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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15화 (314/1,239)

0315 <-- 트롤 토벌 -->

드낙이 고블린 말살을 이야기하자 모든 기사가 난색을 표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임무는 〈선두 보급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빠르게 한 번 뚫고 가면 그만이었다.

그로 인해 생긴 적의 손실과 빈틈을 후방 보급대가 찌를 것이다. 후방 보급대에는 〈타격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드낙은 그들의 공을 탐하자고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른 이의 공을 어찌 탐하겠소? 우리의 임무는 선두 보급대요. 한 번 줄을 긋고, 큰 마을에 주둔하여 타격대나 후방 보급대를 기다리는 임무인 것을.”

〈스웬슨 보두앵(Swenson Baudouin)〉이 드낙을 나무라듯이 말했다. 철저하게 아크온은 공을 나눌 수 있는 분배를 했고, 그것을 지키는 이상 분란이 없었다. 이에 드낙이 찔끔했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여기서 그것을 인정하면 드낙은 정말로 자신이 바보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었다. 호구와 바보는 또 달랐다.

“어차피 계속 지연될 보급로 아니오? 하루에 500마리 이상이 매일 쳐들어올 것이오.”

그러니 아예 적을 박살 내자는 소리였다. 불파겐이 할 말 다웠기에 기사들은 드낙을 멍청이가 아니라 맹장으로 보았다.

‘정말 미친 소리군. 하지만 일리가 있어.’

포위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얼음 마법의 오한에서도 버티는 것이 드낙이었다. 마법 저항력은 모든 마법 피해를 감당하지 못해 보였기에 얼음 구역을 자신의 발밑에 사용하는 드낙을 기사들은 질린 표정으로 보기도 했다.

분명 뜨거운데 이모가 맨손으로 뚝배기를 가져다주는 것을 보는 기분.

그 전문성을 뛰어넘은 고통의 기교.

안 뜨거우세요?라고 물으면 뜨거워!라고 쿨하게 한 마디하고 슥 가버리는 이모처럼 드낙의 자해마법 전술은 기사들을 놀랍게 했다.

‘적이 많으니까, 가서 쳐죽이자. 정말 불파겐답군. 보급로를 뚫는 일에 자원했으면서 섬멸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다니.’

하지만 모두 내키지 않는 표정은 여전했다.

“기병으로 어떻게 숲으로 들어가겠소? 어려운 일이오.”

특히나 스웬슨 보두앵의 경우 기병이 전부였기에 길을 오고 가며 고블린을 사냥하는 것이 전부였다. 기병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속력이 낮은 게 아니다. 말은 숲에서도 속력이 인간보다는 빨랐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인간의 반응속도, 인지력 등이 현저하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잘 보이는 함정조차 걸리는 것이 숲에서의 기병이었다.

결국 스웬슨 보두앵이 공을 위해서는 〈선두 보급대〉를 계속 꾸준히 전진시키며 낮에 습격하는 고블린의 목을 따는 일이었다.

‘보두앵이 퇴짜를 놓았구나. 그래도 공과 부산물을 얻는 일인데, 종마사업이 잘 되나 보군. 아쉽다.’

“수풀이 많은 것이 옹달샘 숲이오. 장창수는 그곳에서 큰 힘을 내지 못하오.”

찰리 린파이크는 드낙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숲에서 장창병은 또 허접했다. 2~4m가 넘는 장창수들은 숲에서 맹탕이나 다름없었다.

땅의 높낮이 또한 크게 달라지기에 장창수끼리의 호흡도 틀어지기 쉬웠다.

“두 경이 빠지는데, 나라고 도리가 있겠소?”

에녹 히터는 두 명을 이유를 들어서 발을 뺐다. 가장 변명하기 힘든 것이 그였기에 잠자코 있다가 능숙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크온 경께서 골치 아파하실 게 분명해.’

반면 에녹 히터의 경우에는 아크온 파벌이었기에 드낙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방패병만큼 숲에서 효력이 유지되는 병과는 잘 없었지만 지휘관인 에녹 히터는 아크온의 전략을 그대로 이행하고 싶어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야기는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드낙은 볼을 긁었다. 그들의 말처럼 인간은 숲에서 나약했다. 전투력이 반감되는 곳에 들어갈 리가 없는 것이다.

뚫려진 길을 가며 수성을 하듯이 고블린에게 손실을 입히고, 큰 마을에 도착해서 미리 바탕을 다지는 것이 〈선두 보급대〉의 임무였다.

‘내가 포기할 줄 알고?’

드낙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또한 자신은 이곳에서 동등한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아크온조차도 정말로 드낙이 손을 들어 올려 각을 잡으려고 해도 손뼉을 쳐주지 않을 것이다.

휙 하고 피할 정도로 드낙의 거친 기질을 잘 알았다. 부딪치면 더욱 타오르는 것이 드낙이었다. 그건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찌꺼기〉가 드낙의 속에 녹아든 지 1달이 넘게 지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흐물거리는 박호훈으로서의 기질과 산골 마을에서의 봄바람처럼 평온하기만한 드낙의 기질은 세파리아스의 활화산의 찌꺼기에도 심각하게 물들어버렸다.

먹물 한 방울이 들어간 물과 같았다. 기질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또한 〈검은 꿈〉이라는 훌륭한 먹거리도 있었다. 탐욕의 인간은 그것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판단하시다니, 아쉽소.”

“상황이 상황 아니오.”

“너무 마음에 담지 마시오. 우리는 우리의 목표가 있지 않겠소?”

모두 드낙이 뜻을 접었다고 생각하며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드낙은 씨익 웃었다. 그 시원한 웃음에 기사들의 웃는 표정이 싹 사라졌다.

“혼자서 하는 수밖에. 나는 나대로 움직이겠소.”

“연합이라지만, 전략이 어긋날지도 모르오!”

보두앵이 깜짝 놀라 언성을 높였다. 다른 이들도 크게 만류했다. 하지만 드낙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나 하나 없다고 선두 보급로가 엎어진다면 스스로 그대들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오?”

그 말에 에녹 히터가 숨을 조금 크게 들어마시며 숨을 길게 내뱉었다. 한숨과 비슷했다. 드낙을 막을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아무리 드낙 경이라도 보급 없이 홀로 싸울 수는 없지 않겠소?”

스웬슨 보두앵이 재차 드낙을 만류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들은 〈불파겐이 다 죽여〉 전술을 한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400마리를 잡고 상처 하나 없고, 지친 기색이 없는 드낙은 전력을 다한 〈버팔로 나이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용오름치는 불망치. 터져 나오는 흉성. 진동하고, 갈라지는 땅이 아크온 몽펠리에라면.

바닥이 빙판이 되고, 검에서 작은 충격음이 울려 퍼지며 얼음 송곳과 얼음이 타고 오른 하체의 피부와 가죽을 터트려 너덜하게 만드는 것이 드낙 불파겐이었다.

그가 〈선두 보급대〉에 남아야지 그들의 공이 더욱 커진다. 그렇기에 경쟁이 생긴 것이고, 아크온은 〈몽펠리에의 주력 방계 3가문〉 모두를 이곳에 배치시키는 강수를 두었다.

아크온조차도 드낙이 만들어내는 전공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돌발 행동이라니?

“아무리 연합이라지만, 드낙 경. 전략이 왜 있겠소? 함께해야 하오.”

기사들의 연달은 설득에도 드낙은 요지부동이었다. 왜냐하면 〈조련술의 업(業)〉때문이었다. 고블린을 죽이는 것만으로도 업이 빠르게 쌓이는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가서는 본성이 강한 곰조차 자신의 휘하에 놓을 수 있었다.

‘이런 기회는 잘 없다.’

나무 반, 고블린 반인 상황은 드낙에게 빨리 안 들어오고 뭐 하냐고 닦달하는 도박 딜러의 손짓과도 같았다. 못 먹어도 GO를 외치는데 지금은 무조건 이득이었다.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나는 이곳에 남겠소. 지금 바로 출발할 생각이오.”

“···그렇게까지 확고하다면 말리지는 않겠소.”

‘막가파네. 막가파야.’

‘앞뒤 안 재고 저돌적이니···허, 이거 참. 나중에 어찌하려고.’

‘혼자서도 공을 세울 수 있다고 저렇게 맹신하다니···’

기사들은 그 이상 드낙을 말리지 못했고, 끝마무리라도 훈훈하게 하려고 짧게 덕담을 나누었다.

“나중에 다시 꼭 보았으면 좋겠소.”

“말씀만이라도 고맙소.”

그렇게 드낙은 〈선두 보급대〉에서 빠져나왔다. 이스핀, 순찰자 2명, 도노와 카이야가 자연스럽게 따라나왔다.

〈성기사 케이슨〉은 또한 마찬가지로 드낙을 따르고 있었다. 원체 조용조용한 사람이고, 성기사라는 입지 때문에 원탁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어서 잘 눈에 띄지 않았으며, 항상 병사들을 돌보기 때문에 기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드낙과 어울릴 때는 식사 때뿐이었다.

그들은 최대한의 보급을 받았다.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이스핀은 막막함에 드낙에게 물었다. 사람은 고작 5명뿐이었다. 물론 고블린 하나는 찜쪄먹는 도노가 있었지만 대단히 나약한 전력이었다. 드낙을 보조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어쩌긴. 일단은 은신처를 찾아야지. 해가 중천을 지났을 때, 여기에 다시 모인다. 순찰자 2명은 2조야. 카이야, 저들에게 붙어서 위험하면 나에게 알려줘.”

“까악.”

드낙, 이스핀, 도노는 1조였다.

은신처로 쓸만한 곳은 찾지 못했다. 모두 운이 따라주지 못했다기보다는 수원(水源)이 워낙 많은 것이 〈옹달샘 숲〉이었다. 숨어들어갈 곳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덕에 드낙은 조금 언덕진 곳의 나무 밑에 땅을 파도록 명령했다.

“도적 놈들이 썼던 방법이군요.”

이스핀이 아는 눈치를 했다. 드낙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나무 밑을 파는 이유는 〈빈나무 굴뚝〉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도적의 노하우였지만, 유용했다.

동굴 내부에서 불을 지펴도 연기가 텅 빈 나무를 통해서 타오르며 나무 곳곳에 뚫어놓은 송곳 같은 구멍으로 소량씩 퍼져나가 멀리서는 연기가 보이지도 않았다.

가을이었기에 불이 반드시 필요한 환경에서 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숨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드낙은 고블린 사냥을 하러 자리를 도노와 함께 비웠고, 이스핀과 순찰자 그리고 케이슨은 〈빈나무 굴뚝〉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굴을 충분히 파내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번갈아가면서 안으로 들어가서 흙을 퍼올리면, 밖에서 받아주었다. 나머지 이들은 휴식을 취하며 사주경계를 실시했다. 몸은 편했지만 정신은 피로했다.

“후! 후우!!”

불을 내부에 붙이면 불이 붙은 장작으로 나무 윗부분을 태우고, 불어서 꺼트려 검은 재를 후벼파냈다. 그 작업을 여러 번 하면 나무는 속이 비게 된다. 밖에서는 구멍을 내야 했는데, 불씨가 남은 나무를 대어서 구멍을 뚫어냈다.

생나무였기에 불이 번지는 일은 없었다.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드낙은 옹달샘 숲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거나, 옹달샘에 있는 미꾸라지들을 단지에 넣고 있는 고블린을 죽여나갔다.

“꺽.”

찰박거리는 소리를 일으키며 미꾸라지를 단지에 담는 일에 집중하던 고블린은 숨소리 하나 내는 것이 전부였다. 〈십년일보(十年一步)〉의 묘리로 소리 하나 없이 다가간 드낙이 목뼈를 움켜잡고 꺾어 부러뜨렸기 때문이다. 축 늘어진 고블린 시체가 땅에 버려졌다.

드낙은 부산물을 챙기지도 않았다. 그걸 관리할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휘이이~ 휘이이~”

느긋하게 나무 등치에 앉아서 휘파람을 부는 고블린도 만날 수 있었다. 워낙 숲에 고블린이 많아서 아예 위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검은 늑대(Mavros lyko)〉. 놈의 수법을 드낙은 이용했다. 야습도 해야 했기에 마력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나무와 수풀의 그림자를 이용해서 모습을 감추고 뒤로 돌아가서 그대로 고블린의 목을 부러뜨렸다.

피 한 방울 나지 않았고, 목 부근에 피멍이 드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드낙은 때때로 독으로 쓸만한 독버섯을 캤다.

해가 저물 때, 잠깐 돌아온 드낙은 독버섯들을 순찰자들에게 주고, 안으로 들어가서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순찰자들은 명령이 없었음에도 능숙하게 독버섯을 잘게 다져서 반듯한 돌에 널어서 말렸다.

어둠이 깊게 내려앉고, 달이 중천에 뜨고 나서야 드낙이 일어나서 데운 물을 마셨다.

“고블린 부락의 위치를 정확하게 안다. 그곳을 습격할 생각이다.”

“예.”

모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낙이 휘젓겠지만 매우 위험한 일임은 틀림없었다. 드낙은 작전을 설명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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