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0 <-- 기어오르는 발바룽 -->
다른 헤드스 하이에나들을 마법으로 순식간에 박살 내고 〈기어오르는 발바룽〉에게 덤벼든 드낙을 덮친 다섯 마리의 정예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덩치부터가 남달랐다. 또한 그들 중 하나는 노린 것처럼 조금 뒤처져 있었다.
느려진 체감 속에서 그 모든 것을 본 드낙은 호쾌하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는데, 결코 그들이 자신을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맹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죽이는 합격술.’
발바룽은 이미 랄프 에오윈과의 실전적인 전투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혼자서 돌진하는 기사는 그가 고안한 합격술이 정확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호기 중의 호기였다.
‘죽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팔은 두 개일 뿐이며,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이미 근접했다. 마법을 쓰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1분, 아니 30초도 안 되는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날 터였다.
다섯 마리의 헤드스 하이에나 중 하나는 거리를 벌리며 드낙의 후방으로 향했고,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며 왼쪽으로 향하는 놈도 있었다. 그 두 놈을 제외한 3마리는 드낙의 정면으로 향했다.
그중 하나가 근접한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틀며 C자형 지팡이로 드낙의 오른팔을 노릴 준비를 했다.
‘당할 리가 없지. 눈에 뻔히 보이는데.’
쉭!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투척 단검이 빛살처럼 쏘아져서 오른쪽으로 도는 헤드스 하이에나의 옆구리에 정확하게 박혔다. 느려진 체감 속에서 던지는 투척 단검의 명중률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서로 간의 거리가 이미 근접전을 펼치는 거리였기 때문에 헤드스 하이에나가 반응을 하더라도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던질 수 있는 여유가 드낙에게는 있었다.
〈킬 더 배틀〉의 무시무시한 능력 덕분이었다.
오른쪽으로 돌려고 한 헤드스 하이에나가 공격을 받고, 지팡이를 손에서 놓아버리며 상체가 뒤로 넘어갔다.
‘아니!?’
하지만 드낙은 깜짝 놀랐는데, 인간의 상체를 지닌 하이에나는 뒤로 껄떡 넘어가서 무기력하게 옆구리에 박힌 단검을 쥐었음에도 완전히 고꾸라지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이내 드낙의 시선이 하체에 있는 또 다른 하이에나의 머리로 향했다.
‘머리가 두 개, 목숨이 두 개란 소리인가.’
급소를 노려야 하는 드낙의 정확도 있는 공격이 두 번은 이루어져야지 죽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또한 상체와 하체의 신경계가 서로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옆구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1초 만에 고통을 감내하고, 정신을 차린 오른쪽으로 도는 헤드스 하이에나가 C자형의 지팡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드낙의 롱소드가 탄력적으로 휘며 작은 파공성을 내며 나무 지팡이를 박살을 냈다.
“캬!”
자신의 나무 지팡이가 박살이나자 드낙의 오른쪽에 있던 헤드스 하이에나가 그대로 돌진했다. 마치 시선을 끄는 것처럼 보였기에 드낙의 시선이 다른 곳을 훑었다. 자연히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며 ㄴ자형 검을 든 놈과 왼쪽에 아슬하겠지만 타이밍이 정확한 헤드스 하이에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 나무 지팡이로 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거지?’
자세를 잡고 강하게 후려치면 주먹으로도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조잡한 나무 지팡이였다. 때문에 드낙은 정면의 헤드스 하이에나에게로 어깨를 틀어서 어깨를 놈과 정면으로 해놓았다.
자연히 몸의 정면이 오른쪽으로 향했고, 왼주먹의 리치가 길어졌다.
퍽! 카가강!
주먹이 아랫배를 후려치고, 오른팔을 검이 내려치며 긁으면서 흘러졌다. 검을 휘두르는 궤적이 정확하게 주먹을 찔러 넣은 것이다. 전신갑주의 보호대가 아니었다면 팔에 큰 상처가 났겠지만 전신갑주에 기스 하나 내는 것이 전부였다.
“꺽!”
아랫배를 맞은 정면의 헤드스 하이에나가 고개를 푹 숙였고, 드낙의 주먹이 그 벌려진 입에 들어가서 아랫니를 손가락으로 잡고, 엄지는 턱을 잡아서 그대로 대각선 아래로 패대기쳤다.
턱이 나가며 끔찍한 고통을 느끼는 헤드스 하이에나의 목이 드낙의 롱소드에 순식간에 베어져서 피를 쏟아냈다. 하체에 있는 하이에나가 버둥거렸지만 감당하지 못하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동시에 오른쪽 헤드스 하이에나가 장면으로 드낙과 부딪쳤다.
쿵!
주르륵!
하지만 잠깐 밀리는 것이 전부였다. 체중 110kg이 자세를 단단히 잡고 있는 정면으로 뛰어든 헤드스 하이에나의 돌진력이 아무리 강해도 드낙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평범한 110kg의 벽을 엎을 수는 있었겠지만, 체중을 기운 상태의 드낙은 평범한 벽이 아니었다. 기울어진 벽이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힘이 필요했지만, 상처 입은 헤드스 하이에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뿌드득!
드낙의 왼손에 목젖이 그대로 분질러졌다. 눈을 부릅뜬 채 헤드스 하이에나가 죽음을 맞이했다. 하체는 드낙의 발에 걷어차요 이빨이 우수수 떨어지며 피를 쏟아냈다. 발에 차이면서 혀가 씹히며 피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머리를 웅웅 울리는 드낙의 무식한 발차기 때문에 뇌진탕에 걸렸는지 이리저리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푹 주저앉아버렸다.
덜컥!
정면과 오른쪽의 두 마리 헤드스 하이에나를 단숨에 때려잡았지만, 왼쪽에 있던 헤드스 하이에나의 C자형 지팡이가 드낙의 왼팔에 걸려져서 뒤로 잡아당겼다. 거리가 지팡이만큼 있었기에 멀었고, 헤드스 하이에나의 주력(走力) 그리고 드낙의 뒤로 향하는 힘의 방향성.
‘웃!’
3가지의 이점이 왼쪽의 헤드스 하이에나에게 있었고, 드낙은 두 가지의 단점을 받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드낙의 몸이 휘청거렸다.
인간의 힘은 쌀포대를 가장 몸에 붙여서 들 때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었고, 멀리 있는 쌀포대를 들기 위해서는 많은 힘이 필요했다. 거리가 멀리 있는 헤드스 하이에나의 당김은 드낙이 감당할 수 없었다.
‘원심력까지 이용해? 영악하다! 우두머리가 계획한 함정이구나!’
드낙이 위기감을 느꼈다. 그가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정면과 오른쪽의 헤드스 하이에나가 죽으면서 그 사이에 살짝 보이는 매복병이 그들이 쓰러지면서 확연하게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후방에 충격이 느껴졌다. 앞과 뒤를 동시에 노리는 3번째, 4번째 헤드스 하이에나였다. 앞뒤로 충격을 받았을 때, 드낙은 자신이 균형을 곧추잡을 수 있을지 확답을 내릴 수 없었는데, 왼팔이 계속해서 드낙의 뒤로 당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놈이라도 최대한 빨리 죽여야 한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불안함이 드낙을 엄습하자 그가 막힘없이 마법을 사용했다.
“〈얼어붙은 표적 독수리(Frozen Target Eagle)〉.”
쩌저적!
드낙의 등 뒤로 튀어 오르며 얼음 독수리가 순식간에 후방에서 뛰어올라 후방에서 드낙을 들이받은 헤드스 하이에나를 후려치며 올라와서는 매섭게 전방에 있는 헤드스 하이에나를 향해 쏘아졌다.
뒤에서 충격기병 노릇을 한 헤드스 하이에나는 뒹굴며 뒤로 굴렀고, 전방에 있는 헤드스 하이에나는 자신을 향해 쫓아오는 죽음을 봤음에도 도망치지 않았다. 되려 나무 지팡이를 버리고, ㄴ자형 검을 꼬나쥐었다.
“크오아아아아아!!!!”
괜히 고함을 지르면서 죽음의 공포가 찾아와서 전신을 헤집으며 느끼게 해주는 끔찍하고도 소름 돋는 기분을 쫓아버리며 헤드스 하이에나가 질주했고, 얼음 독수리는 정확하게 헤드스 하이에나를 노렸다.
유도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도 또한 굉장히 넓은 것이 얼음 독수리였다. 하지만 놈은 구사일생(九死一生) 할 수 있었는데, 상체의 목만 따인 정면의 헤드스 하이에나가 다시 일어나며 얼음 독수리에 도약했기 때문이었다.
쾅!
허공에서 부딪치며 얼음이 사방으로 터지면서 박살이 나며 도약해서 부딪친 헤드스 하이에나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정면에서 살아있는 헤드스 하이에나가 돌진했지만 드낙은 다시 한 번 마법을 사용했다.
‘죽음마저 불사했다. 기사를 죽이기 위한 놈들이야. 이 합격술을 무너뜨려야 해.’
“〈솟구쳐 오르는 빙산(Rising Iceberg)〉.”
방어 마법이 사용됐지만 이미 근접한 놈에게는 공격 마법이나 다름없었다. 바닥을 부수며 튀어 오른 얼음판이 헤드스 하이에나의 하체 머리를 후려쳤고, 뒤이어서 쏟아져 나온 얼음판이 배때기를 후려치며 놈을 밀어내며 충격을 줬다.
머리를 후려치며 오른 얼음판은 기울어지며 다른 얼음판과 부딪쳐 기울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하필이면 그쪽으로 도망친 것이 헤드스 하이에나였다.
쿠구궁.
그대로 짓눌려졌다.
‘됐다.’
그것을 확인한 드낙이 주먹으로 왼팔을 구속한 C자형 지팡이를 그대로 후려쳐서 부러뜨렸다.
자유를 느끼면서도 드낙은 머릿수를 세알렸다.
‘1마리는 왼쪽을 방해. 2마리는 정면. 1마리는 오른쪽. 후방 1명.’
드낙의 눈이 왼쪽으로 계속 향했다.
“크아아!”
왼쪽에 있던 헤드스 하이에나는 드낙이 자신에게 시선이 꽂히자 기세를 오히려 돋우면서 부서진 지팡이를 버리고 ㄴ자형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드낙은 4마리를 처리하자 여유가 생겼기에 마력을 전신갑주로 넣으며 전신갑주의 마력핵을 충전하며 놈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서둘러 죽이고 우두머리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타다닥!
하지만 드낙은 자신의 뒤로 들리는 발소리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 얼음 독수리에 의해서 후방을 구른 헤드스 하이에나가 C자형 나무 지팡이를 가지고 드낙의 후방 그리고 오른쪽으로 지나가며 뒷다리에 걸어 단번에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고작 타박상밖에 입지 않았다. 드낙이 놈이 입은 피해를 과대평가한 것이 패착이었다. 후방에 있었기에 놈을 신경 쓸 수도 없었다. 사람의 눈은 뒷머리에 달려있지 않았기 때문이고, 체감이 느려져도 몸은 똑같은 시간을 공유할 뿐이라 보기 위해서는 몸을 돌려야 했다.
그럴 여유는 없었다. 정예 헤드스 하이에나 다섯의 합격술은 틈 하나 주지 않고 드낙을 묶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다수 마법을 연거푸 써서 박살을 내야 했다.’
이런 합격술은 처음이었기에 당황했고, 다수 마법에 바로 죽지 않는 것이 헤드스 하이에나였기에 우선순위에서 물러난 것이 컸다. 후회를 하면서도 드낙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수행했다.
“크아앙!”
동시에 왼쪽에 남아있던 헤드스 하이에나가 드낙을 향해 질주했다. 검을 휘둘렀지만 드낙은 그 검을 몸으로 맞으며 목을 베었다.
서걱!
하지만 왼쪽의 헤드스 하이에나는 멈추지 않았다.
꿀럭! 쿨럭!
피 때문에 소리를 못 지르는 상체에 달린 하이에나의 머리와는 다르게 아래에 있는 하이에나의 머리가 입을 쩍 벌려서 짐승소리를 내며 드낙을 향해 들어왔다. 한 쪽 다리가 들려져 있는 상태에서 드낙을 들이받자 드낙이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기병의 속성을 지닌 무시무시한 돌진력이었다. 그 충격기병의 돌진을 한 발로 막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모든 것이 차례대로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이놈들이!’
후방에서 충격을 받아서 타박상만 입은 헤드스 하이에나가 ㄴ자 검으로 투구의 틈에 검을 걸어서 그대로 잡아당겼다.
덜컥!
드낙의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그저 던져서 맞추는 것과는 달리 강력한 돌진력을 지닌 헤드스 하이에나의 움직이는 힘이 들어간 ㄴ자 형태의 검이 정확하게 투구의 아래로 푹 파고 들어와서 투구를 거세게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 충격 속에서도 얇은 투구 고정쇠는 버텨냈다. 하지만 우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드낙의 균형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벽에 부딪친 것처럼 고정쇠가 받아야 하는 충격이 배가 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험을 감지한 〈위기극복의 얼음화살(Ice Arrow Overcoming Crisis)〉이 투구에서 쏘아져 헤드스 하이에나의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투구의 자체 요격 마법은 놈을 막기에는 저지력이 부족했다.
“크아아!!”
피를 토해내며 괴성을 지르며 정예 헤드스 하이에나가 쥔 검을 버린 채 양손으로 투구를 거세게 쥐어서 잡아당겼다.
‘이익!’
드낙은 손으로 투구를 잡으려 했지만 돌진하면서 왼팔을 하체의 하이에나 머리가 악물고 있었다.
오른팔의 검을 버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하지만 드낙은 그런 순간에서도 무서울 정도의 제어력으로 검을 휘둘러 투구를 양손으로 잡아당기는 헤드스 하이에나의 어깨를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긁고 갔다.
푸화악!
피가 쏟아져 나왔지만, 놈은 임무를 달성했다. 드낙의 검격이 늦었기 때문이다. 포위 당한채 다섯을 죽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드낙의 투구가 벗겨지며 붉은 머리카락이 쏟아져 나왔다.
먼지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지금이다!’
상황을 보고 있던 〈기어오르는 발바룽〉이 그대로 슬링을 했다.
쉬이익! 퍽!
깔끔한 실력이었다. 정확성을 위해서 똑같은 무게, 주먹에 잘 잡히는 작지만 단단한 돌멩이는 수백 번 발바룽이 던지고 다시 주워와서 연습한 돌이었다.
퍽!
드낙의 이마를 후려친 돌은 피를 조금 묻히고 떨어졌지만, 드낙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손견조차 돌멩이에 머리를 맞고 그대로 죽었다. 투석(投石)은 흉악한 원거리 수단이었다.
기병 다섯에게 홀로 뛰어든 결과는 끔찍했다.
‘됐다!’
“됐다! 됐어! 하하하!!”
발바룽이 정예 헤드스 하이에나 다섯이 죽어버린 곳으로 향하며 미친 듯이 웃었다. 그곳에는 헤드스 하이에나의 피만 가득했고, 드낙은 상처를 입은 이마에서 작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극히 적을뿐이었다.
그만큼 드낙의 신체가 강고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뇌를 한 번 울린 돌의 충격은 드낙을 짧게나마 정신을 잃게 할 수 있었다.
‘놈의 목을 취하면 이 전투는 나의 승리다!’
발바룽은 투척용 창을 버리고, 검을 집어 들었다. 목을 잘라내기 위함이었다.
“까악!”
“악!”
갑자기 나타난 새하얀 털을 지닌 까마귀가 발바룽의 뒷머리를 쪼았다. 발바룽의 하체는 계속해서 드낙으로 향했고, 발바룽은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대었다.
“거지 같은 까마귀 새끼가!”
카이야는 능숙하게 사각에서 움직이며 먼지 속으로 빠졌다. 그가 빠진 이유는 놈을 쪼아도 계속 드낙에게 달려갔기 때문이다. 카이야는 바로 위로 올라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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