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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75화 (274/1,239)

0275 <-- 구불 계곡을 지나 -->

냄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대었다. 그것도 한 명이 울리는 것도 아니었기에 드낙은 단번에 벌떡 일어났다. 잠에 들기 전에 거주하는 위치도 입구에 가까운 움막에서 잠을 청한 드낙이었다.

순식간에 밖으로 나갔다.

달빛이 내려와 드낙의 눈에 스며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았다. 세파리아스가 한 소리를 해도 작은 놈들에게서도 큰 능력을 뽑아먹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드낙이었다.

스킬은 쌓아두면 쌓아둘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드낙은 주력에 대해서 기대하는 점이 있었다. 빤스런 발룬을 이실레아에게 주고 나서는 주력을 카이야와 도노에게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렘린들 또한 주력을 사용하니까, 좋든 나쁘든 얻어야 한다.’

이러한 판단 속에서 드낙은 움막 밖으로 빠져나와 서둘러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자경단 넷이 냄비를 두들기며 드낙을 부르고 있었다.

“기사니이이이임!!!”

네 명이 연거푸 달려오자 드낙이 소리쳤다.

“소리를 지르며 예정된 피난굴로 향하라!”

“예!!!!”

도망치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자경단의 표정이 확 밝아지면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도망을 쳤다. 기사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그런 믿음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거친 날갯짓 소리가 드낙의 귀에 들려왔다. 망루에 반쯤 올라가서 확인하는 것도 우스웠다.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었기에 얌전히 옆에 비켜서서 기다렸다.

덜컹.

준비한 나무판자를 들어 올렸다. 머리 부분만 뚫려있는 판자였다. 당연히 드낙이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흙이 조금 묻어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자연스러웠다.

‘그렘린들이 들어오면 단번에 방어마법을 두 번 사용해서 굴의 입구를 무너뜨린다.’

다시 뚫는 것은 어렵지도 않았다. 마법의 얼음이기에 몇 시간도 머물지 못할 것이다. 흙 또한 무너지지만 얼음방벽이 사라지고 나면 틈이 보이기에 빠져나가서 양쪽으로 파내면 되었다.

드낙이 손목 스트레칭을 했다. 〈마법불꽃〉보다는 현저하게 오래 유지되는 것이 〈마법얼음〉이었지만 그것도 몇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 말은 그 시간 내에 적어도 모든 그렘린을 죽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박쥐는 신경도 안 써야지. 그렘린부터 노린다.’

그저 달리기만 해도 박쥐는 알아서 떨어져 나갈 것이고, 달라붙는다고 해도 1cm도 안 되는 이빨로 뭘 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되었다. 결국 세파리아스가 말한 대로 학살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파다다다닥!!!

엄청난 날갯짓 소리와 함께 박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삐기깅! 삐깅! 삐삥!

애처럼 높은 울음소리였고, 순식간에 박쥐떼가 드낙의 눈을 지나갔다. 아주 익숙한 것인지 그중에 박쥐 수십 마리는 벌써부터 오물을 싸면서 지나갔다. 똥과 오줌이 바닥에 떨어져내렸다.

‘으, 더러워.’

드낙이 그걸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렘린들은 아무래도 인간을 쫓아낼 수단으로 쳐들어와서 훼방을 놓는 듯했다. 그건 그에게 매우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쳐들어왔으면 끝장을 봐야지, 이렇게 약한 수단이라니.

박쥐떼가 지나가고 그제서야 그렘린 수십 마리가 날개를 쫙 펴며 활강하며 높이를 맞추며 다시 날갯짓을 했다.

그 숫자는 드낙에게 충분히 많아 보였다. 못해도 50마리는 넘어 보였다.

‘체격이 제법 크네.’

160cm는 되어 보였다. 몇몇 그렘린은 170도 있었다. 모두 아주 큰 박쥐 날개를 가지고 있었고, 다리에도 나무창이나 몇몇 무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어떤 그렘린은 양발을 꼭 모아서 묵직한 돌덩이를 들고 있었다.

척 봐도 크게 던져 골통을 부술 생각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주술 아이템들도 많이 갖추고 있네.’

발찌, 팔찌, 목걸이, 코걸이 등등 어떤 그렘린은 온갖 동물의 깃털을 모은 것을 등에 두르고 있었다.

드낙의 눈이 입구에 있는 바닥에 고정되었다. 그의 입이 달싹거렸다.

“〈솟구쳐오르는 빙산(Rising Iceberg)〉.”

전신갑주에 있는 블루 사파이어가 빛을 발했다. 미약한 빛이었고, 나무판자에 가려졌다. 드낙은 자신의 마력 또한 블루 사파이어로 보냈다. 두 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콰드드득! 쾅!

땅이 엎어지면서 얼음판이 솟구쳐올라 천장을 후려쳤다. 밑에 있던 얼음판과 서로 부딪치면서 뒤엉켜 옆으로 떨어져내렸다. 얼음판은 계속해서 빠른 속력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발 바라아아아악!!!!”

그렘린들이 펄떡 뛰었다. 서둘러 빠져나가려던 그렘린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얼음판이 워낙 빠르게 솟구쳐 올라왔고, 흙과 돌무더기가 떨어졌으며, 무너진 얼음판이 들썩거리면서 다시 얼음판이 또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 위험천만한 곳을 뚫고 지나가기에는 그들의 간은 크지 않았다.

대신, 얼음을 깨기 위해서 주술 아이템을 사용했다. 주먹으로 쥐고 눈을 까뒤집으며 고개를 덜덜덜 떨어대었는데, 주술 아이템에서 황토색 혹은 나뭇잎 색의 〈힘〉이 빠져나왔다.

하지만 무엇이 변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텅!

들고 있던 큰 돌을 얼음판에 던져보았지만 금이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렘린들은 자신들의 퇴로가 막혔다는 것을 인지했다.

파각!

그때, 드낙이 판자를 부수며 나타나서는 그대로 달려들었다.

쿵쿵! 쿠웅! 쿵!

빠르게 달려나가며 크게 도약하여 땅을 찍고 다시 한 번 뛰어올랐다. 그렘린 하나가 껑충껑충 뛰는 드낙의 모습을 보며 킬킬 웃다가 빗살 같은 투척 단검의 궤적에 그대로 목에 단검이 꽂혔다.

어마 무시한 드낙의 근력으로 만들어진 투척 단검은 목뼈조차 정확하게 꿰뚫었다. 특히나 그렘린들의 뼈는 새처럼 뼈에 구멍이 뚫려져 있어서 더욱 관통 당하기 쉬웠다.

화살에도 맥을 못 추리는 것이 그렘린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겁이 많은 휴머노이드 종족이 되어버렸다.

평범한 사냥꾼에게서도 사냥당할 수 있는 여건을 지닌 것들이라 숨어사는 것이 기본 생활이었다.

“꺽! 키, 꺽!”

그대로 추락하며 소리를 내려고 발악하려다가 머리부터 땅에 부딪쳐서 그대로 목이 꺾이며 죽어버렸다. 그렘린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동료의 복수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물론 그 그렘린과 제법 친하게 지냈던 그렘린 몇이 드낙에게 달려들었다.

다리에 쥔 무기를 투척하면서 앞으로 빙글 회전하며 창을 찔렀다.

능숙한 연계기였고, 숙련된 티가 났다.

드낙은 돌도끼를 피하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신갑주는 철퇴 같은 둔기로 후려쳐도 내부에 들어오는 충격량은 크지 않았다. 전신갑주를 입은 기사를 잡으려면 송곳 같은 단검으로 틈을 찌르거나 투구를 벗겨야 했다.

캉!

돌도끼가 선명한 소리를 냈지만 드낙은 꿈쩍도 안 한 채 찔러들어오는 창을 잡아서 그대로 당겼다. 그렘린이 그대로 드낙을 향해서 딸려들어왔고, 그런 놈에게 드낙이 박치기를 했다.

뻑!

이마에서 피가 터져 나오면서 그렘린이 바로 정신을 잃었다. 쓰러지는 그렘린의 추락 속도가 느릿하게 느껴졌다. 즉사였다.

쉬익.

드낙의 롱소드가 움직였다. 옆에서 틈을 찌르려던 그렘린의 눈을 롱소드가 긋고 지나갔다.

“카악!”

창이 위로 향하면서 드낙의 투구를 긁었지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그렘린의 검은 머리채를 잡아서 드낙이 몸을 반쯤 회전하며 투척했다. 다른 그렘린이 투척한 그렘린에 부딪쳐서 땅에 떨어지자 드낙이 범처럼 달려들어서 그대로 아랫배를 강하게 밟았다.

파르르!

그렘린이 전신을 떨면서 숨조차 쉬지 못해 고통스러운 고함조차 지르지 못했다. 내장이 크게 짓눌리는 고통은 어마어마했다. 쩍 벌린 그 입에 드낙의 롱소드가 박혔다. 검은 한 번 꺾이고 나서 다시 뽑혀졌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것을 본 그렘린들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특히나 겁을 먹어서 패닉 상태에 빠진 그렘린은 천장에 되려 머리가 부딪쳐서 다시 떨어져서 드낙의 앞에 떨어졌다.

펄럭!

서둘러 날갯짓을 하며 먼지를 일으키는 그렘린의 눈에 달빛이 번쩍였다. 목에서 피가 솟구쳐 앞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렘린이 입을 뻐끔거리면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천장에 아슬하게 올라온 그렘린들이 매캐한 검은 연기를 마주했다.

“콜록! 켈럭! 켁켁!”

생나무를 태워서 나오는 검은 연기는 10분 동안 타오를 정도의 양이었지만 천장에 벌써 자욱하게 올라와 있었다.

그렘린들이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순찰자 두 명이 호위를 받으면서 정조준하여 활을 쏘아서 날개를 맞추었다.

한쪽 날개가 맞자마자 균형을 잃고 핑그르르 돌면서 왼쪽으로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처박은 그렘린이 움막에 처박혔다. 그리고는 추욱 늘어졌다.

드낙은 돌팔매질보다는 활을 쏘았다. 투석(投石)은 굉장히 어려운 고난이도 스킬이었다. 돌마다의 무게가 아예 달랐기에 10미터를 정확하게 던지는 것도 어려웠다.

“삐리리릭!”

그렘린이 허둥지둥 움직이는 사이에도 제정신을 차린 그렘린은 박쥐 소리를 내어 박쥐들을 조종했다. 가장 위협적인 드낙과 활을 쏘는 순찰자를 노렸다.

“박쥐떼가 온다!!”

바루익이 양손에 방패를 쥔 채 소리쳤다. 다른 이들도 비슷하게 최대한 체면적이 높은 방패를 쥐고 있었다.

“우랴아아아아아!!!!”

이스핀이 칼춤을 추듯이 원형 방패를 휘두르며 몸을 빙글 돌리면서 생쇼를 하다가 그대로 넘어졌다. 무릎이 크게 땅에 부딪쳤지만 쪽팔림 때문에 벌떡 일어나서 다시 원형 방패를 신들린 것처럼 아무렇게나 휘둘러대었다.

방패를 무기로 선택한 것은 작은 박쥐들을 상대로 매우 주효했다. 특히 숫자가 많은 박쥐를 상대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박쥐 수 마리가 머리나 몸 혹은 날개를 다쳐서 땅에 떨어져 펄떡거렸다.

순찰자들은 몸을 낮춘 채 방패를 휘두르기 좋게 공간을 내어주며 기어 다녔다. 그리고는 꾸준히 제조한 가죽 주머니의 가루 중에 눈에 들어가면 따가운 것을 멀리 투척했다.

파사사···

“삐이이익!”

박쥐들이 너도나도 괴로워하면서 목표를 잃고 엉뚱한 곳으로 움직였다. 그렘린의 명령보다는 자신에게 다가온 고통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쫓아버리기도 쫓아버리며 박쥐떼를 상대하는 사이에 드낙은 곳곳을 내달리면서 도망치는 그렘린을 잡기 바빳다.

까다닥. 까닥.

박쥐 하나가 뒷목을 물었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투구에 박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도 손짓 한 번이면 끝이었다.

촤아악!

후두두둑!

드낙은 오직 방향을 틀 때에만 검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박쥐들은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드낙을 쫓던 박쥐는 물론이고 들러붙은 박쥐마저 드낙의 유려한 검술에 정확하게 베어졌다.

그 외에는 전력을 다하여 팔을 휘적거리며 달렸다.

“카악!”

움막을 짓밟고 그대로 뛰어오른 드낙이 그렘린의 발을 잡아채자 그렘린이 그대로 땅으로 처박혔다. 110kg이 넘는 드낙을 감당하고 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렘린의 체중은 크기에 비해서 매우 빈약했기 때문이다.

“키아아악! 캬아아악!”

버둥거리면서 양발로는 드낙을 밀어내고, 양팔로 드낙의 목과 투구를 잡는 괴상한 짓을 하는 그렘린을 보며 드낙은 헛웃음을 지었다.

‘뭐가 이렇게 형편없어? 전사라고 여길 것들이 없네.’

퍽!

근거리였기에 검을 휘두를 수도 없었다. 드낙의 주먹이 그대로 턱주가리를 돌렸다. 그것만으로도 힘이 크게 줄어든 그렘린을 한 손으로 짓누르고 거리를 벌려서 롱소드로 베어 죽였다.

학살의 시간은 1시간에 걸쳐서 끝났다. 〈얼음장벽〉은 2시간 즈음 되어서야 사그라들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람들을 불러와서 입구의 토사를 걷어내도록 하시오.”

바루익에게 드낙이 명령했다. 그가 그대로 이행하겠다며 사라졌다.

“이스핀! 너는 부산물을 챙길 준비를 해라. 마을 중앙에 시체를 쌓아둬라.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서 물을 끼얹어서 피를 씻어내고.”

“예!”

일반 박쥐의 날개 그리고 머리는 연금술사들이 찾는 재료이기도 했다.

〈그렘린의 큰 날개〉는 당연히 연금술사나 마법사들이 좋아하는 마법 재료였다. 주력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주력 연구〉로 써서 견습 마법사들의 수업 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그렘린의 두개골〉 또한 중요한 연구 자료였다. 특히 〈원시 주술〉은 생각, 집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수준 낮은 저주이기에 교재용으로도 일품이었다.

이스핀이 순찰자 2명과 함께 사람들을 관리하여 부산물을 한곳으로 모았다. 죽은 박쥐는 200마리에 달했다. 그렘린의 경우에는 72마리였다.

50마리로 본 것과는 다르게 뭉쳐있어서 사실은 더 많은 숫자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드낙은 피를 씻어내고 동이 트기 전에 깨워달라고 말한 뒤에 먼저 잠을 청했다. 해가 뜰 즈음에 이스핀과 다른 사병들이 잠을 잘 것을 대비하여 미리 잠을 자는 것이었다.

“크릉.”

도노가 드낙의 옆에 자리잡았다. 카이야와 도노는 워낙 적의 숫자가 많았기에 피난굴에 함께 숨겨놓았었다. 드낙은 도노의 엉덩이를 쓰다듬다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검은 연기가 드낙을 덮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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