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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39화 (338/1,239)

0339 <-- 트롤 토벌 -->

와해된 펄 발드는 인간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광전사처럼 날뛰었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제각각 날뛰었다. 자연히 인간의 창칼에 팔이 부딪치고, 목이 베어졌다. 정규병들의 날카로운 합격에 순식간에 죽어나자빠졌다.

끝없는 훈련으로 손발이 척척 맞는 것이 정규병이었다. 다굴을 놓는 것에 이골이 난 자들이었다.

그 속에서 홀로 도망치는 펄 발드가 하나 있었다.

“구궈궉!”

멧돼지가 침을 질질 흘리며 내달렸다. 〈성난 어금니 헤타둥〉이 그 거친 멧돼지 털을 잡은 채 이를 악 물었다.

“우와아아아아악!!!!”

드낙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멧돼지가 대단해서가 아니었다.

‘젠장.’

숫자가 불어난 〈핏빛 쥐〉들때문에 충성을 얻게 해주는 〈조련술의 업(業)〉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드낙은 펄발드의 멧돼지나 야생마들을 놀라게 하지 못했다.

“병신 같은 인간 놈! 그렇게 육중한 놈을 끌고 어떻게 날 잡겠다고!”

소리를 빽 지르며 뒤를 돌아보며 한껏 성을 내던 헤타둥의 귀에 생소한 짐승소리가 들렸다.

흙먼지가 자욱한 전장에서 듣기 힘든 소리였다. 그리고 그 짐승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찍찍!”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멧돼지가 갑자기 머리를 땅에 처박으며 벌러덩 뒤집어졌다. 뒤를 보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헤타둥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옆으로 처박혀서 팔의 관절이 뒤틀렸고, 목뼈에 충격이 와서 뇌가 크게 흔들렸다.

“그극.”

하지만 그럼에도 몬스터의 생명력은 대단했다. 흔들리는 균형감각 속에서, 끔찍한 충격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지만 핏빛 쥐들이 그것을 막았다.

푸푹!

흙에서 튀어나온 붉은 털의 통통한 손이 나와서는 밧줄로 팔이나 손목에 걸치고 당겼다.

“그아아아!!!”

그런 포박 행위에 정신이 번쩍 든 헤타둥이 발버둥쳤다. 흙이 무너져내리자 핏빛 쥐들이 순식간에 도망질을 놓았다. 북슬북슬한 엉덩이가 흙 속으로 빠르게 들어가면서 토실한 엉덩이에 비해서 앙상해 보이는 발바닥이 버둥버둥 거리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일어난 헤타둥이 기울어지는 몸을 추슬렀다. 동시에 드낙의 롱소드가 목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피가 솟구쳐 오르며 머리가 그대로 덜렁거리며 아래로 떨어져 질질 늘어지다가 살이 끊어져 툭하고 떨어졌다.

말머리를 돌리는 드낙을 향해서 여섯 마리의 펄 발드가 덤볐다. 드낙이 홀로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 추격에 들어간 놈들이었다.

‘병신들.’

느려진 체감 속에서 드낙은 그 어떤 방심도 하지 않았다. 욕을 하며 더욱 분노를 키우고, 몸에 힘을 주었다.

‘토끼를 잡을 때도 호랑이는 힘을 다한다.’

〈조용한 계곡 성채〉에서 〈헤드스 하이에나〉에게 방심했다가 죽을 뻔한 것이 드낙이었다. 그는 거침없었지만 동시에 주변 상황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따다다당!

왼쪽으로 휘둘러지면서 역으로 꺾이며 순식간에 오른쪽으로 베어지는 롱소드의 궤적은 서로 달랐고, 순식간에 창칼도끼를 쥔 펄 발드들의 무기를 걷어냈다.

“크아악!”

드낙을 스치며 지나가는 펄 발드의 어깨에 피가 솟구치며 떨어져내렸다. 팔을 잃음으로써 무게 균형이 어긋난 펄 발드가 그대로 옆으로 기울어서 낙마했다.

순식간에 하나를 죽이고, 양옆에 들이받으려는 놈들은 야생마의 머리가 날아가 그대로 곤두박질치며 드낙의 말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엉덩이를 땅에 박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퍼벅!

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두 놈의 머리가 박살이 나며 피가 퍽하고 땅에 튀었다. 덩이째로 떨어지는 뇌가 판금 갑옷에 걸려 고정되었다.

단숨에 세 마리를 무력화 시켰음에도 야생마의 머리를 돌려 흥분한 펄 발드 세 마리가 덤벼들었다. 그중에 하나는 제법 장비를 모으는 재미를 알았는지, 밧줄로 된 그물을 꺼내서 옆에 놓고, 이리저리 손으로 흔들어 그물이 엉킨 것을 대충 펼쳤다.

‘철그물이 아닌데. 어지간히 해야지.’

철그물조차 불파겐의 보검을 막지 못할 것이다. 충격량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드낙은 방어구로 얻어맞으면서 창을 찌른 놈의 어깻죽지를 올려쳐서 베어버리고, 상단으로 향해진 검의 위치를 이용해서 단숨에 허공으로 띄워올려진 그물을 조각냈다.

텅!

그 사이에 도끼가 드낙의 가슴을 후려팼지만 되려 드낙의 왼손에 머리채가 잡혀서 펄 발드가 그대로 끌려 나왔다.

푹!

“꺼걱.”

입안에 그대로 롱소드를 찔러 넣었다. 그물을 던진 놈은 뒤늦게 합류했는데, 당연히 한 주먹 거리도 되지 않았다.

전신을 피로 물든 채 드낙이 말을 몰아서 중기병들에게 합류했다. 덤벼오는 놈은 3마리~5마리였지만 드낙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애초에 와해가 되었을 때부터 드낙은 단독 행동을 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때가 아니라면 〈정예 몬스터〉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검은 회의〉에서 있었다.

“헤드스 하이에나를 쫓는다!!”

“헤드스 하이에나를 쫓는다아아!!!”

아크온의 말에 기수들이 고함을 질러대었다. 펄 발드의 잔여 병력을 더는 추격하지 말라는 뜻으로 푸른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두 개로 나누어진 경기병들이 서로 합류하여 먼저 물러나고 있는 헤드스 하이에나를 추적했다.

중기병들의 속력을 감안했기 때문에 그들의 진행 방향과는 다른 곳을 찌르기 위해서 조금 돌아가고 있었다.

‘정직하게 쫓을 수밖에 없지.’

중기병들은 거리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서 헤드스 하이에나의 꼬리만 보고 달렸고, 경기병들은 측면으로 향하여 몇 개 남지 않은 원거리 공격을 감행하고, 그 뒤로는 똑같이 따라붙어서 도망치는 놈들을 합공해서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끄엑!”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표정들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얻어터지다가 후퇴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력 보존을 해야 한다! 후퇴하라! 후퇴!!”

〈눈잡이 팔라벵〉은 끊임없이 소리를 쳤다. 그의 선택은 별 수 없었다. 몬스터의 완벽한 패배였다.

‘숫자도 많았다. 포위를 위해서 펄 발드가 도착해서 교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포위도 해보지 못하고 끝장이 나버렸다. 경기병이 소수 따라오면서 영락없이 자신들을 쫓아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펄 발드를 정직하게 뚫어버렸다. 허가 찔렸다.

‘놈들의 싸움법.’

신체능력이 강한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원거리 투사체의 적재량이 자신들의 두 배, 세 배에 달했다. 특히나 〈기병 사격전〉에 있어서는 놈들의 훈련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좌로 우로 서로 빠지면서 교체하며 막힘없이 투사체를 날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서로 다른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활을 쏘는 놈과 창질을 하는 놈이 그딴 식으로 위치를 바꾸며 막힘없이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연습한 것이 아닐 것이다.

‘배웠다.’

그 힘! 잘 짜인 행동이 가지는 위력을 처음 본 〈눈잡이 팔라벵〉의 뇌는 신성 폭발이라도 하듯이 깨달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도망치면서도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350마리에 달한 헤드스 하이에나는 빠르게 줄어들어갔다. 뒤꽁무니를 보이면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숫자는 100마리까지 내려갔고, 그제서야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곁으로 고블린 기병들이 300미터 내외로 바짝 붙을 수 있었다.

“기사들이여! 준비하라!”

아크온이 거세게 소리쳤다. 붉은 깃발이 빠르게 내려가고, 푸른 깃발이 올라갔다. 적극적 공세를 포기하고 도망칠 준비를 하라는 뜻이었다. 말 머리를 빠르게 돌리기 위해서 인간 기병들의 속력이 늦춰졌다.

드낙은 따라 하면서 눈은 〈눈잡이 팔라벵〉에게서 떼지 못하고 있었다.

“쓰읍.”

군침을 꿀꺽 삼켰다.

고블린 기병에게 합류하는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모습과 어우러진 녹색의 무리를 보며 수많은 기사들이 마법을 토해냈다. 드낙 또한 〈교차하는 결빙 구역(Crossing Frost Zone)〉을 거침없이 사용하며 몸 안에 마력을 전신갑주에 있는 블루 다이아몬드에 한껏 집어넣었다.

쿠구구. 화르르, 퍼벙!

칼날 폭풍이 불고, 화염 구체가 뭉툭한 불화살을 쏘고, 얼음이 쩌적 일어났다. 그 외에도 온갖 다양한 다수 마법이 일정 구역을 초토화 시켰다. 이스핀 또한 흙의 마법을 맘껏 사용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13명의 기사가 토해내는 마법의 위력은 대단히 광범위했다. 고블린 기병들은 추적조차 하지 못했다.

초토화되어가는 곳에서 드낙이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서 마법을 퍼붓고, 마지막에는 〈얼어붙은 표적 독수리(Frozen Target Eagle)〉를 일정한 곳에 세 번이나 때려 박고 말머리를 돌려 서둘러 후퇴하는 인간 군대와 합류했다.

고블린 500마리가 박살이 나고, 살아남은 헤드스 하이에나는 10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눈잡이 팔라벵〉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성공적으로 기병 전력을 크게 무너뜨린 남부 귀족군은 산길로 숨어들어갔다. 산길의 곳곳에 배치된 척후병들도 합류했다. 드낙은 높은 곳에서 평야를 자주 뒤돌아보았다.

몬스터 군대가 남쪽으로 크게 몰리기 시작했고, 동쪽에서는 한 무리의 몬스터 군대에게 평야로 잠깐 나온 인간 군대가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어그로를 끌어주었구나.’

드낙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진짜 강인함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검은 꿈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이 정도 위치까지 못 올라갔을 것이다.

산의 중턱에 나있는 완만한 길로 빠졌다. 곳곳에 오늘의 전략이 잘못될 수 있어서 배치된 매복병들이 득실거렸다. 산을 돌아서 중턱에 있는 기지에 들어오고 나서야 기병들이 투구를 벗었다.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피로 흥건한 기병도 있었다. 대부분의 기수들은 살아남았다. 그만큼 전술이 뛰어났다.

잠깐의 정비 시간을 가지고 나서 드낙은 쉬지도 못한 채 원탁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대승 중에 대승이오. 기습이었기에 오히려 놈들을 각개격파할 수 있었소.”

아크온이 좋은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동부쪽에서 몬스터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움직였고, 우리 또한 놈들에게 큰 피해를 줬으니 몬스터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잽으로 한 대 맞고, 훅으로 턱이 올려쳐졌다.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반드시 보복에 들어갈 것이다.

“동부 협곡으로 치고 들어간다면, 저희들이 후방을 치면 됩니다. 봉화를 올리는 것보다 오히려 그게 형편이 좋은 것 아닙니까?”

절로 그림이 그러졌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오늘 밤에 봉화를 예정대로 피운다면 인간은 나누어진 채 몬스터 군단과 홀로 싸워야 할 것이오.”

그건 바람직하지 못했다. 몬스터 또한 분산된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시너지효과가 종족마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평지에서 트롤을 감당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희는 기사가 13명이지만, 트롤은 갑옷도 입고 있고, 강철로 된 쇠봉을 들고 있습니다. 중무장한 놈들이라,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기사전력에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세 마리가 모여있는 트롤의 군세와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크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시선은 자연히 드낙에게로 향했다.

“드낙 경, 홀로 트롤을 감당할 수 있겠소? 검은 무늬 트롤보다는 약한 놈들이오.”

강했지만 사회성이 결여된 〈검은 무늬 트롤〉이었다. 그것보다 약한 것이 평야에 있는 트롤들이었다.

“트롤이 세 마리가 있는 전장은 대단히 위험하오. 안 그렇소? 저는 지금 봉화를 피워올려 다시 한 번 트롤을 한 마리 끌어와서 각개격파를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오. 특히 우리들은 종군 마법사가 이곳에 있지 않소?”

“산지에서 버티고, 합격해서 트롤을 죽이는 것이 안정적이지 않겠소? 특히 산에는 함정을 많이 만들어놓을 수 있지 않소. 수비에 적절한 곳이오.”

“음···”

아크온이 고민했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일장일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불파겐 답지 않은 얌전한 전략을 옹호하는 드낙때문에라도 더더욱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1일 1트롤을 위해서는 이게 베스트다.’

드낙의 눈이 검은 탐욕으로 물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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