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33화 (332/1,239)

0333 <-- 트롤 토벌 -->

검은 연기가 드낙을 덮쳤다. 드낙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에 튀어나온 팔은 이제는 팔뚝을 지나고 있었다. 얼굴이 보일 법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바닥은 끝없는 어둠 그 자체였다.

검은 문은 3개가 전부였다. 모두 확실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트롤의 재생력〉

그 어떤 부위라도 〈피〉만 있으면 재생이 되는 것이 트롤의 재생력이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드낙의 피 생산력이 높아지는 능력이었다. 〈출혈〉에 대한 저항력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동시에 장기의 재생력 또한 대단했다.

드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상처를 입어도 살아나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나중에 활력이나 지구력 회복에 대한 능력을 얻으면 무적이나 다름없다.’

회복력의 극점을 찍는 것이 〈트롤의 재생력〉이었다. 단점이라면 지구력에 오히려 단점을 준다는 것이다. 상처를 〈피〉로 재생하기 때문이다. 섣부르게 몸을 놀려 상처를 꾸준히 입는다면 빈혈이 올 수 있었다.

‘무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피〉를 통해서 장기와 속살, 혈관 등을 재생하기 때문이다. 피가 빠르게 생성되게 트롤의 인자가 보정을 해주지만 그런 보정력을 우습게 만들 정도로 피의 소모가 컸다. 트롤이 빠르게 죽음을 맞이한 것도 끔찍할 정도로 몸에 활력이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낙이 주는 피해는 확실하게 〈검은 무늬 트롤〉의 피를 빼앗겼던 것.

〈열화 된 악마의 뼈〉

엄청난 관통력 없이는 뼈에 흠집 하나 내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뼈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드낙은 여기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는 못했다. 트롤의 재생력이 있다면, 좋은 능력이었다.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가진다면, 카운터 치기에 좋지.’

동귀어진의 수법을 밥 먹듯이 할 수 있었다. 상대는 연한 드낙의 손목조차 잘라내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악마의 뼈는 강인했다. 악마의 뼈로 만든 무기가 있다면 전설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검은 불꽃의 검은 무늬〉

보통 다수 마법을 사용할 마력으로 그 3배에 달하는 면적과 공격력을 지니게 해주는 것이 〈검은 불꽃의 검은 무늬〉였다. 단점이라면 〈검은 불꽃〉의 형태로만 마력이 사용된다는 점이었다.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 형태는 무조건 〈검은 불꽃〉으로 이루어지기에 공격 스킬을 배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쉽게도 드낙이 선택할 것은 아니었다.

‘악마의 힘 중에서도 단연코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검은 불꽃의 검은 무늬〉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현대에도 횡행하는 것이 마녀사냥이었다. 뭐라도 까내리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장점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남을 까내리는 것은 쉬운 법이었다.

그렇기에 드낙은 검은 불꽃을 선택할 수 없었다.

‘사실 고민할 것도 없다.’

뼈가 단단해봤자 명줄을 길게 해주지는 못한다. 특히나 드낙은 〈킬 더 배틀〉을 통해서 회피력이 극대화될 수 있었고, 검술의 정교함 또한 뛰어났기에 뼈의 단단함이 돋보일 수가 없었다.

당초 예상했던 대로 드낙은 〈트롤의 재생력〉을 선택했다.

〈검은 회의〉에서는 이 산을 넘어가고 나타나는 평야의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내렸고, 아크온을 통해서 현재 북부의 상황을 확인하라는 것도 중요시됐다.

후방에 있기에 후방의 정보가 그에게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크온과의 독대 시 몽펠리에 가문과의 결혼에 대한 의지를 한 번 더 피력할 것을 드낙에게 요구했다.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찰리 린파이크(Charlie Linpike)〉가 드낙을 마중하기 위해 일단의 무리를 이끌고 〈콩과일 산〉의 앞에 있는 숲에 당도하였다. 그곳에 드낙이 보였다.

썩기 시작하고 있는 트롤의 머리는 멀리서부터 확연하게 보였다. 높이는 작았지만 폭이 커서 드낙보다 더 커 보였다. 옹골찼다.

트롤의 머리는 썩고 있었음에도 벌레가 하나 꼬이지 않았다. 그 괴이함 때문에 기병들은 연신 쑥덕거렸다. 텅 빈 짐마차 한 곳에 트롤의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서 놓였다.

휙!

밧줄이 자리 잡았다. 혹여나 가는 길에 야수가 꼬일 수 있었기에 기름먹인 천막으로 덮여져 썩은 내가 덜 나도록 조치가 취해졌다.

“오랜만이오. 잘 지내셨소?”

“엉덩이에 땀이 찰 정도로 대기하는 시간이었소. 불편하기 그지없었소.”

그 사이에 드낙은 찰리 경과 오랜만에 마주했다. 근 일주일 만이었다. 그들이 수송을 위해 〈진흙돼지 마을〉에서 오는 데 며칠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평야에 몬스터 한 마리 없었소?”

드낙의 말에 찰스 경이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선두 보급대〉라는 이름과 무색하게 큰 사건을 빼면 몬스터들의 퇴각은 기민했다. 보통은 그럴 수가 없었는데, 〈외눈 다크 트롤〉의 영향력이 여기까지 뻗쳐있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통 일이 아니오. 북부는 이번 일로 많은 힘을 소비할 것이오.”

〈백금왕가〉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왕족의 병사들이 북부로 향하고 있다는 뜬소문도 횡행했다. 왕족의 스파이들이 날뛰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싸이클롭스의 힘이 뻗쳐서 가축도 때로는 들짐승처럼 날뛰는 것이 보임에도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이 격렬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진흙 돼지 마을〉로의 귀환은 천천히 이루어졌다. 트롤의 시체 또한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두개골보다 트롤의 몸뚱어리를 끌고 내려가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나무를 패서 산길을 내야 했다.

“곧 〈후방 보급대〉가 진흙 돼지 마을에 도착할 것이오. 〈크놀 철광산〉의 토벌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 4일 전이었소.”

드낙이 그다음 날에 토벌을 완수했다. 서로 때가 맞았다. 그것은 좋은 징조였다.

“끄앗!”

산길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보두앵 소속의 기병들이었다. 트롤을 운반하는데 쩔쩔매었다. 찰스 경과 대화를 나누던 드낙이 몸소 나섰다. 이스핀이 팔을 부들부들 거리며 트롤의 팔뚝에 끼이려고 하는 기수를 겨우겨우 빼내고 있었다.

“내가 앞에서 밀겠다. 내 움직임에 맞춰서 진행하자.”

“예!”

찰스 경은 그 모습을 거들까 말까를 고민했다. 전형적인 귀족 다운 면모였다. 뒤에서 관리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었다. 가다가 길이 막힐 때마다 드낙은 발로 나무를 걷어차서 부수어 넘어뜨렸다. 뿌리가 나왔기에 능숙하게 기둥째 뽑아 비키게 만들기 쉬웠다.

어마어마한 용력(勇力)에 옆과 뒤에서 미는 기수들이 혀를 내둘렀다. 〈버팔로 나이트〉를 연상케했다. 불과 13살의 나이에 황소를 들어 수도를 활보한 것이 아크온 몽펠리에였다.

산길은 길었고, 이동속도는 느렸다. 해질녘이 되어서야 몸체를 숲까지 끌고 와서 마차에 실을 수 있었지만 짐마차의 바퀴가 한 걸음도 못 가고 부서졌다.

“쯧.”

예비 바퀴를 끼우는 것과 더불어 바퀴 두 개를 더 만들어 짐마차에 끼워 넣었다. 트롤의 무게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을 하고 나서야 드낙은 〈진흙 돼지 마을〉로 향할 수 있었다.

〈3일 후〉

“와아아아아!!!!”

마을에 들어오기 전부터 병사들이 소리를 질러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보통 트롤과는 전혀 다르게 피부에 〈검은 무늬〉가 있었고, 머리만 해도 1m는 되었다. 장정 세 명이 양팔을 둘러도 머리를 다 감싸지 못할 정도로 비대한 것이 〈검은 무늬 트롤〉의 머리였다.

흥분하는 것이 당연했다. 더군다나 혼자서 그 위업을 달성했기에 더더욱 다가오는 것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환대 속에서 마을 안으로 들어간 드낙은 다른 기사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오. 토벌에 성공하셨다니 다행이오.”

“앞으로는 트롤 슬레이어라고 불러야겠소.”

“보통 트롤 슬레이어요? 악마의 힘을 지닌 트롤이였소. 데빌 트롤 슬레이어지.”

드낙을 드높여주었다. 이르지만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었다. 드낙이 궁금한 것은 후방에 대한 이야기였고, 〈크놀 철광산 토벌〉에 대한 자세한 정보였다.

“토벌 기간이 길었던 만큼 사상자의 숫자는 30명 내외인 것으로 알고 있소.”

“대부분이 용병인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큰일도 아니오.”

정규병을 대신해서 죽는 것은 용병들이었다. 기사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것들이었다.

“크놀 철광산에는 〈외눈 다크 트롤〉에게서 출산되어서 나온 정예 몬스터가 대형 용광로를 짓고 우수한 무구들을 생산하고 있었소. 얼마나 많은 무기가 놈에게 갔을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하오.”

“내 정보통에 따르면 〈토치라이트 가문〉이 한 발 빠르게 던전에 도착했다고 하오. 〈횃불 성채〉 덕분에 몬스터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하오.”

북동쪽에 위치한 〈토치라이트 가문〉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드낙이 눈을 좁혔다. 놈들에게는 〈일각수의 고기〉를 통째로 헐값에 빼앗긴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하는 드낙을 보며 기사들이 궁금한 눈치를 했다.

‘새끼들, 한 번 죽어봐라.’

“내가 자유기사에 있을 적에 아크온 경에게 공을 인정받고 일각수의 고기를 대량으로 얻은 적이 있는데, 토치라이트 가문의 반협박으로 헐값에 매각한 적이 있소.”

“허, 그런 일이···”

“미친놈들이오.”

드낙이 은원을 정리할 것처럼 확실하게 구분을 지으며 토치라이트 가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자 기사들이 순식간에 토치라이트 가문을 헐뜯었다. 아주 호로상놈의 자식들이었고, 어리석은 놈들이었다.

불파겐의 후예에게 그딴 짓을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드낙이 크게 데인 것으로 보았다.

공통적인 주제로 꽃을 피운 그날 이후에는 기사들은 서로 시간대를 정해놓고 드낙을 방문했다. 지금처럼 대기를 하고 있을 때 드낙과 친분을 돈독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트롤의 부산물을 처리할 방도를 가지고 계시오? 뭣 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소.”

“하하, 가공을 못해도 통째로 내 영지로 가져갈 생각이오. 머리의 경우에는 피폐한 영지민들을 위해서 팔 생각은 있소.”

트롤 가죽을 크게 탐내는 기사들에게 드낙은 칼같이 잘라냈다. 매우 중요한 자산이었다. 드낙은 가공을 못해도 통째로 〈호수 마을〉에 가져갈 생각도 하고 있었다. 머리는 아크온에게 대가를 받고 줄 생각을 했다. 머리를 구매할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보통 트롤보다 큰 머리였다.

몽펠리에의 영지를 순회하며 영지민들에게 보여줘서 공포를 갖게 하여 치안을 유지시키기에 좋았다. 아크온은 반드시 그 머리를 원할 것이다.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정권을 유지시키는데도 탁월하지만, 영지민들을 하나로 묶기에도 좋았다.

드낙은 그러면서 방계 3가문에 딸들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대혼란의 시작을 알리는 물꼬였다. 그럼에도 드낙은 거침없었다. 〈백금 왕가〉와 언젠가 부딪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난 한참이나 부족하다.’

검은 꿈을 통해서 더 강해지고 나서 국가 내전에 참가하고 싶었다. 그 시일을 늦추는 것이 바로 정략결혼이었고, 무분별한 결혼이었다. 모두 힘을 합쳐서 불파겐을 제어할 수 있게 만들 여지를 만드는 행위였으므로 드낙은 스스로 자신의 목을 움켜쥐는 것과 같게 여겨졌다.

동시에 불파겐이 모든 것을 용서했다는 제스처이기도 했으며 서로 간에 맺어지는 협정이나 다름없었다. 과거를 청산하는 좋은 수단인 것이다.

“첩이라면 어려울 것 없소.”

모두 긍정정인 답변을 드낙에게 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을 하면서 드낙은 〈백금왕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오게 하고 싶었다.

“이스핀. 너 소문 좀 퍼뜨려야겠다. 나중에 되어서 서서히 퍼지겠지만 그래도 지금 퍼뜨려놓는 게 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조급해진 드낙이 머리를 팽팽 돌려서 수를 내놓았다. 간악한 수법이었다. 귀족들이 드낙을 통해서 정략결혼을 통하여 하나가 된다면 백금 왕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어떤 겁니까?”

드낙이 숙덕거렸다. 이스핀은 처음으로 드낙의 그림을 들었기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닙니까?”

“그 정도 사태까지 오면 누구도 칼을 먼저 들어 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불파겐의 혈통을 먹으려고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다. 불파겐이 지닌 메리트를 탐할 것이다. 하지만 드낙은 그럼에도 자신이 있었다. 혈통이 아닌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파리아스의 말대로 결국 중요한 것은 〈붉은 머리카락〉이 아니다.’

〈오거 야크트(Oger Jagd, 오우거 사냥)〉.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불파겐의 힘이었다. 세대를 더하면 더할수록 마신장의 적발은 옅어지기만 할 것이다. 그것을 쥐지 못한다면 일시적인 혈통을 손에 쥔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세파리아스도 무분별한 정략결혼을 결국에는 허락했다.’

던전에 있는 오우거를 잡을 수 없다면 불파겐의 이름을 논할 수가 없다.

5일 뒤에 드낙은 아크온을 다시 한 번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방 보급대〉의 모습은 전과 크게 달랐다.

‘성전대(聖戰隊)!’

백색의 무리가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척 봐도 사제와 성기사들이었다. 그 숫자는 300명이 넘었다. 못해도 몽펠리에 령에 있는 지역신전의 인물들이 모두 모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히 천(千)의 군세였다. 용병들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군대의 소모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것이다. 잔혹한 말이었지만 그게 용병을 고용한 이유였다.

“오랜만이다!”

“반갑다!”

드낙과 아크온이 서로 어깨를 부딪쳤다. 그들의 우정은 여전했다. 특히 아크온은 드낙에게 가장 먼저 마법 무구를 준 자였다. 돈독할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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