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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30화 (329/1,239)

0330 <-- 트롤 토벌 -->

기사들은 내일 〈원탁회의〉를 통해서 드낙이 얻은 지형 정보와 트롤의 전력에 대해서 상세하게 논하기로 하고, 되돌아갔다. 드낙이 의외의 전공을 올리고 트롤과의 드잡이질에 성공했기 때문에 모두 좋은 기색이었다.

‘생각보다 검은 불꽃을 쓰는 트롤이 약할지도 모르겠군.’

이런 생각을 가지고 기사들이 흩어졌다.

드낙은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세파리아스, 이 새끼 좀 밟아야겠어.’

분명히 손쉽게 잡을 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드낙이 못했나? 아니다. 자신이 생각해도 잘 싸웠다.

‘무슨 말을 하는지 보자.’

잠에 빠져든 드낙을 검은 연기가 덮쳤다. 눈을 뜨자마자 드낙은 세파리아스를 찾았다.

“세팔이 이 새끼, 어딨어! 이 써글노무 새끼!”

항상 자신을 기준으로 말하는 말버릇은 전에도 몇 번 있었다. 오늘은 그것을 바로잡기에 좋았다. 기분이 적당할 때는 툭툭 건드려도 적당히 넘어가는 드낙이었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얌전해 보이는 드낙이지만, 변덕이 제법 있는 드낙이었다. 뒤틀린 날에는 전날에 쌓인 것이 한 번씩 터지는 사이코 같은 면모도 존재했다. 무서운 것은 드낙의 화를 받는 상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드낙의 분노가 가지는 명분은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분노가 표출되는 이유가 변덕이라는 게 문제였다.

“미안하다.”

〈세파리아스 불파겐〉은 검은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곧이곧대로 사과했다. 하지만 참을 드낙이 아니었다. 멱살을 잡으려고 했지만 세파리아스는 능숙하게 드낙의 손을 빠져나갔다.

“이런 씨? 왜 자꾸 피해? 너가 잘못했잖아!”

몇 번 그 짓을 하자 드낙이 몸짓언어를 포기하고 입을 열었다. 드낙의 수준으로는 수비만 하는 세파리아스를 무기 없이 손으로 멱살을 잡는 것은 까마득했다.

한 시대에서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던 것이 세파리아스였다. 비록 그 끝은 비극이었지만.

“제가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상황이 진정되자 〈변종 키메라 포낙서스〉가 나섰다. 드낙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세파리아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파리아스! 이번에 확실하게 말하지만 무조건 널 기준으로 주장을 하는 개짓거리는 이제 그만해라.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고. 알겠어?”

“그래. 인정하지. 하지만 이번에는 내 실수가 아니다. 전력의 분석이 잘못된 것이다.”

그 말에 드낙이 포낙서스에게로 눈을 돌렸다. 육체가 붕괴하며 키메라와 인간이 뒤섞인 존재가 〈변종 키메라 포낙서스〉였다.

“〈외눈 다크 트롤〉에게서 잉태된 몬스터는 〈정예 몬스터〉로 그 지능이 대단히 높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런 놈들만 봐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헤드스 하이에나와 펄 발드는 영악함과 뛰어난 머리로 위협했지만 오늘 만난 트롤은 전혀 다른 종류의 힘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건 〈검은 불꽃〉을 말하는 거야?”

드낙의 말에 포낙서스가 헛기침을 하며 손가락 두 개를 들어 올렸다.

“그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악마의 힘〉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악마의 힘은 〈두 개의 기둥〉을 중심으로 수많은 힘을 말합니다. 첫 번째 기둥은 〈육신의 힘〉입니다. 수많은 신들은 자신들의 육신보다는 〈초월의 힘〉을 추구하지만 악마들은 초월의 힘보다는 육체의 힘을 쌓아올렸습니다.”

“두 번째 기둥은 드낙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검은 불꽃〉입니다. 흑마법사들은 이 폭발적인 힘으로 효율적인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수준을 한 단계 보정 받는 것이지요.”

드낙은 악마의 힘이 지닌 잔가지에도 관심을 가졌다.

“나머지 힘들은?”

“유황내를 풍기며 공포심을 주거나, 소금을 검게 만들어 술사에게 피해를 주는 등 말 그대로 기교에 불과한 능력들입니다. 악마 중에서도 열등한 악마들이 추구하는 힘들입니다.”

드낙은 그제서야 〈검은 무늬 트롤〉이 가지는 강함의 근간을 깨달았다.

‘이런 병신 같은, 내가 왜 못 알아차렸지?’

〈검은 불꽃〉을 직접적으로 사용한 정예 몬스터는 지금까지 없었다. 명백하게 경우가 다른데 똑같은 트롤로 봤다니. 멍청했다. 검은 불꽃을 일으킨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하루를 머물고 〈검은 회의〉에서의 조언을 들었어야 했다.

평범한 트롤로 여긴 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내가 왜 그랬지?’

그냥 바로 달려가서 격돌했다. 도리어 세파리아스에게 미안함마저 가질 정도였다.

“놈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우월한 자식들이 지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아마 북부의 영지 몇 곳은 개박살이 났을 것이다.”

세파리아스의 말은 흉악함이 깃들어있었다. 그만큼 놈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흰여우 세린〉은 그 말에 한 마디를 곁들였다.

“〈흉성(凶星)〉의 탓도 있어. 악마의 힘은 불운한 별과도 궁합이 잘 맞거든.”

“내 탓이라는 거야?”

드낙이 어처구니없어 했다.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닌 게 흉성이었다. 근데 그 별이 북부에 위치한 것만으로도 〈외눈 다크 트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니?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흰여우 세린이 새하얀 어깨를 으쓱했다. 별의 힘은 행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그 여파는 자연재해와도 같았다.

세파리아스가 다시 주제로 돌아왔다.

“〈외눈 다크 트롤〉의 〈악마화〉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을 거다. 자연계 형태의 몬스터를 잉태했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악마를 출산할 것이다. 소악마에 불과하겠지만, 흉성이 간접적으로 보정을 주고 있기 때문에 어찌 될지 모른다.”

포낙서스가 걱정하였다.

“이미 〈악마의 힘〉을 계승한 채 출산된 〈검은 무늬 트롤〉이 있지 않습니까?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리스크를 짊어진 채 쾌속으로 토벌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때를 놓치면 던전 공략이 난항을 겪을 것이다. 몬스터에게 〈외눈 다크 트롤〉이 지닌 악마의 피가 제대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증거를 〈검은 무늬 트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잘못되면 던전 공략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명백한 증거가 산길을 막고 있는 트롤에게서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악마의 힘이 피를 통해서 몬스터에게서 각성되고 있다는 뜻이야?”

“비슷하지. 실재는 더 흉악하겠지만.”

그 말을 듣고 드낙이 고민하다가 의문을 표했다.

“자유기사와 민병대가 함정을 걸었는데, 놈들이 감당할 수 있는 트롤이 아니야. 어째서 그들은 살아남았지?”

“거짓말이겠지. 용병단이 트롤과 붙었을 리도 없고, 민병대 또한 트롤 토벌에 욕심이 없었을 것이다. 토벌대가 왔으니 자유기사가 공을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꾸민 일이겠지.”

가만히 있던 〈기어오르는 발바룽〉이 속사포를 내뱉었다. 바로 견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 트롤은 결코 아크로바틱 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의 체중을 감당할 근육 이상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4미터에 옆으로는 3미터인 정사각형 같은 트롤은 〈악마의 힘〉 때문에 무지막지한 스피드를 내면서 그것을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삼아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었다. 체중을 아득히 뛰어넘는 근력이 바탕이 되어있다는 소리였다.

일반적인 트롤이 탱크라면, 〈검은 무늬 트롤〉은 스포츠카처럼 내달리는 탱크였다.

“바림이 구라를 쳤다···”

싸워보지도 않고, 싸웠다고 말한 것이었다.

‘확실히, 그가 놈과 한 번이라도 싸웠다면, 핏물이 되었겠지.’

드낙은 그제서야 지금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어리석음이 독보적이었지만, 자유기사의 명예욕에 〈외눈 다크 트롤〉의 악마화의 가속화, 악마의 힘이 몬스터에게로 흐르며 그 몬스터도 악마의 힘을 지니게 되고 있다는 점까지.

“이거, 토벌 실패하면 북부는 멸망하는 거 아닌가?”

드낙이 자신의 질문에 답을 얻으려 〈검은 회의〉에 참석한 이들과 눈을 마주쳤다. 오직 세파리아스만 쿨하게 대답했다.

“그 정도는 아니다. 신전이 있기 때문에 피해가 많아도 틀어막기는 틀어막을 거다."

한숨을 쉰 드낙이 결론을 내기 시작했다.

“결론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트롤을 잡을 수는 있나?”

“공성병기가 필요하다. 정규병을 투입해도 다 죽을 것이다. 기사는··· 3합, 회피를 잘 해낸다면 10합은 가겠군. 〈버팔로 나이트〉와 공동전선을 펼쳐서 잡아야 한다. 〈검은 불꽃〉에 대한 정보를 지닌 기사들이 난색을 표한 이유가 있는 거다.”

단순한 〈검은 불꽃〉이 아니었다. 〈검은 무늬 트롤〉이 응당 〈악마〉로 분류되어야 할 중요한 일이었지만 기사들은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드낙의 위세 때문이다. 싸움을 앞두고, 싸우고 싶어 하는 맹장(猛將)의 면전에 대고 후퇴를 외치는 사람은 잘 없다.

물론 그 속에서도 자신의 병력은 깨알같이 지켜냈다는 것이 중요했다. 공을 쌓는 것보다는 책(責)이 쌓이는 것을 막는 선택을 한 것이다.

‘기사들 말을 들을걸. 다시는 그러지 말자.’

약자로 취급한 것에 드낙은 후회가 막심했다. 자신의 이미지가 그냥 개망나니로 보이는 것에 마음이 크게 불편해졌다. 유비가 되자고 결심한 자신 아닌가? 부하들을 잘 챙겨는 주는데, 다른 이들의 의견을 힘의 우위로 묵살한 것이다.

‘다이렉트로 검은 꿈에 있는 존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스마트폰이 절실했다.

〈검은 회의〉 없이 정보를 취득하자마자 트롤과 드잡이질을 한 드낙이었다. 하루의 차이를 두고 세파리아스를 비롯한 이들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큰 단점이었다. 특히 드낙의 행동력과 추진력은 대단했다. 그래서 단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 혼자서는 못 잡는 건가?”

그 말에 세파리아스가 크게 웃어젖혔다. 드낙의 탐욕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보두앵 가문의 랜스는 관통력이 대단하기로 유명하다. 속이 텅 빈 라이트 랜스는 무게가 가벼워 길이를 길게 뻗을 수는 있지만, 보두앵 가문의 중기병은 속이 꽉 찬 라이트 랜스를 사용한다. 놈들의 라이트 랜스 길이가 딱 규격인 180cm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그게 트롤에게 통한다고?”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으면 뼈를 관통시킬 수 있다. 넌 그 정도 속력과 힘을 낼 수 있어.”

‘내가 낼 수 있는 추진력으로 한 방을 먹일 수 있다는 소리군.’

죽일 수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놈을 지치게 만들어야지.”

세파리아스의 말에 〈기어오르는 발바룽〉이 킬킬거렸다. 그의 머리에서는 벌써 몇 개나 되는 괴롭히는 방법이 있었다. 드낙은 〈검은 회의〉에서 결정된 공략법을 숙지하고 꿈에서 깨어났다.

‘독식만큼 가슴 떨리는 일이 없지.’

벌써부터 흥이 났다.

잠에서 깨어난 드낙은 가장 먼저 〈원탁회의〉에 참석했다. 기사들은 드낙이 트롤과 맞수를 놓은 것으로 안심하고 있었다. 공에 발 하나를 들이밀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드낙은 아쉽게도 그들에게 이별을 통보해야 했다.

“내가 어제 만난 트롤은 보통 놈이 아니었소.”

“그건 〈검은 불꽃〉으로 이미 밝혀진 것 아니오?”

그 말에 드낙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전투한 내용을 말해주었다. 자신의 체중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어 제자리 높이뛰기로 6미터 이상 펄쩍 뛰어오르는 트롤, 나무를 달리면서 투척하면서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바위에 손을 집어넣어 제비를 돌며 투척하는 등의 정신 나간 수준의 날렵함을 지닌 거체에 대한 전투 정보였다.

꿀꺽.

누구 하나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놈을 상대로 전투 정보를 끌어내고 무상처로 여기에 돌아왔다고?’

“그, 그럼···”

“예. 아무래도 저와 그대들의 차이가 만들어낸 오해인 것 같습니다.”

모두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자유기사 바림 경은 트롤과 몇 번이나 부딪치지 않았소? 함정이 있는 곳으로 유도하려면···”

드낙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불러오십시오. 우리를 혼동케한 자입니다.”

“헛된 공을 탐하려 하다니, 정신줄이 나갔군. 내가 직접 데려오겠소.”

에녹 히터 경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소요 상태가 있었는지, 〈바림 도르시안(Balim Dorsian)〉은 코가 부러진 채 포승이 된 채 끌려왔다. 방어구는 입고 있었지만, 무기는 빼앗긴 상태였다.

“오해요! 오해요!”

그가 발악하듯이 외쳤다.

========== 작품 후기 ==========

5753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스토리 플롯을 수정하였습니다.

검은 불꽃 떡밥을 조금 더 빨리 풀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방식에 따르는게 나을 것 같아서···답답해하신 독자님들에게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떡밥보다는 빨리 결론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렌은 칠주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스핀은 구울 묘지기 이후에 드낙에게 홀로 하사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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