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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89화 (288/1,239)

0289 <-- 쌍둥이 성채 -->

내려간 드낙은 순식간에 수세에 내몰렸다.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드낙보다 높은 곳에 있는 라바들의 거칠고 날카로운 다리와 절단이 되어도 펄떡 되는 벌레의 생명력은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후웁!”

하지만 드낙은 그 순간조차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미 〈킬더배틀〉의 능력이 활성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체감이 느려진 곳에서 드낙의 판단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긴 여유를 손에 쥘 수 있게 해주었다.

위로 덮쳐서 드낙을 찌그러뜨리려는 라바의 몸을 찢으며 솟아오른 얼음 독수리가 체액에 잔뜩 뒤덮인 채 솟아올라갔다. 체액 또한 얼어붙어서 얼음 독수리의 일부가 되었다. 날카롭게 내려찍힌 곳에 공간이 생겨났고, 드낙은 거침없이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드낙이 있던 자리에 다리가 수십 개 박히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공간 싸움은 철저하게 드낙에게 불리했다. 등을 붙여도 상대는 드낙보다 큰 키를 이용해서 머리 위를 덮칠 수 있었다.

콰자자작!

튼튼한 하체 그리고 검의 움직임 한 번으로 다리를 한꺼번에 여덟 개나 부수는 드낙의 칼솜씨는 구경하는 기사가 있었다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왜냐하면 라바의 다리는 딱딱하기 그지없었는데, 한 번의 궤적에 담긴 8개의 다리는 모두 관절을 베었기 때문이었다.

극한의 효율.

무엇보다도 단 한 번도 검은 다리를 연달아서 베어도 막히지 않았다. 오직 관절만 베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다음은···!’

드낙은 검이 회수되자마자 출수(出手)했다. 막힘없이 물처럼 흐르는 검은 위와 삼면이 포위된 상태에서도 그가 3수 앞을 내다보는 것처럼 보이게 해주었다. 그것은 칭찬할 만한 면모가 아니라, 경외로울 정도로 실력이 높게 보이게 만들었다.

수십 개의 지네 다리가 머리 위에서 내려찍고, 오른쪽 왼쪽으로 막힘없이 찔러들어오고, 앞으로도 덤벼드는 와중에 드낙은 〈대인 마법〉을 통해서 공간 싸움만 마법의 도움을 빌어서 움직이고, 나머지는 오직 검술로 충당했다.

“키아아악!”

고블린 기수는 가죽을 겹겹이 입은 채로 드낙에게 온갖 주술 도기를 던지고, 돌팔매질을 했지만 투구를 털끝 하나 건드리지도 못했다. 갑옷에 부딪친 지네다리는 되려 튕겨져 나갔다. 다리가 부딪칠 즈음에 드낙은 신체 부위를 휘둘려서 후려치듯이 다리와 부딪쳤기 때문이다.

라바의 몸체 체중은 높았지만, 다리의 체중은 형편없었다. 다리가 워낙 많아서 균형은 뛰어났지만, 다리 하나하나에 실려진 체중은 조악했다. 오직 몬스터와 벌레다운 힘으로 드낙을 몰아세울 뿐이었다.

전신이 타올라도, 강화 마법, 〈액체 파도(liquid Wave)〉에 의해서 상쇄되기 쉬웠고, 드낙의 체온은 끊임없이 적정 온도를 유지했다. 이글거리는 주술 불꽃과 온도의 극명한 차이로 대류가 일어나며 거센 바람이 불어오며 오한이 스쳐 지나가도, 액체 파도가 일어나며 생기는 물로 인하여 온도는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정도를 유지하는데 효율이 높은 이유는 컴퓨터의 수냉식처럼 물이 지나가며 빠른 속도로 열이 전달되어서 평균을 유지하기 때문이었다.

후두둑!

드낙의 주위로 수백 개가 넘는 다리가 널브러졌다. 꿈틀거리는 다리는 절단이 되었음에도 펄떡펄떡 뛰었고, 드낙의 다리를 조였다. 하지만 전신갑주는 고작 〈다리힘〉으로 구겨질 물건이 아니었다.

“끼에에엑!”

공격할 다리가 없어지자 그제서야 머리를 처박으려고 했지만 드낙이 거의 한곳에서 싸우면서 안정감을 보여주자 기회를 기다린 정예병들이 그제서야 움직였다.

“투차아아아앙!!!”

베테랑 병사가 소리를 지르며 악을 쓰며 온 힘을 다했다. 그는 앞으로 고꾸라질 정도로 체중을 옮겼고, 다른 손으로 성벽을 부여잡아서 겨우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드낙의 거친 모습에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다.

다른 병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너무 힘을 줘서 어깨가 탈골된 정예병도 있을 정도였다.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드낙이 10마리가 넘는 라바의 공세를 성벽 밑에서 홀로 감당했기 때문에 마음에 불이 지펴진 것이었다.

투창은 허공을 가르고 그대로 공격할 다리를 잃은 라바들을 관통했다.

‘이 새끼들이?! 막타를?’

드낙은 서둘러서 범처럼 뛰어들어 쓰러진 라바들의 골통을 쳐부수었다. 당연히 성벽에서 더욱 멀어졌고, 라바들은 물론이고, 그냥 죽은척하고 있던 고블린 전사도 기회를 포착했다는 듯이 덤벼들었다.

“죽어라!”

고블린 전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드낙의 상체에 덤벼들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여 무릎에 복부가 걷어차여 그대로 조금 붕 떠서 바닥에 엎어졌다. 고블린 전사는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었다. 내장이 튀틀린 기분에 휩싸여 고통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얼음 독수리는 너무 즉발성이 높아. 피해도 1~3기밖에 못 줘.’

라바의 크기가 크기 때문이었다.

‘얼음 구역은 벌레한테는 효과가 그리 좋지 못해.’

얼음 송곳에 찔려도 멀쩡한 것이 라바였다. 그들의 육신은 마치 조립된 것처럼 따로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다. 벌레의 생명력은 완벽한 절단이 필수적이었다.

“〈솟구쳐오르는 빙산(Rising Iceberg)〉.”

그렇다면 차라리 한쪽 방위의 적을 밀어내고, 막아주는 방어마법이 효과적이었다.

퍼서서석!

얼음판이 서로 부딪치며 무작위적으로 솟아오르고, 다시 떨어져내렸다. 라바가 얼음판에 얻어맞고 뒤로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균형을 단번에 일어서 위에 있던 고블린 기수가 그대로 떨어졌다.

머리부터 박고, 목뼈가 꺾인 고블린 기수는 그대로 절명했다.

피핑! 핑!

드낙의 귀로 화살소리가 들리며 궁수들의 지원사격이 드낙 주위로 일어났다. 전신갑주에 맞는 화살도 있었지만, 피해 하나 없었다. 궁수들도 드낙이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기에 마음껏 그를 보호하듯이 화살을 쏘았다.

반면 다른 병사들은 투창을 드낙에게서 멀리 있는 라바를 향해 던졌다.

“키아아악!”

주인 잃은 라바가 뱀처럼 납작 엎드려서 빠르게 기어가며 방벽을 옆으로 돌아서 드낙의 허리를 휘감으려고 했다. 드낙의 무식한 팔꿈치가 느려진 체감 시간을 통해서 정확하게 두개골을 부셨다.

쿠직!

그대로 드낙의 몸에서 뒤로 밀려난 라바의 몸통을 발로 걷어찼을 때, 드낙의 어깨에 올라탄 고블린 전사의 목이 휘어진 롱소드의 탄력으로 베어졌다.

“그릅.”

피를 목에서 주르르 흘리며 고블린 전사가 무기도 버린 채 목을 움켜잡았다. 드낙의 거친 움직임에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무릎을 움직이며 바닥을 질질 걸어가다 콥 고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콥 고블린은 그의 떨어진 무기를 쥐고 고블린 전사를 죽이지도 못한 채 고블린 전사가 입고 있던 장비를 훔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피가 묻은 고블린 전사가 콥 고블린을 저지하려 밀었는데,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근육은 여자의 여린 손보다 약했다. 그제서야 콥 고블린이 고블린 전사의 눈을 손으로 찔렀고, 고통으로 입을 쩍 벌린 채 공기 소리를 내는 그 입속에 무기를 쑤셔 넣었다.

“키키. 키키키!”

서둘러 무기를 훔치는 콥 고블린을 다른 〈고블린 라바 기병〉이 지나가며 다리로 몸을 거침없이 찌르며 지나갔다.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땅을 지나가려고 찌른 다리에 꿰여서 질질 끌려가며 소리를 질러대었다.

“키에아아아악! 살려줘! 아아악!!!”

그런 콥 고블린의 외침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곳곳에서 얼음판이 부서지며 굉음을 냈기 때문이다. 보통 기사보다 3배에 달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드낙이 만들어낸 얼음판에 수성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정도였다.

다리에 콥 고블린이 꿰여진 채 덤벼든 라바에 도약하여 똑같이 덤벼든 드낙은 거침없이 손으로 몸 옆에 들러붙은 다리를 하나 잡아서 빙글 돌아 뒤를 잡았다. 다리가 드낙의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뜯겨나갔다. 그 덕에 아슬하게 검의 간합이 닿지 않은 라바는 한 호흡을 더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드낙은 거침없이 밑으로 추락해서 곧추세워진 몸통이 아니라 땅에 들러붙듯이 있으면서 균형을 잡고 있는 밑부분의 몸체를 그대로 두 발로 내려찍어 박살을 냈다. 라바의 체액이 드낙의 위로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오른쪽으로! 빙판 오른쪽!!”

눈썰미가 좋은 궁수가 순식간에 사격 지점을 말했다. 지나가던데 드낙이 일으킨 얼음판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니 결국 우회를 하게 되는데, 그 지점에는 반드시 적이 일시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쏘기 좋은 곳이었다.

아크온 또한 공세를 막고 나서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기세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철기(鐵騎)가 적었고,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모두 라바들 때문이었는데, 밖의 공격을 할 수 있는 병종마저 내부와 외부 공세를 막기 위해서 변환하여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맹장(猛將)도 저런 맹장(猛將)도 있군.’

무엇보다도 마법을 다른 기사들보다 많이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드낙의 무서운 점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마력을 쌓아도 마법사는 전투력이 낮다. 그것은 그들의 힘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싸움에 약할 뿐이었다.

덩치가 커봤자, 광대뼈가 푹 들어간 싸움꾼 하나 못 이기는 것처럼.

전투는 그냥 수치상의 우위로 끝나지 않는다. 성격과 기질이 학자 같은 사람이 어찌 범(虎)을 이길 수 있겠는가? 실전은 결코 힘의 우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마력을 손에 얻는 것조차도 〈인간〉은 운이 따라줘야 했다.

태어나면서 마력을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드낙은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장점이라고 말할만했다. 타고난 맹장이 다른 기사들보다 더 많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불파겐의 계승은 무(武)에 한해서는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이 틀림없다.’

다수의 싸움에서는 보기 힘들었지만, 방어 마법을 통해서 한 쪽을 틀어막으면서 평지라는 이점을 이용하는 드낙은 말 그대로 양 떼 속에 뛰어든 늑대 한 마리였다.

퍽!

체중 차이가 드낙이 열세로 보이는 라바와의 부딪침 속에서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오히려 라바 쪽이었다. 〈이상할 정도의 우세함〉. 그것이 바로 불파겐의 비밀스러운 비전이었다.

칠주(七主)는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비전이었다.

육체의 제어를 일곱가지로 분류하여 극한의 타격점을 찾는 탑이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보검(寶劍), 〈강철이 흐르는 강(Steel flowing river)〉의 그림자가 보인다.’

〈엘라스티쉬 제스트렁(Elastisch Zerstorung, 탄력적인 파괴)〉.

그 완벽함은 휘어지는 원심력의 파괴력을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이용하는 것이었다. 충격탄처럼 뻥하고 터지는 것이 진정한 탄력적인 파괴였다.

오직 문서로 들었지만, 아크온은 그 그림자를 드낙에게서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베기보다 선명할 정도로 찢어발겨지는 적의 상처를 보았기 때문이다.

‘무섭군.’

아크온은 진심으로 드낙이 무섭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두려운 마음이 하나 없었다. 두려운 것과 무서운 것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종횡무진 도망치면서 상대를 격살하는 드낙을 보며 아크온이 외쳤다. 완벽하게 상대의 진형이 드낙에게 헤집어졌기 때문에 기병이 없어도 상관없을 지경이 갔다.

“성문을 열어라!! 가자! 병사들이여! 청혈기사를 도와 적을 죽이자!!”

“쌍둥이 성채를 위하여!”

“우리들의 땅을 위하여!”

“몽펠리에에에!!!”

흥분한 병사들이 너도나도 내려갔다. 성문은 금방 열렸고, 아크온이 타오르는 전투망치를 들어 올린 채 달려갔고, 그 뒤로 병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거진 80마리에 달하는 생명체를 죽인 드낙은 거친 숨을 뱉어냈다. 하지만 갑옷 속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액체 파도로 생긴 물의 유입이 시원함을 주었다. 그만큼 몸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증거였다.

“후욱! 후우욱! 후우우우우···”

세 호흡으로 몸의 호흡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뒤에서 들리는 인간들의 거친 외침을 듣자 드낙은 몸속 깊은 곳에서 활력이 다시 거세게 전신을 도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눈에 새겨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이대로 멈추고 싶지 않았다.

공명심(功名心)이 강렬하게 불타올랐다.

========== 작품 후기 ==========

5707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 추!

전편 발리스타 10대 합해서 분당 10발로 수정했습니다. 1대가 분당 10발이면 10초에 1발인데 힘들 것 같더군요.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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