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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98화 (297/1,239)

0298 <-- 기어오르는 발바룽 -->

“여기다!”

크르르!

헤드스 하이에나 20마리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세 개의 모닥불이 지펴진 흔적이 있었다.

머리가 있는 하이에나의 위에 인간의 상체를 지니고, 하이에나의 머리를 지닌 또 하나의 사람이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헤드스 하이에나는 앉은 채 사람의 손과 유사하지만 털이 제법 있는 손으로 사그라든 모닥불을 헤집고, 불씨를 매만졌다.

뜨끈함은 아니고,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한발 늦었다. 인간 놈들.’

드낙과 이스핀의 작전은 확실하게 헤드스 하이에나의 시선을 모았다. 정확히는 그 우두머리, 〈외눈 다크 트롤〉에게서 출산된 정예 몬스터이자 스스로 자신을 〈기어오르는 발바룽〉이라 이름 지은 자의 시선을 확실하게 당겼다.

“근처를 수색하라!”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잘 꾸며진 야영지를 수색했다. 드낙의 경험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야영지는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흔적이 많았다.

족히 10명~15명의 서로 다른 크기와 무게의 발자국들.

발라진 새와 토끼의 가죽 혹은 두툼하기 짝이 없는 큼지막한 사슴의 뼈.

상처 난 나무는 밧줄이 매어진 흔적을 보여주었는데, 알람을 놓기 위한 함정 설치로 보였다.

‘불침번이 없다는 뜻. 잡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 때문에 더욱 욕심이 생기고, 이들을 추적하는 헤드스 하이에나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이기도 했다. 〈확실하게 찌를 구석〉이 있는 게릴라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배설은 보지 못했지만, 다른 흔적에 홀려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헤드스 하이에나는 없었다. 〈기어오르는 발바룽〉이 직접 나선다면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이 게릴라가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터였다.

그 정도로 실감 나는 꾸며진 야영지였다. 분명 복도를 누가 지나갔는 것을 보고도 그곳으로 안 가는 것이 이상한 것처럼, 확실하게 인간들의 모습을 이 야영지에서 볼 수 있었다.

“계속 수색을 진행한다! 위대한 발바룽께서 후방을 안전하게 하라고 하셨다! 놈들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후방의 안전〉은 성채 공략에 나서는 발바룽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했다. 죽기 살기로 후방에서 훼방을 놓는 인간들은 때때로 수색을 위해 흩어진 헤드스 하이에나를 참살했기 때문에 충분히 위협으로 느껴졌다.

그 때문에 수색인원이 20마리까지 높아진 것이기도 했다. 또한 헤드스 하이에나의 수색인원이 20마리에 도달하자 인간들은 도망치기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것 또한 드낙과 이스핀의 잔머리였다.

거친 삶을 살아간 적이 있는 이스핀과 현대에서 살면서 온갖 잔머리로 요령을 피우며 제 몸 하나 편하게 살기 위해서 버둥거린 드낙의 잔머리는 비겁할 정도로 간교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서로 죽이 잘 맞아서 이야기를 나누면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번뜩이기도 했다.

헤드스 하이에나들은 확실하게 드낙과 이스핀에게 휘말려있었다.

무엇보다 영악한 발바둥의 머리를 헤집기 위해서 드낙과 이스핀은 또 하나의 기믹을 집어넣었는데, 그건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는 괴이한 짓거리였다.

“또 이건가.”

넝쿨에 엮어져서 멧돼지가 섬뜩하게 나무에 매달려서 죽어있었다. 눈이 파여있었고, 정확하게 나무로 된 제법 굵직한 송곳이 멧돼지의 심장에 박혀있었다. 그 외에는 그 어떤 상처도 없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인간 중에 저주술사가 있을 리가 없는데.”

저주, 시체. 그런 것을 다루는 인간은 인간의 주적(主敵)이나 다름없었다. 사악한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중립신의 교리를 무조건적인 선(善)으로 잘못 이해하는 신전의 병폐가 본격화되었고, 전통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을 몰라도 인간들이 하는 짓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스핀은 영악한 발바룽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여기겠지만, 드낙은 실제로 이곳에 저주를 남겼다. 그렘린에게서 얻은 〈원시 저주술〉이었는데, 즉시 효력이 이루어지고, 따로 준비가 필요 없으며 눈을 파내는 괴이한 짓거리로도 충분히 조건을 만들 수 있었다.

하루만큼의 주력이 들어간 멧돼지의 시체는 선선한 가을임에도 내장이 끔찍할 정도로 부패해서는 끌어내리자마자 폭탄 터지듯이 터져서 검은 피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끄으! 악취!”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 갑자기 죽은 멧돼지의 입이 쩍 벌려지면서 트림을 했다.

꺼억!

“헉!”

그 모습에 모두 소름 끼쳐 하며 뒤로 허겁지겁 물러났다. 특히 검은 피가 묻은 헤드스 하이에나는 기겁하다 못해 패닉에 빠졌다.

“저, 저주다! 피, 피가 묻은 내가 저주를 받은 게 틀림없어!”

“진정해! 인간 주술사가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놈들을 매일 같이 정찰했다!”

“으으으···”

괴로워하는 헤드스 하이에나를 뒤로하고, 다른 이들이 멧돼지에게 접근했다. 뱃가죽이 터지면서 썩고 부패한 내장과 검은 피가 쏟아졌지만 더욱 그들의 눈을 찌푸리게 한 것은 살아있는 생피(生血)가 그제서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쳤군. 썩은 피와 살아있는 피가 같이 있다니?”

“저주야. 이걸 태워야 해.”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어제 본 여우 시체는 안 그랬잖아.”

“그 시체도 이상할 정도로 파리가 많았잖아.”

“가죽 상태를 봐. 죽은 지 하루도 안 된 놈이야. 내장이 썩고, 피가 썩었다는 것이 말이 안 돼.”

“저주가 퍼지고 있어. 놈을 죽여야 해!!”

그 정보 또한 발바룽에게 향했는데, 드낙과 이스핀의 예상과는 다르게 발바룽의 머리를 어지럽히지는 못했다. 저주의 효과가 시체에 너무 확연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확인할 시간이 없는 것이 드낙의 패착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패배라고 볼 수 없었다.

“당장 잡아죽여라! 30마리를 더 끌고 가라!”

수색인원이 50명까지 늘어지는 결과를 맞이했다. 조용한 계곡 곳곳을 뛰어다니며 저주를 퍼뜨려 헤드스 하이에나를 싸움 한 번 안 하고 죽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또한 저주가 만들어진 시체를 바로바로 태워라!”

“예!”

발바룽의 명령에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메마른 구멍길〉에서 더욱 많이 빠져나갔다.

발바룽이 손으로 비벼서 부들부들하게 만든 마른 풀이 가득한 곳에 드러눕기가 바쁘게 헤드스 하이에나 전령이 들어왔다.

“성벽 근처에 정찰 병력이 정찰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인간들이 기를 쓰고, 덤벼들고 있습니다.”

“기가 차는군. 그렇게 숨어있던 놈들이, 갑자기 왜 이렇게 나온 것일까?”

후방에서 교란하고, 저주를 퍼뜨리는 놈들과 연계를 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새로운 인간들이 도와주러 온 것이 분명했다.

‘후방을 처리하면 인간들의 기세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찰병력의 소수 교전에서는 전신갑주, 더군다나 마력까지 드낙 덕분에 충전한 기사 2명을 이길 수가 없었다.

“70마리를 더 보내라. 120마리로 확실하게 후방에 숨어든 인간들의 목을 가져와라.”

“예?! 거의 모든 전사들을 동원하는 것 아닙니까? 여기에 남은 전사의 숫자는 고작 50마리뿐입니다.”

“고작? 인간 놈들 중에 전사는 50도 안 된다! 놈들은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후방에서 희망의 불꽃을 태우는 인간만 죽이면 이기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다.”

발바룽의 분노에 헤드스 하이에나 전령이 자신의 입을 손으로 틀어박으며 바닥에 머리를 찍었다. 발바룽이 축객령을 내리자 허둥지둥 빠져나갔다. 전사든 전령이든 그때마다 용도가 바뀌고 있었기에 그 또한 전사이기도 했다.

〈메마른 구멍길〉에서 또 70마리가 추가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후방을 잠재우기 위해서 50마리의 전사 빼고 모조리 동원된 것이다.

3일이 지나도록 후방의 인간들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하고, 흔적만 봤다는 말만 들려왔을 때, 발바룽이 벼락처럼 번뜩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밤낮 구분 없이 계속 타고 있는 봉화.’

‘저주를 퍼뜨리지만, 결코 크게 부딪치지 않는 후방.’

‘정찰의 차단.’

“잘 짜여진 계략이다.”

시간을 벌기 위한 간교한 짓인 것이다. 굴 밖으로 뛰쳐나간 발바룽이 거세게 고함을 질렀다.

“암수 구분 없이 전투를 준비하라! 제대로 된 전쟁이다! 인간들의 거대한 돌로 된 벽을 뛰어넘을 때가 왔다!”

‘그렇다면 더 큰 힘으로 끝장낸다.’

총력전(總力戰)을 펼쳐서 역으로 허를 찌를 생각을 가졌다. 놈들이 싸움을 원하지 않았기에 더 큰 힘을 동원하여 아예 부러뜨리기 위함이었다.

발바룽은 새끼를 보살필 암컷 10마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암컷 모두를 동원했다. 그 숫자는 200마리가 넘었다.

헤드스 하이에나는 태생이 몬스터다. 신체능력으로만 따지면 맨손으로도 무기를 들지 않은 성인 남성의 목을 닭처럼 부러뜨릴 수 있었다. 나약하게 태어난 인간과는 다르게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고, 고기를 씹을 수 있는 이빨을 가진 것이 헤드스 하이에나였다.

암컷 헤드스 하이에나는 인간과 비교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강력한 병사였다.

발바룽은 호위 병력 50마리와 함께 이동하여 후방을 들쑤시는 170마리를 다시 끌어모아 〈메마른 구멍길〉에 돌아왔다.

“후방의 인간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성벽을 넘을 모습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겁이 나서 돌아갈 것이다.”

발바룽의 말대로였다. 드낙은 눈에 검은 탐욕으로 물들어서는 똥구멍에 불이 붙은 것처럼 기습 위치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길 수밖에 없다.’

촘촘하게 만들어진 사다리는 네발로 질주할 정도로 밟을 곳이 안정적이었고, 튼튼했다. 부분부분마다 나무 작대기를 고정해서 탄탄하게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전투 전에 진흙을 사다리에 발라서 불에 타지도 않을 준비도 했다.

밤에 인간을 겁을 주기 위해 잠깐 병력을 운용했을 때, 불화살을 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초기에 인간들은 야습인 줄 알고, 시야를 밝히기 위해서 불화살을 쏘았다.

그 결과 불에 저항할 생각을 발바룽이 하게 만들었다.

발바룽은 높은 곳에 서서 왼손에는 창을 쥐고, 오른손에는 방패를 쥔 채 두 팔을 높이 올리며 소리쳤다.

수많은 사다리와 진흙이 잔뜩 담긴 조잡하게 구운 도기를 땅에 내려놓고 발바룽을 바라보는 헤드스 하이에나 370마리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엄청난 대군이었다. 작은 성채나 토성 따위는 단번에 무너뜨릴 정도였다. 주변에 천적이란 천적은 모조리 간교한 수법으로 〈기어오르는 발바룽〉이 죽였기 때문이었다. 식량 또한 겨울을 앞두기 전의 가을이라 풍족했다.

370마리의 대군을 먹여살릴 능력이 발바룽에게는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라! 우리들의 숫자를 보아라! 이 계곡의 주인이 되고! 인간들을 몰아내고! 우리들의 땅을 이곳에 만들 것이다! 모두가 이 땅에 들어오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들 것이다!!”

“쿠와아아아!!!”

크아앙!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인간들은 겁에 질려서 후방에 훼방을 놓고! 겁대가리도 없이 지원군이 오는 것처럼 대범하게 나섰다! 모두 우리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를 두려워하는데, 우리가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발바룽이 높은 곳에서 단번에 도약해서 내려앉았다. 다른 헤드스 하이에나보다 비대하고 큰 발바룽이 그대로 무리를 이끌고 〈메마른 구멍길〉에서 빠져나와 〈조용한 계곡 성채〉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특히나 성정이 들짐승 같았기에 분위기에 휩쓸리면 광전사처럼 침까지 질질 흘리는 헤드스 하이에나들이었다.

‘강철을 두른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는 흥분한 군대가 필요한 법이다.’

수십을 감당하더라도 370마리를 감당하지는 못할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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