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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48화 (247/1,239)

0248 <-- 원시 네크로맨서 -->

“케이슨 성기사의 말에 따르면, 언데드 다수가 구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적은 네크로맨서인 것이 분명할뿐더러 놈은 숨어서 시체를 탐닉하고 있을 겁니다. 구울을 통해서 이목을 끌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모닥불을 두고 드낙이 이야기를 정리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싸한 간악한 계략이었다. 네크로맨서가 생각할 만한 음모였다.

특히나 구울이 온 곳을 다니며 흔적을 무수히 남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네크로맨서의 은신처는 멀리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거리가 멀다는 것은 자연히 그곳으로 향하는 흔적이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소름끼치는군.’

모든 이들이 머리털이 서는 기분을 느꼈다. 그저 단순한 〈구울 토벌〉의 이면에 숨은 네크로맨서의 숨결이 금방이라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단번에 싸늘해졌다. 성기사 케이슨 또한 드낙의 말을 듣고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시체를 통해서 초월의 힘을 휘두르는 네크로맨서는 흑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악. 그 자체였다.

“구울이 제대로 케이슨 성기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허술함을 보였으니, 이것은 큰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다행이라면 성기사를 영입해서 전투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었다. 상처를 입어도 곧바로 회복되고, 지치지 않는 것이 성기사였다. 신성력이라는 것은 치료의 힘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그것은 선(善)의 힘으로 보였지만 고등한 존재들은 그것이 그저 그런 특성을 지닌 힘인 것을 알았다.

“맞습니다. 네크로맨서는 저희가 그 존재를 알고 있다고 생각도 못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구울을 쫓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본거지를 단번에 후려친다면 구울 또한 주인을 잃고 사멸할 것입니다.”

드낙의 물음을 〈바루익 블라인스〉가 받았다. 그는 〈몽펠리에 가문〉의 방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몽펠리에의 일원이기도 했다. 귀족은 작위가 크게 차이가 나도 서로 대우해주는 법이었다.

몰락한 귀족을 봐주는 귀족도 많았다. 무인(武人)은 일신(一身)의 힘(力)으로 단번에 수직 상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 번이라도 명성이 있는 기사를 배출한 가문은 방계가 아니더라도 식객으로 살아가기도 하며 조용한 곳에라도 장원을 임시적으로 받기도 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또 달랐다.

모든 것이 제멋대로이고, 제대로 규정되어있지 않은 곳이 〈남부 왕국〉이었다. 율령 반포처럼 으레 왕국의 힘이 크게 발전하면 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통일 작업도 하지 않는 곳이 이곳이었다.

영지마다 법이 다르고, 도망자는 다른 영지에 가면 잡을 수도 없었다.

그것을 해결하려면 무력으로 찍어누르거나 협상을 해야 했다. 당연히 기득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구울에게서 살아남은 피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본거지를 짚어나가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정보의 세상에 살았던 드낙이었다. 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았다. 물론 그런 정보를 얻는 것은 항상 2순위였다. 1순위는 당연히 검은 꿈이었다.

‘지금은 필요해. 시간을 들여서라도 확인하는 게 더 빠르다. 그럴 위치까지 올라갔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위치에 올라선 것이 드낙이었다. 몽펠리에의 기수이며 방계인 〈바루익 블라인스〉가 부정적인 태도를 지녔다.

“드낙 님께서는 추적에 능하신데 그것이 더 시간을 단축시키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멀리 은닉된 것을 어떻게 코로 맡을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으며, 눈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다른 이에게서 듣다 보면 다른 이가 본 것을 볼 수 있을 테니. 실마리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만약 아니라면, 시간을 크게 허비하는 것이 될 텐데··· 병행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말에 드낙은 그럴싸한 표정을 지었다. 한 무리가 피난민들을 찾아다니고, 자신은 추적하면서 구울을 만나면 때려죽이고 네크로맨서의 거처를 찾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데.’

정보 수집은 매우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바로 다른 곳으로 눈이 돌아갔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한 드낙은 피난민들에게 가기로 결정했다.

‘트롤이 먼저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일보다는 한 가지 일을 차곡차곡 끝내는 것이 낫다.’

“그냥 함께 가서 빠르게 일을 처리합시다. 괜히 전력을 분산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드낙의 말에 바루익 블라인스가 수긍했다. 어차피 피난민들이 모인 곳은 〈남부 야영지〉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몽펠리에 영지는 가장 안전한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피난민들이 자리를 피할 곳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치안을 위해서 아예 큰 터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 피난민들만 수용하는데, 그중에 한 곳이 〈남부 야영지〉에 가까이 있습니다.”

〈용병 야영지〉.

정규병 소수, 기사 1명.

나머지는 모두 용병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몽펠리에 영지의 북쪽과 동쪽을 아우르는 곳이기도 했다.

“여기서 간다면 2일밖에 안 걸립니다.”

나쁘지 않았다.

드낙 일행은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몽펠리에의 세력이 확보하고 있었기에, 기수들의 역할이 단단히 사용되고, 이용될 것이다.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지.’

더 빠르게 정보를 취득할 수 있을 터였다.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드낙은 기대심을 가지고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2일 동안 무미건조하게 내려가는 동안에 드낙은 케이슨의 영입을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려진 영지〉는 그만큼이나 힘든 곳이었고, 많은 위험이 잠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사람은 살아가고 있었다.

“그곳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케이슨은 놀라워했다. 인간의 잡초 같은 생존력에 혀를 내둘렀다.

“아직은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지역 신전〉에는 아직 저를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리지만 세상의 밑바닥을 오고 가며 〈중앙 신전〉의 개 짓거리를 알고 있는 케이슨이었다. 하지만 〈지역 신전〉의 경우에는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제 고작 14살이었고, 유약해 보이는 얇은 몸을 하고 있지만 눈빛만은 날카로운 것이 케이슨이었다.

그 혼자서 생각하기엔 어려운 일임을 잘 알았다.

“천천히 생각해보십시오.”

드낙은 〈성기사 에이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지 않을뿐더러, 아직 케이슨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 주변 인물 중에 누가 입을 잘못 놀린다면 큰일로 번질 수 있었다.

왕국 야영지는 장애물로 갖추어진 말 그대로 야영지였다. 하지만 천막이 대단히 많았고, 소음이 끊이질 않고 들려오는 곳이었다.

용병들은 몽펠리에의 깃발을 보고 검문도 하지 않았다.

“이곳의 책임자에게 안내해라.”

드낙의 말에 용병이 깍듯이 대답하며 안내했다. 홀로 남은 용병 또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드낙의 눈에 뒤에 보이는 테이블에서 도박을 벌이던 모습이 보였다.

“제, 제가 이곳의 책임자입니다. 임시로 선임병사가 된 〈세이던〉이라고 합니다.”

“임시 선임병사? 기사는 없고?”

“예! 생각보다 〈외눈 다크 트롤〉의 영향력이 거세어 이곳에 기사나 지휘관은 전혀 없습니다. 저도 일개 병사였지만 이곳의 관리를 위해서 7일의 교육을 받고 배정되었습니다.”

미친 짓거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낙하산을 자주 본 드낙에게는 무덤덤한 것이었다. 항상 좋은 자리에 좋은 자를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힘든 일이었는데, 그것을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이 세상은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허.”

가만히 지켜보던 드낙이 헛웃음을 쳤다. 그것에 기수들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들의 가문이 일을 벌여놓고 여기의 관리를 일개 병사 그리고 용병들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네 녀석은 지금 큰 군막 안에서 화덕이나 쬐이고 있느냐? 밖에 초병을 서는 용병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었다.”

세이던이 변명조차 못하고 벌벌 떨었다.

“뭐라도 말을 해봐라.”

“요, 용병들이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곳에 있는 정규병이라곤 저를 포함해서 고작 세명뿐입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숫자에 밀려서 두려움을 느끼다니. 정규병으로서 탈락이었다.

“용병만 문제라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치안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관리를 함에 있어서 재능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스스로 그 말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선임병사가 될 자격이 없는 자를 중용했다는 뜻이었다.

“그만! 그만 되었다.”

바루익이 〈임시 선임병사 세이던〉의 입을 틀어막았다. 쪽팔려고 이렇게 쪽팔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비단 몽펠리에 가문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었다.

시스템의 문제였다.

보통 제대로 된 관리직을 뽑기 위해서는 1천~1만 명 중에 1명을 건질까 말 까였다. 편차가 큰 것은 소위 지휘관의 역량을 지닌 인간을 뽑아내는 것은 확률 도박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0.1~0.01%의 확률로 그저 걸리기만을 기대해야 했다.

〈제국〉의 경우에는 교육 시스템의 등장으로 확실하게 뽑을 수 있지만 남부왕국의 경우에는 공이 있거나 눈에 띄는 자를 뽑아서 쓰다가 다시 강등시키기도 했다. 당연히 그 확률은 제국보다 낮았다.

〈백인장〉의 경우가 이러했고, 천인장, 만인장으로 가면 더더욱 줄어들었다. 혼자서 1만의 병졸을 운용할 수 있는 장수는 세상을 보아도 손에 꼽았다.

“죄송합니다. 이런 꼴을 보이다니···”

바루익의 사과에 드낙은 손사래를 쳤다. 드낙 또한 사람을 다루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관리자를 뽑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지금에서야 이 문제를 저희가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 아닙니까? 나중에 큰 사달이 났을 겁니다.”

드낙의 말에 바루익이 날카롭게 말을 해나갔다. 그는 단단히 화가 나있었다.

“이미 용병들에게 정보가 들어갔을 겁니다.”

바루익이 말했고, 드낙이 이를 받으며 약을 쳤다. 용병들을 괘씸하게 만들어버렸다.

“기사가 왔으니,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다르게 할 것입니다. 기사가 돌아가면 또 예전처럼 돌아가겠죠.”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세이던이 침을 삼켰다. 용병들이 정말로 그렇게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마음까지 졸여졌다. 하지만 그런 용병들의 태도는 우습기 그지없었다.

사람을 잘못 만났다.

“임시 선임병사라고 해도 몽펠리에 가문의 정규병이며 간부 아닙니까? 그의 증언이 있는데 용병들이 그 짓거리를 해도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바루익의 말에 드낙이 웃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쉽게 가면 오히려 용병들은 오래 못 갈 겁니다. 피를 봐야지 오래갑니다.”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드낙이 눈을 빛냈다. 살성(殺星)을 획득한 뒤로 업(業)에 대한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는 드낙에게 있어서 용병은 죽어야 마땅한 놈에 불과했다.

“이 야영지를 위해서는 용병단장은 살려둬야 하는데, 그러면 용병단의 색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의 간담을 서늘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드낙의 생각에 흥미가 돋은 바루익이 물었다.

“어떻게 놈을 긴장하게 만드실 생각입니까?”

“아까 도박판을 보고 생각이 났습니다. 자신의 목숨줄이 도박으로 결정된다면 미치도록 심장이 떨릴 겁니다.”

드낙의 유연한 생각과 다채로우면서도 얕은 지식이 빛을 발했다. 바루익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도박으로 용병단을 다룬다? 생소했다.

“예? 그러다가 진짜로 걸리면 어찌합니까?”

“그간의 공로를 생각해서 흠씬 두들겨패면 됩니다. 그리고 피난민들의 증언도 받아서 다른 놈도 다 한 번씩 벌을 주고.”

드낙은 그렇게 말하면서 명령했다.

“〈구울 토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사람들을 모아라. 사람들이 모여지면 용병단을 제압하고 죄를 묻겠다.”

그의 말에 세이던이 크게 대답했다.

“예!”

바루익을 비롯한 기수들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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