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8 <-- 트롤 토벌 -->
흙먼지가 4곳에서 일어났다. 가을의 시원하고 빠른 바람이 불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속에서도 전투는 계속됐다. 혼란스러운 와중이었지만 기사들은 모든 판세를 읽고 있었다.
1인칭 시점에서 전쟁터의 상황을 보는 것은 선천적 능력이 받쳐줘야 했다. 교육도 매우 중요했으며 경험도 뛰어나야 했다.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판단을 그르칠 수 있을 정도로 변칙적인 것이 전쟁터였다.
북부의 기사들은 모든 면에서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경험이 부족한가? 세금을 위해서라도 겨울에 마을 곳곳을 돌기도 하는 것이 기사였다. 그것은 그들의 선민사상, 엘리트주의와는 거리가 먼 행위였다.
결국에는 돈이 중하기 때문이었다. 뭣이 중헌지 귀족들은 잘 알고 있었다.
“크으으! 빌어먹을 인간 놈들!”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꼬리를 보인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며 3m까지 따라붙어서 뒤통수에 투창질을 하는 경기병까지 있을 지경이 되자 헤드스 하이에나가 다시 말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인간을 죽여라!”
“크아아!”
컹컹!
그 모습에 경기병들은 순식간에 반전했다. 헤드스 하이에나보다 헐겁게 있는 것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뒤로 내빼자마자 푸른 깃발을 들어 올렸다. 가장 키가 큰 말을 타고, 상체의 키가 큰 경기병이 〈깃발병〉이었다.
먼지 속에서도 푸른 깃발은 명확하게 〈펄 발드〉에게 쫓기는 중갑기병들에게 보였다. 그들 또한 푸른 깃발을 올리고 있었다. 도망을 놓고 있었기에 소극적인 행동을 뜻하는 푸른 깃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헤드스 하이에나가 반전.’
아크온은 그것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헤드스 하이에나의 측면으로 중기병들을 이끌었다. 갑작스럽게 움직이는 중기병들이 흙먼지 속에서 〈펄 발드〉의 무리에게도 보였다.
‘놈들이 두 머리 개새끼들의 측면을 노리려고 하는구나!’
평야에 서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기에 달리면서 서로의 위치가 시시각각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펄 발드가 전쟁터에 가까이 오면서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그전에 수를 내야 하는 것이 인간이었다.
또한 인간들의 중기병들은 동선에 매우 집착했다. 무슨 상황을 하더라도 아군 경기병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아크온이 말 머리를 돌려 도망갈 때 남쪽으로 머리를 돌리며 아래로 내려가며 동쪽으로 향한 것.
그 작은 진행 방향조차도 치밀한 전술적 이점을 얻으려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맹공을 퍼붓고, 도망치다가 경기병들의 매서운 추격에 다시 반전한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결코 전술적 이점은 얻지 못했다. 물론 〈펄 발드〉와의 합공에 대한 전략적 이점은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전략이 전술을 통해 부서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있을 것이다.
‘똑똑하고 영악하면 뛰어난 전략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아크온이 내달리면서 지금의 전투를 꿰뚫어보며 생각했다. 머리가 비상하면 전략가가 되기에 좋았다. 상대의 허를 찌르고, 상대의 노림수를 간파하기 쉽기 때문이며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기에 좋았다. 〈포위〉 〈합공〉과 같은 큰 그림은 멍청해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나 펄 발드들은 전차들의 화공에 어그로가 끌리면서도 서쪽을 선택했다. 고블린 부락의 봉화를 의식하여 시야가 검은 연기가 가려졌음에도 아군이 남서쪽에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하면 당연한 생각이었지만 그런 당연한 선택도 못 하는 지휘관이 수두룩했다.
몬스터 군단은 결코 잡병이 아니었다. 그들의 판단은 일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훌륭한 전략가였다.
자신들이 만드는 그림이 자신들에게 좋은지, 나쁜지를 구분할 줄 알았다.
눈앞에 함정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판단할 줄 알았다.
적어도 〈형세(形勢)〉를 살피는 것에 있어서 기사급이라고 할 정도로 유전적으로 우월함을 타고 태어난 것이 〈정예 몬스터〉였다.
‘하지만 놈들은 모른다. 인간들이 쌓아올린 전술을.’
똑같이 100명과 100마리가 싸워서 전술 없이 싸운다면 30명만 살아남는 전쟁터에서 경상자만 남게 되는 것이 전술이었다.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전략가의 이상점이라면, 싸워서 압도적인 승리를 쥐는 것이 전술가의 이상점이었다.
프로이센의 대왕이라 불리는 프리드리히 폰 호엔촐레른처럼 소수로 다수를 상대했음에도 사상자의 숫자가 절반 이상 차이가 나게 만드는 것이 전술가의 이상점이었다.
그들은 똑같은 피를 쏟아내도 적이 곱절은 더 뱉게 만드는 지휘관이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판타지 세계의 인간이 가진 저력이기도 했다.
〈전쟁〉을 수많이 겪지 않으면 전술에 대한 지식은 결코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창칼을 부딪치고 화살과 창을 던지며 피를 쏟아내야지만 얻을 수 있었다.
두두두두!
육중한 중기병들이 〈헤드스 하이에나〉들에게 달려들어갔다. 그들은 일찍이 남쪽으로 치우친 이동을 보였기에 펄 발드보다 먼저 놈들과 부딪칠 수 있었다. 또한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경기병들을 쫓으면서 더더욱 그것에 도움을 주었다.
“아!”
〈눈잡이 팔라벵〉가 탄식과 감탄이 뒤섞인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직 부딪치지도 않았는데도 자신들이 겪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밀밭에 드러누워서 드낙의 정찰에 걸리지 않은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숫자는 단일 개체로 500마리나 되었다. 그중에 150기가 박살이 났음에도 350마리나 남아있었고, 펄 발드 300마리가 덤벼오고 있었다.
총합 600마리의 몬스터 기병이었다.
포위를 한다면 몬스터가 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들이 포위된 형국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빠져야 한다!’
중기병이 허리를 가르고, 경기병이 혼란에 빠진 곳으로 치고 들어간다면 난전 양상이 될 것이 분명했다. 피맛을 본 몬스터는 결코 지휘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빠져라!”
말을 하면서도 그 행동을 하려한 팔라벵은 순간 머리가 굳는 것을 느꼈다. 남쪽으로 돌려 서쪽으로 갈지, 북쪽으로 돌려 서쪽으로 갈지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펄 발드의 속력은 인간 기병보다 빠르다. 남쪽으로 더 가는 게 옳다.’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순식간에 정남쪽으로 내달리며 서서히 서쪽으로 향했다. 빠르게 중기병들과 거리가 벌어졌고, 인간들의 경기병들 또한 반전했다. 하지만 헤드스 하이에나들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불과 소수의 경기병만 헤드스 하이에나의 선두를 따라가며 쫓는 척을 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기 때문에 소수가 쫓아오는지 다수가 쫓아오는지 일시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영악한 짓거리였다.
“하이야!”
경기병들이 전속력으로 중기병들에게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중기병들이 말의 속도를 아예 줄여서 빠르게 말머리를 정반대로 돌렸다. 속도가 빠르지 못해서 경기병처럼 하는 것보다는 아예 멈추는 것이 방향 전환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정면으로! 정면으로!!”
“우와아아아아아!!!!!”
보두앵 중기병들이 라이트 랜스를 내리며 허벅지로 올려치며 능숙하게 속도를 늦춰서 옆구리에 있는 창고정대에 받치며 단단히 팔뚝으로 조였다. 몽펠리에의 중기병들은 헤비 렌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보두앵 중기병의 양옆에 배치되어서 쐐기형태로 배치되었다.
그 사이사이마다 보두앵의 철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척 봐도 투창이 가능한 보두앵의 도움을 받으며 헤브 렌스의 리치를 이용하기 위해서 선두에는 몽펠리에를 세운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기병들이 펄 발드와 가까웠다. 경기병들은 중기병들이 내는 먼지 속으로 들어가고, 그들의 뒤를 따르며 모습을 숨겼다.
“멍청한 놈들!”
〈성난 어금니 헤타둥〉이 반들반들한 머리를 손으로 긁으며 흉악하게 소리쳤다. 펄발드의 숫자는 300마리였다. 고작 30기로 보이는 강철을 두른 기병의 모습은 코웃음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쿠르아아악!!!”
선두에서는 쟁탈전까지 일어났다. 호전스러운 펄발드들이었다. 도끼를 든 채 다른 손으로는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양손에 쥔 자벨린을 들어 올리며 괴성을 지르는 놈도 있었다.
그런 놈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한껏 허세에 취하다가 비틀거리며 속도가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서로 간의 간격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모습을 보며 아크온이 헤비 렌스를 고쳐잡으며 선두에서 쩌렁쩌렁 소리를 질러대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북부인이다! 몬스터에게 이 황금의 평야를 내어줄 것인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인간을 위하여! 몬스터들을 몰아내자!”
“몽펠리에를 위해!”
“보두앵을 위해!”
동원된 철기는 몽펠리에 중기병이 10기였고, 보두앵 중기병이 20기였다. 소리 나는 가문은 두 개가 전부였다. 아크온이 일부러 그 울타리를 넘어 인간을 외쳐대었지만 정예기수들은 자신이 속한 가문을 외쳐대었다.
롱소드와 화살과 투창을 대비한 방패를 장비하고 있는 드낙은 한 중간에 있었다.
‘아크온 경만 첫 정면 추돌 때 마법을 쓴다.’
고블린 기병의 숫자가 정말 많았기 때문에 기사들의 마법은 대다수 도망칠 때 사용해야 했다.
“〈거대한 화염 화살〉!”
거대한 화염구가 아크온의 머리 위에서 솟아나 생성되어 화염화살을 수백발 쏘기 시작했다. 드낙이 만들어낸 화살보다 굵고 뭉툭했다. 마치 화살과 창의 중간 사이즈 같았다.
퍼버벅!
일부 물리적 충격과 함께 마법 화염이 거세게 타올랐다. 삽시간에 펄 발드의 기세가 누그러들었다.
“끄아아악!”
판금갑옷에 그려진 고블린 주술사의 주술 문양은 순식간에 스파크를 튀기더니 사라져버렸다. 수천 마리의 고블린이 있는 곳이다. 제대로 주력이 집중된 〈주술 문양〉이 아니었다.
화염이 번지지 않고, 깊이 타들어가면서 뼈까지 태우며 신경계를 건드리자 펄 발드가 발악을 하면서 나뒹굴었다. 화염 화살은 판금갑옷까지 녹였다. 드낙이 한때 입었던 〈72년 전신갑주〉의 다수 마법보다 화력이 월등했다.
확실하게 딱 50마리를 조지는 것이 〈거대한 화염 화살〉이었다. 마리당 5발의 화염 화살이 타겟팅되며 총 250발을 쏘는 무지막지한 놈이었다. 반드시 50개체를 죽인다고 해서 〈오십마법〉이라는 별칭도 있었다.
‘와, 미쳤다.’
드낙이 그걸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거대한 화염 화살〉은 전에도 사용한 적이 있지만 드낙이 그것을 평가할 정도로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력 소모가 대단한 〈다수 마법〉처럼 보였다.
함께 휩쓸려서 나뒹군 것까지 합하면 예기가 꺾이고도 남았다.
“차지이이이잉!”
4.8m에 달하는 헤비 렌스를 앞세운 몽펠리에의 중기병이 마법에 의해서 스피드가 느려진 펄 발드들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당연히 그 속에서도 먼저 맞는 놈은 펄 발드였다.
“컥!”
뭉툭한 헤브 렌스에 부딪친 놈은 찍소리를 내뱉는 것이 전부였다. 동시에 라이트 렌스가 몽펠리에 기수들을 지나 투척됐다.
퍼거걱!
뒷열까지 관통하고 나자 기병들을 공격하는 펄 발드가 없었다. 경직이 된 놈들과 뒤엉킨 후열의 펄 발드가 아웅다웅거렸고, 그것을 힘으로 뚫고 지나갔다. 드낙 또한 속도를 늦춰서 옆에 한자리를 맡아 검으로 닥치는 대로 거리에 들어온 펄 발드를 죽였다.
서로 기병들을 향해서 달려들었기에 오히려 무기를 휘두르는 놈이 적었다. 찌르려고 해도 힘들었다. 서로의 몸이 서로를 방해했다.
슈슈슉!
“큭! 기, 기습이다!”
푸욱!
“꺼걱···!”
중기병의 돌파와 동시에 좌우로 경기병들이 펄 발드를 지나가며 투사체를 날렸다. 중기병에 잔뜩 시선이 꽂힌 펄 발드들은 사정없이 화살과 투창에 급소를 맞아야 했다.
중기병이 중앙을 뚫는다면 경기병들은 중기병들을 포위하는 것이 어렵게 양측면을 후려치며 지나갔다. 당연히 뒤통수를 후려맞는데 중기병에 신경을 쓸 펄 발드들이 아니었다.
“포위해라! 포위해!! 철을 두른 인간을 죽여라!”
중기병의 돌격으로 엉망이 된 곳에서 〈성난 어금니 헤타둥〉이 소리쳤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들에게 뛰어든 인간놈들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다른 펄 발드들은 평범한 펄 발드들이었다.
자신을 공격한 놈을 쫓기 시작했다.
단번에 3갈래로 찢긴 펄 발드의 무리를 보며 경기병들이 순식간에 돌격을 과감하게 감행했다. 혁대에 덜렁거리는 〈주술 화염 도기〉를 꺼냈다. 드낙에게 투항한 고블린 주술사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110개의 주술 아이템이었다.
쨍! 화르륵!
가까이서 투척한 주술 도기가 순식간에 깨어지며 주술 불꽃이 일으켜졌다. 살기 위해서 주력을 쏟아부으며 한 땀 한 땀 만든 도기들이었다. 화력이 제법이었다. 팔뚝만 한 주술 불꽃이 타올랐다.
“흐악, 하아악!”
손으로 주술 불꽃을 탁탁 터는 펄 발드의 가슴에 칼침을 먹이며 낙마시킨 경기병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갔다. 주술 불꽃 때문에 급격하게 전투력이 악화된 펄 발드들은 제대로 싸우기도 힘들었다.
갑옷이 계속 뜨거워졌기 때문에 무기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순식간에 펄 발드 절반이 죽어나자빠졌다. 인간의 군세는 갈가리 찢긴 펄 발드의 무리를 쫓아다니며 죽여대었다.
드낙은 그곳에서 혼자서 눈을 벌겋게 해서 흰 털을 하고 있는 〈성난 어금니 헤타둥〉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방해하는 놈은 죽였고, 안 방해해도 검의 간합에 들어온 놈도 죽였다.
‘저거, 저거 지휘관이 어디서 빤스런을!’
완벽하게 와해가 일어나자 헤타둥은 곧바로 도망질을 놓고 있었다. 드낙이 혼심을 힘을 다해서 쫓았다.
“드낙 경! 돌아오시오!!”
기수 하나가 무리를 벗어나는 드낙에게 소리를 쳤지만 드낙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6349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퇴근하겠습니다. 시험기간이라던데, 성적에 너무 일희일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