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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13화 (312/1,239)

0313 <-- 트롤 토벌 -->

쯔걱! 쯔걱!

살이 뜯어지는 소리가 묶여있는 〈숲 고블린〉의 큰 귀에 들려왔다. 괴이할 정도로 큰 코에서 콧물이 주륵 흘러내리며 피냄새가 물씬 들어왔다. 보통이라면 혈기를 주체 못 하고 광전사처럼 날뛰었겠지만 고블린은 추위만을 느꼈다.

고블린이 바들바들 떨었다. 나무 등치에 놓인 채 고블린은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단검 하나를 쥐고, 목을 쳐서 동족의 머리를 한곳에 모으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달빛이 내려오고 구름이 지나가며 어두워졌을 때면, 그저 서슬 퍼런 도축 단검의 날만 시퍼렇게 빛이 났는데, 오금이 저려왔다.

쩍!

갈비뼈를 개봉하고, 심장을 꺼내 자루에 담는 모습은 〈시체 수집가〉나 다름없었다.

콱!

손목을 단칼에 잘라낼 때면 그 소리에 고블린이 들썩들썩했다. 생존본능이 극대화되어 모든 감각이 끌어올려졌기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이 되었다.

까드득!

옆에서 도노는 포식을 하고 있었다. 도축이 끝난 고블린의 허벅지 안쪽이나, 어깨에 가장 가까워 살이 있는 팔뚝을 먹었다. 조금 심심하면 간을 뜯어먹기도 했다.

“우···우웨에엑!”

생포된 고블린은 그 광경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토를 했다. 구토물은 밧줄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고블린 시체 3구를 생포된 고블린 앞에 두고 거기에 걸터앉은 드낙이 손을 씻고, 도축한 단검도 씻은 다음에 엄지와 검지로 들기 좋은 작은 숫돌을 꺼내어 단검의 날을 손질했다.

꿀꺽.

고블린이 침을 삼켰다.

“말할 줄 알지?”

강철을 둘러입은 인간의 입에서 고블린 어(語)가 튀어나왔다. 고블린이 입을 덜덜 떨었다.

“으, 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말할 줄 몰라?”

드낙의 투척 단검이 아주 천천히 고블린에게 향하자 고블린이 고개를 끄덕끄덕였다.

“할 줄 압니다!”

“좋아. 그래도 눈치는 있는 놈이네. 존댓말도 할 줄 알고.”

그러면서 드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고블린 한 마리는 도망치나 안 도망치나 구분이 안 돼. 나한테 상대가 안 되잖아. 안 그래? 한 명 정도는 살아서 도망쳐도 난 상관없다고 생각하거든. 너무 약해서 싸움이 안 되잖아.”

“예. 예···”

고블린이 필사적으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근데 그냥 보내면 네가 날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주 병신 새끼라고 보겠지.”

“저, 절대로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고블린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강자(强者)의 오만함이 엿보이는 모습이 자신이 살 구멍이라고 여겼다.

“그러니까 중요한 정보를 털어놔봐. 그래야 내가 널 예쁘게 여겨서 풀어주지.”

“저, 정보··· 중요한 정보···”

고블린이 그렇게 중얼거렸는데, 뭘 말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정보에 대한 귀중함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새끼야! 뭐라도 말하라고!”

드낙이 바로 손바닥으로 뺨을 후려쳤다. 얌전하게 말하며 기세조차 꺼트린 드낙이었기에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고블린의 이빨이 다섯 개나 튀어나와 땅바닥에 떨어졌다.

“어그으윽···”

고블린이 눈물을 쏟아냈다.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머리가 띵했고, 귀가 먹먹했다.

“아으우어어···”

뭐라고 웅얼거렸다. 그러면서 피와 침이 뒤섞인 것을 주륵 하고 흘러냈다. 드낙은 고블린이 몸을 추스르기를 기다려주었다. 고블린은 입을 꿈실거리면서 계속 뭔가를 말하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충격에 입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공포를 느꼈지만 드낙이 가만히 있자 그제서야 침을 삼키며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부락에는 고블린 대장이 많이 있습니다. 크놀들이 식량을 많이 가져왔고, 저희는 그들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크놀들은 많은 고블린 대장을 삼도록 했습니다.”

“그래. 그렇지.”

드낙이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엉망진창인 말이었지만 노력하는 티가 엿보였다. 드낙은 물까지 먹여주었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고블린은 꼴딱꼴딱 물을 마셨다. 꿀처럼 물이 달았다.

“길을 지나가는 인간을 습격하고, 머리를 베어 오면 식량으로 바꿔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는 장작을 식량과 바꾸었습니다. 가죽도 많이 원한다고 했습니다. 매번 크놀이 올 때마다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크놀은 어디에 있던데?”

“그건 저도 모릅니다. 대장도, 대장도 몰랐고요. 아무도 모릅니다. 매번 부락을 방문하며 인간 머리를 확인하고 그만큼 식량을 줬습니다.”

드낙은 이야기를 정리해나갔다.

“식량은 대체로 어떤 것들이던데?”

“뿌리채소들입니다. 버섯들도 많았고··· 이끼를 말려 모은 것도 있었습니다.”

“신기하네. 한 부락에 고블린 대장은 몇이냐?”

“10명~20명 정도··· 부락마다 다릅니다.”

“이 숲에는 부락이 몇 개나 있지?”

“예?”

고블린이 반문하자 드낙이 고블린의 머리를 쥐었다.

“부락이 몇 개냐 있냐고. 다 들으면서 왜 못 들은 척이야?”

“······”

고블린이 입을 달싹거렸다. 호흡이 조금 거칠어졌다.

흐, 흐흡, 흑.

울먹이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도 드낙은 냉정했다.

“제가 아는, 것은 다섯 곳입니다. 지금도 계속 많아지고 있습니다.”

위치를 모두 들은 드낙이 웃었다.

‘크놀들이 식량을 대주는군.’

형편없던 고블린의 무장 상태를 보고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이 목재로 된 무기고 방어구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옹달샘 숲(Small spring forest)〉의 상황은 나무반 고블린반인 상태로 치닫고 있었다.

“고블린 대장은 강철검을 가지고 있던데, 어쩌다가 받게 된 것이지?”

“대장으로 임명된 고블린이 받습니다. 인간을 많이 잡으면 강철 방어구도 준다고 크놀들이 그랬습니다.”

“그렇군. 대장끼리 싸우지는 않고?”

“싸우기도 합니다. 경쟁해서 고블린 대장이 가진 강철검을 많이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가장 귀중한 보물입니다.”

가야에서 나오는 철정(鐵鋌)을 일본의 기득권층이 무덤에 같이 품을 정도로 귀중했던 것처럼 이곳 숲에 있는 고블린들이 최고로 치는 것이 〈크놀 강철검〉이었다.

필요한 것을 모두 들은 드낙이 고블린의 목을 말끔하게 베어냈다. 부릅뜬 채 죽은 고블린의 눈이 조금 움직이다가 이내 멈췄다.

드낙은 고블린 대장이 지닌 강철검을 회수했다. 평범한 수준의 강철검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은화 3닢~5닢은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드낙은 〈크놀 정예 몬스터〉의 그림자를 밟고 무서움을 느꼈다. 놈이 그리는 그림을 보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식량을 통한 고블린 숫자의 급증.

자연스럽게 보급로를 위협할 환경의 조성.

‘박멸을 하지 않으면 항상 이 보급로는 위태로울 것이다.’

그것을 통한 시간 벌기. 무엇보다 〈크놀 강철검〉은 병사들이 쓰는 철제 무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위협이 되는 것이다. 급하게 진행한다면 사상자가 나올 수 있었다.

‘날카로운 전략이다.’

이 전략을 부수려면 〈시간〉을 투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드낙은 두려움을 느꼈다. 나무나 뼈로 된 무기를 사용하는 고블린이었지만 숫자에는 답이 없는 법이다. 분쟁이 가속화되면 고블린 또한 크게 뭉치기 시작할 것이다.

평범한 RPG처럼 매번 15마리씩 리젠이 되는 게 아니다. 위협을 받으면 30마리, 100마리씩 뭉쳐서 덤빌 것이다.

‘거기에 뒤에 숨어서 식량을 대주고, 강철검을 통해서 〈대장〉의 지휘력을 높여주기까지 했다. 세심한 전략이야.’

드낙은 부산물을 짊어지고, 그곳에서 떠났다. 다른 이들의 의견이 듣고 싶었다. 그래서 이 날카로우면서도 세심한 전략을 부수고 싶었다. 또한 이곳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

‘고블린은 죽여야 해.’

〈조련술의 업(業)〉! 그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블린을 죽여야 했다.

선두 보급대는 치안 확보와 시간에 쪼들려서 갈팡질팡하겠지만 드낙은 허둥거리는 사람들에게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지피며 부채질을 해야 했다.

‘고블린!’

드낙의 눈이 검은 탐욕으로 물들었다.

밤바람이 불며 숲 곳곳으로 15마리의 도축된 고블린의 혈향이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숲의 분위기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피로 물든 드낙과 도노가 야영지에 도착하자 근무를 서던 병사가 들썩했다. 드낙은 창날을 손으로 치우며 거침없이 바가지를 퍼서 엎어 썼다. 〈과열 신체〉 덕분에 체온이 높아 난리를 칠 법한 냉수임에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야전(夜戰)〉과 〈기습(奇襲)〉을 대비하여 기사들 또한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번갈아가면서 섰고, 앉아서 조용히 생각에 잠기거나 군기를 위해서 주변을 순시하기도 했다.

드낙은 새벽 2시경에 야영지에 와서 곧바로 〈찰리 린파이크(Charlie Linpike)〉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블린을 통솔하던 놈이 가지고 있던 검이오. 짧게 고문을 했는데, 〈크놀(Knoll)〉이 준 것이라고 하오.”

“잠시 훑어보겠소."

찰리 경은 검을 훑었다. 숏소드에 불과했지만 고블린이 쓰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는 검이었다.

“확실히, 인간이 만든 검은 아니오. 무게중심이 기이하고··· 체구가 낮은 고블린이 쓰기 좋게 된 것인 듯한데, 매우 특이한 검이오.”

무인답게 검에 대한 조예가 뛰어났다. 체구가 낮은 고블린이 잘 다룰 수 있게 무게 중심이 인간과는 크게 맞지 않았다. 손잡이 쪽에 크게 기울어져 있어서 어린아이조차도 다룰 수 있어 보였다.

드낙은 고블린 어(語)를 할 줄 안다고는 말을 못 했기에 다양한 추측을 내놓았다.

“놈들의 장비가 실로 형편없었소. 나무껍질이나 넝쿨로 몸을 보호하고, 곤봉이나 뼈로 된 무기를 사용하고 있었소.”

“그래서 더욱 이상했소. 가죽조차 두르지 않은 것은 이상하지 않소?”

그 말에 찰리 린파이크가 크게 흥미를 가졌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시오? 매우 중요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오.”

드낙이 그 말을 듣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술을 한 입하고 말했다.

“고블린의 숫자가 이 숲에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오. 가죽을 입은 고블린은 부유한 고블린일 정도인 것이오. 그렇기에 전투를 나선 고블린은 나뭇잎이나 두를 수밖에 없는 것이오.”

“그건··· 너무 억측이 아니오? 식량이 없을 텐데.”

드낙이 웃었다.

“내가 그것도 확인 안 했겠소? 고블린 하나하나마다 식량을 2일치씩 넉넉하게 들고 있었소. 단지를 들고 다녔는데, 진흙에서 사는 미꾸라지 같은 것도 많았소.”

생선은 인류 문명을 크게 부흥시킨 식자원이었다. 고블린들 또한 수자원이 많은 이 숲에서 특출난 식량자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추가 식량까지 있었기에 엄청나게 폭증한 것이다.

〈크놀 정예 몬스터〉는 이런 숲의 환경조차 꿰뚫어보고 전략을 짠 것이다. 그걸 말을 하면서 깨달은 드낙은 등골이 서늘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뛰어난 전략가였다.

“고블린이 들고 있던 식량은 대체로 어떤 것이었소?”

“뿌리채소, 이끼와 버섯이오. 딱 감이 오지 않소?”

찰리는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이끼와 버섯. 자연스럽게 〈광산 몬스터〉 크놀이 생각이 났다.

“···믿을 수 없군.”

답답해졌는지, 찰리 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드낙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권했다. 드낙 또한 일어나서 따라갔다.

“드낙 경이 가져온 정보와 추측은 대단히 신빙성(信憑性)이 높소.”

“앞으로의 길이 어려워질 것이오.”

드낙의 말에 찰리 경이 무겁게 수긍했다. 서둘러 이 정보를 곳곳에 있는 불침번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했다.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그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야지 대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적이 강대하다는 것에 겁을 먹을 병사들이 아니었다.

찰리는 순찰을 도는 병사들을 만나 전령으로 삼았다. 드낙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금방 일어나야 했다.

“적이다!! 고블린들이다!!!”

꽝꽝꽝!

냄비를 두들기며 병사가 소리를 질러대었다. 소란스러움에 바로 일어난 드낙은 그대로 천막을 뛰쳐나왔다.

========== 작품 후기 ==========

5490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버려진 영지 내정관련 이야기까지 넣으면 트롤을 보기까지 한 세월이지 않을까요. ㅋㅋㅋ 짧게나마 써도 두 편~세편은 써야할텐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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