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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42화 (341/1,239)

0342 <-- 트롤 토벌 -->

〈멜마론 평야〉는 매우 넓었다. 그리고 그런 곳을 몬스터가 점령하기에는 사실 지나치게 넓었다. 고블린 부락도 세 곳이 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정도였기에 내분이 일어날 공산이 너무 컸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장으로 삼아진 것이 〈트롤 세쌍둥이〉였다.

그들은 서로 죽이 잘 맞았고, 우애도 제법 있었으며 특히나 함께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자연히 그만큼 영향력도 클 수밖에 없었다. 트롤이 세 마리 뭉쳐서 다니는데 굴복을 안 할 몬스터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덕에 〈펄 발드〉, 〈헤드스 하이에나〉, 〈고블린〉의 혼용 군대를 가질 수 있었다. 그중에서 기병형 몬스터 두 종족은 전멸을 당해 전투에 나올 수가 없었다.

“절벽을 올라갈 헤드스 하이에나가 고작 100마리뿐이니, 제대로 뚫을 수 있을 리가 있나!”

테보, 팀, 타분! 트롤 세 마리가 후퇴하고 나서 서로 다투었다. 무리한 일을 진행한 팀은 그 소리를 듣고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모습에 타분이 테보를 진정시켰다.

“그마안! 이런다고 뭐가 바뀌냐? 남쪽에서 개박살이 나서 결국에는 동쪽 협곡을 야습을 통해서 무너뜨려야 하는 데는 모두 동의했잖아.”

“킁···”

그 말에 테보가 코를 문질렀다. 콧물이 비질 흘러나왔다. 〈동쪽 협곡〉에 있는 인간들의 저항이 실로 대단했다. 특히나 팔이 뜯겨져 나가도 테보의 주둥이에 창을 쑤셔 넣던 정규군이 아른거렸다.

‘인간들은 그저 나약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벌벌 떨며 자신의 새끼조차 못 지키고 죽기를 기다리는 인간과는 크게 달랐다. 덩치가 3배에 달하는 괴물에게 저항한 것이다. 그 탓에 협곡에서의 전투를 끝맺지 못한 것도 있었다.

목숨을 도외시한, 오직 인간의 적을 죽이기 위해서 몸에 석유를 끼얹고 숭고한 정신과 신념으로 무장한 정규군은 실로 트롤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끙.”

발가락의 뼈를 부수지는 못했지만 대못이 여럿 박힌 타분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손으로 긁어서 못을 뜯어냈다. 자꾸만 통증이 난다고 봤는데 못이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동부군의 상태가 열악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또한 남부군의 등장으로 희망을 봤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저항한 것이기도 했다. 이름 모를 목수가 놓은 비정한 일침은 그저 피부를 긁는 것으로 뜯겨져 나갔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상처는 금방 아물어갔다.

“보니까 돌진하면 그냥 다 부술 수 있겠더라고.”

비계살이 출렁거리는 트롤 삼형제는 쑥덕거렸다. 큰 나무만 한 철봉을 땅에 내려놓고, 그곳에 엉덩이를 앉았다. 오물이 드덕드덕 묻은 엉덩이는 질척했다. 테보는 손으로 엉덩이를 긁고 자신의 똥냄새를 맡으며 히죽거렸다.

“협곡 인간들을 다시 치는 건 좀 아니야. 우린 이 평야를 지키면 될 뿐이잖아.”

“맞아. 맞아.”

“평야에 온 놈을 치자.”

물론 그냥 쳐서는 안 되었다. 트롤 삼형제도 엄연한 〈정예 몬스터〉였고, 〈외눈 다크 트롤〉에게서 잉태된 트롤이었다. 다른 트롤보다 우월했다. 사회성을 잃고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검은 무늬 트롤〉보다 강하지는 못했지만 보통 트롤보다는 머리 하나는 더 컸다.

“1500마리를 동쪽 방비에 쓰고, 1000마리를 저 남쪽으로 가고 있는 말탄 인간을 죽이는데 쓰고··· 어···”

“1700마리로 남쪽 인간을 죽이자고? 너무 적어.”

“그냥 올인하자. 올인! 고블린, 죽어도 상관없다. 또 낳는다. 푸른 고블린만 소중하다.”

병신같이 보이는 의견이었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럴듯한 장단점이 있는 전략을 들고 나올 수 있었다.

물론 인간만큼 복잡하지 않았다. 역할이 분할되어 있지도 않았다.

“기병을 죽이기 위해서 천 마리를 보내고, 나머지는 저 남서쪽에 있는 놈들을 노린다.”

“치기 전에 200마리에게 〈지하 광분 물약〉을 먹여서 협곡 놈들을 방비한다.”

“흐흐! 흐흐흐! 좋다, 좋은 계획이다!”

트롤들은 신이 났다. 3000마리로 아주 개박살을 낼 생각에 신이 났다. 특히나 트롤 세 마리가 한곳으로 가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또 협곡에서 나온 놈들은 죽은 인간들의 시체를 보게 될 것이고, 금방 다시 협곡에 숨어들어갈 터였다.

해가 조금 위로 올랐을 때, 몬스터 군대가 매우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동부 협곡에서는 숨을 고르는 시간밖에 벌지 못했고, 쪽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미쳤군.”

드낙은 카이야가 그린 그림을 봤다. 엄청난 덩어리를 그렸다. 협곡을 향해가는 고블린 한 마리 없었다. 고블린 1천 기병이 남쪽으로 향하며 동부 기병과 남부 기병이 합류하는 곳으로 향하는 것까지.

‘못해도 3천 이상.’

해당 정보를 접한 아크온은 주먹을 이죽거렸다.

“2시간이다! 2시간만 버티면 된다! 그럼 후방을 제대로 막지 못한 몬스터의 패배다! 후방에 있는 장애물을 최대한 앞으로 옮겨라!!!”

트롤 좌측에 배당된 기사들 다섯은 양익으로 배치됐다. 어쩔 수 없었다. 후방이 더욱 약해지겠지만 전방이 무너지면 안 되었다. 그리고 아크온은 드낙에게 향했다.

“드낙! 너와 내가 트롤 한 마리씩 맡아야겠다.”

드낙은 인상을 찌푸리며 투구를 긁었다. 투구를 쓰고 있어서 그의 표정을 읽지 못해도 꺼림칙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해보지. 누가 먼저 죽이는 걸로 내기다.”

“남부 왕국 곳곳을 돌아다닌 나다. 이길 생각을 하다니.”

서로가 나눌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몸을 돌린 아크온은 드낙을 다시 신뢰했다. 단기전을 노리지 않음으로써 귀족과 백금왕가의 자멸을 원하는 뉘앙스를 어제 풍겼는데, 정작 지금처럼 큰 위험은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 드낙이었다.

‘머리로는 영악하게 굴고 싶지만, 마음은 따뜻한 놈이야.’

귀족과의 싸움을 위해서, 본인을 업신여기는 귀족이 없도록 적당히 굴지만 실재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나서는 것이 드낙이었다. 그게 아크온의 드낙에 대한 평가였다.

기사가 없는 〈남부 기병〉과는 다르게 〈동부 기병〉에는 기사가 다섯이나 되었다. 그중에 넷은 마력이 바닥난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다.

나이가 가장 많은 노기사 〈피어스 클라우드(Pierce Claude)〉는 1인칭 시점으로도 전황을 능숙하게 캐치해냈다.

“승부수는 기병 전투를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에 달려있다! 동부 협곡군은 협곡을 나와서 병력을 재정비하며 추격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강군임에도 협곡에서 흩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였다. 자연히 남서쪽에 알박기를 시전한 인간 군대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병이 절실히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1천 마리요! 피해 없이 죽이려면···”

〈토치라이트〉 가문의 기사가 딴소리를 냈다. 지금 상황에서 하등 쓸모없고, 오히려 반감되는 형편없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노기사는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이곳에 왔다는 것 자체가 이 전투에서 죽어도 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불꽃을 위해.’

“보병이 무너지면 기병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소! 〈야수 기사(Beast Knight)〉는 나에게 기병 지휘권을 일임했소! 따라주길 바라오!”

그 말을 하며 투구의 앞가리개를 내린 노기사가 각오를 다졌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피어스 클라우드의 말처럼 기병은 필사의 각오로 적기병을 분쇄시키고, 보병을 지키러 가야 했다.

멀리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남서쪽으로 향하는 몬스터 군세는 자신들을 쫓아오는 기병보다 적었다.

협곡에서도 빠르게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라돈 토치라이트〉가 고함을 쩌렁쩌렁 내질렀다.

“경보병부터! 경보병부터 빨리 내려와라!!! 조금이라도 먼저 도착하여야 한다!!”

중보병이 장비를 챙기다가 방해될 것 같자 아예 벽에 들러붙었다. 간단한 것만 챙긴 경보병들이 주르륵 내달렸다. 넘어져도 금방 일어서서 긴박하게 내려왔다. 손에 낀 가죽 장갑에 연기가 피어오를 정도로 빠르게 밧줄로 된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경보병도 있었다.

협곡에서 500명의 경보병을 먼저 출발시켰다. 그들은 당나귀 따위를 타고 있었는데, 보급대에서 쓰던 것이었다. 그 정도로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했다.

500명에 불과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카이야가 구름 위아래로 내려오며 전황을 꾸준히 살폈다. 그냥 동그라미로 이루어지는 전세판이었지만 대충 이해할 수 있었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길게 쭉 뻗어나가며 높은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야생 매 한 마리가 카이야를 쫓아오기도 했다. 카이야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기에 자연히 따라잡힐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발톱을 피하며 뒤로 빠진 카이야가 다시 날갯짓을 하며 빠르게 솟구쳐올라 그대로 야생매의 등과 날개 한쪽을 잡았다.

“끼에엑!”

야생매가 기겁을 했다. 카이야의 부리가 목뼈를 짓이겼다. 순식간이었다. 그대로 목뼈가 부러진 매가 허무하게 땅으로 추락했다. 지나가던 고블린 하나가 거기에 맞고 그대로 머리가 함몰되어 죽어버렸다.

“씨발!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되었어!”

용병들이 뒷걸음질 쳤다. 자리를 제대로 지키는 용병이 하나 없었다. 큰돈에 이끌려서 온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용병단에 소속되지 않은 떠돌이 용병도 제법 되었다. 큰 위험이 따른다고 해도 기사와 정규병이 동원되면 대부분 〈이기는 싸움〉만 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은 그들에게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큭! 끄아아악!”

도망 갈려는 놈들은 병사들에게 활에 맞아서 뒹굴어서 그대로 포박되어 장애물에 고정됐다.

“아악! 살려줘! 살려달라고!!! 싸, 싸우겠습니다! 싸우겠습니다!!! 싸울 수 있습니다! 잭! 잭, 이 개새끼야! 이런 거 여러 번 해봤다며! 말이 다르잖아!! 으, 프픕!”

악다구니를 쓰는 용병에게 재갈이 물려졌다. 놈을 꼬드긴 잭 또한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고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다.

자신들은 그저 방패막이에 불과함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귀신같이 명중률이 높은 것이 정규병의 활이었다.

멀리 있는 주먹보다는 가까운 주먹이 더 무서운 법이었다.

“크아아!”

“키이!”

트롤 세 마리가 앞에 있었고, 그 앞으로도 고블린들이 서로 자신들의 충성심을 말하듯이 내달려가고 있었다. 푸른 고블린은 대중없이 분포되어 있었다. 그들은 은근슬쩍 뒤로 빠지려는 고블린을 죽여서 본보기를 보여주는 등, 간부로서의 기능을 했다.

가장 뒤에 있던 푸른 고블린 하나가 주변 고블린들에게 소리쳤다.

“주술사들이 만든 물약을 받은 놈들은 여기로 모여라!”

“예! 푸른 전사님!”

고블린 전사들 200마리가 모였다. 어느새 그들은 멈춰있었다.

“가죽주머니에 있는 물약을 받아마셔라. 너희들을 더욱 용감하게 만들 것이다. 오직 인간을 죽인다는 생각만 해라!”

푸른 전사가 그리 말하며 가죽 주머니를 털었다. 몇몇 고블린은 동물의 위장을 주머니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꿀꺽! 꿀꺽!

흙냄새가 강하게 나와서 마시기 힘든 물약이었다. 목을 지나자마자 목부터 뜨거움이 느껴졌다. 그 열기는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인간을, 죽인다!”

푸른 고블린이 소리치자 다른 고블린 전사도 외쳤다.

“인간을 죽인다!”

“죽이자!”

고블린들이 날뛰어 동북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들의 눈은 우회하는 경보병에게 있지 않았다. 정직하게 달려오고 있으며 햇빛에 반짝거리는 갑옷을 착용한 놈들에게 집중되었다.

“키아아악!”

그중에 고블린 하나가 핏물을 쏟아냈다. 〈지하 광분 물약〉의 내부 성분이 너무 과한 탓에 위 내부에 출혈이 크게 생기고 식도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구웩! 쿠에에에에에에에에엑!!!!”

헛구역질을 한 번 하더니 눈을 부릅뜨며 길게 피를 토해내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쿵! 쿵! 쿵!

트롤 세쌍둥이가 긴 철봉으로 땅을 천천히 세 번을 두드리며 용병들이 있는 곳을 그대로 덮쳤다.

퍼걱!

한 방에 용병이 핏물이 되었다. 움푹 들어간 곳에 몸이 박히듯이 박혔다. 두개골이 박처럼 터져서 짜부가 되었다.

후우웅!

“커억!”

용병 수 명이 휘두름 한 방에 사방으로 나가떨어져 뒹굴었다. 휘청거리는 그 모습에 트롤들이 흥이 나서 그대로 용병들의 진영을 돌파했다.

“준비이이이!!!!”

정규병들이 악을 내질렀다.

“가소로오오옵다아아아아!!!!”

방패병 수 명이 트롤의 발길질 한 방에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들에게 순식간에 황금빛이 터져나가며 피해를 수복했다. 동시에 정규병이 말끔하게 좌우와 뒤로 물러나면서 U자 대형을 만들어냈다.

트롤이 움직이기도 전에 드낙이 한 놈에게 뛰어들어갔다. 트롤의 뒤로 고블린이 있는 곳에 드낙의 〈다수 마법〉이 4번 곳곳에 터져나가며 얼음 구역을 만들어내는 것이 보였다.

부우웅!

흉악한 파공성이 나면서 드낙의 머리 위를 지나며 휘둘러진 철봉을 이어서 트롤의 왼주먹이 내려쳐졌다.

쾅!

땅이 무너져내리며 드낙이 기우뚱거렸다.

“크아앙!”

〈트롤 테보〉의 거대한 아가리가 드낙을 노렸다. 드낙은 검을 휘둘러 양볼을 찢어버리고, 아래턱을 그어주었다. 피가 솟구치면서 시야가 방해되자 그제서야 발을 놀려 손쉽게 트롤의 머리를 피하며 철봉을 회수하는 오른팔을 향해서 달려갔다.

휘릭!

시간은 충분했기에 한 바퀴 제비를 돌면서 원심력을 곱절로 하여 그대로 검에 실었다.

퓨슈우우웃!

깔끔하게 살을 도려낸 팔뚝에서 피가 쏟아졌다.

‘살이 얼마나 많은 거야? 뼈를 벤 감각이 없다.’

롱소드의 검신의 절반이 살을 베었는데도 뼈를 못 베었다. 그만큼 트롤의 팔뚝은 두툼했다.

========== 작품 후기 ==========

6152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전 전략 시뮬레이션 할 때마다 뭔가 군대를 분산시키는게 썩 내키지 않았죠. 그렇게 생각하면 전 트롤처럼 뭉텅이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지휘관이 되었을 듯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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