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252화 (251/1,239)

0252 <-- 원시 네크로맨서 -->

드낙이 밑으로 오고 가고 4일, 일을 진행한 것 하루까지 합하여 5일을 허비하는 사이에 따로 떨어져서 재료를 모으다가 함께 합류하여 위로 향한 것이 순찰자 2명이었다.

그들은 추가적인 불을 태우기 위한 〈연료〉를 모으고 있었는데, 지진이 느껴지고, 거대한 괴성이 들리자 서둘러 온 것이다.

“미친.”

그들 중 하나가 욕을 뱉었다. 멀리서 봐도 작은 산처럼 큰 시체 거인이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주위로는 검고, 사악한 기운이 득실거렸으며 악령으로 보이는 것들이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를 질러대었다.

뻗어나가는 귀곡성은 멀리 있었음에도 귀가 따끔거릴 정도였다.

“서둘러 가야 해! 저길 봐!!”

흙먼지 속에서도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점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신갑주를 입은 드낙이었다. 전투를 결정한 것이다.

‘정신 나갔지만, 별 수 없다.’

기름 주머니를 많이 가져왔기에 불화살을 쏜다면 능히 불태워 죽일 수 있었다. 경갑옷을 입은 순찰자가 서둘러 뛰어갔다.

〈마법 불꽃〉은 번지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불화살이 반드시 필요했다. 물론 기름과 시체를 태울 수는 있었지만 그 〈초월의 힘〉은 물리적인 법칙과는 궤를 달리했다. 기름은 타버려도 번지지 않는 것이다.

그저 매캐한 연기만 낼 뿐이었다.

〈성기사 케이슨〉은 드낙을 쫓을 수 없었다. 순간적인 스피드라면 드낙이 말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을 벗어난 스피드였지만 기사였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시속 70km의 속도를 내는 것은 기사에게 어렵지 않았다.

인간의 두 배에 달하는 속력이었지만 그것을 납득하게 만드는 것이 〈전신갑주〉를 입은 기사였다.

‘내가 관심을 끌어야 한다!’

케이슨의 육체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죽 주머니를 하나 쥐고 달린 드낙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관심을 끄는 것이 옳다고 여겨졌다.

달리며 소년이 검을 뽑았다. 전신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와 먼지를 꿰뚫고, 〈구울 묘지기(Ghoul Grave keeper)〉에게 닿았다.

“황금빛이다!!!”

“성기사다!”

“죽여! 죽여!”

황금빛을 마주한 악령들이 거칠게 달려들었지만, 신성력은 기본적으로 〈치료의 힘〉이기도 했지만 악령들을 토벌할 수 있는 〈초월의 힘〉이기도 했다. 그 강렬한 빛무리 속으로 뛰어들어간 악령들은 단번에 찢어발겨졌다.

“와라! 사악한 존재야!! 영멸의 때가 오늘에서야 너에게 찾아왔다!”

준마를 탄 채로 달리는 케이슨의 외침이 에르모에게도 닿았다. 거대한 주먹이 위로 추켜올려졌다. 그 손에는 〈일그러진 곤봉(Distorted Club)〉이 쥐어져 있었다. 희생자들의 머리통으로 만들어진 곤봉은 검은 진액을 줄줄 흘러대었다.

또한 악령들의 그릇 역할도 했기에 시야가 곳곳에서 일그러져서 곤봉이 뒤틀려 보였다. 영혼력으로 인해서 빛의 굴절이 미약하게나마 일어나있기 때문이다.

후우웅!!!

육중한 체중은 곧 거대한 근력을 의미했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가속력을 만들어냈고, 무게에 따라서 중력의 kg 또한 다르므로 어마어마한 중력이 그의 손을 짓눌렀다.

시속 480km의 속력으로 내려쳐지는 팔과 곤봉은 평범한 사람은 막을 수 없는 것이고, 회피할 수도 없었다. 멀리서 보면 느리게 내려쳐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거대〉하다는 것만으로 스피드가 낮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저 정확성이 떨어지고, 뻗어나가야 할 거리가 길어졌다는 것뿐이었다. 오히려 선보이는 속력은 공기를 찢어버릴 정도였으며 거센 폭풍을 일으켜 자신이 일으킨 흙먼지를 모조리 흩어버렸다.

콰아아앙!!!

흙먼지에 숨어있었기에 케이슨의 옆에 떨어졌음에도 흙이 케이슨을 후려쳤다. 거대한 충격량에 그대로 엉망진창으로 날아간 케이슨의 몸을 보호하던 왼팔이 그대로 짓이겨지면서 살점이 작은 돌멩이에 뜯겨져 나갔다.

하지만 단번에 치유가 되면서 새살이 돋아갔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케이슨은 계속해서 어린 목소리를 내며 황금빛을 뿜어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일그러진 곤봉이 내려쳐진 곳에서부터 〈하위 언데드〉가 몸을 일으키며 수십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맨손에 불과했지만 숫자가 많았다. 하지만 하위 언데드들은 곧바로 사람을 습격하지 않았다. 그들 또한 〈원시 언데드〉였기에 자신만의 자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아아아악!!!

그곳에 악령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르릅!!”

부들부들 떨던 좀비와 스켈레톤들이 이내 두개골에 검은 기운이 똘똘 들어차서는 케이슨에게로 달리기 시작했다.

“성기사를 죽여라!!”

“가장 먼저 죽여야 해!”

빛이 어둠의 상극이라는 것은 오래된 민간신앙이었다.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허사가 되고 말았다.

“와아아아아!!!!”

경기병에 불과하지만 체중이 못해도 500kg은 되는 것이 말들이었다. 거기에 맨손 언데드라니? 우습기 그지없었다. 똘똘 뭉칠 필요도 없었다. 깃발을 뽑아들어 그것으로 휘둘러 후려치면서 5명에 불과한 기수들이 30구가 넘는 하위 언데드를 단숨에 섬멸했다.

“허접한 언데드들이 성기사에게 다가가게 해서는 안 된다!!”

“죽어 나자빠진 것들아!! 다시 땅으로 들어가라!”

투창은 나중을 위해서 아껴두었다. 140~160cm에 달하지만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집중하면 순식간에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봉쇄하고, 어렵게 만들 수 있었다.

〈바루익 블라인스〉가 거칠게 질주하며 주변을 크게 보려고 노력했다.

밑에서 그렇게 관심을 끌고 싸우는 사이에 드낙은 순식간에 등판까지 올라가있었다.

“끼에에엑!”

거칠게 소리를 내던 악령들은 〈열다섯개의 화염 깃털(Fifteen Flame Feathers)〉에 의해서 불타서 사라져갔고, 발을 잡는 언데드들의 팔은 거친 근력으로 뜯어내며 드낙이 그대로 짊어지고 온 기름 주머니를 풀어서 멀이 던졌다. 그대로 콸콸콸 기름이 쏟아 나오면서 흘러내리고, 흡수됐다.

“다들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이 기사를 죽여! 기름을 쏟아부었잖아!!!”

악령 하나가 꽥꽥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악독함이 도를 지나칠 정도로 거세었다. 하지만 드낙은 쏜살같이 그대로 도망을 놓았다.

멀리서 이스핀이 그 모습을 보며 몸을 낮춘 채 기름 주머니 하나를 껴안은 채 호다닥 달려나가며 드낙을 불렀다.

“드낙 님! 드낙 님!”

하지만 드낙은 반대편으로 내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이스핀이 더 세게 소리쳤다.

“대장!!! 대자아아아앙!!!”

대장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이스핀은 드낙과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드낙이 오른쪽 다리가 아니라 왼쪽 다리로 내려오는 것으로 확신했다.

“이스핀!”

“여기 기름 주머니요!!!”

드낙이 서둘러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거칠게 몸을 돌려 다시 몸을 오르기 시작해서 허벅지에 기름을 쏟아냈다. 3번째 기름 주머니 또한 반대편의 허벅지 뒤편에 뿌렸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이스핀이 마지막으로 가져온 기름 주머니를 건넸다. 드낙은 그것을 받아들며 말했다.

“말을 타고 기수들과 합류해라. 혼자서는 위험하다. 케이슨이 없는 곳에 있다가 악령에게 당하면 큰일이다.”

“알겠습니다. 드낙 님도 몸조심하십시오.”

“날 걱정하기보다는 네 목숨부터 챙겨라.”

“예! 하하하.”

두 사람은 그것으로 헤어졌다. 드낙은 다시 굽어진 언덕과도 같은 등판에 올라섰다. 악령들이 그를 막아서려 했지만 〈화염 깃털〉에 불타죽었고, 시체들이 다닥다닥 들러붙어서 그를 막으려 했지만 아무리 힘을 내어도 앙상한 팔과 썩은 팔로는 드낙의 팔과 발을 막을 수 없었다.

“으하하하!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로 생각이 달랐지만 시체 하나가 다른 이들을 모아서 파도처럼 몸을 키우기 시작하더니 이내 쓰나미처럼 드낙을 덮쳤다.

“내가 대장이다!!! 하하하하!”

휘몰아쳐서 떨어뜨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시체 쓰나미(Corpse Tsunami)〉는 구울 묘지기에 올라탄 것들을 처리하는데 아주 좋았다. 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면 그대로 끝이었다.

드낙은 웃기지도 않았다. 단단히 준비하는 척을 했다. 그들의 코앞에서 드낙이 마법을 사용했다.

“〈다섯 마름모 방패(Five Rhombus Shields)〉!”

단번에 방패가 생겨나며 그대로 쓰나미로 달려들던 시체 수십 구가 그대로 뻥하고 부딪치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서는 떨어져내렸다.

“으아아악!”

가장 선두를 서고, 가장 높은 곳에 있었던 언데드가 버둥거리며 그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드낙이 멈추고 있는 사이에 시체들이 드낙의 하반신으로 끝없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

등판의 시체들이 호다닥 달려가면서 뭉쳐 하나의 주먹을 만들어냈다.

〈시체 주먹(Corpse Bang)〉

그 주먹이 그대로 드낙을 향해서 내려쳐졌다. 드낙이 검을 들어 올리기보다는 알아서 질주하는 〈호랑이 질주(Tiger Scamper)〉를 사용했다. 초월의 힘으로 움직이는 힘과 드낙의 다릿심으로 들러붙은 언데드에게서 순식간에 풀려난 드낙이 달려가며 롱소드를 휘둘렀다.

콰지직!

시체 주먹에 있던 시체를 자르고, 조금 작게 만들면서 드낙은 거칠게 입으로 가죽 주머니의 줄을 당겨서 풀어서는 다시 한 번 등판에 기름을 좌르륵 쏟아냈다.

‘됐다!’

드낙이 그대로 빠르게 빤스런을 놓았다. 그를 잡으려고 온갖 시체들이 뒤엉켜서 주먹을 만들어내거나 파도가 되어서 그를 휘몰아쳤지만 드낙만큼 도망을 잘 치는 사람도 없었다.

“하합! 핫!”

폴짝 뛰면서 검을 곳곳에 박으며 스릴 넘치게 도망을 친 드낙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이제 불을 댕기고 소모전을 하면 자신의 승리였다. 그렇게 생각한 드낙의 옆으로 무언가가 박살이 나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거대한 주먹이 자신을 노린 채 땅을 긁으면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땅을 긁으면서 다가왔기 때문에 드낙은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거칠게 흔들리는 땅속에서 본능적으로 달릴 수가 없었다. 그 본능을 이기기에는 아직 드낙의 정신은 대단하지 못했다.

그의 마력이 순식간에 전신갑주로 향했다.

“〈다섯 마름모 방패(Five Rhombus Shields)〉!”

방어 마법을 사용했지만 드낙은 자신의 모든 마력을 계속해서 때려부어서 3중으로 만들었다. 마력 소모가 큰 마법이었기에 그것으로 드낙의 마력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콰자자작!

허무하게도 중대형급의 공격을 아슬하게 막아주는 방패가 3개나 있었음에도 10m가 넘는 거인이 만들어내는 원심력을 통한 파괴력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콰아앙!

끔찍한 타격음이 드낙의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드낙은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충격에서도 눈을 크게 떴으며 이를 앙 다물며 기절하는 것을 버텨냈다. 서둘러 액체 치료봉을 꺼내어 깃털 투구의 틈에 찔러 넣어 쭉 짜냈고, 그것을 혀와 입술로 받아먹었다.

“끄으윽!”

몸이 살려고 버둥거리듯이 치료되는 감각은 고통을 크게 동반했다. 하지만 그 고통도 잠시였다. 더 큰 위기가 드낙을 기다리고 있었다.

끝없이 솟구쳐 오른 드낙의 육체. 그것이 무중력감을 짧게 주며 끝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드낙이 서둘러 액체 치료봉을 품에 넣고, 투구를 다시 썼다. 그리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아득하게 높은 곳에 자신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

수십 미터. 그 아득함에 척추가 짜릿해지면서 그대로 드낙이 정신을 잃었다. 고층 빌딩 추락사의 대부분은 쇼크사로 이루어지는 것과 같았다. 그래도 정신을 잃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간의 경험이 없었다면 그 순간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드낙의 몸이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5473자

그동안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낙이 여기서 죽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