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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45화 (244/1,239)

0245 <-- 원시 네크로맨서 -->

사령술이라 함은 시체를 일으키는 힘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확하자면 전후(前後)가 달랐다.

시체가 일어났기에 생겨난 것이 바로 현재의 사령술이었다.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언데드의 근원〉에 대한 지식이었다.

사령술이 있고 언데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체가 있고 그다음에 사령술이 탄생한 것이었다.

사령마력은 시체에서 풍기는 변질된 마력이었으며 그것을 통해서 언데드가 생겨났다. 그 종족의 탄생은 사령술이 있었기에 일으켜진 것이 아니며, 시체가 있었기에 탄생한 것이다.

버려진 시체에서 생겨나는 언데드는 〈힘(力)〉을 통한 자연적인 탄생이었으므로 태양에 그슬리거나 신성력에 크게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힘은 그저 힘이었기 때문이다.

신성력에게 가루가 되든, 마법에 의해 박살이 나든지 그게 그거였다. 그저 형태만 다를 뿐, 힘에 의해서 바스러진 것이다.

고로, 〈초월의 힘〉에 상성은 없고 강하고 약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마을에서 태어난 에르모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입이 두 개인 변이 야수를 만나 피난 가던 중 죽었지만, 죽기 전까지도 자신의 부모를 위해서 희생할 줄 아는 심성이 고운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 청년은 그 시체의 구덩이 속에서 홀로 깨어났다.

밤바람은 거세게 불었지만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머리카락은 곳곳에 붙어있을 뿐, 횅한 부분이 많았다. 다 빠지는 것보다 흉측한 것은 당연했다.

〈좀비 에르모〉는 그저 〈트롤의 광기〉 그 피냄새에 물든 변이 야수에게 흥으로 자신들이 죽었음을 깨달았다.

포식을 한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분노는 7일이 지나서 겨우 진정이 되었고, 정신을 잃었다. 평범한 정신력으로 7일을 오열과 분노. 증오에 휩싸인 채 견딘 것만으로도 용했다.

“으아아아아!!!!”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그 많았던 시체와 피구덩이를 모조리 먹고, 마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일부 남은 그 과정을 억지로 체험한 〈구울 에르모〉는 그렇게 숲 깊은 곳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원시 언데드〉가 된 에르모는 몇 번이나 인간의 살냄새에 이끌려 습격을 자행했고, 이내 지금에 이르렀다.

북부에서도 동남쪽에 치우쳐진 곳에서 흉악한 짓을 저지르고 다녔고, 인간으로서의 기반이 무너졌다.

터벅, 터벅.

사람 일백을 먹어치운 〈구울 에르모〉는 키가 2m에 달했으며, 척추가 기이할 정도로 굵었다. 하체는 낮았고, 굵었기에 팔과 상체가 이상하게 비율이 높았다.

어깨에 넝쿨로 만든 그물로 죽은 사람을 잔뜩 구겨 넣은 시체를 짊어진 채 에르모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시체 언덕굴〉로 향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코에서 나오는 콧바람 소리는 새어나가는 소리가 더 많아서 콧노래는 끔찍했다.

길에서 벗어나 듬성듬성 나있는 숲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한 곳을 지나면 언덕이 보이는데 길의 반대편에 입구가 있었다.

자신의 몸이 컸기 때문에 입구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는 언덕의 반대편에 굴을 뚫어놓아야 했고, 단단한 언덕이 있는 곳이 좋았다.

“흐으음.”

굴에서 풍겨오는 시체 냄새는 악취가 심했지만 에르모는 꽃향기를 맡는 듯이 여겼다. 이미 언데드가 되었기에 인간 때의 경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종족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빨리도, 케켁! 왔군!”

통로의 어둠 속에서 거친 소리가 흘러나오며 좀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르모에게 죽었지만, 이내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인 〈좀비 울반〉이었다.

그는 비교적 시력이 좋았고, 몸도 날렵했으며 양팔이 앙상해서 척후나 초병으로 두기 좋았다. 성대에 난 상처는 말을 할 때마다 피를 조금 토해냈기에 항상 말을 하면 기침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별 다른 일은 없었지?”

“이런 곳에, 콜록! 누가 오겠어?”

에르모는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앞서의 대화에서 봤듯이 에르모가 일으켜 세운 언데드들이었음에도 에르모에게 복종을 하지 않았다.

에르모의 사령술은 다른 네크로맨서에게 배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원시 사령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시체에게 사령마력을 부여하면 반드시 언데드가 탄생한다는 것을 통해서 얻어낸 동료들이며 가족들이었다.

수식과 다양한 방법으로 교정되고, 확립된 현재의 사령술을 배울 길이 없었기에 에르모의 사령술로는 그저 〈원시 언데드〉를 만드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줄기가 탄생했다. 에르모는 빠르게 사령술을 자신의 스타일로 쌓아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조잡했지만 벌써 30구의 원시 언데드들이 〈시체 언덕굴〉에 득실거렸다.

굴 곳곳은 언데드들이 더 파 놓았기에 갈림길도 많았다. 에르모가 지나가자 어둠 속의 갈림길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우리도 나가서 인간 사냥을 하고 싶은데. 킬킬.”

몇몇 이들은 언데드가 된 것이 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자들도 있었다. 〈스켈레톤 반모스〉가 대표적이었다. 매일 사람 죽이는 연습을 하는 별종 중의 별종이었다.

물론 자살하는 〈원시 언데드〉도 있었다.

확립된 사령술로 일으켜 세운 것이 아니었기에 자아가 대단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상태가 안 좋더니, 결국 자신의 목을 돌칼로 잘라냈어. 수백 번을 말이지.”

감각이 무디거나 혹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검은 진액이 굳은 돌칼을 에르모가 바라보며 혀를 찼다.

굴의 깊은 곳에는 시체가 쌓여있었다.

에르모는 확실하게 그 시체 구덩이에서 상당한 양의 사령마력이 발산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 〈시체 구덩이〉는 오직 에르모만 올 수 있었다. 다른 〈원시 언데드〉들은 그저 이 굴에 있는 것만으로도 시체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었다. 시체 구덩이가 뽑아내는 사령마력 덕분이었다.

네크로맨서의 기본 중의 기본인 〈시체 구덩이〉를 쌓는 것만으로도 에르모는 이미 네크로맨서라고 불러도 상관없었다.

피가 고여있는 곳에 에르모가 물끄러미 자신을 비추었다.

이빨은 검었고, 구울 특유의 맹독이 초록빛을 냈다. 눈동자는 생전의 색을 잃고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피부색 또한 밀랍처럼 회색이고, 곳곳이 갈라져서는 고름이 가득했다.

성성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훑었는데 머리카락이 숨풍숨풍 빠져나갔다.

‘시발. 내 머리.’

신경질을 내며 에르모는 피구덩이에서 얼굴을 뺐다. 더 성장하면 머리카락이 자랄 것이라 여겼다. 이야기꾼이 말하던 죽음의 기사라던가, 리치라던가! 창창한 미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답은 사령마력과 사령술이다.’

지금은 그저 주술 형태에 불과했지만 이리하고 저리하면서 효과가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또한 많은 원시 언데드를 일으켜 세우면서 사령마력을 보다 더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었고, 〈시체 구덩이〉에 가라앉아있는 사령마력을 휘어잡아 자신의 몸에 축적했다.

포만감을 느낀 에르모가 씨익 웃었다.

사령마력을 많이 보유할수록 육체능력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때가 왔다.’

에르모는 자신 휘하의 언데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피난민들이 서둘러 〈왕국 야영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도움을 받아 〈남부 황금 평야〉로 향하여 소작이라도 하며 트롤이 토벌될 때까지 버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대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수풀에 숨은 언데드들이 흉악한 표정을 했다. 그림자 속에서 언데드들의 채도가 낮은 피부는 훌륭한 은신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확실하게 적들부터 다 죽이고 난 다음에 먹는다. 먹는 도중에 뒤통수 까이면 끝인 거 모르는 놈은 없지?”

에르모의 말에 〈스켈레톤 반모스〉가 오랫동안 물을 먹인 곤봉을 주억거리며 말했다.

“깨져도 〈죽음의 힘〉을 쏟아부으면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 없는 말이었지만 에르모가 그럴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험해보고 싶네.’

섬뜩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피난민 무리는 가축도 하나 없었는데, 짐수레를 사람이 끌고 가고 있었다. 몇몇은 마을에서 죄를 지은 노예로 보였다. 누더기 옷을 입고 짐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는데, 광대뼈 한쪽에 피멍이 들어있었다.

꾀를 부리다가 맞았거나, 그냥 맞은 듯했다.

“응?”

앞장서서 가던 노예는 이상하게 썩은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걸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요령을 피운다고 맞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찰나의 선택은 모든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이상한 냄새 안 나?”

“어디서 썩은 내가 나는데···”

웅성거리면서도 큰 결단력을 내리지 못했고, 행동력이 있는 자가 없었기에 사람들은 사지로 어물쩍거리면서 들어갔다.

“키야아아아!!!”

〈구울 에르모〉가 끔찍한 귀곡성을 내며 단번에 중앙으로 도약해서 뛰어들어갔다. 발로 가장 건장한 남자를 밟아서 체중으로 찍어누르며 그대로 곤봉을 내려쳐서 머리를 박살 냈다.

콰직!

남자는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에르모의 손에 여자가 붙들렸다. 여자는 아기를 품고 있었는데 그저 태아처럼 웅크릴 뿐이었다.

콰득!

흉악한 육식동물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에르모의 이빨에 여자의 목이 그대로 분질러졌다.

“꺼···.윽···.”

실처럼 가는 신음 소리를 내며 온몸이 경직된 여자가 피를 뿜으면서 그대로 허물어졌다.

콰직!

왼손으로 몸을 쥐어서 뜯어냈는데, 날카로운 이빨에 단단히 물린 목 때문에 척수가 그대로 뽑혀서 떨어졌다.

피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으, 으아아아악!!!!”

한 발짝 늦게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며 사방팔방 도망쳤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에르모에게 몽둥이를 휘두른 남자도 있었다. 그의 눈은 분노로 가득했지만 에르모가 곤봉을 맞고도 끄떡도 하지 않자 공포로 물들어갔다.

“컥!”

주먹으로 그대로 정수리를 내려치자 남자의 목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에르모가 축적한 사령마력은 그의 전신을 돌며 제 할 일을 다하고 있었다. 강화 마법이 계속 몸을 휘젓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네크로맨서의 방식은 아니었고, 오직 에르모만의 방식이었다.

“키캬칵!”

스켈레톤 반모스는 도망치는 노인의 목을 양손으로 잡아서 꾸욱 쥐었다.

“꺼걱.”

숨을 쉬려고 버둥거리는 그 손아귀의 작은 힘을 느꼈는데, 반모스가 미친 듯이 뼈를 딱딱거리며 흥분했다.

“도망쳐!!”

남자들 몇몇은 서로 뭉쳐서 언데드에게 덤벼들었는데, 체중으로 이겨나갔지만 옆이나 뒤에서 곤봉을 두드려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머리통이 날아가는 것을 잡은 에르모가 킬킬 웃었다. 날아간 머리통에 아직 사령마력이 남아있었기에 〈좀비 울반〉도 낄낄 웃었다.

죽음이 피난민들에게 내려앉았다. 도망친 피난민도 있었지만, 죽은 피난민들이 많았다. 얼마나 있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기에 몰랐다.

좀비 울반의 몸을 찾은 에르모가 머리를 붙이고 사령마력을 뿜어내자 그대로 몸이 수복되었다.

“이야. 이걸 안 죽네.”

몸을 일으킨 울반이 시체를 수거하는데 힘을 보태었다. 초전에 발에 걸려 넘어졌고, 짐수레에 목이 부딪치면서 그대로 머리통이 하늘로 솟구쳐 오른 울반이었다.

얻어낸 시체는 42구에 달했다. 30구가 넘는 원시 언데드들이었기에 전투는 10분도 안 걸렸다.

그들의 전술은 돌격 그 자체였고, 전력의 집중과 분산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형편없는 전술이었지만 피난민들 상대로는 선방했다. 기습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에르모는 죽은 이들 중에서 노예들을 되살렸다. 자신의 사령술로 태어나는 언데드들은 자아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크크크.”

시체를 짊어지고, 노획한 물품을 짐수레에 실어서 가져가는 언데드들을 보며 에르모는 자신이 왕이라도 되는 기분을 느꼈다.

시간이 흐르면 기사조차도 자신을 못 죽일 것이다. 그런 확신이 에르모에게는 있었다.

‘난 계속, 끝없이 빠르게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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