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41화 (340/1,239)

0341 <-- 트롤 토벌 -->

“드낙 경, 드낙 경은 어디에 있나.”

“여기다.”

“갑작스럽게 미안하다. 제대로 듣지 못했지?”

아크온 몽펠리에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구름이 껴있어서 달빛이 제대로 평야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윤곽도 보기 힘들었다. 그 속에서 야간 행군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정규병인 탓이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부딪치는 소리와 욕을 지껄이는 소리는 대부분이 용병들이 내는 소리였다. 성전대의 경우에는 부딪치기는 해도 웃으며 넘어갈 뿐이었다.

“설명을 해주려고 왔나 보네. 용케도 찾았어.”

드낙의 말에 아크온이 웃음소리를 냈다. 어둠 속에서 드낙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드낙을 불렀고, 드낙이 말해서 찾을 수 있었다.

길을 걸으며 아크온은 〈알박기〉에 대해서 말했다.

어둠을 틈타서 평야에 목진지를 구축하는 전략이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또 달랐다. 날씨가 받쳐줘서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움직이는 것일 터다.

“몬스터 군대의 남서쪽에 진지를 만들 거다. 그렇게 하면 동이 틀 때쯤에 동쪽 협곡에서 기병대가 남쪽으로 올 것이고, 우리 쪽의 기병 또한 동쪽으로 보내어 합류시킬 생각이다.”

첫 번째 조건이 기병의 합류.

“저쪽에선 지금도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동이 트면서 목진지를 본다면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다. 동부 협곡군은 그것만으로도 꿀맛과도 같은 휴식과 재정비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터다.”

두 번째 조건이 동부 군대의 휴식. 이것은 이점과 같았다.

“트롤이 3마리라는 것은 의견 합일이 필요하다는 뜻이지.”

소강상태를 확신하고 있었다. 남쪽을 칠지 동쪽을 칠지.

“자연스레 기병에게 고블린 기병들이 따라붙을 거다. 또한 양익을 치거나 넓은 평야에 있는 남부군을 치겠지.”

그 말에 드낙이 정답을 외쳤다. 이런 〈문제지〉에 적힌 문제 같은 경우에는 드낙도 그럴듯한 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것을 현실에 녹이는 것은 막막했지만, 말로 풀어내는 문제를 풀 정도는 되었다.

군사학을 수박 겉핥기로 읽어봤기 때문이다.

“기병의 경우 합친 힘으로 기병전에서 승리하고, 남부군으로 오는 트롤 주력을 측면 타격하고, 동부군은 휴식한 힘으로 뛰쳐나와 후방을 노리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는 거지?”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한쪽만 치면 다른 쪽이 후방을 노릴 수 있지. 물론 양쪽으로 나눠지면 기사들이 날뛸 수 있기에 더 좋을 수 있다.”

트롤이 적게 오기 때문이다.

“지금도 싸우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릴 노릴게 분명해.”

한 번 싸워서 뚫지 못한 곳보다는 평야에 임시적 목진지를 지은 남부군을 공격할 여지가 컸다.

전략을 이야기한 뒤로는 전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용병들이 전열을 맡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소모품으로 쓸 용병들에 대해서 말했다. 드낙은 거기에 대해서 딴죽을 걸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생각해도 용병들을 전열에 배치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정규병은 죽어도 돈이 든다. 반면 용병은 이미 목숨 값을 냈다. 토벌에 동원되었기에 제법 큰돈을 만졌을 것이다. 용병들의 대다수가 20~30대로 이루어진 것만 봐도 경험이 적은 이들이었다.

‘초전에 피해는 피할 수 없다.’

트롤의 돌진력 때문이다. 고블린들의 처음 기세 때문이기도 했다. 마법으로 주춤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건 그리 좋은 전술적 방안이 아니었다. 한 공간에 닥치는 대로 구역 포격을 할 정도로 마법을 많이 사용할 수 없었다.

“고블린의 군세는 5천이다. 그중에 반드시 〈푸른 고블린〉이 있을 것이다. 때문에 먼저 타격을 받고, 푸른 고블린이 있는 곳에 다수 마법을 쓰는 전술을 사용할 것이다.”

고블린 주술사가 주술적으로 발달된 엘리트 고블린이라면, 푸른 고블린은 무력적으로 발달된 엘리트 고블린이었다. 백인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고블린의 유전형질 중 뛰어난 점이 개화된 선천적으로 우월한 것이 〈푸른 고블린〉이었다. 그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외눈 다크 트롤〉의 군세에서는 제법 보일 것이 분명했다.

확실하게 적을 죽이는 것보다는 백병전에 우위점을 많이 볼 수 있도록 경중상자를 많은 곳에 낼 수 있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힘을 써서 붙어야 하는 냉병기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의 〈주술 도기〉는 그동안 병사들에게 종군 마법사들이 인챈트를 해주었기에 능히 막을 수 있다. 피해를 보더라도 성전대가 있으니 괜찮다.”

“종군 마법사들은 여기에 왔나?”

드낙의 물음에 아크온이 코웃음쳤다. 정신 나간 왕족 때문에 이곳에 남은 종군 마법사는 여섯에 불과했다. 모두 산에 남았고, 성전대 20명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성전대 소속의 20명은 모두 〈중앙 신전〉의 사제와 성기사들이었다.

“그들이 올 것 같나? 산길에 남았지. 정신없어서 보지 못했나 보군. 아무튼, 트롤이 용병들과 부딪치며 안으로 홀로 들어올 것이다. 고블린들은 용병들 때문에 들어오는 속도가 더 느려질 테고, 그 사이에 다수 마법을 사용하고.”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핀도 귀를 기울였다.

“트롤이 용병들을 지나 닥치는 대로 달려들면 병사들이 2차적으로 막을 것이다. 그때 기사들도 달려들 것이고. 좌측에는 기사 5명, 우측에는 나와 드낙, 너까지 합해서 8명이 배치된다.”

“오른쪽 놈부터 조진다는 소리군.”

“동부 협곡군은 기사들의 숫자가 적을 거다. 트롤을 못 죽이는 모습 때문이다. 병사의 소모를 걱정하는 탓도 있어서 버티기만 놓고 있지. 고위기사가 있겠지만 방어전에다가 종군 마법사도 없거나 하나가 전부일 터다.”

‘아하.’

먼저 도착했음에도 트롤을 못 죽인 것을 근거로 들자 드낙이 크게 공감했다. 트롤 셋을 상대로 버티기만 놓는 것이 전부라는 소리였다. 실로 그러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오히려 가장 좋은 그림은 자신들에게 주력이 오는 것이었다.

“트롤을 죽이고 나면 기병들이 고블린 군대를 흔들 것이다. 기사들은 양익과 후방으로 흩어져서 고블린의 측면과 목진지의 후방을 노리는 놈들에게 큰 피해를 줘서 위축시켜 중앙으로 몰리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뭉치게 만들어서 기병들이 큰 이득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2차적으로는 병사들이 포위되는 공포에서 벗어나 앞만 집중하게 만들 수 있었다.

“동부군이 후방을 치는 것과 함께 밖으로 서서히 진격하면 끝이다.”

‘캬. 완벽하네.’

아크온은 그 외에도 일이 잘못되면 행하는 것들에 대해서 언질을 주었다. 드낙은 이를 잘 숙지하려고 애를 썼지만 잘 기억날 것 같지는 않았다. 상황이 뒤틀렸다고 해도 싸움터에서 그것을 인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고, 그것을 인지하고 그에 대처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전황을 꿰뚫어보는 지휘관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1인칭 시점의 극한의 고인물이 아니라면 불가능에 가까웠다.

1년 365일 전략형 가상현실게임에서 고인물로 키워진 게이머는 이 세상에 없었다. 전황을 보고 전술을 세우는 극한의 고인물이 아니었기에 아크온은 수많은 전술을 미리 끼워 넣는 식으로 전쟁에 임했다.

만약 일이 틀어지면 더더욱 망가질 것이다. 아크온의 눈에서 퍼져나가 병사들까지 닿는 속도 때문이었다.

“공사를 시작하라. 지휘관들은 병사 간의 간격을 크게 생각하라.”

병사들은 빠르게 작업을 실시했다. 1천 명의 군대가 있을 곳을 만드는 작업은 어둠 속에서 이루어져야 했기에 매우 신경을 써야 했다.

말을 탄 아크온이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서 앞뒤로 좌우로 움직였고, 그 사이에 시작 지점에서부터 좌르륵 땅을 파기 시작하는 병사들과 들고 온 짐을 내리는 병사 그리고 짐을 내린 말을 타고 다시 산으로 되돌아가는 기수들도 보였다.

마갑 때문이기도 하지만, 버려놓은 짐도 조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버려진 짐을 가져올 수는 없었다. 하루 내에 모든 것이 결판날 것이다.

뚝! 딱!

망치로 분해한 나무 장애물을 놓고, 그 앞에서는 땅이 푹 패여졌다. 파낸 흙을 완충재 역할을 위해서 나무 장애물에 쌓여졌다.

“땅을 너무 깊게 파지 마라! 동이 트기 전에 다 못 끝낼 수도 있다!”

반지하형의 목진지는 빠르게 만들어졌다. 높이를 높이는 것과는 다르게 1m 내외로 땅을 파는 것이 더 쉽고, 자원도 덜 들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장애물이 2m가 넘을 수 있었다.

“마른 똥과 장작이 든 가죽 포대를 가져와서 곳곳에 배치해라! 20걸음마다 한 포대는 있어야 한다!”

물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물의 무게가 대단했기 때문에 식수 용이 전부였다. 대신 마른 똥이 든 가죽 자루를 곳곳에 배치하여 언제든지 뿌려서 아래에 불을 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용병들은 쉬지도 못하고 일을 했고, 정규군은 40분에 10분 정도 휴식을 번갈아가면서 쉬었다. 땅을 깊게 판 곳에서 숨어서 불을 지펴서 데운 돌이 식수에 들어가서 부글부글 끓인 물을 후후 불며 마시며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도 쉬고 싶습니다!”

용병대장 몇몇이 힘을 합쳐서 의견을 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사제와 성기사들도 손에 흙을 묻혔다. 물론 그중에 30명의 〈중앙 신전〉 소속의 인물들은 뒷짐을 졌다. 보는 이들의 눈총을 받아도 변명을 놓기 일쑤였다. 신전의 세속화는 〈남부 왕국〉의 또 다른 문제이기도 했다.

〈지역 신전〉 소속의 경우에는 보는 눈이 있어서 거들고 있을 정도였다. 그 속에서 〈성기사 케이슨〉은 자신과 뜻이 맞는 사제와 성기사를 이끌고 있었다. 그 숫자는 280명의 성전대 중에 50명에 달했다.

〈우상〉이라며 칼침을 놓는 놈들도 있었지만 케이슨 성기사의 인망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구우워어어어어!!!”

멀리서 들려오는 트롤의 고함소리에 순간 공사가 한순간에 멈추기도 했다.

야간전투를 하고 있는 협곡에서는 발리스타가 불로 이글거리는 큰 공성 화살을 연신 쏘고 있었고, 끝도 없이 봉화가 올라가 있었다. 야습을 원하는 것이고, 지원을 원하는 것이었다.

‘버텨라. 제발.’

드낙은 그 모습을 보며 침을 삼켰다. 협곡이 무너지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횃불의 밝기로는 협곡의 전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언뜻 떨어지는 화공으로 보이는 고블린의 군세는 절로 흉포했다.

공사를 마친 이들은 추위 속에서 동이 트기를 기다려야 했다. 굴을 파놓은 곳에서 데운 돌이 계속해서 보급되었지만 역부족이었고, 끓인 물도 모두 축이기에는 적었다.

그 속에서 배식이 시작되었다.

젤리처럼 굳은 수프와 차가운 밀빵과 육류.

데운 물을 받을 수 있는 병사들은 젤리같이 굳은 수프를 물에 넣어서 저어 마셨다. 아예 빵을 뜯어서 거기에 넣고 육포까지 넣어서 그냥 잡탕처럼 먹는 병사도 있었다.

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추위 때문에 동이 트자마자 곳곳에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화공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한밤중에 만들어진 목진지는 멀리서 보면 1m를 조금 넘는 조잡한 곳으로 보였다. 땅을 파놓은 곳에 들어서면 높았지만 멀리서는 작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 또한 노림수였다.

빨리 와서 박살내보라고 주먹감자를 멕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썰물처럼 몬스터 군대가 빠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본진을 중심으로 남서쪽에 떡하니 인간들의 진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정말 어처구니없겠습니다.”

“그럴만하지.”

진지를 세우는 것에 이골이 난 훈련을 해야지만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곳곳에 깃발이 꽂혀져 있어서 시각적으로 모를 수가 없었다. 무지막지한 어그로를 끌 수밖에 없었다.

드낙이 그것까지 생각이 닿자 짧게 웃었다. 정말 재밌는 전략이었다. 놈들의 반응을 코앞에서 보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나 병사들의 행군 속도가 무서울 지경이었다. 말들의 체격 탓도 컸다.

몬스터들의 5천 군세는 밤에서의 전투로 4천으로 줄어들어있었다. 수성하면 인간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대단히 컸다.

드낙은 뛰어난 시력으로 후퇴하는 몬스터들의 군세 속에서 〈푸른 고블린〉을 볼 수 있었다. 산에서는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기도 했다.

‘인간만 하네. 체격도 좋고.’

돌연변이라고 하기에는 숫자도 800마리는 되어 보였다. 정예 중 정예라서 부락에서 지내다가 트롤들이 총공세를 하자 모습을 드러낸 듯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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