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9 <-- 조용한 계곡 성채 -->
바루익이 소리를 크게 질렀다. 몇몇 생각 없는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굴비같이 엮어놓은 돌들을 버젓이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빠르게 대처가 가능했다.
“···투척물을 조심하시오!”
그 말에 드낙이 서둘러 이스핀에게 명령했다.
“이스핀! 짐마차에서 〈화살막이 천막(Arrow protection cloth)〉을 꺼내라!!”
순찰자 두 명도 허둥지둥 달려갔다. 너무 어두워서 넘어지기도 했다. 횃불의 불빛이 3명이 순식간에 어둠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창을 땅에 찍다 말고 창을 버리고는 굴비처럼 엮어서 가져온 돌을 쏙 빼어서는 던지기 시작했다.
“펼쳐! 펼쳐!!”
순찰자가 빠르게 달려나가며 마법 천막을 펼쳤다. 그 사이에 기수들은 절벽 곳곳에 단검을 푹푹 찔러서 공간을 만들었다.
퍽퍽! 후두두둑!
천막이 자신을 지나가자 바로 손에 잡아서 구멍에 쑥하고 깊게 집어넣었다. 드낙은 한 손으로 천막을 들어서 가장 바깥쪽으로 움직였다.
가장 노출이 심한 곳이었고, 공격당하기 좋은 곳을 자처했다.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캉!
주먹만 한 돌이 드낙의 투구를 정통으로 때렸는데, 충격량이 상당하게 느껴졌다.
‘와. 저 높이에서 주먹만 한 돌도 매섭네.’
다른 이들이 맞았다면 바로 기절하거나 두개골이 부서졌을지도 몰랐다. 작은 돌이라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사람을 죽이기 쉬워 보일 정도였다.
후두두둑!
마법 천막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천막을 위험천만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러다간 무게를 못 버틴다.’
돌이 자꾸 천막에 쌓이기 때문에 삽시간에 움푹 파이자 바루익이 단번에 검집을 풀어서 힘껏 천막의 중앙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양팔이 부들부들 떨렸고, 검이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흐압!”
그것을 검집째로 잡은 기수 두 명이 받쳐주자 그제서야 돌들이 사방으로 굴러서 바닥과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돌팔매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많이 돌을 들고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튼튼하기는 아주 튼튼한 것이 마법 천막이었다.
“크릉!”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우두머리는 매우 굵어 보이는 천막으로 돌을 막아내는 모습에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주변에 있는 돌을 수거하여 던지게 명령했다.
돌이 떨어지는 속력이 현저하게 낮아지자 드낙의 일행도 반격을 시작했다.
“응사하라!”
활 솜씨가 그리 좋지 않은 드낙 대신에 순찰자 두 명이 나섰다.
끼이익. 퉁!
당기는데 2초. 장력에 비해서 당기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하지만 아래에서 위로 쏘아지는 화살의 속력이 줄어드는 것이 절로 보였다.
“켕!”
단번에 쏘아진 화살은 위로 솟구쳐올라가면서 헤드스 하이에나의 목에 박혔다.
“크륵!”
가죽은 뚫었지만 깊게 박히지 않았는지 화살을 뽑고, 피를 뿜으면서도 균형을 잃지는 않았다. 대신 뒤로 빠져서는 상처를 돌보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순찰자가 소리쳤다.
“위로 쏘는 것이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정찰과 수색 그리고 선두로 탐색하는 〈정찰 순찰자〉였기에 〈전투 순찰자〉보다 힘이 낮았기에 장력이 정말 순찰자다운 장궁은 아니었다. 하지만 드낙은 계속 응사하라고 소리쳤다.
“계속 응사하라! 적이 마음 편하게 던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화살은 총 합쳐서 50발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계곡 아래로 떨어지는 화살을 보며 순찰자들이 아까운 눈을 했다. 회수하기 위해서 저곳 아래까지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여행하는 상황에서 화살을 제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자원을 일단 축적하고 보는 마을에서나 30~100발 내외로 급하게 충당할 수는 있을 정도였다. 물론 〈둥근 언덕 마을〉은 그것보다는 화살 적재수가 대단히 많았다.
“테루그 아프(후퇴하라)! 디트 니엔 게으언 멘스니에(평범한 인간들이 아니다)!!”
뭐라고 크게 지껄이면서 1시간 이상을 그렇게 원거리 전투를 벌인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장대로 천막을 고정하고, 불침번을 세운 채 다시 잠을 잤지만 피로는 누적됐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어스름하게 내려온 밝기를 이용하여 사람들은 계곡 아래에 밧줄을 내려놓고 내려가서 화살을 회수했다. 50개의 화살 중에 회수한 것은 42개뿐이었다.
더 세심하게 찾기에는 갈 길이 멀었기에 서둘러 출발했다.
〈헤드스 하이에나(Heads Hyena)〉은 낮에는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이 밤마다 나타날 것은 분명했는데, 몇몇에 불과한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계곡의 높은 곳마다 배치되어서 드낙의 이동을 확실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조용한 계곡 성채〉까지 며칠이 걸리오?”
“일찍 야영을 하더라도, 내일 해지기 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놈들에게 기회는 오늘 밤뿐이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그것을 미리 감안하고 바루익이 일찍 야영을 한 것으로 도착 시간을 정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일찍 야영을 한다면 적들은 더 큰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적당히 해가 저물어가면 야영을 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었다.
놈들은 여전히 길을 막아놓았고, 더욱 함정도 많아졌다.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계곡의 절벽 위에서 거대한 바위를 지렛대를 이용해서 그대로 떨구었다. 크기가 상당했다.
“바위가 떨어진다!”
이스핀이 소리를 쳤다. 드낙이 그것을 보고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짐마차가 뒤로 물러가는 속도는 느리기 그지없었기에 부숴야 했다.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얼어붙은 표적 독수리(Frozen Target Eagle)〉.”
대인 마법이었지만, 날개를 접어 창처럼 변하지 않으면 다수마법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프로즌 타겟 이글이 그대로 드낙의 등 뒤에서 솟구쳐 오르며 날개를 크게 펼쳤다. 그 길이만 5미터가 넘었고, 충분히 박살 내기 쉬웠다.
쩌저적! 콰과강!!
바위가 그대로 박살이 나면서 짐마차의 양쪽으로 갈라져서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얼음에 뒤덮였는데, 바닥에 부딪치자 잘게 부서져내렸다. 그것을 지켜본 헤드스 하이에나들이 순식간에 도망을 놓았다.
“개자식들. 덤빌 거면 빨리 덤빌 것이지.”
“용의주도한 놈들이오. 인내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우두머리가 제법인 듯하오.”
바루익의 말에 드낙이 동의했다. 절대로 덤비지 않는 것이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는 놈이었다. 그놈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기에 어떻게 특출나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시야가 낮은 곳에 있었기에 생긴 큰 단점이었다.
‘그렇다고 올라갈 수도 없고.’
이곳에서 계곡 위로 올라갈 방법도 없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놈들을 만나면 꼼짝없이 큰 부상을 당해야 할지도 몰랐다. 참고 우직하게 여기를 돌파하는 것이 필요했다.
짐마차에 숨겨놓았던 마법 천막은 아예 크게 펼쳐졌다. 언제든지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함정들은 대부분 〈큰 것〉 뿐이었다. 그때마다 드낙은 마법을 써서 위기를 극복했는데, 세 번을 쓰고 나서야 놈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놈들! 기사와 싸워본 경험이 있는 놈들이다!”
경악하는 드낙의 말에 바루익 또한 깜짝 놀랐다. 갑자기 점심을 먹다가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큰 함정만 드문드문 놓을 리가 없었다.
“안 그렇소?”
드낙의 말에 바루익도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장애물을 보면 썩었든 말든 일단 큰 나무를 놓기보다는 자잘한 구덩이를 파 놓아서 훼방을 놓은 것이 헤드스 하이에나들이었다.
다섯 번 중에 한 번꼴로 나무가 길을 막는 정도였다. 그들도 나무를 옮기는데 힘들기 때문이었다.
길을 막아놓는 것에 자잘한 것을 많이 사용했는데, 지금은 큰 바위나 떨어뜨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노림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마력이 동나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섬뜩했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드낙은 보통 기사와는 다르게 마력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른 기사보다 세 배는 되는 마력량을 보유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영구적인 마법 사용이 가능했다.
해질녘은 금방 찾아왔다. 놈들은 점심 이후로는 함정을 놓지 않았다. 다르게 크게 준비할 것이 있는 듯했다.
드낙 일행은 그것을 깨달았지만 별수가 없었다. 절벽에 놓인 살아있는 넝쿨을 뽑아서 불을 지펴 검은 연기를 크게 내어 혹시나 싶어 사람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해가 저물어오는 것을 느끼며 드낙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결코 당황하지 마시오. 도망쳐도 놈들은 하체가 네발이고, 머리도 달려있소. 위로는 인간의 상체를 지니고 있어서 무기도 다루니, 흩어지면 오래 도망치지 못할 것이오.”
모두 결의를 다졌다. 잘 보이지 않는 적의 존재는 전의를 불태우기 힘들었기 때문에 마음을 크게 다스려야 했다. 이스핀은 아직도 위기감이 잘 오지 않았다. 드낙의 강함 때문이었고, 적의 규모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감이 오지 않는 것이다.
큰 바위가 떨어져도 선제타격을 해서 소리만 컸을 뿐, 위험하다고 느끼지도 못했다.
끄어어엉!! 컹껑! 끄응엉엉!!
괴이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질녘부터 체력을 빼기 위해서인지 벌써부터 나타난 〈헤드스 하이에나(Heads Hyena)〉들은 짖는 것은 물론이고, 산양의 뿔을 나팔처럼 사용해서 불었다.
또 몇몇은 전과같이 돌을 던지기도 했다.
계곡으로 1열로 보이는 숫자만 50마리가 넘었기에 실제로는 그것의 4배가 될 수도, 2배가 될 수도 있었다.
적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었기에 드낙은 더욱 크게 긴장해있었다. 상대의 전력을 알지 못했기에 전술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놈들은 우리가 〈조용한 계곡 성채〉로 가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왜 그런지는 드낙도 몰랐다. 답은 계곡 성채의 기사가 알고 있을 것이다.
적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헤드스 하이에나는 결국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후방에서 멀찍이 떨어진 상태에서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늦은 밤이 될 때까지 그 소란은 계속됐다. 모두 신경이 곤두선 채 철야를 할 생각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드낙 또한 잠을 자지는 못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드낙 님께서 달려 올라가서 쓱싹하면 안 됩니까?”
“올라갈 곳이 마땅찮다. 그리고 올라간다고 해도 놈들이 양쪽으로 있는데, 무슨 수로 다 잡겠느냐? 겁은 줄 수 있겠지만 그건 때를 봐서 해야 할 일이다.”
드낙은 기회를 노리고 있기도 했다. 적어도 우두머리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달려들고 싶었다. 저들도 설마 드낙이 가파른 절벽을 돌진해서 올라갈 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자정이 넘어가고, 달빛이 계곡 아래에까지 깊이 달빛을 보낼 즈음에 놈들에게서 반응이 왔다. 주도권은 그들에게 있었다. 지형적으로 우세함이 대단했다.
“끄! 메에에에!!!”
그리고 산양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색, 흰색, 갈색, 점박이 등등 다양했다. 하지만 목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드낙은 단번에 산양들이 늙은 것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산양들의 엉덩이에 마른 넝쿨이 그물처럼 엮어진 채 불이 붙은 채 삽시간에 우르르 내려가기 시작했다.
불이 털을 태우고, 살을 태우자 늙은 산양이 정신없이 내달렸다. 양쪽 눈이 좌우를 못 보게 가려져 있었고, 앞만 볼 수 있게 만들었기에 그저 앞으로만 내달렸다.
“미친!”
바로 위에서 산양 떼가 내려오자 모두가 경악했다. 가축을 무성의하게 버리는 짓이었다. 하지만 〈기사의 마법〉을 사용하게 만드는 데는 탁월한 수단이었다. 드낙은 이번에도 마법을 사용했다.
“〈교차하는 결빙 구역(Crossing Frost Zone)〉!”
일정 구역이 얼어붙으면서 공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바닥에서 날카로운 얼음 송곳이 튀어나왔으며 구역에 들어선 산양들의 발부터 얼음이 타고 오르며 몸을 옥죄이기 시작했다.
쿵!
얼음 송곳에 찔린 산양이 딱딱하게 경직되어서 쓰러졌는데, 뒤에 달리던 산양이 그 엉덩이를 뿔로 받았다. 바로 엉덩이가 들어올려지면서 발라당 뒤집어졌는데, 항문부터 얼음 송곳이 박혀서 그대로 세워진 채 바들바들 네발을 떨었다.
산양떼는 그 한 번의 마법으로 돌진이 막혀서 우수수 굴러떨어져내렸다.
파자자작!
마법이 끝나며 얼음 파편이 그대로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튀어나왔다. 뭉쳐서 쓰러져 얼음에 멈춰져있던 산양들의 몸이 육편이 되어서 떨어져내려 마법 천막을 피와 살조각, 뼛조각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그 흉악함은 나약한 가축을 통해서 더욱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줬기에 계곡에 조용한 침묵이 나돌았다.
설마 100마리가 넘는 늙은 산양의 무식한 돌진을 상대로 아예 육편을 만들고, 단단히 얼음과 산양의 몸으로 서로 막아버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마지막에는 비산하는 피들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짓는 헤드스 하이에나도 있었다.
얼음 마법이었기에 마력 소모율이 낮고, 효율이 좋아 상당한 규모임에도 적당한(中) 마력을 소모했음에도 현실에서 나타나는 마법의 파괴력은 실로 대단했다.
“발 우이뜨(빠진다)!”
결과를 들은 우두머리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이만하면 충분히 적 기사의 강철 갑주에 있는 마력을 뺏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완전히 물러났다. 그 뒤로는 장애물도 없었고, 평탄한 길이 계속됐다.
“조용한 계곡 성채가 바로 저깁니다.”
양쪽으로는 일부러 깎아내린 인위적인 절벽이 있었고, 그곳으로 비계가 좌르륵 있었는데, 꼭대기에는 봉화대가 있었다. 양쪽에 모두 있는 봉화대는 튼튼하게 방비가 되어있었다.
아래로 보이는 성벽은 척 보아도 단단해 보이는 돌로 된 성벽이었다. 돌 곳곳에 석회를 집어넣어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틈이 없도록 해놓았다.
성문은 열려 있었는데, 병사들은 물론이고, 시민으로 보이는 자들도 나와서 헤드스 하이에나들의 시체를 치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단순하게 구덩이를 파서 매장하고 있었다.
아마도 전염병을 우려한 듯했다. 드낙의 일행이 접근하자 피로 범벅이 된 병사 하나가 허둥지둥 달려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6582자
평추코! 다양한의견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