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328화 (327/1,239)

0328 <-- 트롤 토벌 -->

“드잡이질을 하고, 마지막에 총공세를 가한다면 능히 죽일 수 있지 않겠소?”

드낙의 제안에 모두가 고민했다. 물론 고민하는 척을 할 뿐이었다. 대부분이 아크온 몽펠리에도 투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후방에 〈크놀 철광산〉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산트롤을 건드리면 위험하지 않겠소?”

“주변 지리에 능한 이들이 있다고는 하나, 이미 함정을 많이 썼기에 함정을 파기도 힘들 것이오.”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도 살아남은 트롤이잖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소.”

하나같이 반대했다. 드낙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기사인가?’

고위기사인 아크온과 게실리안 지휘관과는 전혀 달랐다. 그저 평범한 범부처럼 보였다. 드낙 또한 만만치 않지만, 그에게는 힘이 있었다. 그의 눈치를 본 기사들이 헛기침을 했다. 자신들이 말했음에도 하나같이 트롤 토벌을 뒤로 미루자고 했기 때문이다.

“좋소. 그럼 일단 나 혼자서 토벌을 진행하며 놈의 진을 빼겠소.”

드낙이 원탁에 주먹을 하나 올리면서 말했다. 이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기사들이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기분이 상한 것도 있었다. 드낙에게 있어서 〈전신갑주〉를 입고도 중대형 몬스터에게 싸움을 걸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자유기사 바림〉은 감명받은 표정을 지었다. 호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저거지. 저게 기사지.’

인간들이 쌓아올린 탑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끌어안으며 인류의 적을 토벌하며 저 갑옷에 더러운 피가 마를 날이 없어야 하는 게 바림이 생각하는 기사였다.

〈선두 보급대〉에 속한 방계 주력 3가문의 기사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찰리 경과 에녹 경은 내키지 않았다. 까딱 잘 못하면 바로 후방으로 돌아가야 할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건물만큼이나 큰 트롤의 공격은 굉장히 빠르고, 커서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간격에 극히 조심해야 했다.

무엇보다 기사보다 강자(强者)인 것이 트롤이었다. 어느 놈이 자신보다 강한 놈과의 싸움을 즐길 수 있겠는가. 손쉽게 선택하겠는가? 도적과 싸운다면 너도나도 돌격하겠지만 지금 산길을 틀어박고 있는 놈은 트롤이었다.

‘그것도 보통 트롤이 아니지.’

〈검은 무늬 트롤〉! 악마의 검은 불꽃을 뿜어내는 트롤이었다. 죽을지도 몰랐다.

“······”

‘와, 이거 진짜 심각하구나. 겁먹은 것 보소?’

결국 그렇게 원탁회의가 끝났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고 스웬슨 보두앵이 드낙에게 다가갔다.

“마지막 총공세에 중기병들이 뛸 곳으로 놈을 유인할 수 있다면, 렌스 투척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소. 그것만은 내 확실하게 약속하겠소.”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뒤에서 그것을 보던 자유기사 바림이 드낙에게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이스핀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바림의 오른쪽 측면을 방해했다. 호위 기사로서 당연한 임무였다. 하지만 바림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무슨 일인가? 바림 경.”

드낙이 그를 대우해주자, 바림의 표정이 싹 변하며 밝아졌다.

“저도 트롤 토벌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직접적인 참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오. 그래도 괜찮소?”

“왜 안 됩니까? 저는 용병단도 고용했습니다. 필시 중요한 순간에 트롤의 한 호흡 정도는 흩트릴 수 있습니다.”

무인에게 있어서 찰나의 순간만큼 소중한 것이 없었다. 결코 가벼운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드낙은 턱짓을 하면서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약초 용병단〉을 가리켰다. 바림이 뒤를 돌아보았다.

용병들의 표정은 싸늘했다.

“트롤과 싸울 용병이 있소? 거기 있는 용병들은 이리 와봐라!”

드낙의 외침에 용병들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교통정리를 해주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트롤과 싸울 자는 손을 들어라.”

모두 손을 들지 않았다. 드낙의 기세가 편안했기 때문이었다. 바림이 용병대장을 다그쳤다.

“케단!”

“자유기사 양반, 우리들은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기로 했지, 트롤을 잡겠다는 의뢰는 하지 않았소.”

출세길을 본 바림이 흥분해서 앞서 나온 것일 뿐이었다. 용병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애송이 용병이 아니라면 트롤을 잡겠다고 말할 용병은 없었다.

“··· 뭐라도 하고 싶습니다.”

바림의 말에 드낙이 고민했다. 하지만 딱히 그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다는 말은 언제나 그럴듯하지만, 트롤의 부산물이 탐이 났다. 독식하고 싶은 것이다.

‘트롤과 붙어보고 생각해봐도 될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없소. 어떤 놈인지는 붙어봐야지 아는 거라서.”

드낙은 그렇게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끝내고, 산을 탈 준비를 했다. 이스핀 또한 따라나설 준비를 했다. 카이야는 도노의 허리에 앉아서 털을 고르고 있었다.

‘카이야가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없네. 잠을 안 자게 된 건가? 희한하네.’

카이야의 장난끼는 여전했다. 특히 날카로운 부리로 병사들을 쫓아다니는 것을 즐겨 했다. 드낙의 아끼는 동물이었기에 병사들은 쩔쩔매며 도망가기 바빴다. 물론 실제로 쪼지는 않았다.

눈치가 좋기 때문이다. 딱 병사들이 버틸 정도로만 장난을 즐겼다. 때로는 병사들도 카이야를 통해서 즐기기도 하는데, 몇몇 병사들이 내기를 하고 카이야가 누구를 선택하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훌륭한 도박이었다.

‘보두앵의 기사들이 뛰어갈 곳이라면 고원지대뿐인데, 저 산에 그런 위치가 있었으면 좋겠네.’

드낙이 숲으로 들어가는 걸 본 기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패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드낙 불파겐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은 아니었다. 트롤을 상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특히나 함정에 자주 당해서 함정에 대한 노하우와 경계가 있는 트롤을 토벌하는 일은 〈고위 기사〉가 두 명은 필요했다. 드낙과 함께하더라도 1명의 고위기사의 영향력을 그들이 행사해야 했기에 그들은 남을 수밖에 없었다.

‘어쭙잖게 공을 나눠먹으려다가 되레 화만 입을 것이다.’

아크온이 받쳐준다면 안정적으로 핥아먹을 수 있지만 지금은 달랐다. 특히나 드낙은 남을 지키는 기사가 아니었다. 적을 죽여서 아군을 지키는 기사였다. 당연히 트롤이 자신들을 노렸을 때, 도와주기보다는 트롤에게 일격을 먹을 생각만 할 것이다.

킬딸에 미친놈이 바로 드낙이었다.

그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병사들조차 자신들이 트롤 토벌에 투입되지 않는 것을 감사하게 여겼다. 물론 보두앵 가문의 베테랑 기수들은 무덤덤했다.

렌스 투척이면 트롤에게 한 방을 먹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충격량으로 따지면 한 기 한 기가 대인 마법이나 다름없었다.

사박, 사박!

수풀이 헤쳐지는 소리는 바람이 수풀을 헤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기괴하게도 드낙의 발걸음이 들리지 않았기에 이스핀은 드낙의 등판만 보고 가야 했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때마다 드낙의 발소리가 안 들려서 겁이 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겉만 돌 거야. 넌 그냥 보기만 해. 트롤을 본 적도 없잖아?”

“예.”

이스핀이 드낙의 말에 바로 대답했다. 구경만 하라니, 정말 고마웠다. 드낙 또한 말로 들은 것이 전부라서 긴장했다. 놈을 발견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대범하게 흔적을 남겨놓았기 때문이고, 오히려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새겨 넣었다.

배짱이 두둑했다.

나무를 할퀴며 손톱을 손질한 흔적이 오래된 것인지 새로 된 것인지 드낙은 손쉽게 판별할 줄 알았다. 〈검은 산골 마을〉에서 깊은 숲까지 들어가며 많은 야수를 봤기 때문이다.

‘트롤은 전신이 부산물이야. 원시 저주술은 무작위로 효과가 나타나니, 이번에는 쓰기가 좀 그렇다.’

내부 장기가 썩어들어가면 손해였다. 트롤의 부산물은 매우 중요했다. 그 가죽으로 만든 망토는 화살 따위는 손쉽게 막아내고, 날카로운 창날도 미끄러지게 할 수 있었다. 사실상 내구력이 닳을 때까지 원거리 투사체에 내성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망토를 만들 트롤 가죽은 백금화를 받을 정도였다. 아니, 팔리지도 않았다. 토벌한 가문이 독식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많은 인간들은 〈트롤 가죽〉이 어떤 건지도 몰랐다. 알아도 망토를 만들며 염료로 칠해졌기에 평범한 망토나 다름없어 보이기도 했다.

“흠. 이 근처에 있을 것 같은데.”

드낙이 트롤의 똥에 손가락을 쑥 집어넣고 온기가 느껴지는 것을 확인했다. 나뭇잎으로 닦고, 새로운 나뭇잎을 찢어서 향을 내 똥냄새를 지웠다.

“구~ 구루구~ 구구구~!”

트롤은 햇볕이 내리쬐는 바위터에 드러누워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바위는 거칠지 않고, 사포질을 한 것처럼 반들반들했다. 트롤의 솜씨였다. 옆에는 나무 테이블이 하나 있었는데, 고기가 가득했다.

‘피냄새가 나지 않은 것을 보니, 고기를 먹을 줄 아는군.’

깔끔하게 피를 씻어낸 고기였다.

“아음!”

트롤은 세상 좋게 과일도 하나 먹으면서 씹어대다가 이내 코를 골기 시작했다. 드낙은 한 바퀴를 돌며 트롤의 신체를 측정했다.

‘와. 4미터는 되네.’

키도 키였지만 옆으로 떡 벌어진 몸은 드워프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체형이 정사각형과 비슷했다. 옆으로도 3미터는 되어 보였다. 인간이 보기에는 기이한 체형이었다. 트롤 평균이기도 했다.

드낙은 단번에 놈에게 달려들었다. 목표는 당연히 목이었다. 하지만 드낙이 뛰어들자마자 트롤이 벌떡 일어났다. 기감이 대단했다.

“크아아아!!!!”

입을 쩍 벌린 트롤이 드낙을 위협했다. 공기가 부르르 떨릴 정도로 대단한 성량이었지만, 드낙에게는 씨알도 안 먹혔다. 햇빛에 반짝이는 드낙의 롱소드가 섬광처럼 번쩍였다.

촤아악!

아래턱이 그대로 베어졌다. 하지만 드낙은 좋은 표정을 짓지 못했다. 뼈를 잘라내지 못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피가 쏟아지는 순간보다 앞서 뻗어나간 롱소드가 탄성있게 반대편으로 휘면서 드낙의 손목이 비틀어졌다.

단번에 위를 향하는 대각선으로 한 번 더 베어진 검격이 아래턱을 올려쳐베었다. 하지만 턱을 부수지는 못했다. 내구력이 대단했다.

피만 쏟아내는 트롤은 그 순간에도 드낙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 걸음을 옮겼을 뿐인데도 드낙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웅가!!!!”

트롤의 몸통 박치기에 드낙은 능숙하게 같이 배를 부딪치며 튕겨져나갔다. 배에는 힘을 주고, 하체에는 힘을 풀었기에 자연스럽게 튕겨져 나갈 수 있었다.

후웅!

벼락처럼 휘둘러지는 트롤의 주먹은 튕겨져나가는 드낙을 노렸지만 드낙은 결코 평범한 기사가 아니었다.

쾅!

검면이 땅을 치면서 드낙의 몸이 위로 떠올랐고, 주먹이 드낙의 앞가슴 갑옷을 스치면서 지나갔다. 드낙은 허공에서 반바퀴를 돌며 바닥에 착지했고, 그 자리를 〈검은 불꽃〉이 덮쳤다.

화르르르!

트롤의 전신을 태풍처럼 휘감고 있는 〈검은 무늬〉에서 검은색의 불꽃이 일어나며 트롤을 감싸듯이 보호했다.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매캐한 검은 연기가 쏟아 나오는 곳으로 트롤이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얼음판이 쏟아져 나오며 트롤과 부딪쳤다.

콰자작!

호쾌하게 얼음판을 여럿 부수며 양팔을 휘적거린 트롤은 아무것도 잡히지 않자 껑충 뛰었다.

쉬오오오!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음에도 5미터를 뛰어올랐다. 숲의 나무 사이로 빤스런을 하고 있는 드낙이 보였다.

〈검은 무늬 트롤〉이 흉악한 웃음을 지었다.

쾅!

다시 바닥에 내려온 트롤이 네발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한 손으로 잡히는 나무 한 그루를 그대로 뜯어냈고, 왼팔과 두 발로 뛰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속력이 나오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속력이 최대로 나오자 트롤이 펄쩍 뛰어서 드낙이 있는 방향에 들고 있던 나무를 통째로 던졌다.

콰아앙!

굉음이 터져 나오며 물리적인 폭격이 일어났다. 내려간 트롤은 미끄러지지도 않고,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달리면서 또 나무를 한 그루 한 손으로 그냥 뽑아올렸다.

내구력이 낮은 나무는 반토막이 나서 손에 들렸다.

‘씨발. 씨발.’

수풀에 바짝 엎드려 있던 이스핀은 폭풍이 지나가도 꼼짝도 못 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쳤다. 이건.’

기사들이 왜 함께하지 않은지 알 수 있었다. 저런 놈을 상대로 이실레아가 전신갑주를 입지 않고, 눈에 한 방을 먹여줬다는 것이 이스핀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이실레아 경도 괴물 아닌가?’

혈통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는데,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따라갈 수는··· 없지. 저렇게 빠른데. 쫓아갔다간 트롤이 날 공격할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이스핀은 기어서 산을 벗어났다. 드낙이 어딨는지 몰랐기 때문이고, 카이야도 이스핀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드낙이 그를 필요로 했다면 카이야가 이스핀을 찾아냈을 터였다.

‘일단은 돌아가서 돌아온 드낙 님에게 다음 명령을 기다리자.’

이스핀의 귀에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 그리고 트롤의 고함소리와 맞부딫치는 드낙의 괴성이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6101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물약도핑은 이미 엘프나 제국이나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연금술이 있잖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