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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301화 (30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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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야가 하늘로 솟구쳐 올라왔다. 새하얀 깃털은 몇몇이들의 시선을 이끌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기에 금방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카이야의 모습을 보며 눈치 있게 상황을 캐치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뭔가 일이 생겼구나!’

이스핀 부대장이었다. 그의 눈치는 백단이었고, 윗사람에게는 샤바샤바하고 아랫놈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놈이었다. 물론 드낙의 성향을 알고 나서는 밑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다.

드낙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드낙 님의 상황이 안 좋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별일이 없으면 사실 잘 보이지 않는 것이 까마귀 카이야였다. 그런 카이야가 높이 솟구쳐 오른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다. 특히나 지금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는 나의 동아줄이다.’

그가 전신갑주를 얻게 된 것은 모두 드낙과 함께해서 얻은 것이었다. 명장의 밑에 있는 보잘것없는 부관도 부와 명예를 손에 넣는다. 실력이 X도 없는 놈도 공신 대접을 받는 사례가 역사에 많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줄을 잘 잡았기 때문이다.

이스핀도 다를 바 없었다. 그의 무력은 이류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덩치와 실력에 걸맞게 근위병의 일원이 최고선이었다. 그것을 뛰어넘고 순식간에 전신갑주를 확보한 기사가 된 것은 드낙의 빛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알았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세상은 경쟁이니까.’

나보다 잘하는 놈이 앞에서 달리면 백날 지랄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 그게 경쟁이었다. 드낙과 이스핀은 무(武)를 단련함에 있어서 수많은 교류를 가졌다. 스승과 제자였지만 나이로만 따지면 이스핀이 되려 한 살 많았다.

이스핀은 노력보다는 요령을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누구보다 먼저 깨달았다. 도렌이 미친 듯이 새벽수련에 나왔을 때에도 그는 나오지 않았다.

그가 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드낙이 맨투맨으로, 진정한 자신의 가족으로 이스핀과 도렌에게 비전을 전수하고부터였다.

그때부터 드낙은 이스핀의 진짜 동아줄이 되었다. 그전부터도 그를 동아줄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전을 전수받고 나서는 이스핀의 마음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 어떤 어음보다도, 그 어떤 약속보다도 확실하게 이스핀의 마음을 녹인 것은 바로 조금만 상상하면 툭툭 나오는 비전이었다. 그 비전에 대한 전수 하나만으로도 이스핀의 마음은 큰 변환점을 맞이했다.

‘내려가야 한다. 그를 도와야 해.’

이스핀이 들고 있던 나무창을 버리고, 방패와 롱소드를 들었다. 덩치가 크기 때문에 드낙은 그에게 숏소드를 권했지만 그는 롱소드를 선택했다. 도렌이 요령이 없어서 숏소드를 계속 수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스핀은 도렌과 나이가 같았지만 그는 도렌을 자신의 동생으로 여겼다. 그것은 브라더다. 피가 섞인 것보다 더욱 뜨거운 〈피의 울타리〉로 뭉쳐진 것이었다. 뒷골목 깡패의 논리다.

배신하면 가족조차 죽여서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는 피비린내 나는 울타리였다.

“와아아아!!!”

온갖 것들이 떨어지고, 굴러가고 헤드스 하이에나가 절벽 위로 올라오고, 정규병들이 저지하며 악다구니를 쓰는 혼란 속에서 이스핀은 큰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그는 감정적인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온갖 것들의 피가 묻은 울타리 속에 도렌이 들어오고, 드낙이 들어왔다. 이스핀에게 있어서 드낙은 큰 형님(Big Brother)이었다.

거침없이 이스핀이 절벽을 뛰어내려가 미끄러졌다. 카이야가 올라왔던 지점을 정확하게 바라보았다. 돌이 튀어 오르며 투구를 무섭게 때렸지만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곳에서 쓰러진 드낙의 모습이 보이자 이스핀이 거침없이 전신갑주에 있는 마법을 사용했다.

“거인의 주먹!”

그의 생각대로 튀어나와 적을 죽이는 〈거인의 주먹(Fist of the giants)〉은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운용되었다. 요령이 좋은 이스핀은 자신이 지닌 전신갑주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뛰어났다.

“거인의 주먹! 거인의 주먹!”

연거푸 세 번을 사용했고, 마력이 전신갑주에서 떠나갔다. 드낙이 있던 곳에 주먹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대로 드낙을 잡고,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드낙의 머리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 주먹의 위로 계속해서 주먹이 일어나며 드낙을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하나의 주먹은 앞으로 튀어나와 적을 가리고 막으려는 용도로 사용됐다. 마치 장식처럼 튀어 올라와서 공간을 점령했다.

“어딜!”

흔들리는 와중에 네발을 지닌 〈기어오르는 발바룽〉은 그대로 우회를 해서 쥐고 있던 검을 투척했다.

침팬지의 악력보다 조금 높은 180kg의 악력을 지닌 헤드스 하이에나의 양손에 집혀서 단번에 벗겨진 투구가 거인의 주먹이 만들어내는 흙의 움직임에 밀려나며 발바룽의 발에 걸리적거렸다.

하이에나의 하체가 멈칫했다.

‘제기랄!’

원하지 않은 타이밍에 검이 쏘아졌다.

캉!

드낙의 머리에 맞추지 못하고, 강철이 둘러진 목에 부딪쳤다. 파이룬 가문의 전신갑주는 목까지 보호하고 있는 최강의 전신갑주였다.

사색이 된 이스핀이 거인의 주먹으로 만들어진 오르막길을 올라 드낙의 곁에 당도하자마자 그의 팔뚝에 손을 집어넣어서 당겨 머리를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

텅!

“큭!”

이스핀의 몸이 투창을 맞고 휘청거렸다. 왼손으로 바닥을 짚은 이스핀이 다른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빠른 절벽 타기를 저지하기 위해 이미 많은 마법을 사용하고 난 뒤였다.

‘마력이 바닥났다!’

이스핀의 옆을 지나며 눈먼 투창이 거인의 손에 박혔다. 드낙의 굵고 붉은 머리카락이 일부 잘려나가며 흘러내렸다. 잘못했으면 드낙의 머리에 꽂혔을 투창이었다.

“놈을 죽여라! 죽여!!”

발바룽이 뒷걸음질을 치며 소리쳤다.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이스핀이 올라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인의 주먹〉의 오르막길을 내달려왔다. 이스핀은 서둘러 드낙의 머리를 조금 움푹한 곳에 숨겨놓고, 몸을 일으켰다.

텅!

방패에 정확하게 부딪친 투창이었지만 강철로 된 원형방패라서 꽂히지는 않았다.

“후우우! 후욱!”

이스핀이 심호흡을 하며 전투를 준비할 때, 드낙이 눈을 떴다. 짧은 순간의 기절이었기에 금방 눈을 뜰 수 있었다.

‘아이고, 골이야.’

머리가 띵했다. 드낙이 정신을 차려도 주변을 인식하기 못했을 때, 이스핀은 코앞까지 다가온 헤드스 하이에나를 상대했다.

‘〈히멜 움키펜(Himmel umkippen, 하늘 뒤집기)〉!’

상단세의 카운터 비전이었다. 그의 오른발이 무식하게 앞으로 나왔다. 보통이라면 상대의 허벅지 안에 넣어질 발이었지만 헤드스 하이에나의 경우 하체 머리가 있었다.

콰득!

하이에나의 코가 분질러지며 피가 튀며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다.

“우오오오!!!”

이스핀이 고함을 지르면서 그 기세를 높여 헤드스 하이에나가 휘두른 무기를 막으며 몸으로 부딪쳤다. 히멜 움키펜이라기보다는 그냥 돌진에 지나지 않았다.

뿌득!

갈비뼈가 그대로 뭉개지며 심장을 찔렀다. 헤드스 하이에나는 그것만으로도 큰 경직에 걸려 힘을 쥘 수가 없었다. 그대로 쓰러졌다.

이스핀이 상황에 맞지 않은 비전을 사용했음에도 중요한 것은 하체 머리부터 공략해서 상대의 하체 균형을 먼저 박살 내 상대하는 놈의 체중이 자신에게 향하기 전에 선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단은 하나!’

이스핀은 앞으로 돌진하지 않고, 다시 뒤로 물러나며 떨어질려는 헤드스 하이에나의 머리채를 잡아 앞에 장애물처럼 쌓았다. 놈의 목을 베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드낙과는 달랐다.

두려움을 알았고.

목숨이 귀중한 줄 알았으며.

몬스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았다.

갓 태어난 몬스터의 힘은 진짜 괴물(monster) 같았다.

타닥!

쓰러진 헤드스 하이에나를 밟으며 한 놈이 튀어나왔지만 기다리고 있던 이스핀의 원형 방패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하체 머리를 후려갈겼다. 롱소드가 아래에서 위로 찔러져 상체의 아랫배를 찔렀다.

“꺼걱.”

원형 방패를 고쳐잡아 놈의 몸에 대고, 롱소드를 당겨 검을 뽑았다. 축 늘어진 놈이 허우적거렸지만 이스핀은 다시 자세를 갖추었다. 곳곳에서 쏟아지는 투창이었지만, 〈거인의 주먹〉으로 높이를 크게 높인 이스핀에게 닿는 투창은 제대로 된 파괴력을 가지지 못했다.

드낙은 숨을 고르고, 주변을 인지했다. 그리고 이스핀의 등판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인간보다 덩치가 큰 이스핀이었기에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이···켁켁.”

그를 부르려고 했지만 입이 바짝 말라있어서 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드낙은 자신이 투구를 잃어버린 것을 확인했다. 지금 몸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이스핀은 차례차례로 헤드스 하이에나를 상대했고, 어려움 없이 승리를 쟁취해냈다.

“괜찮습니까?”

“괜찮다. 내 투구가 어딨는지는 모르지?”

“예.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둘이 이야기를 할 때, 카이야가 내려앉아서 깃털로 한 곳을 가리켰다. 이스핀이 거인의 손가락 사이에 머리만 빼꼼해서 그곳을 보자 드낙의 투구가 보였다.

“투구가 저기에 있습니다.”

“너 먼저 내려가라. 뒤따라서 나도 가겠다.”

시선을 끌라는 소리에도 이스핀이 막힘없이 시체를 넘어 다시 거인의 주먹으로 만들어진 거인의 팔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낙이 내려가자 발바룽이 혀를 찼다.

‘돌대가리 인간이군!’

지금은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전투의 경험은 발바룽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이스핀이 내려가며 롱소드로 방패를 텅텅치며 소리를 크게 냈고, 시선을 모았다.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제법 모여들었지만 이스핀과 뒤이어서 도착한 드낙의 상대가 대지 못했다.

투구를 쓴 드낙은 뜯겨져나간 턱 고정대가 아예 투구에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식한 몬스터 새끼들.’

팔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말 그대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단어 뜻 그대로 괴물이었다. 그걸 드낙은 이제야 깨달았다.

용병 시절에는 드낙만큼 〈이득의 싸움〉을 한 자가 없을 지경이었다. 치사한 놈이 이기는 방법을 드낙은 능숙하게 사용했다. 하지만 전신갑주를 입고 나서는 〈죽이는 싸움〉이 주류였다.

공격력이 높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다. 전신갑주를 입은 기사는 방어력이 대단히 높았기 때문이다.

‘큰 착각이었다.’

게실리안 지휘관조차도 항상 정규병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도에서 선두에 섰다.

아크온조차도 성벽 공성전에서 홀로 내려가지 않았다.

기사는 때때로 민병부터 시민까지 동원해서 토벌을 하는 법인데, 고위 기사인 아크온만 본 드낙은 그런 것을 보지 못해서 생긴 오해였다. 그 오해를 풀 광경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사는 만능이 아니다. 기사 또한 인간이었다. 아무리 대단해도 괴물을 상대하는데 홀로 대단한 짓을 벌일 수는 없었다. 기세 하나만으로 고블린을 꺾은 것은 고블린들의 정신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었고, 체급으로도 고블린이 드낙보다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병의 무서움. 뼈가 저릴 정도로 두렵구나.’

그러나 헤드스 하이에나는 전혀 다른 휴머노이드 종족이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 기병이었고, 강자(强者)였다. 그 힘을 제대로 못 본 것은 발바룽의 영악함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힘만으로도 인간을 밀어버릴 수 있는 조건을 지닌 강한 종족인 것이다.

“어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스핀의 말에 드낙이 투구를 고쳐잡으며 말했다.

“우두머리를 잡지 못하면 우리의 패배다. 놈이 겪은 경험은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

자신으로 생긴 〈기사전에 대한 농밀한 경험치〉를 가진 것이 우두머리였다. 그를 잡지 못하면 남부 왕국은,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몰랐다.

그만큼 드낙은 오늘 몬스터라는 종족이 지닌 힘을 깊게 체감했다.

‘남부 왕국이 왜 아직까지 몬스터에게 휘둘리고 있었는가를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었어.’

왜 남부 왕국이 아직도 존립하고 있는가. 왜 인간이 아직까지도 이 바닥에서 세력을 크게 가지고 있느냐를 고민해봐야 할 정도로 인간은 나약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기병인 놈들이 왜 인간보다 세력을 못 일구었는지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어느 미친놈이 손으로 턱에 철로 된 고정대를 그냥 뜯어버리며 벗겨버리는가?

그들은 태생이 괴물이었고, 드낙은 지금 엘리트 몬스터 우두머리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이미 드낙의 팔뚝에는 소름이 돋아있었다. 놈을 잡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기 때문이다.

‘기회는 아직 있다.’

보험이 하나 있었다. 그렇기에 드낙은 지금 이스핀과 함께 다시 한 번 놈을 노릴 수 있었다.

“가자!”

“예? 예!”

‘에이씨!’

이스핀이 드낙의 뒤를 쫓으며 속으로 오만가지 욕을 퍼부었다. 그에게 있어서 지금 상황은 빤스런을 놓아야 하는데, 드낙은 도리어 더욱 사지(死地)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눈에 빤스런하는 발바룽의 모습이 들어왔다. 놈은 통나무 함정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오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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