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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54화 (253/1,239)

0254 <-- 원시 네크로맨서 -->

하늘을 솟구쳐 오르는 불화살 두 대가 그대로 무너진 〈구울 묘지기(Ghoul Grave keeper)〉의 등판에 따로 안착했다.

화르르!

불길이 거세게 치솟으며 기름이 흐르는 곳으로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구울 묘지기와 함께 하고 있던 〈원시 언데드〉들이 벌떡 일어나서 타고 있는 몸을 손으로 탁탁 치다가 이내 데굴데굴 구르며 추락했다.

“불이다! 부우우울!”

보통이라면 〈시체 자원〉을 그저 시체로 남도록 관리를 해야 했지만 네크로맨서가 없었기에 구울 묘지기의 구성요소를 다루는 시체는 파편이라도 자아가 남아있었다.

아우성치는 시체들이 뛰어다니면서 곳곳으로 불이 번져갔다. 하지만 에르모는 거기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10미터가 넘는 거체(巨體)를 무너뜨린 조그마한 인간 기사가 자신에게 살기(殺氣)를 내뿜으며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놈을 막아야 한다! 근접하면 끝이다!’

결코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다.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았다. 단 한 번의 격돌이었지만, 에르모의 기세는 이미 꺾여있었다. 예기를 단번에 꺾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 덕에 전신갑주의 어마 무시한 내구도가 박살이 나며 어깨 보호구가 날아가 버렸지만, 그 이점은 매우 강력했다.

적극성을 잃은 에르모가 〈일그러진 곤봉(Distorted Club)〉을 바닥에 쾅쾅 찍어대었다.

“키야아아아아!!!”

그곳에서 시작된 하위 언데드가 전과는 다르게 괴성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 전투를 통해서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에르모였기 때문이다. 실전만큼 경험치를 주는 것이 없었다.

사령마력에 거친 자신의 감정을 담아 광폭화를 시킨 원시 언데드들이 그대로 날뛰었다. 그리고 그것을 제어하는 것은 악령들이 맡았다.

“가즈아아아아아!!!!”

악령 수십이 한데 모여서 들이찬 시체가 다른 언데드들을 끌어모아 시체의 파도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시체가 모이는 것을 두고 볼 세파리아스가 아니었다.

‘어딜!’

그에게 있어서도 시체 파도는 위협적이었다. 방호력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부위도 언제 부서질지 몰랐다. 드낙의 육체 스펙은 최상급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것을 100% 이상으로 사용하는 세파리아스의 파괴력과 부딪치는 구울 묘지기의 파괴력의 격돌을 드낙의 전신갑주가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런 힘의 격돌을 만들기 전에 박살을 내는 것이 편하고 좋았다.

세파리아스가 시체가 모여지는 곳에 거침없이 올라서서는 발을 내려찍었다.

〈행-풉 쇼크(Hung-Fub Schock, 외발 충격)〉.

왼발에 집중하여 체중의 지지대를 형성하여 오른발에 내려칠 힘을 최대한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본 골자인 비전이었다. 충격량은 쓰러진 기사를 〈죽이기〉위해서 고안되었을 정도로 강력했다.

마치 등을 단단히 받치고 앉아서는 양손에 바닥을 짚고 강하게 앞으로 발을 걷어차서 문짝을 뜯어내는 힘의 묘리와 가장 닮았다.

그것을 서서 할 수 있는 것이 이 비전이었다.

발전되면 왼발의 체중 집중 이후 오른발의 내려찍기의 그 찰나의 사이에 체중마저 옮겨버릴 수 있었다. 수련하는 기사마다 엄지발가락의 관절 쪽 두툼하고 큰 뼈가 있는 곳에 굳은살이 박히거나, 뒷발꿈치에 굳은살이 박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세파리아스의 경우에는 그것을 초월한 요령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그 미묘한 차이를 몰랐지만, 발을 어떻게 상대와 부딪치냐에 따라서 충격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그는 깨닫고 있었다.

갑옷을 상대로는 뒷발꿈치가 최고였고, 몸 전체에 충격량을 퍼지게 하기 위해서는 그냥 발 전체를 사용하는 것이 최고였다.

이번에는 충격량이 멀리 떨어져 나가야 했으므로 발바닥 전체가 타격면이 되어야 했다.

또한 세파리아스는 달리는 속력마저도 왼발의 지지대를 형성하는데 사용했다. 그것은 실로 까마득히 높은 무술이었다. 하나의 힘이 추가가 되었고, 그것을 신체로 다루고, 제어해야 했기 때문이다.

쾅!

몰려드는 시체의 덩어리가 출렁거리며 퍼져나가더니 비눗방울이 터지는 것처럼 와르르 무너져내리며 쏟아져서 흐트러져버렸다.

펑!

세파리아스의 정권에 어어 거리던 악령들이 모여진 시체의 두개골이 그대로 뻥하고 터졌다. 두개골의 뼈가 비산하고, 썩은 뇌수가 폭죽 터지듯이 터져나가며 그 위로 수십의 악령들이 솟아나더니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서 세파리아스를 덮쳤다.

“죽어라아아아아!!!”

수십 명이 소리치며 세파리아스를 덮쳤지만 그는 그냥 고개를 돌려서 다른 곳에 모이고 있는 시체 덩어리로 달려나갔다.

“크아아악!!!”

자신들이 무시당했다는 것에 분노한 악령들이 세파리아스의 등에 들러붙었지만 붉은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악령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악령들의 단단하게 뭉쳐있던 사악한 기운이 흐트러졌다.

〈마신장(魔神將) 오우거〉.

그것을 때려잡으며 대대로 업을 쌓아온 불파겐 가문의 혈통의 특성.

〈마법 저항〉이라는 것은 〈초월의 힘〉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다. 사악한 기운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저항에 부딪친 사령마력으로 이루어진 악령들은 자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어? 으? 아, 아안 돼! 내, 내 몸이!”

자신을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가 그대로 흩어지는 것은 육신이 분쇄기에 갈리는 것과 같았다. 악령 수십이 그렇게 허무하게 흩어져 버렸다. 물론 사령마력은 남았지만 악령 자체는 그냥 소멸해버렸다.

“막아라! 막아! 덤벼들란 말이다!!!”

에르모가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며 불타오르는 자신의 몸을 확인하며 더욱 곤봉을 내려쳤다. 땅이 헤집어지면서 유골이 나왔고, 그것은 곧바로 언데드가 되었다. 이 주변에는 사령마력이 득실거렸다.

원귀들도 그 힘을 받아먹어서 악령이 되어서 에르모의 몸에 들어갔다.

터더더더덩!

세파리아스의 질주는 체중이 20kg도 안 되는 형편없는 시체들로는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악귀들은 감히 세파리아스에게 들러붙지도 못했다. 사자의 갈기처럼 휘날리는 거친 머리카락에 닿기만 해도 똘똘 뭉쳐진 사령마력이 제어를 잃고 흩어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네가 나서야 해! 멍청한 놈아!”

훈수를 두는 악령들이 많았지만 에르모는 다른 소리를 지껄였다.

“놈도 인간이다! 지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와 격돌했을 때, 누구보다도 에르모는 알 수 있었다.

태산(泰山)과 마주한 기분을.

그 절망감을.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본능은 이미 세파리아스 불파겐에게 패배했다. 기세는 그러한 것이었다. 선빵필승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1승을 먼저 챙기면 경기의 분위기도 변할지언데, 패배하면 목숨이 사라지는 전투에서 기세는 압도적인 승리 요소 중에 하나였다.

처음의 격돌에서 패배한 에르모의 본능은 이미 예기가 꺾여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이렇게 된 이상 에르모를 버린다!”

숨어서 힘을 탐닉하고 있던 악령들이 거칠게 튀어나와서는 에르모의 사지 곳곳으로 흩어졌다.

“윽?! 이, 이놈들이?!”

에르모가 경악하며 허둥지둥거렸지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대지에 잠들고 있던 원귀들조차 사령마력을 주워 먹고는 힘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육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이 개새끼들이! 상황이 어떤 줄을 모르고!!!”

그의 오른팔이 뚝 떨어졌다. 일그러진 곤봉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그곳에 흐르는 검은 진액으로 이루어진 원령들이 튀어나와서는 사방팔방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모두 에르모에게 희생된 자들의 혼이었다. 그런 혼들은 좋은 힘의 구실이었기에 원시 언데드에게 잡혀서 먹히기도 했다.

사방이 그야말로 지옥도였다.

아장아장 걷던 검은 진액으로 된 한이 많은 아기혼의 머리에 해골의 입이 쩍 벌려서는 그대로 집어삼켰다.

일그러진 곤봉을 이루고 있던 검은 해골들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검은 진액이 강물을 만들며 콸콸콸 쏟아져서는 흘렀는데, 땅으로 스며들지 않고, 끝없이 흘러내렸다.

“도망치자!”

오른팔은 모습을 변모하더니 슬라임 같은 것이 되었다. 당연히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발이 없기 때문이다. 아우성치는 악령들에게 세파리아스가 당도하였다.

촤작!! 팡!

무시무시한 기세로 자신의 애검, 〈강철이 흐르는 강(Steel flowing river)〉를 휘둘렀다. 검의 궤적이 멈출 때마다 파공성이 울리며 슬라임처럼 되어버린 시체의 구성요소가 터져나가며 뼈, 힘줄, 내장의 찌꺼기, 피 같은 것들이 사방에 비산했다.

“흐, 으! 아아악!!!!”

에르모에게서 떨어져 나가며 시체가 빠르게 검은 진액으로 되어버린 몸에서 입이 생겨나며 쩍 벌려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검은 진액이 터져나가면서 느껴지는 공허함, 탈력감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비전, 〈엘라스티쉬 제스트렁(Elastisch Zerstorung, 탄력적인 파괴)〉의 무서움은 바로 〈강철이 흐르는 강(Steel flowing river)〉이 지닌 탄력적인 특성에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드낙이 사용하는 것은 탄력을 이용한 원심력, 파괴력의 안정적인 증가였다.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탄력적 특성으로 그것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파괴력을 계속해서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내구성을 지닌 것이 보검(寶劍), 스틸 플로잉 리버였다.

그러나 진짜 무서움은 좌우로 한 번 오고 간 롱소드의 파괴력을 마지막에 터트리는 것이었다. 〈최대한으로 모은 힘〉을 외부로 방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탄력적인 파괴〉였다.

작은 폭발처럼 모이는 물리적인 파괴 속에서 4m가 넘는 슬라임 덩어리가 말 그대로 파편이 되어버렸다.

에르모의 왼다리 또한 독립해서 도망을 쳤다. 그곳에는 제법 강한 악령들이 많았다. 오른팔이 떨어져 나갈 때 에르모의 방해를 많이 받아서 제대로 된 모습을 받지 못한 것에 비해서 이 왼다리는 시체로 가득했다.

그것은 빠르게 수십 개의 발이 달린 짐승으로 변했다. 아니, 머리가 없었기에 기괴한 시체 다리로 보일 뿐이었다.

“이쪽으로! 병신아!!”

“그쪽은 횃불 성채인데? 머저리야!”

서로 욕을 하면서 방향을 두고 갈피를 못 잡고 갈려고 하다가 허리가 끊어져서는 그대로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며 떨어졌다.

〈자아〉가 살아있는 언데드의 비효율이었다. 〈원시 사령술〉이 〈사령술〉로 발전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 단점을 장점으로 세우는 것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헉!”

그리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오른 곳 위로 그림자 하나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그것을 가까이서 마주한 악령이 깃든 하위 언데드가 입을 떡 벌렸다.

입구멍 하나 없고, 눈구멍도 없는 투구를 쓴 전신갑주를 입은 기사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분명 오른팔로 향했는데, 어느새 이곳에 와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한쪽 어깨 방어구가 하나 더 박살나서 양 어깨가 훤히 보였다. 하도 속력까지 덧붙인 왼발 때문에 왼발의 무릎 보호대가 뜯겨져나가서는 구멍 난 양말처럼 발이 보였다.

그것도 움직일 때마다 왼발의 무릎 보호대 등이 후두둑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전신갑주는 헤비 렌스의 관통을 막아내는 방어구였다. 보통 방어구와 그 격이 달랐다. 기사를 일반인이 죽이려면 갑옷을 벗기고 죽여야 할 정도였다. 단두대조차도 전신갑주의 방어구를 찌그러뜨리는 것에 그쳐야 했고, 그 내부에 상처를 주지는 못했다.

그런 인간 기술력의 집약체가 지금은 걸레짝처럼 망가지고 있었다.

폭음과도 같은 굉음이 이어졌다. 이미 반으로 쪼개졌음에도 다시 반으로 쪼개져야 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흐물거리는 시체가 쏟아져내려왔다. 붕괴가 일어났고, 그것을 다시 뭉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그렇게 뭉치려고 하는 악령도 없었다. 모조리 도망쳤다. 그리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에르모가 발악하며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한 팔 남은 시체자원을 잔뜩 다리로 모아서 발차기를 하듯이 내려앉은 세파리아스를 노린 것이다.

‘피할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죽어라!’

“그아아아아아아!!!!”

에르모가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거대한 발이 세파리아스를 덮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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