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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88화 (287/1,239)

0288 <-- 쌍둥이 성채 -->

후웅!

섬뜩한 소리와 함께 정규병들의 손을 떠난 투창은 정확하게 고블린 전사들의 방패에 틀어박혔다.

“케케케!”

고블린 전사들이 그것을 크게 비웃었다. 자신들은 방패를 가지고 있는데, 대놓고 그렇게 직선적으로 아주 잘 보이게 던졌기 때문이다. 물론 위에서 아래로 쏘았기에 대단히 빨라서 매우 위협적이었다.

“멍청이들이다! 멍청한 인간들!”

하지만 그렇게 히히거리는 것도 잠시였다.

“엇?!”

투창의 길이만 140cm가 넘었다. 정확하게 방패 안쪽으로 파고들었기에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덜렁거리고, 땅에 끝이 닿아서 지렛대처럼 땅을 기반으로 단단히 고블린 전사의 걸음을 막고, 방해했다.

결국 방패를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대량의 철을 녹여야 하는 철로 된 방패는 고블린 전사들이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투창은 매우 위협적인 수단이었다. 결국 고블린 전사들이 방패를 버렸다.

그 결정은 매우 쉽게 이루어졌는데, 당연히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키엑! 껙! 께껙!”

〈콥 고블린〉이 사다리를 옮기다 말고 머리채가 잡혀서 화살받이로 사용됐다. 망루마다 배치된 5명의 궁수들의 화살은 매서웠기 때문에 방패를 버리는 것은 고블린 전사들에게 있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콥 고블린이 화살받이가 되면서 고블린 전사들의 진격 속도는 느려졌다. 그 사이에 궁수들은 이를 악물고 활시위를 당겼다.

최대한 고블린 전사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함이었다. 화살은 제법 거세졌다. 망루 세 곳에서 총 15~20명의 궁수들의 화살은 더더욱 고블린 전사들을 위축하게 만들었다. 방패를 놓고, 콥 고블린들로 화살받이를 해도 화살이 근처로 훅훅 떨어지고,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투창 준비!”

창의 촉만 철로 된 투창이 다시 한 번 성벽에 배치된 병사들의 손에 들려졌다. 두 번 쏘았을 때, 투창이 아니라 다른 것에 의해서 고블린 전사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터졌다.

무시무시한 충격량에 옆에 있던 고블린 전사는 자신도 모르게 엎드렸다.

“허헉.”

머리가 수박처럼 터진 고블린 전사의 뇌수와 피가 뒤섞인 채 새하얀 것이 보였는데, 그것은 주먹만 한 석공(石球)이었다.

쌍둥이 성채에서 쏘아진 발리스타는 두명으로도 조작이 가능 한 소형 공성병기에 불과했지만 매우 강력했다. 옆에 쌓여진 잘 다듬은 동글동글한 석공을 탄환으로 사용했는데, 한 손으로 착 감기는 크기였지만 무게가 상당하여 양손으로 들어야 했다.

한 손으로 들기에는 불편한 정도에 불과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장전수가 장전을 하는 사이에 베테랑 공성병은 거침없이 축을 다시 내렸다. 그는 이 발리스타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베테랑 공성병이었다. 최소 3년의 장전수 시절을 보내고 나서야 받을 수 있는 직함이었다.

득! 득! 득!

덜컹거리면서 나무 톱니가 움직이며 내려갔다.

“장전 완료!”

장전수가 소리치자 베테랑 공성병이 눈을 좁혀서 검지손가락으로 가늠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비키며 소리쳤다.

“발사!”

덜컹! 슝!

눈에 보기 힘들 정도의 속력으로 쏘아진 주먹 막 한 석공은 그대로 고블린 전사의 골통을 터트렸다. 10대가 넘는 발리스타가 계속해서 공을 쏘아보냈는데, 10대 모두 합쳐서 10분당 20발에 불과한 속력이었지만 확실하게 적을 타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엄청난 크기의 대형 투석기가 발사 준비를 마치고 첫 발사를 앞두고 있었다. 아래로 발리스타의 발사를 통해서 서로 가늠을 했는데, 자주 발리스타의 발사 자료를 통해서 비교를 했기에 서로 크게 다름에도 비교가 가능했다.

수백 년이 넘는 데이터를 통해서 만들어낸 노하우였다.

“좋아! 오늘은 좌로 5번! 위로 3번이다!!”

“고블린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

여기에 있는 이들은 병사라기보다는 공성 기술자들에 가까웠다. 그들은 내성에 거주하고 있다가 라바 때문에 쌍둥이 성채의 첨탑에서 지내고 있었다.

대형 공성병기가 크게 출렁거리며 돌을 쏘아 올렸다. 떡 벌어진 길쭉한 공간을 바위가 그대로 지나가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집 한 채도 그냥 파괴할 정도의 바위는 천천히 걷는 고블린 전사 수 마리를 휩쓸었다.

뿌직!

고통 속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 따위 불가능했다. 부딪치는 순간 내장이 쪼그라들어 숨통이 막힌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죽어야 했다.

“크크! 크카카카카!!”

겁에 지려서 엎드린 고블린 전사는 실성한 것처럼 웃더니 여럿이 들고 가던 사다리를 쥐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흉성과 악마의 기운 거기에 피까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퍼걱!

장궁으로 쏜 화살이 가죽 투구를 꿰뚫고 두개골을 부수었다.

철퍽!

그대로 고블린 전사가 쓰러졌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할 고블린 전사는 수백이 넘었다. 한 분대가 바위에 박살이 났음에도 고블린 전사들은 성벽에 도착해서 그대로 사다리를 척 걸쳐놓았다.

올라가지 않는 고블린 전사는 슬링을 하거나 단궁을 쏘기 시작했다. 정규병 병사들은 결코 사다리를 쳐내지 않았다.

“성벽 밖으로 머리를 내비치지 마라! 돌과 화살은 매우 위협적이다!”

베테랑 병사가 최소한의 조언을 말하며 혹시 흥분한 병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다. 있다고 해도 전우는 서로 전우를 챙겨줬기에 일찌감치 외성벽 뒤로 물러나서 찬물을 엎어 쓰고 있었다.

뺨을 맞아서 투구가 돌아간 정규병도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합류할 것이다.

“키아아아!!”

〈고블린 라바 기병〉은 대단한 위세를 지닌 채 양쪽으로 쭉 갈라졌다. 아크온은 궁수들의 첨탑이 서로 보완해주는 동문의 위쪽보다는 아래쪽으로 향해야 했다.

“베테랑 병사!! 네가 아는 놈들로 10명만 추수려서 올라가라!!”

“예!”

아래쪽의 병사들 중에 아크온과 눈이 마주친 베테랑 병사가 허리를 숙인 채 대답하며 자신과 친한 병사 10명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크온은 거침없이 성벽의 끝에 발을 올리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오직 버텨라! 몽펠리에의 병사들이여! 놈들은 버팔로 나이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와아아아아!!!!”

투창용 창 대신에 방패와 한손검 혹은 창을 들어 올리며 병사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보며 전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채 사태를 지켜보는 〈엘리트 몬스터〉가 수풀 속에서 노란 눈동자를 희번덕거렸다.

‘저게 기사.’

고블린답지 않은 큰 체형을 지닌 엘리트 몬스터의 이름은 〈간사한 혀〉라 불리는 〈튜스 튜아브〉였다. 말솜씨가 좋고, 강하기도 강해서 이 일대의 고블린들은 모두 그의 밑으로 들어왔다.

특히나 조련술의 경우에는 지하의 악마라고 불리는 라바들을 조련할 정도였다.

‘라바는 강하다. 위에 있는 고블린 기수는 내가 직접 공들여서 훈련시킨 전사다. 놈은 나의 어머니에게 상처를 준 대단한 놈. 어느 정도인지 볼까?’

라바들이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을 때, 드낙은 내성지역과 외성지역에 튀어나온 〈샌드 라바〉를 처리를 끝내고 있었다.

“드낙 기사님! 고블린 수백 마리가 외성벽을 공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화살이 동이 나서 서둘러 달려온 궁수와 마주친 드낙이 그 말을 듣고는 크게 방향을 틀었다.

“안이 문제가 아니라 밖이 문제구나!”

크게 한탄했다. 특히 아크온의 무력은 대단했기 때문에 조급함이 생길 정도였다. 트롤마저 죽일 뻔했던 것이 아크온 아닌가?

‘서둘러 가야 한다!’

“이스핀!”

혹시나 싶어서 이스핀을 불렀지만 그와 어느새 헤어진 드낙이었다. 단련을 했지만 이스핀이 드낙을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냉혈 투구를 고쳐 쓰고, 드낙이 입을 달싹거렸다.

“〈액체 파도(liquid Wave)〉.”

몸 곳곳에서 물의 부스터가 조금조금 일어나는 마력 소모가 극히 적은 수준의 강화 마법이었다. 드낙이 그런 작은 도움이라도 빌려서 서둘러 외성벽으로 향했다.

드낙의 눈에도 딱 들어올 정도로 외성벽을 올라온 라바들과 라바들의 머리 위에 있는 고블린 기수가 달빛과 횃불 빛에 보였다.

“그아아아아아!!!!”

아크온의 무위는 놀라웠다. 그가 쥔 양손 망치는 리치도 대단히 길었기에 휘두를 때마다 라바들은 처맞고 사정없이 휘청거리고 다시 떨어져내리거나 외성벽에 몸을 누웠다.

특히나 망치의 끝에서는 불이 일어났는데, 아크온이 능숙하게 망치를 사용하는 것을 보는 드낙의 눈에 그 움직임은 〈쥐불놀이〉를 생각나게 만들었다. 화염은 항상 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게 몽펠리에의 기본 전투술일 것이다.’

비전의 큰 궤를 뜻하기도 했다. 〈원(圓)의 묘리〉라고 할 수 있었다. 단번에 드낙은 그것을 꿰뚫어보았다. 무인으로서의 짬밥은 낮아도 상상력이 매우 높은 드낙이었고, 세파리아스에게 귀족적 계승을 받고 있었다.

모르는 것이 이상했다.

‘무겁기에 오히려 원을 그리는 것이 힘들 텐데, 그 모순을 휘어잡은 것이 몽펠리에의 무(武)인가.’

달려가면서도 아크온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투 망치의 시원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깔끔한 한 방.

의도적으로 안으로 끌여들어 몸을 이용한 부딪치기.

기수들이 던지는 온갖 것들에도 상관없는 전신갑주의 성능까지.

완벽한 전사의 모습이었다.

드낙은 동문의 위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병사들이 버티고 있었다.

“키카카카!”

고블린 기수는 가죽을 겹겹이 로브처럼 입은 채 온갖 주술 도기를 던져대었다. 그것은 깨지면서 불을 일으키거나 역한 냄새를 풍기는 오물이 되기도 하고, 충격을 크게 주기도 했다. 병사들은 휘청휘청 그것에 휘둘리지 않았다.

목석처럼 단단히 뭉쳐서는 요지부동이었다.

“헉헉!”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밑에 웅크린 병사는 자꾸만 자신을 밀고 있는 라바에게서 버텼다. 그 위에도 병사가 있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고 있었다.

“디, 디지겠다!”

“디져라, 그럼! 위에 안 보이냐!!”

퍽! 퍽퍽!

무식하게 길쭉하고, 날카로운 라바 다리를 치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뒤에 있는 병사가 맨 앞에서 버티는 병사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병사 모두 뒤로 물러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끄아악! 씨이발!”

다리에 정확하게 팔 관절이 뚫린 병사가 욕을 뱉으면서도 자리를 이탈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의 정신무장은 실로 대단했다. 그리고 라바에게 끌려가지도 전에 라바의 다리가 다른 병사에 의해서 절단되었다.

“뒤로 빠져!”

“지랄! 아직 할 만해!”

잘 버티는 성벽 위의 병사들 덕분에 성벽보다 뭉툭하게 튀어나온 곳에서는 여유롭게 불화살을 쏠 수 있었다. 곳곳에 불이 지펴진 라바는 기어코 옆으로 쓰러졌다.

“맛이 어떠냐!”

소리를 지른 병사의 말에 병사들이 킬킬거렸다. 이제 겨우 한 마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두들겨맞고 있는 병사들이 많았다. 그런 곳에 드낙이 모습을 드러냈다.

덩치가 컸기 때문에 다수 마법이 아니라 대인 마법이 사용됐다.

“〈얼어붙은 표적 독수리(Frozen Target Eagle)〉.”

날개를 쫙 펼친 독수리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날개를 접으며 그대로 대각선으로 쏘아졌다. 고블린 기수가 다급하게 라바를 밑으로 물리면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사방이 라바 기병으로 가득했다.

쾅!

충격음과 함께 그대로 라바 기병 셋이 뭉쳐있는 곳에 냅다 독수리가 때려 박혔다.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지고, 짓이겨져서 진득하게 핏물이 튀어나왔다. 성벽 아래에 꼬부라진 시체를 밟으며 뒤에 있던 라바 기병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드낙은 아예 성벽 밑으로 뛰어내렸다. 라바 기병의 숫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고, 병사들이 걸리적거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크온은 병사들의 진형 속에서도 능수능란하게 불망치를 휘둘렀지만, 드낙은 그런 경험이 적었다.

혼자가 편했고, 성벽 위에서의 전투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미친!”

“헉!”

병사들 몇몇이 경악했다. 아무리 기사라도 포위되면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라바의 크기는 2m가 넘는 중형 몬스터에 속하는 놈들이었기에 걱정이 컸다.

‘모조리 내꺼다!’

“〈교차하는 결빙 구역(Crossing Frost Zone)〉!”

놈들의 움직임을 둔탁하게 하기 위해서 드낙은 다수마법을 펼쳤다. 오한이 서렸지만 라바들은 얼음 송곳에 찔려도 움직일 정도로 생명력이 대단했다. 큰 피해를 한 번에 주는 얼음 독수리가 아니면 놈들을 쉽게 죽일 수는 없었다.

‘다수 마법이 듣지 않네. 중대형 몬스터에게는 얼음 구역의 효과가 크게 반감한다.’

상대의 신체를 얼려서 터트려 2차 피해를 생기게 만드는 얼음 구역의 단점이었다. 상대의 크기가 커서 안 얼리면 끝이었다. 신체 일부분만 얼어서 부서져 나가는 것이 전부였다.

절단된 다리조차 꿈틀거릴 정도로 생명력이 대단한 것이 벌레인 라바의 특징이기도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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