크게 짓눌러서 내상을 입혔다.

“끄르릅···”

피가 주르륵 입에서 흘러나온 거한이 뒷걸음질 치더니 그대로 한 쪽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쿨럭! 쿨럭!”

피를 토했다. 세파리아스가 입을 열었다.

“잘 했다. 몸에 맞는 싸움법을 가졌군.”

“흐흐! 싸움조차··· 되지 못했다.”

그것을 끝으로 목이 그대로 달아났다. 한 합도 못 겨룬 놈과는 전혀 다른 대우였다. 무엇보다 호쾌하게 달려드는 것이 세파리아스의 취향이기도 했다.

와아아아아!!

병사들이 고함을 크게 내질렀다. 성벽에 고정시킨 깃발을 집어 들어서 위아래로 슥슥 움직이며 흥을 내기도 했다. 이미 잔치였다.

세 번째 상대는 날렵한 체형의 왕국 기사였다. 드물게 숏소드와 버클러를 쓰고 있었는데, 제국제 마법검을 사용하는지 햇빛에 빛나는 검신이 붉었다.

‘숏소드의 부족한 힘을 마법으로 대체했군. 버클러로 상대가 큰 힘을 낼 수 없게 만들고.’

그것만으로도 세파리아스는 평가를 끝냈다.

숏소드는 기민하다. 버클러 또한 상대가 크게 휘두르지 못하게 견제하는 맛이 있는 좋은 방패였다.

“나는···”

“이기고 나서 네 이름을 논해라. 앞으로 90명이나 더 남았으니까.”

“실로 오만하오.”

“오만? 가지지 못한 자들의 질투겠지.”

세 번째 왕국 기사가 곧바로 근접했다. 중거리 전보다는 근접만이 그가 살 길이었다. 동시에 투구 속에서 달싹거리는 입은 전신갑주의 마법을 발현시켰다.

부글부글!

땅이 끓어오르며 진흙이 되었다. 물렁거렸지만 늪처럼 되지는 않았다. 진창과 늪의 사이의 질감이었다. 일대가 그렇게 변했다. 하지만 왕국 기사는 그곳에서도 귀신같이 움직였다.

화르르!

숏소드에서 화염이 거세게 앞으로 쏟아져 나오며 왕국 기사의 몸을 가렸다. 투구를 통해서 화염을 꿰뚫어보고 있을 것 같았다.

세파리아스는 오른발을 굴러 깊이 넣어버리고는 왼발을 움직여 몸의 측면만 보여주며 롱소드를 상단으로 놓았다.

“후우···흡!”

간합에 들어오자마자 롱소드를 휘둘렀다. 날렵한 왕국 기사답게 그 스피드로도 단숨에 뒤로 빠지며 회피했다.

‘지금! 근접한다!’

롱소드를 회피하자마자 뛰어들었다. 하지만 허공을 가르는 롱소드가 크게 휘며 용수철처럼 재차 휘둘러졌다.

‘손목에 무리가 엄청날 텐데!’

뭐라도 내려쳐야 회수하기 좋았다. 헛스윙을 하고 저렇게 하는 세파리아스의 모습에 왕국 기사가 경악하며 버클러를 옆으로 무기처럼 휘두르며 롱소드와 부딪쳤다.

볼록렌즈처럼 앞으로 볼록하고, 동글동글한 버클러를 롱소드가 긁으면서 지나갔다. 근접에 성공한 왕국 기사가 불타는 숏소드를 휘두르며 그의 머리 위로 수많은 불주먹이 나타났다.

‘시야를 교란시키고···’

뻑!

세파리아스의 왼발 돌려차기가 아무런 준비 행동 없이 허벅지를 후려쳤다. 오른발을 단단히 땅에 박았기 때문에 숏소드의 공격을 롱소드로 단단히 봉쇄하면서도 발차기가 가능했다.

다리를 보호하는 방어구가 찌그러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 그 때문에 버클러의 견제가 풀렸다. 방패가 작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하체가 흔들리면 적이 지닌 공간을 방해할 수가 없었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버클러를 왼손으로 잡은 세파리아스가 방패를 잡아당겼다.

서로 몸이 쾅하고 부딪쳤다. 세파리아스의 손아귀에 형편없이 휘둘린 왕국 기사가 진창에 패대기 쳐졌다. 그 사이에도 마법이 세파리아스를 노렸지만 스파크가 튀기며 상쇄됐다.

푸욱!

오른발을 뺀 세파리아스는 투구 속에서 웃었다.

‘이건 불파겐을 겨냥하는 마법이다. 진형을 바꾸다니. 재밌네.’

상대가 근접할 것이 뻔했기에 오른발을 깊이 넣었다. 그 미묘한 작은 발의 움직임을 못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땅이 변화하기 때문에 발의 움직임도 그에 묻혔기 때문이다. 크게 바람이 불 때 숨어서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크으윽!”

체급의 차이 때문에 형편없이 몸이 부딪쳐진 왕국 기사가 앞구르기를 하며 간격을 만들었다. 미끈거리는 진형 속에서도 파괴력이 대단한 세파리아스의 공격 두 번에 기세가 꺾인 모습이었다.

“전술은 좋지만, 무인으로서의 재능이 형편없군.”

세파리아스가 그렇게 말하며 순식간에 살기를 내뿜으며 흉포하게 뛰어들었다. 껑충 뛰어서 단번에 도약했다. 달리면 미끄러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아압!”

왕국 기사가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뱀처럼 휘어지는 롱소드는 아래로 향하며 그대로 진흙을 검면으로 후려쳤다.

파악!

진흙이 덩어리째로 튀어서 투구에 후두둑 묻었다. 하지만 〈마법 시야〉가 있었기 때문에 소용없는 짓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진흙을 크게 패어낸 곳에 왼발을 놓으며 마찰력을 단단히 한 세파리아스가 롱소드를 가볍게 휘둘렀다.

버클러가 롱소드의 검격을 두 번 막고, 숏소드가 한 번을 막았다. 그것만으로도 그대로 가드가 뚫렸다. 양팔이 쩍 팔을 벌리고 있었다. 체급의 차이처럼 보이는 근력, 그 자체의 차이였다.

펑!

전신갑주의 가장 두툼한 앞가슴의 철판이 뜯겨져나갔다. 피가 터지며 조각난 갈비뼈가 바닥에 떨어졌다.

울걱, 주르륵!

가슴에서 피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탈력감에 그대로 왕국 기사가 휘청거렸고, 단숨에 목이 날아가며 머리가 투구째로 허공을 날며 바닥을 굴렀다.

재미난 환경을 만든 것에 대한 깔끔한 보답이었다.

“체중이라도 좀 찌우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이 컸다. 숏소드와 버클러를 사용한다고 해서 날렵해야 한다니? 미친 소리였다. 그냥 무겁고! 크면 장땡이었다.

‘흠.’

세파리아스가 손목을 굴렸다. 다분히 자신에게 피해가 조금 누적되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 마법도 사용 안 했고.’

왕자 놈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400년이 지나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쪽팔려서라도 기사를 계속 보낼 것이다.

그만큼 압도적인 싸움이었다. 후반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기사를 갈아 넣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드낙도 보고 있을 테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검은 문의 능력은 그가 받지는 못할 것이다. 〈구울 묘지기〉를 죽이고 아무것도 못 얻은 것과 같았다.

팡!

세파리아스가 검을 휘둘러서 파공성을 냈다. 검이 말끔하게 변했다. 드낙의 근력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세파리아스는 손수건으로 검을 닦았다.

그 모습은 실로 기사다웠다.

“엄청나군.”

아크온은 싸움이 전혀 안 되는 것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나 진창을 만든 기사는 마지막에 기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도약한 기사를 공격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허공에 떴을 때 발악을 했다면 제법 재미난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기사가 겁을 먹다니.’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고, 불명예스러운 일이었다. 세파리아스의 도약은 말 그대로 〈퍼포먼스〉나 다름없었다. 두 다리가 허공에 있음에도 주저하는 기사의 모습은 정말이지 비루하기 짝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5662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소제목을 까먹어서 전화 소제목만 변경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