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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85화 (284/1,239)

0285 <-- 쌍둥이 성채 -->

아크온 몽펠리에는 띠동갑을 뛰어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드낙과 말을 텄다. 그것은 드낙이 불파겐의 피를 이어받은 적통(嫡統)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적발(赤髮)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호탕해 보여도 모든 귀족으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크온이었다.

괜히 〈버팔로 나이트(Buffalo Knight)〉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이 아크온이라는 그릇이었다.

적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자신의 방계로 맞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크온 몽펠리에의 대범함이었다. 몽펠리에 가문은 가주직을 공공연하게 동생에게 준다고 말하고 다니는 아크온의 말을 믿지 못할 정도였다.

가문은 아크온에 의해서 유례없는 대통합의 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의 술잔을 거부하는 자가 없었다. 또 그에게 술을 권하는 자는 넘쳐났다.

하찮은 용병질을 업으로 삼으며 더러운 날갯짓을 하려는 어리석은 자유기사에게 아낌없이 내어주고 최소한의 비호를 해준 것이 아크온이었다.

그의 추천서는 생각보다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아크온의 추천서를 받은 이들은 다섯 손가락에 불과했고, 드낙을 제외하고 모두 몽펠리에의 새로운 방계로 들어와 장원을 받은 상태였다.

한 마디로 아크온의 추천서는 등용서와 일맥상통했다. 다른 추천서와는 현격하게 가치가 달랐다.

아크온이 단박에 드낙의 혈통 증명으로 완전히 자신과 동등한 계급으로 대우한 것은 물론이고 확실한 친분으로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을 거침없이 놓은 것은 이러한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한수였다.

또한 드낙도 그 성품에 반해있었기에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쌍둥이 성채〉의 오른쪽 성채 3층, 〈알고레스의 대전〉을 소개해주며 아크온은 그곳에 다른 이들을 남겨두고 오직 드낙만 이끌고 5층에 있는 〈집무실〉로 향했다. 예외가 있었는데 바로 이스핀이었다.

“이스핀 부대장도 따라왔으면 하네. 우리는 한 전쟁터를 함께 보낸 전우 아닌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함께 하지.”

“예? 예!”

이스핀이 겁을 잔뜩 먹은 채 딱딱하게 긴장하여 큰소리로 대답했다. 〈기사〉에 대해서 알게 된 이후로 이스핀의 눈에 기사는 곧 괴물이었다. 드낙과 함께하면서 생긴 두려움이었다.

지진이 무섭다는 건 알아도 실제 체험하기 전에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매우 넓습니다.”

이스핀이 말하며 집무실에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대전보다는 넓지 못하지만 혼자서 생활하는 집무실임에도 백 평은 되어 보일 정도로 굉장히 넓은 집무실이었다.

호위병이 두 명, 그대로 들어오려고 했지만 아크온이 손사래를 쳤다. 호위병들은 그래도 문을 닫지 않고, 살짝 열어두고 나갔다.

소란이 들리면 바로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아크온은 그것까지는 막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처음이군. 일각수의 토벌 말이다.”

“그렇지. 변종 키메라까지 상대해야 했었지.”

술병과 잔을 놓으며 세 사람은 마주 보며 앉으며 그날의 추억을 상기하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아크온은 추억팔이를 통해서 그간 있었던 공간적, 시간적으로 결여된 사이를 다시 좁혀나갔다.

“기억 나나? 자네가 함께하기로 한 용병이 그대로 도망줄을 놓았지. 동시에 그때 도망치지 않은 용병에게 큰 감명을 받았기도 하네. 분명 한 사람이 더 있는데···”

“그는 문인을 돕고 있어.”

“그렇군. 간이 커서 무인으로 키우는 게 좋을 텐데.”

“두 가지 모두 가르치고 있지.”

“욕심이 큰걸?”

웃음소리가 한 번 터져 나왔다. 이스핀은 침을 삼키며 술잔을 양손으로 잡은 채 광대뼈가 으스러지도록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치기 바빴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아크온의 추억팔이를 도우면서 그의 질문에 따박따박 대답하며 이스핀은 등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횃불 성채〉보다 족히 3배는 큰 것이 〈쌍둥이 성채〉였다. 성 두 개가 합쳐진 것과 같았다.

그 위세를 보고 아크온 몽펠리에를 쉽게 상대하는 드낙이 이상해 보일 지경이었다. 이스핀과 다르게 드낙은 세파리아스의 귀족 교육을 천천히 받고 있었기에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웅장한 성의 규모에 대해서 경외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일 뿐이었다. 이스핀처럼 압도되지 않았다.

‘충분히 달아올랐군.’

아크온은 분위기가 좋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당연히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거북하고,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는 주제였다. 바로 파이룬 가문에 대한 것이었다.

“파이룬 가문에 대해서는 잘 아나?”

“남들 아는 만큼만 알지.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일 년도 안 되었어.”

아크온이 웃음소리를 냈다. 밖으로 뛰쳐나온 지 1년도 안 된 자가 만들어낸 길은 실로 공적으로 점철된 영광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드낙의 가치는 〈결과〉를 내기 때문에 가치가 있었다.

그는 지금 시대를 아우르는 싹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파이룬 백작 가문이 그렇게 큰 것을 내어주었겠지.

“자금력이 많은 것이 파이룬 백작이지. 북쪽 가문 행세를 하는데, 실상은 몽펠리에보다 남쪽에 치우쳐져 있는 것이 그들이야.”

“중개무역으로 엄청나게 번다고 하더군.”

아크온이 술잔을 기울여서 한 모금 술을 마시고 다시 말했다.

“항상 북부와 〈백금 왕가〉가 부딪치는 일에 박쥐처럼 그때그때 판단이 달라지는 가문이 파이룬 백작 가문이지. 드낙, 그들을 믿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야.”

아크온은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돈을 그렸다.

“오직 이거 하나만 보고 가는 놈들이다. 그들은 방계에서 나타난 고위 기사를 버리기까지 했어.”

그 말에 드낙이 크게 흥미를 가졌다. 그것을 캐치해낸 아크온이 더욱 상세하게 말했다.

“100년도 안 된 일이지. 에오윈 가문을 만나고 왔지? 혈통마저 가지고 있는 에오윈 가문은 원래 파이룬 백작 가문의 방계였어. 그들을 버린 것이 파이룬 가문이야.”

“어째서? 혈통이 있고 고위 기사를 배출한 가문을···”

아크온이 섬뜩하게 그 이유를 말했다. 단 한 마디면 충분했다.

“〈백금 왕가〉 때문이지. 북부는 특히나 고위 기사가 많거든. 기사 전력이 많으면서도 왕족들이 아직까지도 북부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지 못하고 내정관 노릇을 하는 〈메디오 영주〉를 놓는 것이 전부지.”

기사단을 꾸릴 정도로 많은 기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백금 왕가〉였지만 반대로 북부는 고위 기사가 많았다. 그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면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다.

특히 명성 있는 고위 기사의 전투력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불파겐〉 때, 뼈저리게 깨달았기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파이룬 가문은 그런 가문이다. 조심하는 게 좋아. 직계를 위해서 방계를 거침없이 버릴 줄 아는 놈들이지. 물론 그 덕분에 북부는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아닌가?”

아크온은 드낙의 의견을 물었다.

‘대답하기 곤란하다.’

한 번 말하면 파이룬 가문에 대한 험담이나 두 가문 중에 하나를 반드시 택하게 될 것이다. 드낙이 주위를 돌렸다. 파이룬 가문에 대한 험담을 자신의 입으로 하기에는 곤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참, 아크온. 네가 준 깃털 투구는 이제 이스핀 부대장이 잘 쓰고 있어.”

그 말에 이스핀이 깃털 투구를 쓰면서 느낀 온갖 장점들을 말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아크온은 한 걸음 물러났다. 드낙은 협박할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매우 흡족해하면서 스리슬쩍 드낙이 입고 있는 갑옷에 눈을 돌렸다.

‘진품이군. 그렇게까지 해주었기에 대답을 회피하는 것이다. 파이룬 놈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다니.’

〈얼음의 파이룬 전신갑주(Ice Faerun Full Plate Armor)〉.

방계에서도 큰 전공을 세운 자에게만 지급되었고, 직계 중에서 공적이 없는 놈에게는 주어지지도 않은 파이룬 가문의 최신형 전신갑주였다. 목 밑에 있는 다섯 개의 블루 사파이어가 확연하게 아크온의 눈에 들어왔다.

진짜배기를 진짜로 내어준 것이다. 파이룬 가문 답지 않았다. 그들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을 아크온은 느낄 수 있었다. 허를 찔린 아크온은 자신이 지닌 카드 중에 최신형 전신갑주가 빠져있음을 한탄했다.

당장 줄 수 없는 최신형 전신갑주는 약속해도 빛이 바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크온은 〈최신형 전신갑주〉를 내어주는 선택을 하지 못했다. 내어줘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드낙은 나중에 받으면서 파이룬 가문의 점수를 더 높게 쳐줄 것이다. 지금 받는 월급과 나중에 주겠다며 약속되는 월급은 동일한 금액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수지가 안 맞아. 하지만 방법은 항상 있는 법이지.’

그렇지만 아크온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는 차선책을 단박에 찔러 넣었다. 드낙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부하에게 전신갑주를 주는 것이다. 스토리도 그럴듯했다. 왜냐하면 이스핀은 아크온이 준 〈깃털 투구〉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갑옷은 가죽갑옷이라서 모양새가 나지 않는 것 같은데.”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쩌겠어? 전신갑주가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으로 술잔을 들어 올렸다. 이스핀이 냉큼 동참했지만, 아크온은 아니었다.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밖에 누구 있느냐!”

“예!”

병사가 단박에 대답했다. 자신의 키보다 큰 할버드를 쥐고 있는 중장보병이었다.

“지금 가서 전신갑주 한 벌을 가져오라.”

“명을 받듭니다!”

그 어떤 의문도 없이 병사가 움직였다. 그 모습에 이스핀은 입을 쩍 벌렸다.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으로 보아서 자신에게 전신갑주를 준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숨조차 쉬지 않는 이스핀에게 아크온이 물었다.

“자네는 전신갑주를 입을 자격이 있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이에 이스핀은 즉답했다.

“그것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드낙 님의 밑에서 매일같이 노력할 뿐입니다. 제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오직 드낙 님께서만 대답하실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아크온이 크게 좋아했다.

“충성이 무엇인지 아는 자로군. 드낙! 넌 어떠냐?”

“그는 자격이 있지.”

공짜 전신갑주가 굴러들어오는데 거부할 드낙이 아니었다. 그 말에 아크온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드낙을 위해서 노력할 이스핀 부대장을 위해.”

짠.

굵은 유리잔이 부딪쳤다. 테이블에 술이 튀어 묻었지만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 모두 아크온의 거침없는 행보에 감탄하기 바빴다.

‘그냥 전신갑주를 내어주다니···’

드낙은 그 배포에 감탄했다. 역시, 버팔로 나이트. 고위 기사라 불리는 아크온 몽펠리에다웠다. 그는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걱정 없이 받으라고 세 번이나 말하며 두 사람을 더욱 감탄하게 만들었다.

좋고 나쁘고 좋고 나쁘고의 순서대로 주제가 흘러갔고, 이번에는 나쁘거나 답답한 주제가 나올 차례였다.

“오면서 들었겠지만, 〈외눈 다크 트롤〉 때문에 전 북부가 난리통이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갑작스럽게 수많은 〈정예 몬스터 우두머리〉가 나타났고, 사방을 휩쓸고 있다. 오히려 일찍 토벌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영지를 보살피러 간 기사들이 조금이라도 어물쩍 거렸다면, 아크온이 조금만 더 판단을 보류하고 토벌대를 해산시키지 않았다면, 북부는 유례없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 짧은 판단 덕에 엘리트 몬스터의 갑작스러운 동시 발생에도 충분히 대처하고 있었다. 드낙 또한 잘 알고 있는 것이라 한 마디 했다.

“놔두면 더 힘들어질거야. 특히 조용한 계곡 성채는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아주 영악하더군.”

“그들을 돕고 싶지만, 라바들을 충분히 저지할 물을 모으는데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서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아크온은 자신을 변호하며 현재 곳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설명했다. 특히 〈쌍둥이 성채〉는 가장 심하게 두들겨 맞고 있는 곳이었다. 왜냐하면 〈외눈 다크 트롤〉의 옆구리에 망치자국을 낸 것이 아크온이기 때문이었다.

“놈에게 한 방을 먹였다고?!”

드낙이 크게 들썩거렸다.

“조금만 더 놈이 방심했다면 죽였을 수도 있었는데, 정말 아쉬웠지.”

아크온은 〈외눈 다크 트롤〉과의 전투 성과를 이야기하며 다시 분위기를 완화시키려고 했다. 못 죽였다는 아크온의 말에 드낙이 속으로 크게 안심했다. 주식으로 한 탕 크게 해보려는 사람처럼 심장이 쿵딱쿵딱 크게 움직였다.

‘휴. 다행이다.’

“놈은 반드시 내가 죽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 당했어.”

주먹을 불끈 쥐며 드낙이 말했다. 그는 반드시 트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크게 다짐했다. 트롤은 자신의 것이었다. 자신의 것이여야만 했다. 결코 다른 이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트롤이 더 많은 피해를 주고, 더 오래 살아남을 수록 더욱 그러한 욕망이 커졌다. 특히 아크온이 놓쳤다는 말에 더 트롤에 대한 신뢰가 꽃피웠다. 놈은 실로 대단할 것이다.

‘트롤 코인 가즈아!!!’

========== 작품 후기 ==========

6055자

평추코!

오늘 범어 도서관에서 배운 것.

로마 시대의 여자들은 투표권이 없었는데 법률 폐지를 시킬 정도로 킹왕짱이었다.

결혼전에 니꺼내꺼를 다 정하고 결혼했다. 결혼도 개빨랐고, 이혼도 개빨랐다.

큰 사업장을 가진 여자도 많았다. 하지만 이혼하면 자녀는 모두 아빠가 가져갔다.

로마는 황제가 나와도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공화정이라고 말하고 다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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