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0 <-- 원시 네크로맨서 -->
23명의 용병들이 그대로 포승 되었다. 물론 죽은 용병은 포승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피를 콸콸 흘리며 방치되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자 〈임시 선임병사 세이던〉의 증언이 이어졌다.
“용병들은! 치안을 살피라는 나의 명령에 수긍하는 듯했지만, 순찰에 있어서 허술함이 많았고! 경비병이라는 직책을 이용해서 포악질을 서슴지 않았다!”
피난민들에게서 민원이 들어왔지만 용병들이 모르쇠로 일관했기에 그간 침묵했던 세이던은 기가 살아서 날뛰었다. 당연히 한 용병이 〈용병단장 키반〉의 태도와는 다르게 반박했다.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무슨 증거로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드낙이 그걸 보고는 단번에 크게 소리를 질렀다. 가까이 있는 자들이 귀에 고통을 느낄 정도로 큰 소리였다.
“떽! 네이노오옴!! 어디서 그런 잡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선임병사라는 직책이 그의 말에 신뢰를 주거늘! 네가 몽펠리에 가문의 임관(任官)에 있어서 더러운 것이 묻은 자를 내세운다고 말하는 것이냐?”
이미 면접 준비하듯이 예상 답안지를 머리 굴려서 상상력을 통해서 준비한 드낙이었다. 정치질하면 현대인이었다.
게임에서 언제나 부모님이 사라지는 곳에서 살아갔던 박호훈이다. 이런 것은 우습지도 않았다.
“헉.”
순식간에 흥분한 용병의 얼굴이 사색이 되고, 동공이 흔들렸다. 말 한마디로 그대로 정치질 당해서는 몽펠리에 가문에 칼침을 놓은 놈이 되고 만 것이다.
“몽펠리에 가문에 대한 모함을 퍼뜨리는 놈은 현 상황에서는 즉결 처형도 가능한 것 아닌가? 바루익 블라인스!”
드낙의 거침없는 행동력에 바루익이 되려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뻗어나가는 기세가 하늘을 치솟고, 달려가는 행동은 꼬리에 불붙은 황소나 다름없었다.
‘무슨···’
평소의 드낙은 조용조용하고, 웃음도 잘 짓고, 공석이 아닌 자리에서는 때때로 존댓말로 따뜻하게 안부를 나누기도 하는 빈틈이 많은 자였다. 예절이라는 것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담백함이 있었다.
‘사람이 달라도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쳐야 할 놈이 있다면 화염을 두른 파괴자의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바루익이 바로 대답했다. 어느새 주인공은 그가 아니라 드낙이 되어있었다.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기에 위압감이 대단했다.
“〈외눈 다크 트롤〉과 〈구울〉을 인형처럼 다루는 네크로맨서가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저런 자가 안에서 흙탕물을 치니 죽여서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아, 사, 살려주십시오!”
용병이 혼비백산해서 신음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눈물을 줄줄 흘려내렸다. 드낙이 직접 검을 뽑아들었다. 그 모습에 병사들 또한 침을 삼켰다.
보통은 단두대 혹은 매달아서 죽여야 했지만 드낙의 칼솜씨와 힘은 단련된 사람의 목을 단칼에 쳐죽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으흐흐흑! 살려으어주십시오!”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 용병이 흐느끼면서 말했다. 혀까지 꼬였지만 드낙은 거침없었다. 고작 용병 따위였다.
죽어도 어떤 소문 하나 없이 바스러져갈 허망한 생명이다. 드낙 또한 그러한 위치에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쇄액!
거친 바람 소리가 용병의 귀에 들려왔다.
서걱!
목이 그대로 허공으로 날았다. 도시에 살던 피난민 몇몇은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광경인지 잘 알았다.
떨어진 용병의 눈이 한 번 깜빡이더니 혀가 박으로 조금 튀어나왔다. 그걸로 끝이었다.
“허억! 허억, 헉헉!”
그것을 바로 옆에서 본 용병은 과호흡 증세를 보였다. 눈이 크게 떠진 채 침을 질질 흘렸다. 엄청난 공포가 그를 엄습하고 있었다.
지금 이 장소는, 말 그대로 인간 도축장이나 다름없었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 몸 안에 잔뜩 들어차있었고, 등에서 흐르는 진땀은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안색이 크게 나빠졌다.
“세이던! 그들의 죄를 계속 이야기하라.”
세이던의 말이 주르륵 이어졌다. 대부분이 그럴듯한 죄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증거가 없는 것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직책이 있는 사람의 말이 진실로 여겨지는 법이지.’
범죄증거학 같은 것이 없는 것이 이 바닥이었다. 그냥 고문해서 포장된 자백을 받아내면 그만이기도 했다. 그런 과정 없이 명망 있는 자들의 증언 또한 중요하기도 했다. 물론 서로 간의 위치가 비슷하면 그것도 흙탕물이 되어버렸지만 이 경우에는 맑을 수밖에 없었다.
세이던은 〈블레스 상단〉 소속의 상인 파르센의 죄 또한 읊었다. 식량을 대가로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서 말을 시작하자 피난민 중에 기가 세거나 사리분별을 못하는 놈들이 환호성을 질러대기도 했다.
“이스핀! 정규병 하나와 함께 가서 놈을 잡아와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예!”
드낙이 단번에 이스핀에게 명령했다.
이스핀은 말끔하게 차려입고, 기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던 파르센을 잡으려고 했는데, 그의 호위병 셋이 막아섰다. 드낙에게서 수많은 대련을 하며 비전과 노하우를 전수받은 이스핀이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비전을 연구하며 그의 검술은 강하면서도 복잡하게 변화해있었다. 자유기사보다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용병급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컥!”
단칼에 검의 가드가 풀리며 뒤이어서 목이 베어진 호위병이 피를 쏟아내며 고꾸라졌다. 힘으로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풍채가 좋은 파르센과 비슷한 체격을 지닌 것이 이스핀이었다.
“이야아압!”
이미 한 명이 죽었기에 끝을 봐야 했다. 다른 호위병들도 달려들었지만 〈스트룸 라우치(Sturm rausch, 폭풍 돌진)〉의 드낙 어레인지 버전의 〈위엔 피에드(Wie ein Pferd, 가벼운 말처럼)〉에 추풍낙엽처럼 휘둘리며 10합만에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흐, 흐흡!”
파이센이 넙죽 엎드리자 그대로 포승해서 데려갔다. 좁은 곳에서 일어난 싸움이라 이스핀의 등 뒤에 있던 정규병이 혀를 내둘렀다. 무시무시한 무력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드낙은 단상에 올라가서 적당한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안에는 표식이 있는 돌멩이 두 개와 아무런 표식이 없는 돌맹이가 나머지 용병 숫자만큼 있었다.
“열 명꼴에 1명이다! 두 명이 모든 벌을 받을 것이다!”
드낙이 크게 소리를 질러대었다. 자세한 설명을 반복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표식이 된 돌이 두 개 들어있다. 그것을 집은 놈이 모든 벌을 받는다. 나머지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죽여마땅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또 협박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중에 문제가 된다면 내가 다시 와서 직접 목을 칠 것이다.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정해라.”
용병단장이 은근슬쩍 가만히 있자 드낙이 그것을 보고 소리쳤다.
“용병단장 또한 예외는 없다!”
그 말에 그의 표정이 매우 심각해졌다. 용병들이 우루루 몰려서 가위바위보를 외치기 시작했다. 모두 필사적이었다. 키탄 또한 괜히 윽박지르지 않았다. 드낙이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와아앙!!!”
1등이 된 용병이 크게 소리를 질렀고, 꼴등이 된 용병은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혹시 걸리면 어떻게 됩니까.”
1등이 된 용병의 말에 드낙이 비릿하게 웃었다. 물론 〈깃털 투구〉를 쓰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은 몰랐다.
“곤봉으로 맞아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팰 것이다.”
무시무시한 형벌이었다. 침을 꼴딱인 용병이 천천히 가죽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돌의 양이 20개는 넘었기에 확률적으로 자신이 안 걸릴 수 있다고 여겼다.
행운의 여신은 18번째의 선택자 〈용병단장 키탄〉을 버렸고, 바로 다음에 뽑은 용병도 표식이 있는 돌을 뽑았다.
몽펠리에의 기수들과 정규병들이 키탄과 용병을 물 먹인 곤봉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둘러싸여서 패다 보니 먼지가 일어났지만 그리 크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반항 한 번을 못할 정도로 사방에서 몽둥이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끄악!”
“아악!”
끔찍한 모습에 눈을 돌리는 용병들도 있었다. 사람의 생명력은 굉장히 질길 때도 있었다. 두 명의 용병은 1시간 동안 두들겨맞았음에도 살아있었다. 드낙이 몽둥이를 두 개나 부러뜨리고 나서야 죽을 수 있었다.
머리는 노리지 않는 드낙의 모습에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뼈까지 바스러질 정도로 태워서 화장하라.”
“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상인 파르센〉이 온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드낙 앞에 무릎이 꿇려졌다.
“상인이 폭리를 취해서야 되겠나? 들어보니 밀 한 포대를 주고 은화까지 받기도 했다던데.”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다. 피난민이 은화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검은 산골 마을〉의 경우에는 제법 무공을 쌓은 락손이 돈을 넉넉하게 가져왔기에 화폐 경제가 살아난 경우였다.
그것도 마을 구성원끼리 돌고 도는 폐쇄적인 경제였다. 보통은 동화도 없거나 시세가 난폭해서 물물교환이 대부분 산골마을의 거래 방식이었다.
“살려만 주십시오! 여기서 얻은 이문을 뛰어넘어 더 많은 것을 베풀겠습니다!”
드낙은 바루익을 바라보았다. 그가 다가와서는 귓속말을 했다.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피난민들에게 베푸는 것이 더 좋은 방안입니다.”
그는 죽일 생각이었지만 바루익의 말을 듣고는 생각을 빠르게 고쳐먹었다. 태세 전환하면 현대인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드낙은 그를 용서해주었고, 바루익 또한 그를 용서한다고 공언했다. 이에 파르센은 많은 것을 피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내놓겠다〉라고 말하지 않은 것만 봐도 제법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상인이었다.
다음 날, 피난민들은 파르센에게서 많은 것을 받으며 크게 좋아했는데, 드낙은 이제야 그들에게서 〈구울〉에 대한 정보를 묻고 다녔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있었고,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는데 헛소리도 있었고, 믿기 힘든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공통된 것은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찾았다.’
특히 언데드와 만나지도 않았는데, 〈강렬한 썩은내〉가 바람을 타고 맡아졌다는 곳을 말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곳은 넓게 보면 겹치는 곳이 분명 존재했다.
자신이 가야 할 곳을 확정 지은 드낙이 시원한 웃음을 냈다.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네크로맨서의 본거지에 언데드가 충분히 많을 것입니다. 시체를 태울 기름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왕국 야영지〉에서 얻으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시체 자원〉을 소각시키는 일이었다. 드낙의 마법 불꽃으로도 태울 수 있지만 그것은 구울과 언데드, 네크로맨서를 위해 남겨두어야 했다.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투창이 장기이니, 구울의 움직임을 봉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언데드는 내 전신갑주에 있는 〈다수 마법〉으로 빠르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전술토의가 이루어졌고, 서로 간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그다음 전략은 해당 위치를 확인하고 하기로 했다.
다시 이틀에 걸쳐서 위로 올라갔다. 〈남부 왕국〉에 들러서 보고를 하고, 추가 보급과 동시에 〈기름 주머니〉를 두둑하게 얻었다. 여기에 하루를 더 소비했다.
썩은 내가 나는 길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도노를 통해서 추적에 들어갔다. 완만하게 솟아있는 언덕의 뒤에 입구가 있었다. 썩은내가 진동을 했다.
“······”
유심히 내부를 보던 드낙의 귀에 통로를 달리며 도망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어두컴컴해서 무엇도 볼 수 없었다. 그의 〈깃털 투구〉는 전방위 시야를 주는 〈마법 시야〉를 제공할 뿐이었고, 어둠 속을 꿰뚫는 기능은 없었다.
“언데드 하나가 안으로 도망쳤다.”
드낙이 이스핀에게 말했다.
“굴의 형태를 보니, 인공적으로 파서 들어가기 시작한 곳입니다. 자연동굴이 아니니 따로 도망갈 길을 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대비해야 했다.
“기수 셋을 정찰로 돌렸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른 이들은 입구를 조금 좁게 만들었다. 흙이나 돌을 거침없이 쌓아놓았다. 드낙 혼자서 입구를 틀어막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네크로맨서가 공격적이라면 그들의 공세를 한 번 막고,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었다.
전술적으로 논하자면, 공격하는 것보다 수비하는 것이 이득을 취하기 좋았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하루가 지났지만 놈들은 덤벼들 기미가 없었다.
결국 드낙은 진입을 결정했다.
========== 작품 후기 ==========
5750자
평추코! 다야한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