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36화 (335/1,239)

0336 <-- 트롤 토벌 -->

〈콩과일 산〉의 중턱에 군대가 자리 잡았다. 몇몇의 척후대가 〈멜마론 평야〉를 훑었다. 그들이 곧바로 평야에 진입하지 않은 것은 평야에 들어서면 곧바로 〈단단한 산〉을 맞이하기 때문이었다.

‘혼자 먹다간 배가 터지고 말 것이다.’

〈검은 무늬 트롤〉과의 전투 데이터 때문에 다른 귀족들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자연스럽게 귀족들이 키운 척후병들이 움직였다.

〈콩과일 산〉은 높은 산이었기에 광활한 평야를 확실하게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중에는 드낙 또한 있었다. 몇몇 관전 포인트는 정해져 있었기에 자연스레 척후병들끼리도 동행했다.

적이랄 것도 없었다. 산에서 산군 노릇을 하며 포악질을 한 〈검은 무늬 트롤〉 때문이었다. 동족조차도 후려패는 탓에 쫓겨나서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 놈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산은 평화로웠다.

“헉!”

드낙과 함께하는 척후병들은 섬찟 섬찟 놀라길 반복했는데, 드낙의 발소리가 전혀 안 들렸기 때문이었다. 드낙이 그림자에 동화되듯이 검게 변할 때면 눈으로 그것을 보고도 한 번 감으면 잘 구분이 안 가기도 했다.

그것은 〈괴이한 힘〉으로까지 느껴졌다.

“흠.”

드낙은 다른 인간보다 우월한 시력을 가지고 있었다. 〈펄 발드의 눈〉 때문이었다. 파충류의 눈처럼 변하지는 않았음에도 독수리의 눈과도 같은 시력을 지니고 있었다. 멀리 본다는 생각을 하고 눈을 깜빡이면 한 번 확대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드낙이 가져오는 정보량은 일반 척후병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대단했다.

슥슥!

흙에 본 것을 그리기 시작하자 척후병들이 그것을 보고 그 지점을 집중적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흐려서 무엇도 볼 수 없었다. 〈진흙돼지 마을〉이 있는 평야보다 수 배에 달하는 것이 〈멜마론 평야〉였다.

‘〈야생마 마을(Wild horse Town)〉은 무너졌군.’

목책이 산산조각 나있고, 제대로 된 건물이 하나 없었다. 폭삭 주저앉아서 태풍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되어있었다. 드낙은 그곳을 보기만 해도 썩은 내가 풀풀 풍겨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야에서 도망치는 것보다는 든든한 목책을 믿었을 터다.

‘중대형 몬스터.’

드낙의 눈에 제법 많은 숫자의 트롤들이 보였다. 저것 때문에 〈멜마론 평야〉는 말 그대로 몬스터에게 점령이 되어있었다. 평야의 외곽지역에서 인간의 방어 건물이 보이는 것을 봐서 진입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동쪽에 협곡에 〈토치라이트〉 가문을 위시로 한 동부 가문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서쪽에는 아직 도착한 인간이 없었다.

‘몬스터의 군대는 뿔뿔이 흩어져 있고··· 대다수가 고블린들이네.’

트롤 한 마리가 지휘관 노릇을 했고, 한 무리를 이끌었다. 고블린들은 야생마나 가축 따위를 데리고 다녔고 몇몇 곳에서는 야지(野池)에서 뿌리채소를 캐거나 풀들을 걷어내어 바위에 바짝 말리고 있었다.

인간이 못 먹는 식물도 말려서 삶아먹는 것이 고블린들이었다.

‘시발. 인간을 포를 떠서 들고 다니네?’

그중에서 드낙이 욕을 한 것은 고블린들의 행태였다. 자기보다 큰 장대를 들고 다녔는데, 포가 떠진 인간이 흉측하게 뒷구멍부터 정수리까지 꿰뚫린 채 고정되어있었다. 팔과 다리는 뒤로 한데 묶여져 있어서 더욱 끔찍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그렇게 되어있었다.

아마 야생마 마을에서 죽음을 맞이한 인간일 것이다.

‘토성도 있군.’

고블린 부락 또한 세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랐다. 몬스터는 트롤과 고블린만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펄 발드, 헤드스 하이에나까지 있었다.

‘평야에 강한 몬스터들이지.’

펄 발드와 헤드스 하이에나는 기동성이 뛰어났다. 펄 발드는 탈것을 타고 다녔고, 헤드스 하이에나는 하이에나 한 마리에 상체에 인간의 상체가 있는 놈들이었다. 타고난 기병인 것이다.

그들은 순찰을 하듯이 평야를 돌고 있었다.

“어마어마한데.”

드낙이 혼잣말을 하며 혀를 찼다. 〈검은 무늬 트롤〉은 아니었지만 트롤의 숫자는 세 마리나 되었다. 고블린들은 5천을 조금 넘겼고, 펄 발드와 헤드스 하이에나 모두 합쳐서 500마리 언저리였다.

황금빛으로 물들인 곳의 모든 곡식을 고블린이 수확하는 것을 보며 드낙이 몸을 돌렸다.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별 것 못 봤지? 뿌옇기만 했을거다.”

아크온이 드낙을 반겼다. 그 모습에는 영락없이 드낙이 척후병보다 정보를 많이 못 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척후병들이 보고를 하기 전에 드낙이 입을 열었다. 모두가 그것을 원하고 있기도 했다.

기사보다 눈썰미가 좋은 것이 척후병들이었다. 그런 신체적 우월함을 통해서 가려 뽑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원탁회의에서는 부관들이나 참관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것을 보며 드낙은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생각보다 〈외눈 다크 트롤〉의 역량이 대단했기에 드낙은 정면으로 놈을 위축시켜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재능을 보여야 했다. 승리를 위해서 끝없이 달려가야 했다. 전력으로 질주하여 쟁취해내야 했다. 백금 왕가의 태도는 앞으로 더욱 변화할 것이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

“야생마 마을은 완벽하게 파괴되었소. 목책은 무너졌고, 그곳을 수복한다고 해도 새로운 곳에 새로 짓는 것이 나을 지경이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분야에서나 손을 들이밀고 보는 드낙이었다. 그에 대해서 과대평가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이 정도의 정보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평야에 있는 고블린 부락은 3곳이며 모두 토성이오. 트롤은 세 마리가 하나하나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어 평야를 돌아다니고 있소. 고블린은 부락에 있는 놈을 제외하고 5천이 넘소. 평야를 돌아다니는 고블린들은 야생마와 늑대를 타고 다니고 있소.”

“펄 발드는 200여 마리이며 야생마를 타고 있소. 무기는 자세히는 못 봤기에 그것에 대해서는 모르오. 헤드스 하이에나 또한 300마리가 단독으로 무리를 만들어 움직이고 있소.”

“그 외에는 동쪽에 있는 좁은 협곡에 동부 귀족으로 보이는 인간의 군세가 있다는 것이오.”

말을 마친 드낙이 입을 다물고 가볍게 침을 삼켰다. 다른 기사들의 눈이 척후병들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들은 말이 없었다. 드낙보다 자세하게 얻은 정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고블린들이 평야에 있는 식량을 추수하고 있다는 점이었고, 트롤이 〈콥 고블린〉을 식량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포식 장면을 본 척후병이 전부였다.

“허! 보면 볼수록 대단하오. 척후병들의 눈은 대단히 좋은 자들을 선별했고, 경험도 많은데···”

실력이 좋으면 단단히 우대받는 것이 척후병들이었다. 오크를 감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북부 순찰자〉들은 귀족이 멋대로 부릴 수 없었기에 정찰병 같은 것을 따로 몇 명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순찰자에 대해서 잘 몰랐다. 인간의 영역 밖에 있는 〈백설산맥(白雪山脈)〉에 살아가는 북부 순찰자를 귀족이 자주 볼 리가 없었고, 일반 시민은 더했다.

은퇴를 하고 돌아온 늙은 순찰자는 〈전투 로브〉조차도 없었기에 더욱 비밀스러운 것이 북부 순찰자들이었다. 물론 몇몇 순찰자는 자연스럽게 귀족의 편에 서기도 했다. 오크 전사의 흉성(凶聲)을 듣고 도망줄을 놓는 인간은 어디에서나 있는 법이었다.

“우리가 왔으니, 일단 봉화를 지펴서 몬스터의 군대를 양분한 뒤에 각개격파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가장 정론이 먼저 쌓아올려졌다. 하지만 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놈들이 영악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오. 인간의 군대가 추가로 모습을 드러내면 반드시 한 번은 반응할 것이오.”

“동쪽의 협곡을 노리기보다는 산길로 된 이곳에 총공격을 실시할 공산이 크오.”

그럴듯했다. 몬스터의 입장에서는 좁은 협곡에 단단히 틀어박힌 인간을 공격하기보다는 산길을 오르는 게 편했다. 인간에게는 험지라도 몬스터에게는 평지였다.

“결국 서부의 귀족들이 도착을 해야 한다는 소리군. 최대 보름은 대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겨울이 찾아올 것이오.”

겨울이 오면 양측 모두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다. 병사도 지금 동원한 것의 25%만 유지할 수 있을 터였다. 추위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한 곳이었다. 특히 여름에도 바람이 잘 부는 것이 〈남부 왕국〉의 기후였다.

겨울에 군사활동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군대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자원이 곱절은 더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아크온의 짧은 한 마디는 앞으로의 행보를 모두 관통하는 강렬한 하나의 전술적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은 무조건적으로 〈단기전〉을 노려야 했다. 그만큼 이 시대의 겨울은 혹독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도 아쉬운 상황 아니오?”

드낙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지 적극적인 것이 드낙이었다. 그의 일관된 모습은 확실한 신뢰를 부여했다.

결국 싸워야 했다. 부족하지만 오히려 지금이 적기인 것이다. 지금 평야를 수복하지 못한다면 〈외눈 다크 트롤〉의 얼굴도 못 보게 될 것이었다.

전략은 아크온의 머리로 바로 튀어나왔다.

“〈삼전 전략(三戰 戰略)〉을 기본 골자로 내세우고 싶소.”

“〈킹슬레이의 역습〉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귀족들이 아는 눈치를 했다. 하지만 드낙은 까막눈이었다. 대충 아는 표정만 지었다. 아크온은 항상 드낙의 표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연 설명을 했다. 〈계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불파겐이었다.

“서부는 평야지대가 많지만 산 또한 많지. 지금 이 상황과 지형적으로 어울리는 면이 있소.”

북부 가문 중에서 유일하게 〈공작 가문〉인 것이 킹슬레이였다. 그들은 백금 왕가가 만들어낸 큰 그림을 두 토막 내고 당당하게 가문 내전에서 승리하여 후작에서 공작으로 승계(陞階) 했다. 백금 왕가의 패배였다.

그리고 킹슬레이 가문은 그 한 번의 싸움으로 모든 것을 끝냈다. 그 덕에 수많은 귀족들이 군사학을 배우며 〈킹슬레이의 역습〉이라는 전투를 귀에 피가 나도록 들어야 했다.

후계자 싸움을 통한 북서부의 전복을 노린 백금 왕가의 무서운 정치력을 힘으로 부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군략적으로도 매우 뛰어났다.

“세 번의 싸움을 만들고, 그곳에서 두 번을 이기는 것이 삼전 전략이오. 보병에서의 싸움. 기병에서의 싸움. 기사에서의 싸움.”

그들은 기병과 기사에서의 싸움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다.

“우리 또한 대장전에서 무조건적인 승리를 할 수 있지 않겠소?”

“트롤들이 몰려오면 자연히 보병을 이끄는 기사는 드낙 경과 아크온 님께서 맡아주셔야 하오.”

〈스웬슨 보두앵(Swenson Baudouin)〉 경이 즉각적으로 그 물음에 대답했다. 트롤은 결코 보병으로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리치는 나무를 통째로 깎아만든 몽둥이의 길이만 해도 2~3m였고, 팔 길이 또한 그와 비슷했으니 가히 5m 내외의 간합을 지니고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은 피떡이 될 뿐이었다. 트롤을 상대로는 진형조차 헐겁게 잡는 것이 기본일 정도다. 뭉치면 더 많은 사상자가 생길 뿐이었다. 혹은 아예 포위를 하지 않는다.

드잡이질로 잡는 것이다. 느린 트롤의 특성을 잘 살린 것이다. 여기에서 〈검은 무늬 트롤〉은 예외였다.

“산위에 자리를 잡는 보병에는 나와 드낙 경이 함께 하겠소. 물론 다른 가문들 또한 모두 보병들을 지키는데 투입될 것이오.”

그 말에 스웬슨 경이 들썩했다.

“기병을 저 혼자 통솔하라는 소리는 아니시지요?”

“모두 베테랑 기수들이니 통솔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오.”

전차 포함 기병 110기. 그것이 스웬슨 경이 이끌 기병의 숫자였다. 중기병이 30기에 경기병이 70기 그리고 전차가 10대였다.

“봉화가 올라가고, 본대가 버티는 동안 동부 가문과 연합하여 기병의 세를 늘리고 평야의 기병들을 저지하며 동부 보병들을 산으로 올려보내시오.”

“기병이 가장 힘든 싸움을 할 것 같으니, 기사라도 하나 더 붙여주십시오.”

“트롤 세 마리가 만들어내는 위용을 생각하시오. 고블린 기수 따위야 씨알도 안 먹힐 테니 실질적으로는 펄 발드와 헤드스 하이에나 500마리에게서 승기를 따내면 되는 것 아닌가?”

보두앵의 기사는 그럼에도 확답을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놈들의 기세가 실로 대단할 것인데···“

드낙이 눈치를 쓱 보더니 입을 열었다.

“차라리 병력을 숨기고, 전초전을 먼저 걸어서 한 마리라도 잡고 시작하는 것이 어떻소? 몬스터의 군대는 하나로 결집되어있지 않소.”

광활한 평야의 추수를 위해서도 트롤을 먹이기 위해서라도 엄청나게 흩어져 있는 것이 몬스터 군대였다. 기병들의 질주로 쓸어 담을 전공이 많았다.

“기병으로 먼저 재미를 보고, 그다음에 봉화를 올려 삼전 전략을 하는 것이오.”

“헤드스 하이에나와 펄 발드 무리는 개별적으로 행동하니 끊어먹기도 좋을 것입니다.”

아크온이 기사들이 찬성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1백에 불과한 기병이 동쪽 협곡으로 합류를 꾀하려 하는 모습을 취한다면 몬스터 기병이 먼저 추격하여 막으려 할 것이다. 그 뒤에 삼전 전략을 쓰는 것이다.

드낙의 의견은 윤활유와 같은 역할이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겠소.”

원탁회의가 그렇게 끝이 났다. 평야의 산 너머의 중턱에 위치한 병사들은 그대로 주둔했고, 기병들만 내일 출정이 결정되었다.

========== 작품 후기 ==========

6272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활약한 사람의 앞에 킹갓제네럴을 붙이는게 요즘 유행이라면서요? 킹갓제네럴드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