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37화 (336/1,239)

0337 <-- 트롤 토벌 -->

〈기병 돌진 전략〉은 기습전과도 닮아있었다. 적에게 들키지 않은 남쪽에서 시작되는 번개와도 같은 질주! 이 때문에 작전의 성공률이 높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철저한 우선순위를 정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1순위는 〈헤드스 하이에나〉와 〈펄 발드〉의 기수들이다! 놈들을 죽여야만 기병 전력에서 우위를 지닐 수 있다!”

고블린 기수들 또한 많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가죽옷 하나 입고 있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크놀 철광산〉에서 유입된 장비는 철저하게 트롤과 고블린을 뛰어넘는 종족치를 지닌 몬스터들에게 분배되었다.

그들은 판금 갑옷을 입고 있었다. 부위별 빈틈이 많았지만 판금 갑옷은 최고의 방어구라고 불리기에 충분했다. 전투 속에서 그 빈틈을 찌를 수 있는 자는 손에 꼽기 때문이다.

그 덕에 이번 기병 돌진에는 모든 기사가 투입되었다. 성공적으로 산으로 도망치기 위해서는 마법을 많이 써야 했다. 종군 마법사가 존재하기에 할 수 있는 전술이 바로 마법 퍼붓기였다.

기병들은 아크온의 말을 들으며 각오를 다졌다. 저 말은 두 무리를 처리하지 않으면 싸움이 장기화된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킨 궁기병〉을 제외하면 모두 투창을 보유하고 있었다. 보두앵 가문의 중갑기병의 경우는 자벨린과 라이트 랜스의 중간쯤 되는 범용성을 지닌 랜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판금 갑옷을 입고 있는 놈들을 후려 패기 위해서였다.

놈들을 죽이는 것은 대부분 근접전을 통해서 일어날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래리 데보네이어(Larry Debonair)〉는 불편하게 기마 위에 올라섰다. 산과 숲이 대단히 험해서 말이 제대로 달릴 곳이 없는 것이 데보네이어 가문의 장원들이었다. 그 덕에 그는 마법만 쓰고 빠지는 역할에 불과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이유는 아크온이 그렇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기사들의 역량을 잘 알고 있었다.

산길을 내려온 110 여기의 기병들이 평야로 들어섰다. 무리가 제법 컸고, 높이가 큰 고블린 부락의 탑에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당히 움직이며 수확에 집중하고 있는 고블린들을 죽인다!”

기병대는 마라톤 하는 사람처럼 말들을 적당히 몰며 산에서 설정한 루트대로 움직였다. 선두는 아크온과 드낙이 있었다. 그들만큼 용맹한 자들이 없기 때문이었다.

두두두두!

불과 백여 기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지축이 흔들렸다. 총합 50톤의 무리가 한곳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전투마의 종마는 비대함의 결정체였다. 오직 육중함만을 위해 계량된 것이 전투용 말이었다.

경기병조차도 덩치가 컸는데, 판타지 세계의 기병 특성상 많은 투척물을 적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한 대 처맞고 빌빌대는 몬스터는 휴머노이드 종족 중에서도 몇 없었다.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많은 적재량〉은 기병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빠른 기동성으로 약탈에 치중한 유목민들의 말과는 크게 달랐다.

“끽? 뭔가가 온다.”

“순찰을 도나 보지.”

하두 아래만 보고 살아서 등이 굽은 〈콥 고블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바로 넝쿨로 만든 채찍을 맞았다.

“끼아악!”

피부가 찢어지며 바로 살이 터져나갔다. 고블린 전사가 일을 하지 않자 때린 것이다. 콥 고블린이 바닥을 기었다.

“빨리 일어나서 일을 해라! 패배자 놈아!”

그렇게 소리를 친 고블린 전사가 뒷짐을 지고 콥 고블린들을 다그쳤다. 이 평야는 오롯이 몬스터의 영토이었기에 들려오는 소리에도 무덤덤했다.

‘헤드스 하이에나 놈들. 수확물을 작작 좀 밟고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들에게 찍 소리 못하는 것이 고블린이었다. 고블린보다 한참이나 크기 때문이다. 체급에서 오는 공포감은 고블린 전사가 함부로 대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퍽!

그리고 놈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드낙의 검에 깔끔하게 베인 것이다. 피가 솟구쳐 올랐지만 콥 고블린은 추수를 하기 바빴다. 어깨에 밀을 적당히 들어 올린 콥 고블린 한 마리만 그 광경을 봤을 뿐이다. 밀밭을 헤치며 튀어나온 기병대들이 순식간에 많아졌다.

촤악!

바로 밀을 버리고 뒤돌아서 도망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순식간에 고블린 전사 한 마리와 콥 고블린이 죽어나갔다. 한 번 말에 부딪쳐서 벌러덩 넘어지면 짓밟히고 채이며 머리가 밟혀서 곤죽이 되었다.

발에 걷어차 인 장난감처럼 이리저리 크게 출렁거렸다. 선두에 선 보두앵 가문의 전투마의 체중은 800kg이 가뿐하게 넘는 검은 코뿔소나 다름없었다.

콥 고블린을 잡을 때는 말들 또한 전력으로 달렸기에 한 무리의 콥 고블린을 잡으면 다시 천천히 걸어야 했다. 그 사이에 고블린 부락에서 야생마의 마른 똥으로 불을 지폈다. 남서쪽에 치우쳐진 부락이었다.

“우리는 동쪽으로 간다!”

혼란을 위해서 아크온은 말머리를 북동으로 잡았다.

“크악!”

“케엑!”

물경 500마리의 콥 고블린을 살육하고 3시간이 지나서야 남서쪽에 헐레벌떡 달려온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인간들의 꼬리를 밟기 시작했다.

“정지!”

아크온이 말머리를 천천히 돌리며 외곽을 돌며 기수들과 눈을 마주쳤다. 기수들은 그것만으로도 목례를 하며 예의를 표했다.

“파스칼 경은 어디에 있소!”

“여기에 있소!”

10대의 노타블 전차를 인솔하며 자신도 전차를 홀로 타고 있는 파스칼 노타블이 고함을 질렀다. 노타블 전차병 중에 가문의 깃발을 지닌 병사가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렸고, 다른 이들 또한 전차에 부착하고 있는 삼각깃을 올렸다.

자연히 눈에 들어왔다. 일백의 기병들은 모두 하나같이 긴 무기에 천을 두르거나 삼각깃을 부착하고 있었고, 가문의 병사 중에는 깃발병 또한 있었다.

후우웅!

가을의 시원하고 거친 바람이 크게 불 때면 수많은 깃발이 쫘악 펴지면서 휘날렸다. 그것만 해도 위용이 대단했다.

“준비한 장작을 통해 북쪽에 화공을 펼쳐 〈펄 발드〉들이 돌아서 오게 만드시오.”

“알겠소! 가자!”

전차가 빠르게 떨어져 나갔다. 남서쪽에 있는 고블린 부락의 봉화를 보고 크게 내려온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바로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펄 발드〉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북쪽에 불을 놓아 펄 발드를 유인할 검은 연기를 대단히 크게 만들어냄과 동시에 생각보다 가까이 펄 발드의 무리가 있다면 그들이 측면을 치지 못하도록 북쪽에 불을 놓는 것이었다.

동쪽에 나타난다면 후방이 위험하겠지만 그전에 헤드스 하이에나 무리를 터트릴 수 있었다. 놈들을 죽이기 위해 서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펄 발드가 인간들의 후방에 나타나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돌파하면 자신들은 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랄프 슈퍼브가 할버드를 들어 올렸다. 잔뜩 흥분해있었다.

“북부를 위하여! 메디오인을 위하여!”

“이 땅에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기수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기사들이 지르는 말에 화답했다. 그들은 북부인이었으며, 메디오 지방의 사람들이며 인류의 방패이며 창이었다. 몬스터를 상대함에 있어서 인간의 저력과 정신력은 대단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드낙은 중기병과 함께 움직였다. 그의 눈에 경기병과 궁기병들이 남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헤드스 하이에나를 분산시키고, 흔들기 위함이었다.

들썩.

조금 말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살짝 점프를 했는데, 드낙의 눈이 아래로 향했다.

그곳에는 수많은 병장기와 농기구 그리고 반파된 흉갑이 널브러진 작은 전쟁터의 흔적이 있었다. 기수들 또한 말을 더욱 천천히 몰며 그곳을 지나갔다. 무기로 날붙이를 쳐내는 기수도 있었다.

‘민병대와 자유기사가 이곳에서 싸웠다.’

그림이 절로 그려졌다. 자유기사가 인근의 인간들을 규합하여 멸망에 치닫고 있는 〈야생마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 움직인 것일 터였다. 그중에는 피가 묻었지만 새하얀 복장을 하고 있는 사제의 시체 또한 있었다.

뜯어먹혀서 시체 훼손이 끔찍했다. 초창기라서 그런지 몬스터들이 이들 시체를 방치할 정도인 것을 보면 평야에서 인간과 몬스터의 전투는 생각보다 격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기를 감싼 천 같은 것을 본 드낙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매몰차게 돌렸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피떡진 그 애벌레처럼 둘러진 것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침묵이 나돌았다. 아크온 또한 별말을 하지 않았다.

사기가 꺾인다? 웃기는 소리였다. 도리어 기이할 정도로 열기가 중기병들을 휘감고 있었다. 다른 기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를 악다문 이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지만 그것은 지금 이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앞에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컹컹컹!”

헤드스 하이에나의 하체는 완벽한 하이에나의 모습이었다. 네발로 달리며 켄타우르스와는 다르게 하체에도 머리가 달려있었고, 그 머리에서는 짐승의 울부짖음이 평야를 흔들었다.

70기에 달하는 경기병들이 양분하자 그 모습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헤드스 하이에나〉를 이끄는 〈눈잡이 팔라벵〉이 눈을 좁혔다. 경기병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본대가 경기병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남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인간들의 중기병은 자연스럽게 헤드스 하이에나의 측면을 향해 가는 것으로 만들어졌다.

“크응! 퉷!”

침을 뱉은 팔라벵이 노획한 인간들의 무기인 자벨린을 한 손으로 휙휙 휘두르며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결론을 냈다.

“대머리 놈들을 기다린다! 놈들의 본대와 드잡이질을 하며 시간을 번다!”

그의 외침에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불만을 토해냈다.

“적다! 인간의 숫자는 적다!!”

“돌파해야 한다! 놈들은 한 입 거리도 안 된다!”

하지만 팔라벵이 으르렁거리며 소리친 놈들에게 다가가자 깨갱하며 물러났다. 하찮은 인간들에게 양쪽으로 공격당해서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는 팔라벵이었다.

호미에 찍힌 팔라벵은 그 트라우마로 포획한 인간들의 눈부터 조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남쪽으로 움직이면서 경기병들과 전투를 시작했다. 두 무리 모두 사격전을 시작했다.

후웅! 퍽!

투창에 가슴을 맞은 헤드스 하이에나 한 마리가 그대로 휘청거리더니 뒹굴었다. 상체가 휘면서 자연스럽게 균형이 측면으로 크게 기울어 넘어진 것이다. 다른 몇몇 헤드스 하이에나도 그에 휩쓸렸지만 금방 일어났다.

쉬쉬쉭!

킨 궁기병들의 화살은 정확하게 빈틈을 노렸다. 운 좋게 눈에 박히거나, 목을 스치기도 했다. 특히 〈눈잡이 팔라벵〉의 말을 무시하고 크게 근접한 헤드스 하이에나는 여지없이 급소에 화살을 먹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퍼버벅!

숫자가 원체 많은 헤드스 하이에나들 또한 투척물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이 던지는 자벨린은 매우 위협적이었지만 명중률이 형편없었다. 물론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실력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철저한 전술 때문이었다.

“궁기병 앞으로!”

궁기병과 경기병들이 순식간에 좌우로 자리를 바꾸고 궁기병들이 화살을 쏘았다. 그 화살은 정확하게 쫓아오는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선두를 타격했다. 자벨린을 던지는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선두는 화살을 맞고 명중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판금 방어구에 화살이 맞으면 그 장력 때문이라도 흔들리기 때문이었다. 또한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그렇게 투창질을 하고 나면 다음 투창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 경기병들이 헤드스 하이에나쪽으로 옮겨가며 투창질을 했다.

인간이 쏜 투창은 대부분 판금갑옷에 막혔지만 그 충격으로 나뒹구는 놈들이 많았다. 그것은 스노우볼처럼 작용되어졌다. 다음에 투창을 쏠 헤드스 하이에나의 숫자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안과 밖을 서로 바꾸며 사격라인을 유지하는 인간들의 전술은 날카로웠다. 간격 또한 서로 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대단히 헐거웠기에 더더욱 맞추기도 힘들었고, 맞춘다고 하더라도 혼자만 낙마할 뿐이었다.

이 전술 때문에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투창은 헛질이 많았고, 인간들의 피해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눈잡이 팔라벵〉의 전략은 좋았지만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지닌 전술은 없었다. 인간들의 궁술과 투창술의 전술에 완벽하게 샌드백처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전술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맞아야지!’

경기병이 투창을 하고 빠르게 옆으로 말을 몰았다. 궁기병이 그 옆을 지나가며 화살을 연거푸 두 발을 쏘았다. 한 손에 세 발을 쥐고 있는 궁기병도 있어서 연발이 기본이었다.

궁기병들을 스치고 헤드스 하이에나가 던진 자벨린이 땅에 깊숙이 박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들의 압도적인 승리라고는 할 수 없었다. 화살에 맞아도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뒤집어지기는 해도 금방 일어났고, 휘말려서 발이 역으로 꺾이거나 하지 않으면 바로 따라붙을 수 있었다.

운 좋게 급소가 맞아야지만 전투불능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경직에서 풀리고 인간과는 다르게 흥분하면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피를 쏟으면서도 달려오는 놈들도 있었다.

경기병들은 착실하게 헤드스 하이에나들에게 피해를 주고는 있었지만 결정적이지 못했고, 〈눈잡이 팔라벵〉의 전략답게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중기병들과 싸우지도 않았다.

서로 꼬리를 물며 시간이 흐르고, 화공을 놓고, 전차들이 합류할 때 즈음에 불이 난 곳의 서쪽에 펄 발드들의 무리가 전장에 들어섰다.

부우우웅!

근처 산양들을 잡아서 만들 뿔나팔을 불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펄 발드가 헤드스 하이에나와 합류를 위해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경기병에게 의해 150기가 죽거나 다쳐서 전투를 이어나가지 못해 350기가 남은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꼬리를 보이며 도망쳤다.

“붉은기를 올려라!”

경기병들을 통솔하던 기사들이 절호의 기회에 추격, 공격같이 적극적인 태세를 알리는 붉은 깃발을 올렸다. 중기병 쪽에서도 붉은 깃발이 선두에 여럿 올려졌다. 허락한다는 뜻이었다.

경기병들이 헤드스 하이에나를 추격하며 빠르게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말 머리를 돌려라! 펄 발드들과의 격돌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아크온이 고함을 질렀다. 중기병들이 서행하며 말머리를 남쪽으로 향하며 천천히 방향을 역으로 틀었고, 펄 발드들이 중기병들을 쫓기 시작했다. 느릿느릿한 중기병들은 먹기 좋은 밥상으로 보였기에 단번에 눈이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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