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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06화 (305/1,239)

0306 <-- 트롤 토벌 -->

아크온은 말을 이어나갔다.

“보두앵 가문의 가주는 한 번 꼭 만나보는 것이 좋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거든. 그게 아니더라도 몽펠리에의 기병은 모두 그의 손으로 배출되고 있어서 중요하기도 해.”

〈피의 평야〉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보두앵 가문이었다. 물론 몽펠리에가 하사한 것이었다. 보두앵 1세의 위대한 명예 덕분이었고, 그들의 말을 키우는 솜씨, 기병을 키우는 실력이기도 했다.

“다른 가문은?”

“네가 직접 발품을 팔아서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

아크온이 드낙을 띄워주었다. 웃음소리가 퍼져나가고, 내친김에 술이 한 잔 돌았다.

“쌍둥이 성채 위에 있던 마력구는 대체 뭐야?”

드낙이 마법사에 대해서 물었다.

“주변의 감시와 주변 대기의 마력을 끌어모으는 장치다. 백금 왕가에서 보내온 종군 마법사의 숫자는 총 10명이고. 그들은 이곳에 거주하며 병사들의 장비에 마법을 부여하고 있다.”

아크온의 간략한 말에 드낙이 더욱 흥미를 가졌다. 특히 레이더같이 사용되는 구체가 추가적으로 주변 마력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기술로 보였다.

“종군 마법사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크기가 상당하던데.”

아크온이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쌍둥이 성채에 내장된 마법진이다. 마력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지. 전쟁용이고,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아~, 그래?”

드낙이 수긍하며 넘어갔다. 아크온은 드낙이 마법에 대한 계승을 받지 못한 듯하여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드낙이 쓸데없이 종군 마법사에 환상을 가지거나 억측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금왕가(白金王家)〉는 제국과 엘프의 관심까지 받는 불파겐을 두고 보지 못하고 단두대에 올렸지. 공격적인 불파겐의 세력 확장에 두려움을 느낀 모든 귀족이 참가했었다.”

“······”

뜬금없이 이야기가 과거로 돌아갔다.

“그 뒤로 백금왕가는 자신들이 지닌 영향력을 소모하는 것을 극히 꺼리게 되었지. 싸우지 않으면 서로의 영향력 차이는 명백하게 차이가 났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꽉 쥐고만 있으면 남부 왕국의 국토에 대한 영향력이 자연히 감소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자신을 돕지 않는 왕을 모시는 가신은 없다.

“그럼 그 방책이 〈종군마법사(從軍魔法師)〉?”

“그래. 기사 가문은 마법사의 수가 적다. 혈연으로 묶어두기까지 하지만 마법사라는 존재는 사실 혈통에 대한 애정도, 관심도 적어. 개개인의 선택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지.”

그렇기 때문에 전쟁터에 마법사가 있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자칫 잘못해서 죽어버리면 마법사 전력이 최소 30%~50%까지 깎이기 때문이다. 물이 오른 마법사는 1명, 1명이 매우 귀중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전력을 다른 가문과 비교해야 했기에 마법사는 철저하게 보호되는 존재였다. 제국과는 사정이 달랐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백금 왕가는 이용했다.

“기사전력이 낮기 때문에 되려 선택하기 좋았지.”

“아하···”

드낙이 그제서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사건이 터지면 마법사가 동원되고 안 되고의 차이는 매우 컸다. 그런 상황에 백금 왕가는 항상 10명의 마법사를 보냈다. 그 은혜를 통해서 지방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종국에는 남부 귀족의 땅을 400년에 걸쳐서 모조리 국고로 환수할 수 있었다.

북부 또한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남부왕국의 남부와 북부는 사실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세금의 차이가 2배 이상 났는데, 제대로 세금이 걷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백금 왕가〉에게 세금을 내는 것 자체가 백금왕가가 지닌 북부에 대한 영향력이었다.

“드낙, 이번 일이 끝나면 〈메디오 영주〉를 넘어뜨릴 것이다. 놈은 시답잖은 용병을 이용해서 치안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으며 세금에 대해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 북부는 파편화된 버려진 영지에 대한 토지권을 너에게 모두 양도할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드낙은 지금 상황이 후삼국 시대의 신라 같다고 느껴졌다. 호족들의 깃발이 올라가고, 세금을 종국에는 못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신라라고 치기에는 백금 왕가가 지닌 역량이 대단했다.

‘좀 다르네.’

적당한 역사는 잘 생각나지 않았기에 드낙은 비교할 상황이 없음을 깨달았다. 얕은 수준이었기에 동로마의 상황과도 비교하지 못했다. 그의 수준은 세계사가 선택 과목인 한국인의 평균 수준에 불과했다.

아크온은 침묵하는 드낙을 보며 침을 삼켰다. 불파겐의 부흥은 곧 북부의 부흥이었다. 백금 왕가는 행동력이 약하다. 400년 동안 전쟁이 없었기에 엄청난 수로 갈라진 왕족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결단력이 없기에 시간은 충분하다.’

불파겐을 명검으로 만들어서 북부를 지키는 것이 북부 귀족들의 생각이었다. 종국에는 불파겐을 중심으로 공국으로 올라서는 것을 원했다. 왕정제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극단적 체제 변환을 원하는 이유는 당연히 〈남부 귀족의 몰락〉 때문이었다.

“백금 왕가에서 온 놈들이다. 너에게 접촉을 할지도 몰라.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드낙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귀족인가?”

“왕족도 하나 끼어있더군. 아마 너에 대한 정보가 생각보다 빨리 왕가 쪽으로 흘러들어간 듯하다.”

이에 드낙이 손을 주억거렸다. 긴장한 것처럼 보이자 아크온이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널 회유하려고 하는 것뿐이다. 협박한다고 해도 그럴 강단이 없어. 북부는 아직 죽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럴 결단력이 있다면 이미 침략을 개시했겠지.”

“어째서?”

아크온이 몸을 일으켜서 벽에 있는 지도에 지휘봉을 탁하고 찍었다.

“왕가 쪽에서 생각한다면 북부의 가장 후방에서부터 시작된 트롤의 난동이다. 후방이 어지러울 때, 적을 치면 얼마나 손쉽게 승리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지. 하지만 북부에 사상자가 크면 자신들이 먹을 것이 없어.”

“그런 판단이 있었기에 종군 마법사를 보내온 것이지. 그들이 왔다는 것은 왕가쪽에서 우릴 친다는 것은 제외되었다는 것이고.”

북부의 혈통. 그 피.

그것은 백금 왕가에게 절실했다. 당장 에오윈 가문만 해도 왕족과의 강제 혼인을 통해서 그 혈통을 빼앗아 녹이는 방법이 있었다.

인간을 종마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 가치는 충분했다. 나약한 인간이 초기에 발전시킨 것이 바로 그러한 혈통이고, 업이었다.

업이 녹여진 혈통 -〉 마법 -〉 혼 or 별의 힘 등의 격이 다른 힘의 추구.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 세계의 발전 순서였다. 제국의 경우 마법을 대단히 발전시키는 단계였고, 백금 왕가는 이제 마법 시대로 들어가고 있었다. 엘프의 경우에는 발전이 끝났고, 새로운 힘의 추구를, 새로운 힘의 체계의 유입을 연구 중이다.

초기 마법 시대인 백금 왕가였기에 기사에 대한 혈통 또한 중요시되고 있었다.

결국 남부 왕국의 판단은 남부 귀족을 흡수한 것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최고였다. 요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팅도 잘 된 북부를 먹고 싶은 것이다. 욕심쟁이고, 탐욕쟁이였지만 누구나 그런 선택을 하고 싶을 것이다.

명실 상부하게 항상 모든 역량에서 선두에 섰다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법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넘어뜨리기 위한 기사들의 궐기는 불파겐이 꼭 필요했다.

“제국이 마법을 파고 들어가고, 백금 왕가도 마법을 파는데 북부는 왜 그러지 못했지? 400년 동안이나.”

드낙의 물음에 아크온이 지휘봉을 단번에 부러뜨렸다. 그리고 상남자다운 시원한 웃음을 지었다.

“마법을 뛰어넘는 기사 혈통. 인간의 육체에 녹아지는 그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아크온이 손을 펴서 드낙을 가리켰다.

“바로 너다. 백금 왕가는 자신의 최고 주적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귀족들의 힘으로 고꾸라뜨리며 포도주를 따르며 왕성에서 축배를 들어 올렸지만 우리는 아니다.”

4살 때부터. 늦게는 7살 때부터 검을 든 것이 남부 왕국의 전통적인 가문들이다. 그들은 그 오랜 날, 자신들이 걸어야 할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불끈!

아크온이 주먹을 쥐었다. 그것은 불파겐 가문에 대한 맹신, 광신도에 가까운 신념이었다.

“홀로 수백의 기사를 죽인 세파리아스 불파겐. 홀로 수십을 감당하는 불파겐의 기사들. 제국조차도 이후에 무인부흥운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의 존재는 죽어서도 세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람이 쌓아올린 무(武)가 태산조차 무너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것을 직접 보지 못한 왕족들은 소문을 즐겼다. 세파리아스의 위명, 그 위대함이 퍼져나갈수록 그를 죽인 자신들의 명성 또한 커졌기 때문이다.

‘북부 귀족이 왜 나한테 그렇게 줄을 대는지 알겠다.’

드낙은 아크온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그가 내는 감정에 크게 동화되었다. 자신이라도 쟁쟁하던 북부 기사가 피를 토하며 수백이 한 명에게 죽어간다면, 그 이후에 마법보다는 혈통의 상승을 꾀할 것이다.

“···아무튼, 우리 북부 가문은 괜히 불파겐을 밀어주는 게 아니다.”

“마법이 하찮게 보이겠네.”

“그건 아니지만, 우리가 힘을 다해야 할 곳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짠.

술잔이 서로 부딪쳤다. 서로의 마음이 서로 같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드낙의 눈동자는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

귀가 팔랑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몽펠리에와 파이룬, 다른 북부 가문들이 계획한 일로 가도 괜찮지 않을까?’

세파리아스와 발바룽에게 묻고 싶어졌다.

“며칠 뒤에 출발할 생각이야?”

“당장 출발하는 건 힘들지. 보급을 준비하고 있어. 못해도 3일은 더 모아야 해.”

식량을 쌍둥이 성채에 모으고, 길을 닦고 보급로를 만드는 것이 현재 목표였다. 그리고 식량을 모으는 일은 전부터 계속되었기에 앞으로 3일만 있으면 작전을 개시할 정도로 모을 수 있었다.

“병력수를 내가 정확히 알 수 있을까?”

드낙이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아크온이 거침없이 양피지 하나를 내어주었다. 그것은 모인 현재 병력에 대한 목록이었다.

〈병력 현황〉

몽펠리에 - 130명

방패병 30명

성채근위병 30명

석궁수 30명

철기 10기

경기병 30기

방계 주력 3가문

보두앵(Baudouin) - 보두앵 중갑기병 20기, 보두앵 경기병 20기

린파이크(Linpike) - 린창병 50명

히터(Heater) - 히터방패병 40명

방계 5가문

애크미(acme) - 애크미 장궁수 20명, 일반 보병 20명

데보네이어(debonair) - 방패병 10명, 데보네이어 도끼수 20명

하모니(harmony) - 하모니 중검수 10명

킨(keen) - 킨궁기병 20기, 장창수 10명

노타블(notable) - 노타블 전차 10기, 보병 30명

타가문 2

슈퍼브(superb) - 슈퍼브 화살검수 30명 (궁수 겸임)

제스트(zest) - 보병 9명

용병 100명

총 549명

‘엄청나군···근데 보병 9명은 머야.’

잉여 생산물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현대에서는 조잡하다고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드낙은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 살면서 인간이 500명이 모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군 중의 대군이었다.

엄청난 역량이 투입된 것이다.

“기사는 안 적혀져 있네.”

“총 20명이다. 너와 이스핀 경까지 넣으면 22명이군.”

그 말에 드낙이 감탄을 했다. 기사 22명이 결집했다. 트롤의 엄마가 와도 죽일 수 있었다.

“평범한 일은 아니지. 놈은 우리를 혼란케하려고 했지만 우리의 역량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차라리 한 점으로 모아서 시원하게 한 방을 부딪쳤어야 했다.”

아크온이 〈외눈 다크 트롤〉을 생각하며 비난했다.

“주변 몬스터가 정예 몬스터에게 결집했기 때문에 기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고, 병사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었다. 놈이 있는 위치까지 알고 있으니, 보급만 모으면 된다.”

드낙은 그 말을 듣고 보급을 모으는 동안 보급로가 될 길의 치안을 빌미로 몬스터를 잡고 싶어졌다.

“치안을 위해서라도 미리 가서 보급로 주변을 토벌해도 될까?”

아크온이 드낙의 어깨에 한 손을 올리며 말했다.

“다른 중요한 게 있지. 이렇게 모였는데 널 보려는 기사가 많다. 이런 시기를 그렇게 훌쩍 떠나보내면 고운 시선을 받을 수 없어. 더군다나 불파겐은 너 혼자뿐이다. 대체할 사람이 없지.”

드낙은 게제라스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없었다. 꼼짝없이 이곳에서 사람을 상대하며 보내야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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