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34화 (333/1,239)

0334 <-- 트롤 토벌 -->

말 그대로 천(千)의 군세였다. 성전대가 300이고, 용병이 300이었다. 정규병은 500명이 넘었다. 〈진흙 돼지 마을〉의 밖에 수많은 깃발이 꽂혔고, 군막이 자리 잡았다. 짐마차가 수두룩했다.

전투 인원이 1천이라면 보급은 3천~5천이 넘는 게 보통이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드낙은 보급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아크온은 이에 대해서 쿨하게 대답했다.

“상단들이 맡고 있지. 괜히 그들에게 이권을 내어준 것이 아니다. 전쟁이 나면 그만큼 토해내야 하는 것이 상단들이다. 그간 내어준 것이 있는데, 무시하면 그 끝이 어찌 될지 자기들도 아는 것이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것이 귀족이었다. 금고업자들의 뒷배도 귀족들이었다. 그들은 사병이 필요했고, 귀족은 돈이 필요했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만인(萬人)의 힘을 쥐고 있는 것이 귀족이었다. 남부 귀족은 토지를 잃으면서 그 힘이 무색해졌지만 북부 귀족은 달랐다. 그들은 영지에서 왕이나 다름없었다. 그곳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귀족이 힘들 때 도와줘야 했다.

“아하.”

드낙이 큰 깨달음을 얻는 것처럼 리액션을 취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의 돈을 쓰는데 저리 당당하다니. 이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나중 가서 크게 헛스윙을 했을 것이다. 또한 가까이 끼고 있을 상단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제라스가 상단을 준비해줬으면 좋겠는데.’

자신이 하려고 하니 귀찮기 짝이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하기가 버겁기도 했다.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크온은 드낙과 곧바로 독대를 가졌다. 성전대에 숨은 왕족도 쉽게 끼어들지 못할 것이다.

“쟁쟁한 공적을 세웠던데? 고블린, 펄 발드, 트롤까지.”

“선두에 섰으니 그럴 수 있었던 것뿐이지.”

“트롤은 혼자서 잡았다며? 놈의 비대한 몸을 보니, 보통 트롤이 아닌데.”

“별것 아니야.”

드낙은 자신의 공을 높이는 일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크온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겸손을 부리는 드낙은 이상한 놈이었다. 공신의 순위를 정함에 있어서 왕궁에서 칼부림이 나는 것이 논공행상이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까. 청렴하다기에는 공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모순적인 것이 드낙이었다.

“나에 대한 칭찬은 그만해도 괜찮아. 그보다 〈크놀 철광산〉은 어땠어? 토벌이 길어졌다던데.”

“어마어마했지. 수많은 굴에서 튀어나오는 크놀들은 무장 상태도 좋아서 정규병이 제힘을 못썼어. 죽이기 힘들었지.”

“마지막은 공성전이나 다름없었다. 대형 용광로의 열기 속에서 철로 된 장벽을 지하에서 마주해야 했어. 절벽 위에서 사격을 했지만 놈들은 애초에 동공 밖에 나있는 굴에서 전투를 나아가서 그것도 큰 재미를 못 봤고.”

아크온은 상세하게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드낙이 매우 흥미로워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철의 장벽〉은 드낙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하에 그런 게 있으면 어떻게 뚫어야 하지?’

개인의 무력이 얼마나 절실한 세계관인가.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강자조차도 방심하면 고꾸라지는 세계였다. 그렇기에 드낙은 그 철의 장벽이 얼마나 흉악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철의 장벽을 넘은 거야?”

“치고 빠지며 전신갑주의 마법으로 사상자를 꾸준히 내서 시체의 언덕을 만들어서 백병전을 벌어서 뚫었지. 놈들은 자신들의 시체를 처리하지 않더군.”

수성전에 경험이 없어서 생긴 돌파구였다. 드낙은 절로 술맛이 났다. 그 상황 속에서 크놀들이 시체를 치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지휘관이 몇이나 될까? 자신이라면 깨달았을까? 이런 생각도 했다.

물론 〈검은 회의〉가 있었으므로 드낙이 몰라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둘은 서로의 공백 기간 동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자 다른 주제로 돌아갔다. 아크온 몽펠리에가 돌린 주제는 백금왕가에 대한 것이었다.

“제퍼 공이 〈중앙 신전〉을 끌어왔다. 당시에는 탐탁지 않았지만, 상황은 점점 변했고 중앙 신전의 세력이 온 것을 오히려 환영해야 할 지경이다. 〈외눈 다크 트롤〉의 위세는 우리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어.”

아크온이 술병을 꺼내들며 말했다. 〈왕족 제퍼 플래티넘〉이 간사하게 중앙 신전을 미리 당겨와 성전대를 빠르게 구축했고, 귀족의 공을 탐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차라리 잘 된 일이 되어버렸다.

“용병단 3개가 박살이 났지만 성전대가 없었다면 더 많은 피해가 났을 것이다.”

“그 정도로 격렬한 싸움이었어?”

스윽. 조르륵.

술잔이 드낙의 앞에 오고 술이 따라졌다. 술병을 받은 드낙 또한 아크온에게 술을 담아주었다.

“몬스터에게 양질의 무기가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절실하게 깨달았지.”

아크온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잘 먹고 잘 큰 정규병이라고 하더라도 몬스터의 뛰어난 신체에는 못 미치는 법이었다. 그것을 진형과 전술 그리고 무구의 성능 차이로 극복하는 것인데 다리 하나가 잘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이야기를 돌려서 지금 성전대는 수도에 있는 중앙 신전이 끌고 있다. 그것을 감안해라.”

놈들에게 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기껏해야 치료가 전부였다.

“알았어. 왕족과 성전대가 붙어먹고 있다는 소리잖아? 그럼 이대로 계속 진격하는 건가? 다른 귀족 가문이 붙어야 할 것 같은데.”

귀족이 많아야 그들이 쌓을 공이 적어졌다.

“산길을 넘으면 〈야생마 마을(Wild horse Town)〉이고, 평야의 끝에 〈단단한 산(Hard Mountain)〉이 있다.”

드낙이 아크온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말 코앞이었다.

“동북쪽에 있는 〈토치라이트(Torchlight)〉 가문을 중심으로 한 동부. 서쪽의 공작가문인 〈킹슬레이(Kingsley)〉까지 모두 야생마 마을이 있는 〈멜마론 평야〉로 모이고 있을 것이다. 걱정 안 해도 된다.”

“북부 귀족의 결집이라는 소리인가.”

드낙의 말에 아크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마셨다. 그들이 오지 않으면 트롤 토벌은 물 건너간 것이다. 단단한 산은 말 그대로 몬스터로 득실거릴 터였다.

“서로 차이는 있지만 빠르게 트롤의 공세를 막고 회복함과 동시에 이곳으로 병력을 보내고 있겠지.”

너도나도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몽펠리에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들이 가는 길은 전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남쪽이 확 치고 오는데 트롤이 남쪽으로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이번 년에 결혼식을 올릴 수도 없겠는데.”

드낙이 능숙하게 토벌을 들어 결혼식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는 척을 했다. 걱정하는 드낙에게 아크온이 웃었다.

“걱정 안 해도 돼. 북부는 그렇게 쉽게 정복 가능한 곳이 아니니까. 겨울 전에 끝이 날 것이다.”

“그럼 다행이고.”

세파리아스가 보면 답답해서 가슴을 치겠지만 드낙은 이 정도로 만족했다. 술이 한 번 돌아가며 침묵이 조금 있었다. 그 간격을 이용해서 아크온이 주제를 돌렸다.

“트롤의 머리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역시.’

“어떤 것?”

“구매를 할 수 있을까? 가을에 군대를 동원해서 민심이 영 좋지 않아. 세금을 숨기려고 한 놈들도 몇 잡았고.”

병사가 적어지니 자연스럽게 범죄가 증가했다. 특히 세금을 조작하여 안 내려는 놈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몽펠리에의 문인들은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 이미 그런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벌백계(一罰百戒)〉하기 위함이었다. 그 덕에 기세는 줄었지만, 걱정은 남았다.

“제값을 쳐주면 난 상관없어.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유익하게 쓰이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고.”

검은무늬 트롤의 머리는 상징성이 대단했다. 물론 상징성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뼈는 어느 분야에서든 사용할 수 있었다.

“직계가 쓰는 전신갑주 한 벌에 크놀이 만든 양질의 무구들. 무기는 1500 자루가 넘고, 방어구 또한 1천 벌은 돼. 거기에 놈들이 쓰지 못한 순철(純鐵)도 내어주지. 순철 1500괴.”

드낙의 귀가 팔랑거렸다. 눈도 커졌다. 엄청난 것들이었다. 그 모습에 아크온이 씨익 웃었다. 이미 드낙에게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들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그 단점을 지워주는 것이다.

이건 아크온의 은혜이기도 했다. 남들은 불파겐의 목줄 하나를 끊어냈다고 하겠지만 어차피 결혼동맹이 될 사이였다.

크놀 철광산에서 얻어낸 모든 것이 드낙의 손에 들어오고, 더 나아가서 몽펠리에의 전신갑주 또한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게제라스가 꼭 필요로 하던 것이기도 했어.’

〈버려진 영지〉에는 석재는 있어도 철은 없었다.

“하지만 내 영지에는 순철로 철제 무구를 만들 대장장이가 없어.”

“범죄자 대장장이가 하나 있다. 실력은 평균 이상은 돼. 일가족 통째로 이주시키면 될 거다. 그것까지 내어주지.”

“좋아.”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 1500자루, 방어구 1천 벌에 순철로 된 철괴가 1500개.

‘욕심부리지 말자. 이 정도로 만족하자. 크게 퍼주는 것이고, 나에게 부족한 점을 정확하게 짚어서 내어주고 있다.’

상징성이 대단하기에 가능한 거래였다.

아크온과의 유의미한 만남 이후에 드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스핀과 대화를 나누며 그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줬다.

“게제라스 총관님이 정말로 좋아하실 겁니다. 이제 식량이나 사람을 데려가면 금상첨화 아닙니까?”

“병사들을 동원했으니 식량을 가져가는 건 어려울 거다. 비싸기도 할 거고. 피난민들이나 데려갔으면 좋겠는데.”

야수와 동물이 많은 〈버려진 영지〉였다. 드낙이 마음만 먹으면 일시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있었다. 게제라스의 육중론(六重論)에 하나가 인구였다. 버려진 영지는 밥만 축내는 입이라도 받아들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만큼 사람이 적었다.

“실례합니다. 종군 마법사 〈몬 엘톤(Mon Elton)〉이라고 합니다. 드낙 기사님, 계십니까?”

‘마법사?’

드낙이 벌떡 일어났다. 천막을 팔로 걷으며 밖을 보자 평민 마법사가 눈에 들어왔다. 왕족의 접촉인가 싶었다.

“무슨 일이오?”

“전신갑주의 마력을 충전하고 있습니다.”

드낙이 고개를 저었다.

“난 필요 없소. 돌아가시오.”

하지만 몬 엘톤은 물러가지 않고 되레 한 걸음 조금 나아갔다.

“백금 왕가의 뜻입니다.”

“···들어오시오.”

드낙이 몬 엘톤을 들여보냈다. 밖에서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퍼 공의 명령을 받고 온 것인가?”

“예. 여기 그분의 전언이 들어있습니다.”

황금으로 금박이 된 양피지를 꺼내들었다. 드낙이 그것을 펼쳤다. 테두리에는 황금의 자수가 있었다.

‘뭘 이렇게 장황하게 써놨어.’

드낙은 세 번이나 읽고 나서야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관계를 좋게 이끌고 가고 싶고, 그것의 증거로 트롤의 머리를 가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차!’

드낙이 그제서야 트롤의 머리로 귀족과 왕족이 부딪칠 거라는 생각에 닿았다. 대영웅인 세파리아스는 그런 싸움을 벌이지 않고 그냥 자신이 가졌기에 몰랐고, 다른 놈들은 정치와 연이 없었다.

영악한 발바룽도 정치는 뜨내기였다.

“이미 머리는 줘버렸는데, 이걸 어쩌나.”

그렇게 말하다가 드낙은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양피지를 훑었다. 〈보상〉 〈대가〉에 대한 그 어떤 말도 없었다. 말 그대로 아무런 대가 없이 꿀꺽하겠다는 소리였다.

‘이런 상도덕도 없는 새끼들이?’

힘 믿고 얼마나 까불어대었는지 시작부터 갑질이었다. 드낙의 숨이 거칠어졌지만 이내 호흡을 되찾았다. 왕족이 여기에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답장을 내어주겠으니, 기다리시오.”

드낙은 양피지에 거침없이 글을 써 내려갔다.

[대가도 없이 머리를 탐하려는 백금 왕가에게 줄 것은 없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로 날 대우하시오? 트롤 토벌이 끝나기 전에 우리의 관계를 증진시키고, 화해를 하고 싶다면 결혼을 통해서 하고 싶소.

이것 또한 크게 배려를 한 것임을 기억하시오. 그것이 싫다면 나도 어쩔 수 없소. 내 영지는 북부에 속해 있기 때문이오.]

오직 본론만 가득한 양피지였다. 잉크가 마를 때까지 드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몬 엘톤은 불편한 시간을 가지고 난 뒤에야 천막을 나갈 수 있었다.

그가 나가고 이스핀이 혀를 내둘렀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왕족이 트롤의 머리를 탐하려고 하다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말입니다.”

“··· 나도 마찬가지다. 하나부터 열까지 귀족과 싸우려고 여기에 온 것이 명백하구나.”

종군 마법사들로 도움을 주고 있었지만 사사건건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크온이 선두에 서지 못하고 있음을 드낙은 알 수 있었다.

‘후방에 〈크놀 철광산〉이라도 놔둬서 다행일 지경이군.’

만약 드낙이었다면 머리가 돌아버렸을 것이고, 꼭지도 몇 번이나 터졌을 것이다. 오늘 제퍼 플래티넘의 행보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개새끼들이구나.’

드낙은 후방에 있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동시에 트롤 머리를 아크온에게 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아크온은 자유기사 시절 때부터 드낙에게 베풀어줬기 때문이다. 근데 백금 왕가 놈들은 기사인 드낙에게도 갑질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힘을 너무나 맹신하고 있구나.’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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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 : 네가 원하던거. 정신 못차리겠지? 그럼 머리는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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