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287화 (286/1,239)

0287 <-- 쌍둥이 성채 -->

악마의 기운이 뻗친 상태에서의 흉성(凶星)의 도래. 그것은 매우 극단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었다.

‘내 탓이 크다.’

아크온은 점성술사가 머리를 땅에 박으며 죄를 청해도 가장 먼저 자신을 탓했다. 불파겐의 후예가 벌써부터 별의 힘을 얻은 것은 아크온조차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점성술사가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무거운 실수였다. 점성술사가 봐야 하는 별은 수만 개에 달했고, 매번 서로 정보 교환으로 자주 안 봐도 되는 별, 자주 봐야 하는 별을 선별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죄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

자신이 근무하는 성채에 있는 별의 변동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중죄였다.

판단을 마친 아크온은 서둘러 전신갑주를 착용하며 병사들에게 말했다. 점성술사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크온은 그를 책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사람은 언제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을 그냥 수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병사! 점성술사를 데려가라. 그대는 지하감옥에 갇히지는 않을 것이다. 벌은 모든 일이 끝나고 내어줄 것이니, 자중하며 지내고 있으라.”

“면목이 없습니다···”

병사들이 그를 끌고 가지는 않았다. 호위하듯이 양옆에 섰을 뿐이다. 문인과 비슷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점성술사였다. 그들은 귀족의 치마폭에서 살아갈 수 있을 뿐이었다.

점성술사의 힘을 이용하고 싶은 것은 귀족이 거의 전부였다. 없는 양식을 줘서 마을에 거주할 정도의 지역 유지는 점성술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한 달 내로 점성술사를 쫓아낼 것이다.

〈재앙〉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내일 일상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휴식을 취하는 병사들을 깨워라. 전병력의 3할만 휴식으로 돌리고, 7할은 오늘 철야를 하도록!”

“바로 전하겠습니다!”

밖으로 빠져나오며 만나는 병사마다 잡아서 전령으로 쓰며 아크온은 서둘러 쌍둥이 첨탑의 밖으로 나갔다.

어수선함에 드낙 또한 잠에서 깨어났다. 전운(戰雲)이 감도는데 잠을 잘 정도로 드낙의 감각은 멍청하지 않았다. 안전한 곳에서도 전신갑주를 입고 있는 드낙이었기에 곧바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쌍둥이 성채 내부는 조용했다. 성벽과 땅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쌍둥이 성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이 때문에 드낙은 두려움을 느껴서 이스핀을 호출했다.

“크어어어···.”

그간 쌓인 여독이 많았는지 이스핀이 괴물처럼 코를 골고 침을 질질 흘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얼마나 긴장 없이 잠을 자는지 태평했다.

“이스핀!”

드낙이 소리 한 번 치자 이스핀이 벌떡 일어났다.

“대, 대장님?”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칭인데. 아직 잠이 덜 깨었으면, 서둘러 받은 전신갑주를 입어라.”

“예!”

이스핀은 거치된 전신갑주를 입었다. 딱히 거치대가 필요 없는 것이 이 세계의 전신갑주였다. 귀족들이 무인이라서 불편한 점이 빠르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살고 싶다면 개선을 해야 했다.

지배계급이 불편하다고 여기는 것과 병사들이 불편하다고 여기는 것의 차이는 전신갑주에 명확하게 보이고 있었다. 흉갑에 살집이 자주 찍혀서 가죽을 덧대는 요령이 병사들에게 횡행하는 것과는 반대로 기사의 전신갑주는 매우 인체공학적이었다.

“준비되었습니다.”

“가자.”

드낙이 이스핀을 대동하고 좌르륵 내려갔다. 만나는 병사들마다 정보를 내어주었는데, 흉성이 성채 위에 도래해서 싸이클롭스의 기운과 맞닿아 몬스터들이 날뛸 수 있다는 소리였다.

‘오늘은 피를 보는 날이다.’

드낙이 투구 속에서 씩 웃으며 땅을 밟았다. 동시에 큰 종과 작은 종들이 성채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데에엥~! 데에엥~!

댕댕댕! 댕댕댕!

균일적으로 멀리 웅웅거리며 퍼져나가는 느긋하면서도 웅장함이 있는 깊이감이 더해진 종소리와 짧게 퍼지는 종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라바들과 고블린의 공세였다. 고블린들이 라바들의 움직임을 통제하지 못했고, 결국 그 폭력적인 방향성에 편승하여 외성의 공략에 뛰어든 것이다. 즉, 고블린이 주체가 아니라 라바들이 주체가 된 공세였다.

푸륵! 뿌륵!

흙이 들썩거리면서 방귀소리를 뿜어냈다. 역한 냄새가 삐져나왔고,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그 냄새를 맡은 병사가 소리쳤다. 그는 화살이 잔뜩 든 상자를 외성벽으로 올리기 위해서 창고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라바! 라바!!!”

그 소리에 창고를 지키던 병사 하나가 후다닥 달려왔다. 화살 상자를 든 병사는 서둘러 움직였다. 들썩거리는 흙은 점점 더 커져갔다. 다른 병사는 물주머니를 양손에 든 채 도착해서는 곧바로 들썩거리는 흙에 물을 콸콸콸 쏟아보냈다.

피부로만 호흡하는 라바는 물을 맞으면 호흡을 하기 어려워져서 빠르게 지치기 때문에 미리 물을 뿌리는 것이었다. 특히나 흙 속에 있을 때, 물을 뿌리면 효과는 더 배가되었다.

“키에! 켁! 께끼이이이!!”

튀어나온 라바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온몸에 진흙이 들러붙어있어서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꿈틀거리는 라바의 주둥이에 그대로 창이 찔러들어왔다.

“웃!”

“뭐 해!! 제대로 못 찌르면 비켜!!”

지켜보던 다른 병사가 단번에 한손 도끼로 상체를 크게 뒤로 움직였다가 단번에 앞으로 움직이며 그대로 머리통을 찍어버렸다.

쩍!

개봉된 두개골에서 뇌수가 흘러내리고 김이 피어 올라왔다.

물론 이렇게 쉽게 라바를 처리할 때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찔러! 찔러!!”

“방패로 밀라고!”

“뭘 밀어! 버팔로 나이트께서는 무조건 버텨서 창으로 처리하라고 하셨다!”

“그럼 너무 늦어!”

라바의 크기는 길이가 2m에 달했고, 사람 허리보다 더 굵은 굵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지닌 지네 같은 다리는 매우 위협적으로 길고, 날카로웠다.

따다당!

방패가 마치 강철과 부딪친 것처럼 소리를 냈고, 방패병의 가드가 순간적으로 풀렸다. 자신의 근력을 뛰어넘는 충격에 무너진 것이다. 그 덕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다른 방패병들도 옆에 횅하자 감히 전진할 수 없었다.

“이거나 먹어라! 씨발년아!!!”

화가 나면 일단 웃통 벗고 시작하는 〈욕쟁이 잭〉이 지붕 위에 올라가서는 거기 마련된 대야를 들어서 그대로 몸을 꼿꼿하게 세운 라바에게 뿌렸다.

“키악!”

호흡이 단절되자 라바가 어쩔 줄을 몰라 했는데, 그 순간은 일시적이었지만 병사들은 정예 중의 정예였다. 시야가 좁거나 판단력이 안 좋아서 간부는 되지 못했지만 이런 실전적인 순간은 확실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우랴아아아!!!”

방패병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다리를 후려치고, 검으로 관절 부분을 잘라냈다. 역한 냄새가 나는 황토색 체액이 뿌려졌고, 창병들은 몸 곳곳을 찔러대었다.

내성 지역에서는 돌을 박아두는 공사가 진행되었음에도 라바들의 공세를 받았는데, 보통 라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아아아···

흙이 바싹 말라가며 흰 연기를 토해냈다. 가열되면서 흙이 타는 냄새가 물씬 올라오며 이내 매캐한 검은 연기를 내기 시작했다.

지붕 위에 올라가서 물주머니를 움켜쥔 채 사방을 둘러보는 병사가 서둘러 소리를 질렀다.

“샌드 라바다!! 저쪽에! 횃불 바깥쪽에!!”

“어디 병신아! 똑바로 말해야지!”

“내가 있는 여기서 세 번째 전방 집!”

소리를 지르며 지붕 위에 있는 병사가 물주머니를 하나 내려놓고, 고정되어있는 횃불을 들어 올려 옆에 있는 조각난 생나무가 들어있는 곳에 불을 지폈다. 검은 연기가 타오르며 밤하늘보다 검은 연기를 거세게 토해냈다.

할버드를 주무기로 사용하며 내성벽과 내성을 지키는 〈성채 수비병〉들은 일반 경비병과도 또 달랐다. 그들은 덩치도 컸고, 온갖 무기를 다룰 줄 알았다.

쿠구구···!

흙이 모래가 되면서 지반이 내려갔는데, 샌드 라바가 올라오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래가 샌드 라바가 지나가는 통로 때문에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었고, 그 덕에 집이 기울어졌다.

“붕괴하는 거 아니야?”

“돌부터 박아 넣어! 물도 넣고!”

서둘러 제법 알찬 돌을 끼워 넣으려고 하는 병사와 쇠로 된 지렛대를 기울어진 집에 박아 넣는 병사도 있었다. 덩치가 큰 성채 수비병답게 다섯이 체중을 단단히 기울이고 온 힘을 쓰자 기울어진 집이 들려졌고, 그곳에 순식간에 돌이 끼워 넣어졌다.

흙이 모래가 되는 곳에 물을 부었는데, 단번에 끓어오르며 수증기가 피어 올라왔다. 엄청난 고열이 된 상태였다.

“치덕대야해!!”

“계속 물!”

부무장으로 쓰는 숏소드를 검집째로 집어넣어서 휘휘 돌렸다. 물과 모래가 뒤섞이면서 진흙이 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계속해서 수분은 날아갔다.

“물러나! 이제 곧 나온다!”

바닥에 놓아놓은 동화가 크게 들썩거리자 제법 경험이 있고, 요령도 좋은 성채 수비병이 소리쳤다. 누구도 그 말을 안 듣는 이가 없었다. 모두 빠지자마자 그대로 샌드 라바가 튀어나왔다.

“크아아아아!!!”

높이는 3m가 가볍게 넘었고, 통나무보다 굵은 몸체였다. 또 가열된 모래를 뿜어내는 주둥이는 매우 조심해야 했다. 병사들이 놈을 둘러싼 채 긴장한 눈을 가졌다. 하지만 그들의 차례는 오지 않았다.

강렬하게 뿜어내는 검은 연기를 보고 누구보다도 탐욕적으로 뛰어온 드낙이 그대로 그들의 뒤를 도약해서 뛰어넘으며 놈과 부딪쳤다.

“캬아악!”

소리를 지르며 뒤로 균형이 넘어가는 듯했지만 다리가 워낙 많아서 버텨낸 샌드 라바는 반격의 기회를 잡은 듯했지만 드낙은 허공에서 정권을 찔러 갑옷 같은 피부를 뚫어 손으로 균형을 잡고 검을 휘둘렀다.

콰자자작!

딱딱한 것이 파괴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몸이 절단되며 허무하게 샌드 라바가 허공으로 떨어져내렸다. 놈의 머리통에 추락하면서 롱소드를 꽂아 넣은 드낙이 왼 주먹을 들어 올리며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아아!!!!!”

그 난폭한 함성에 성채 수비병들이 단번에 화답했다. 상남자다운 드낙의 면모는 남자들의 호응을 얻기에 최고였다. 드낙은 단번에 거리를 뛰어다니며 라바를 우선적으로 노렸다.

내부의 위험이 가장 무섭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크온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쌍둥이 성채〉는 물을 대단히 많이 준비하면서 라바들의 카운터만 준비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아크온은 외성벽에 올라가 있었다.

둥! 둥! 두둥! 둥!

고블린들이 북을 울리며 수백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자신의 키보다 높은 장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남녀노소, 임산부 구분 없이 잔혹하게 포가 떠져서 대롱대롱 걸려있었다.

“인간을 죽이자!!”

사다리를 든 고블린 전사들이 고함을 질러대었고, 그들의 뒤로는 잘 먹인 라바를 타고 있는 고블린들이 득실거렸다. 몸길이가 2미터인 라바는 순식간에 성벽을 넘을 수 있을 수 있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수백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어서 가볍게 성벽을 타고 오를 수 있어서 매우 위협적이었다.

고블린들은 그런 〈고블린 라바 기병〉을 후방에 배치하여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했다.

그것을 본 아크온이 눈을 좁혔다.

노련한 공성 전술가의 면모가 절로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고블린 라바 기병들은 계속해서 좌우를 오고 가며 자신들이 어디로 확 들어갈지 모르도록 하고 있었다.

“거리에 들어오면 거침없이 불화살부터 쏴라! 어둠은 우리의 적이다! 최대한 많은 불이 필요하다!”

고블린들은 횃불 하나 없었기 때문에 오직 달빛에 의존해서 저들의 상태를 살펴야 했다. 하지만 오늘 달빛은 그리 밝지 않았기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인간에게 불리한 것이다. 고블린의 눈은 어두운 동굴 속에서도 상대가 무슨 장비를 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불화살 장전!”

고블린들의 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제사격이 필수적이었다. 궁수들은 서둘러 누더기 천 따위를 화살에 두르고, 기름통에 화살을 집어넣어 기름을 묻혔다.

화르르.

이글거리는 불화살이 붙어지자 곳곳에서 검을 들어 올렸다. 아크온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격!”

그가 검을 내리자 다른 곳에 있는 자들도 검을 내렸고, 일제사격이라는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똥으로 된 수백 개의 화살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어둠 속에서 주홍빛의 불똥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블린 전사들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사다리를 쥔 고블린은 무방비에 아예 사타구니를 가리는 옷도 없었는데, 〈패배자 고블린〉이었다.

경쟁에서 패배한 고블린은 〈콥 고블린〉이라 불리면서 무참하게 동족들에게 죽임을 당해서 라바들의 사료가 되거나 이처럼 사다리를 옮기는데 동원되는 녀석들이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사회적 분위기가 야만적이라서 약자는 끔찍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고블린 사회였다.

“크악!”

화살을 맞은 콥 고블린이 주저앉아도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걸리적 거린다는 이유로 고블린 전사는 놈의 골통을 걷어찼다. 힘없이 널브러진 콥 고블린의 시체에 들러붙은 불화살이 서서히 번져가며 주변 시야를 밝혔다.

두 번의 일제사격 이후로는 궁수들이 서둘러 성벽 곳곳에 움푹 튀어나온 곳으로 향했다. 외성벽에는 병사들이 다시 자리 잡았는데, 그들은 투창을 쥐고 있었다.

“무조건 방패를 쥔 놈들만 노려야 한다! 투창 준비!”

“투창 준비!”

병사들의 투창을 쥔 손에 위로 올라갔다.

========== 작품 후기 ==========

6160자

평추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