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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76화 (275/1,239)

0276 <-- 구불 계곡을 지나 -->

‘무슨 능력을 또 받을까?’

드낙이 기대감을 가진 채 〈검은 꿈〉에 들어왔다. 여전히 바닥에는 팔 하나가 툭 튀어나와있었고, 검은 연기를 자욱하게 뿜어내며 검은 꿈에 묶여있는 듯이 보이는 존재 3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해골 기사였고, 자신의 안식을 드낙이 헤쳐서 혹은 〈검은 꿈〉의 영향으로 눈을 뜨게 된 〈세파리아스 불파겐〉이었다. 그 또한 거기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둘은 흑마법사의 제자였고, 변종 키메라로 개조되어 드낙에게 덤벼들었던 〈변종 키메라〉인 〈포낙서스〉였다.

셋은 연금술사라기보다는 점성술사의 재능이 더 뛰어났던 〈흰여우 새린〉이다.

드낙은 그들에게 지식을 배우며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검은 문은 없네.’

수준이 수준이었다는 뜻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검은 여과기〉에 가득 찬 검은 것들이 꿈틀거리며 줄어들었고, 하얀 물이 그릇에 담겼다.

‘쩝.’

드낙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릇에 손을 대었다. 환상이 그를 덮쳤다.

큰 산과 빠르게 흐르는 계곡물. 그곳에서 나타나는 푸르른 초월의 힘을 움켜쥔 그렘린이 불길한 검은 박쥐의 날개를 펼쳤다.

주력은 변질되었고, 〈원시 저주〉를 낳았다. 그것은 〈원시 토템〉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허접한 수준의 저주였다.

“크아아!!”

때로는 상처가 덧나고, 덧나서 고름으로 가득 찰 때까지 치유가 되지 않기도 했고.

“쿠웨에에엑!”

먹으면 토하고, 죽을 먹어도 토하기도 했고.

“아큭!”

온갖 불운에 시달리기도 했다.

수많은 효과를 지닌 저주인 것은 아니었다. 어떤 저주가 발현되는지 자신도 모르는 것이다. 그게 바로 〈원시 저주〉였다. 말 그대로 〈무작위 저주〉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온갖 다양한 저주가 드낙에게 환상을 통해서 내보여졌다.

‘주력의 양에 따라, 상대에 대한 원한과 증오, 분노에 따라서 위력과 지속시간이 달라진다.’

분노하면 드낙이었다. 물론 세파리아스보다는 못했지만, 드낙 또한 불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드낙의 성격이 불같아서가 아니었다. 강자가 되면서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없을 때, 드낙은 확실히 분노조절장애자였고 무엇보다 적이라고 판단된 놈들에게는 일말의 정조차 주지 않고 죽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드낙의 적의는 매우 거칠었고, 날카로웠다. 저주술사의 가장 큰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괜찮은데? 보이지도 않으니까, 전투 때 쓰기도 좋고.’

주력을 그저 뿜어내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원시 저주술〉은 절차가 매우 간단했다. 전투 시작 전에 가장 강한 놈에게 걸어주면 그만이었다. 주력을 다른 곳에 돌리는 것이라고 해봤자 도노랑 카이야에게 주는 것뿐이었다.

흥겨워하는 드낙의 귀에 세파리아스의 혀차는 소리가 들렸다.

“쯧쯧. 다수마법 하나에도 미치지 않는 그딴 잡기를 배워서 뭐 한다고.”

평생을 무(武)의 탑을 쌓아올려 일인만장(一人萬丈)의 경지에 올라선 것이 세파리아스였다. 모두가 너무나도 두려웠기에 먼저 검을 뽑아 그 목을 노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철혈의 군주가 세파리아스였다.

“아직 내 나이가 20도 안 되었는데, 당연히 나중에는 더 커지지 않겠어?”

“다 쓰지도 못할 거다. 네 녀석의 그릇이 전투 중에 네가 지금까지 획득하고, 앞으로도 획득할 모든 것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순서를 정하면 되겠지.”

“그럼 당연히 규칙성이 생기고, 되려 역풍을 맞지. 어리석은 놈아.”

페이즈로 구성된 보스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말 그대로 드낙 레이드가 되는 것이고, 죽는 것은 프로그래밍된 행위를 반복하는 보스 몬스터였다. 세파리아스의 팩트리어트 미사일에 맞은 드낙이 눈을 찌푸렸다.

“검! 그리고 전신갑주와 마법! 네 수준에는 그것만 전투에서 잘 활용하도록 숙련되는 것이 최선인 것을 왜 모르느냐?”

열 가지를 싸우면서 모두 사용하려면 머리가 터져나가는 법이다. 그런 싸움 스타일을 연마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드낙은 되려 자존심이 욱하는 것을 느꼈다.

세간에서는 자신을 〈청혈 기사(Blue blood Knight)〉라 추켜세워주고 있는데, 세파리아스는 만족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만 좀 해라. 이 정도면 성공한 거지. 다른 곳에 눈을 돌려도 되잖아?”

“미친놈. 기사가 잡기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데.”

“시끄러워. 많으면 장땡이야!”

“배터져 죽겠지.”

드낙은 그렇게 〈원시 저주술〉을 배웠다. 주력이 조금 올라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저주술에 대한 근본을 깨우치게 되었다. 〈하얀 물〉을 통해서 완전히 숙련한 것이다. 마치 수천 번을 반복한 것처럼 〈원시 저주〉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좋은데?’

위력과 지속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얼마나 많은 〈초월의 힘〉을 지니냐는 것이었다. 그 보유량에 따라서 저주가 상쇄될 수 있었고, 위력과 지속시간이 줄어들 수 있었다.

〈힘은 결국 힘일 뿐〉.

초월의 힘은 언제든지 다른 힘으로 상쇄가 가능했다. 그것은 가장 강력한 법칙이었다.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까?’

저주는 물질에도 담을 수 있었다. 저주가 깃든 물은 독약과 비슷하게 될 수도 있었다. 주력이 많다면 군대를 저주에 물들게 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또 기사를 상대로도 결정타를 먹이기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서로 전신갑주에 깃든 마력을 소진했을 때, 저주를 사용한다면 확실하게 들어갈 것이다. 반대로 싸우기 전에 사용한다면 전신갑주의 마력이 갑자기 주력과의 상쇄로 줄어들 것이다.

‘좋지.’

드낙이 온갖 활용법을 생각하면서 검은 꿈에서 시간을 보냈다. 수업도 뒤로 미룰 정도로 〈원시 저주〉를 활용할 방법에 몰두했다.

자고로 남자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못하는 것이 보통이었기에 드낙은 어느새 트롤에 대해서 묻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특히 세파리아스의 도발로 더욱 저주를 잘 써먹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어떻게 써먹어야 잘 써먹었다고 할까?’

병사들의 무기에 부여할 수도 있었다. 물론 지속시간이 낮았기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아니지. 오히려 내 무기에 부여하면 되잖아?’

스틸 플로잉 리버는 마법검이지만, 탄력만 괴이할 정도로 높을 뿐이었다. 저주를 부여하면 더 강력한 롱소드가 될 것이다. 일명 〈저주검〉!

‘미리 사물에 부여해놓고, 사용하면 오히려 더 좋겠지.’

자신의 전투 스타일에 바로 녹일 수도 있었다. 드낙은 자신의 주력(呪力)이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낮은 계곡 마을〉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촌장집에 몰려들어왔다. 아침부터 이런 상황에 놓인 촌장 맥안스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노기에 찬 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무두장이 보리스가 헛웃음을 지었다. 맥안스가 그를 노려보자 그도 눈을 마주쳤다. 양보할 수 없는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촌장님.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일반적〉인 것 아닙니까?”

“이, 일반적? 그럼 여기에 기사가 온 것도 일반적이냐? 에드윈 가문도 자기들 앞가림하느라 바빠서 여기까지 병사도 못 보내왔는데, 무슨 일반적이라는 소리냐?”

그 말에 사냥꾼 존이 대답했다.

“경우가 다르지 않소. 안 그렇소?”

“맞습니다. 그거랑 그거는 경우가 다르죠.”

“무슨 경우? 이 미친 사람들아. 모두 목이 잘리고 싶어? 상대는 불파겐 가문이야!”

“몽펠리에 가문의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한 번 말해보는 것은 괜찮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이 크게 소란을 피웠다. 촌장은 손으로 진정하라는 말을 하면서 조용히 시켰다. 모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당연히 돈 때문이었다. 자원 때문이었다.

드낙이 지닌 부산물이었다.

“명예로운 기사가 토벌에 성공했으니, 가난한 마을에 부산물을 내줘야 하는 것이 일반적 아니오? 내가 기사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오.”

“그는 큰 명예를 세웠으니, 더 큰 명예를 아는 기사일 것이오.”

“잔치를 벌인다고 고기나 주고 끝낼 생각인데, 그것만 봐도 우리를 무서워하는 것 아니겠소?”

수근덕거리는 소리에 촌장이 아예 존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대었다.

“이, 이 미친놈이!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뭘 안다고!!”

얼굴이 시뻘게진 촌장의 발악에 모두가 서둘러 두 사람을 떼어냈다. 존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촌장이 이 정도까지 화를 내자 찔끔했다. 마을의 가장 큰 물레방아를 가진 것이 촌장이었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것부터 무거운 통나무까지 단번에 조각 내게 만드는 것이 촌장의 물레방아였다.

그런 지역 유지가 대단히 버둥거렸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촌장은 씩씩거리면서 머저리들을 보며 말했다.

모두 한 가닥씩 기술이 있어서 마을에서 우대를 받고 큰소리치면서 사는 놈들이었다.

“말이 잔치이지, 고기 대부분이 남아돌아서 말려 육포가 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마을은 큰 은혜를 입은 것이야. 근데 거기서 더 달라고 하는 것은 양심 문제가 아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입니까?”

정신을 못 차린 사냥꾼 존이 주제도 모르고 까불었다.

“다 몰수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토벌을 하겠다고 했을 때, 내가 직접 봤다. 오히려 몽펠리에의 기수들은 싫은 표정을 지었어. 오직 드낙 경이 스스로 나선 일이 이번 그렘린 토벌이다.”

촌장이 무서운 눈을 했다.

“네놈들이 그리 믿는 몽펠리에 놈들은 트롤 토벌에 눈이 돌아가 있어! 여기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생판 들어본 적 없고, 보부상에게 한 마디 들었던 청혈 기사의 독단이다!”

“······”

그 내막을 몰랐기에 모두 핼쑥한 표정을 지었다. 촌장 맥안스만큼 오래 촌장질을 하며 남의 표정을 읽을 줄 알지 못했다면 그도 몰랐을 내막이었다. 바루익의 그 싫은 표정, 시간을 버린다는 표정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래도 부탁을 한 번 하는 것은···”

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방금까지 드낙을 옹호했지만 이번에는 또 드낙을 욕했다. 촌장 또한 욕심이 없는 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불파겐 가문. 탐욕으로 물든 귀신이 들러붙은 저 불길한 머리카락을 봐라. 이야기꾼에게서 들은 오우거의 머리카락과 똑 닮았다. 놈들에 대한 소문은 틀린 게 하나도 없을 거야.”

퉤!

촌장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렘린의 부산물, 귀족에게는 별반 이득도 안 줄 것인데. 금화도 넘쳐나게 있을 전신갑주를 입은 귀족 놈이 부산물을 모조리 챙기는 것이 말이 되는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하지만 봐라. 드낙 경이 싫다고 하면 내가 뭘 할 수 있겠느냐? 탐욕스러운 귀족이라 그냥 넘어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쥐 고기나 많이 먹고, 남은 고기는 훈제하거나 말려서 겨울나기에 쓰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현실이다.”

그 말을 듣고는 주위가 조용해졌다. 모두 썩은 고기를 입에 문 표정이었다.

뭔가 짓밟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촌장은 자신의 선택을 오로지 드낙의 죄로 만들었다. 그렇게 돌렸다. 자신의 판단조차도 드낙이 탐욕적이라고 씨부렁거림으로써 마을 사람들의 분노를 드낙으로 옮기며 자신의 입지를 지켜낸 것이다.

자신이 드낙을 욕하지 않으면 결국 뒷담화는 자신으로 향할 것이다. 드낙은 떠날 사람이고, 자신은 계속 이 마을에 있어야 했다.

그러므로 촌장 또한 이 마을의 일원처럼 드낙을 욕해야 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정도로 욕을 해야 했다.

“잘 알아들었으면, 그렇게 알고들 조용히 보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드낙은 결국 명예조차 쥘 수 없었다. 이 폐쇄된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가난할 뿐이었고, 착하지는 않았다.

서로 자기 살 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할 뿐인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 나부터 살고 나서야 남을 도와줄 수 있는 평범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일 뿐이었다.

촌장은 끝까지 드낙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

‘어차피 두 번 볼 사이도 아니다. 이렇게 이용하는 게 나를 위해서도 좋고, 마을을 위해서도 좋다.’

부산물을 노리는 생각 따위 버렸다. 그렘린을 토벌한 것만 해도 큰 이득이었고, 대량의 박쥐 고기와 그렘린 고기는 로또 대박이나 다름없었다. 또 드낙이 부산물을 챙기고 입을 싹 닫았기에 부탁하더라도 못 받을 것을 잘 알았다.

촌장 또한 사람이었기에 배알이 뒤틀린 것이다.

인간은 간사한 법이었다. 상황에 따라서 휙휙 바뀌는 것이 정상이었다. 지금 좋다고해도 나중가서 딴소리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비이성적이며, 감정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잔치가 시작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대었다.

“청혈기사! 청혈기사! 우리의 영웅!!”

“와아아아아!!!!”

짜자자작!

박수갈채가 끝도없이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드낙이 술잔을 든채 위로 올리자 모두 똑같이 따라했다.

“청혈기사! 청혈기사! 우리의 영웅!!!”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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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다양한 의견추!

??? : 사람을 믿었음? 간사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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