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242화 (241/1,239)

0242 <-- 몽펠리에의 기수들 -->

이스핀과 도렌의 술대결은 제법 길게 뻗어나갔는데, 예상외로 도렌이 선방했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이?’

이스핀은 아무리 술대결이라고 하지만 덤벼드는 도렌을 보며 오기가 생겼고, 도렌은 자신을 부르는 환호성에 더욱 흥분해서 덤볐다.

“크으!”

지독한 감각에 이스핀이 소리를 내면서도 고개를 짐승처럼 털었다.

“토하면 패배다.”

드낙의 말이 들려왔지만 눈을 깜빡한 이스핀이 트림을 했다.

“끅.”

위태로운 이스핀이었지만 도렌 또한 모두 마시고 잔을 비우자 드낙이 술독을 들어 올려 거꾸로 세웠다. 물줄기가 주르륵 흘러나왔지만 바가지로 못 뜰 정도로 비어있었다.

“우와아!”

“하나를 다 비워냈어!”

술독 하나가 전부 비워지자 모두가 경악했다. 둘이서 나누어 마셨다고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잠깐 두 사람은 일어나···”

드낙이 더 이상 먹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는데, 누군가 머리를 테이블에 처박았기 때문이었다.

쿵.

“우하하!”

도렌이 머리를 테이블에 박자 이스핀이 벌떡 일어났고, 그대로 넘어졌다.

콰당!

하하하!

곳곳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스핀이 비틀거리며 테이블을 잡고 일어나 주먹을 쥐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아아아앙!!!!”

“이스핀! 이스핀!”

이스핀이 등가죽을 몸에 두르고, 술독을 하나 들어 올리려 하다가 못 들어 올려 주저앉았다.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이스핀 부대장과 도렌 부대장을 데려가라!”

병사들이 두 사람을 보살피며 데려갔고, 다른 병사들이 술독 여럿을 다시 풀었다. 전보다 적은 양이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전에 드낙이 잔을 들어 올렸다. 모두가 잔을 들어 올려 보였다.

“아직 술이 고픈가?”

“예!”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몇몇은 제법 취했는지 비틀거렸다.

“이번에 나는 먼 곳으로 향하게 된다. 트롤 토벌을 위해서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트롤이라니?

“놀라지들 말라! 이곳에서 아주 멀리 있으니. 하하하, 하지만 나는 북부의 은혜를 입어 이곳의 땅을 하사받았다. 그저 무시하기에는 힘든 일이다. 그곳에서 트롤을 죽이지 못하면 여기의 토지를 엎어버릴 수 있으니, 오히려 가서 확실하게 토벌하는 것이 옳기도 하다.”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민을 위해서 트롤을 죽이는 것은 기사의 본업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또 자신들에게 오는 것보다는 미리 가서 죽이는 것이 좋았다.

“이미 마을 셋이 박살이 났고, 토성 하나가 무너져서 기사가 죽고 정규병도 여럿 죽었다.”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마른 침마저 삼킨 이가 많았는데, 그들이 〈기사의 싸움〉을 본 것은 드낙을 통해서였고, 드낙의 무력은 산을 부술 정도였다. 그런데 죽었다니 엄청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몽펠리에 가문의 기수들이 온 이유도 트롤 때문이다! 내가 없더라도 이실레아 경과 게제라스 총관이 그대들을 안과 밖으로 지킬 것이다. 힘든 일이 있다면 부담 없이 도렌 부대장에게 말하라.”

그 뒤로도 드낙은 많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시민들이 몰라도 되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자잘한 것에 불과했지만 모두 주의 깊게 들었다.

그가 내려가자 이번에는 놀이꾼들이 올라왔다.

“하아아~!”

두둥, 둥.

뿌우.

또 흥이 돋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은화를 받은 만큼 톡톡히 단상에서 작은북과 뿔나팔을 끊어치며 리듬을 만들어냈다.

춤을 추는 이들과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술을 들어 올렸다.

한바탕 땀을 빼고 난 다음에 다시 드낙이 단상 위에 올라왔다. 사람들의 술기운이 한 풀 꺾여있었다. 그 덕에 그는 조용히 시키려 애를 쓰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언제 놀았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이렇게 찾아와 주신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상투적인 말로 시작한 이야기는 마무리를 말하는 듯했지만, 드낙은 이실레아를 불렀다. 발룬 또한 올라오려고 했지만 단상이 무게 때문에 무너지자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에 모두가 웃어젖혔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작은 일에도 웃기 바빴다.

“이실레아 경은 그간의 공을 계속해서 세워왔고! 지금까지 날 대신하여 병사들의 훈련부터 통솔까지 해왔다! 이에 나는 이실레아 경에게 〈군사령관(軍司令官)〉의 직책을 내리겠다!”

“또한 그 상으로 발룬을 대여하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군공을 세워나가 시민들을 위해서 살아가겠습니다.”

이실레아는 침착했다. 무릎을 꿇어 보이며 드낙을 윗사람으로 대접해주었다. 드낙은 기쁜 표정을 지었지만 게제라스가 그녀의 가문을 방계로 흡수할 생각을 버리라고 말했기에 속마음은 텁텁했다.

환호성은 없었다. 대신 박수가 줄을 이었다. 진중한 말에 감화된 것이다.

이실레아는 발룬을 데리고 사라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술을 적당히 즐기는 그녀였고, 이 자리에 지금까지 있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보통이라면 필요한 이들과 술을 한두 잔 걸치고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축하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 드낙을 위해서라도 축제의 마지막까지 있어야 했다.

“축하드립니다! 이실레아 군사령관님!”

병사들이 너도나도 잔을 들고 왔다. 그들을 모두 받아줘야 했다.

물론 술은 입에만 축이고, 나머지는 땅에 버리고 다시 잔을 받았다. 그런 행위에도 모두 기쁘게 그녀와 술을 나누었다. 그만큼 평소 행실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축제는 그렇게 끝이 났다. 드낙은 해야 할 일을 모두 했고, 많은 이들과 어울렸다. 특히 〈산지기 산골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대산을 인간의 손에 쥐게 했기 때문에 인기가 대단했다.

“우웨에에에에액!”

오두막 밖에서 아침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로 된 창을 열어보니 도렌이었다. 옆에는 이스핀이 킬킬거리면서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다.

“이 새끼! 어디서 날 이기려고 들어? 10년은 아직이다!”

이스핀이 그렇게 말하며 검은 곰의 등가죽을 펼쳐 보이면서 덩실덩실 거렸다. 그러다가 안색이 크게 나빠져서는 등가죽을 서둘러 뒤로 던지면서 허리를 굽혔다.

“우웨애애액!”

도렌이 자꾸 헛구역질을 후윽, 허윽, 흐에엑 하는 사이에 자신도 그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도렌의 옆에서 토악질을 했다.

피식.

그것을 지켜보던 드낙이 웃었다.

‘이 뇨석들. 그러기에 나처럼 간을 두 개는 가졌었어야지!’

간이 두 개인 자신이었다. 아주 시건방진 것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귀여움도 있었다.

“잘 끓인 물부터 마셔!”

그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숙취는 이실레아 또한 덮쳤다. 입에 축여도 그래도 조금은 마셨던 이실레아가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곧음은 곧 대가를 치러야 했다.

“흐으으···”

죽을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끙끙 앓았다. 눈치 좋은 병사 하나가 데운 물을 주어서 홀짝이다가도 올라올 것 같은 기분을 여러 번 겪었지만 트림 하나 하지 않았다.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몽펠리에의 기수들은 떡이 되어버렸다. 내일에서야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사이에 드낙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준마는 예상과 다르게 두 마리를 동원해야 했는데, 짐을 싣고 또 드낙이 올라타면 그대로 주저앉아버렸기 때문이다.

준마 중에서도 가장 다리가 튼실한 놈을 잡았다. 크기는 당나귀라고 놀릴 만큼 작은 놈이었지만 다리가 대단히 굵었다. 아무래도 피가 뒤섞이면서 엉망진창으로 종이 섞였기 때문일 터였다.

‘폼이 안 나도 별 수 없지.’

겉은 말이지만 밭을 가는 노동말처럼 다리가 굵은 놈이 선택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늑대 도노〉 또한 함께 가게 되어서 오랜만에 홀로 드낙의 애정을 독차지했다. 〈까마귀 카이야〉는 별 상관없는지 말 옆에 툭 튀어나온 주머니에 들어가서 잘 준비를 벌써부터 하고 있었다.

드낙은 조용한 한때를 보냈다. 정신 차린 기수가 사죄를 하러 왔지만 웃으면서 돌려보냈다. 그 모습에 기수들의 대장인 〈바루익 블라인스〉가 감사한 표정을 지었다.

〈대륙 동부〉

수많은 나무들이 가득 찬 땅에 끝을 모르고 솟은 성벽과 건물들이 바둑알처럼 밀집되어 있었다.

〈동부 엘프(Eastern Elf)〉들의 도시 중 한 곳인 〈칼와 엔다(Calwa Enda, 아름다운 중심)〉.

그곳은 〈카라 가문(cala 家門)〉의 도시이기도 했다. 야심한 밤, 가장 높은 첨탑 건물의 끝에 쭉 뻗어나간 길의 끝에 선 동부 엘프 〈파르카 헤루카르모(Parka Herucalmo)〉이 드러누워서 편하게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료하고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는 하품을 쩍 했다. 입에서 새하얀 영혼이 비집고 나올 정도로 크게 벌렸다.

육체보다 월등히 뛰어난 영혼을 지닌 엘프들은 육체의 통제보다는 혼의 통제를 통하여 전투를 수행하는 등, 인간의 시스템과는 기본적으로 달랐다. 육(肉)이 있어야 현실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간과는 다르게 그 힘이 역전되어 있는 것이 엘프였다.

그렇다고 해서 육(肉)이 인간보다 약한 것도 아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범용성의 마력〉을 품은 채 태어나는 것이 엘프였다.

가장 축복받은 종족이라 불릴 정도로 그들에게 쥐여진 힘들은 다양했으며 높았고, 위대하였다. 종종 혼이 변질되어 육체가 붕괴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았다.

“아!”

무료한 표정을 짓던 파르카가 탄성을 냈다. 별이 빠르게 움직이며 서서히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흉흉한 살성(殺星)으로 변하여 끝없이 대륙의 남부를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많은 점성술사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눈을 떼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10만 이상을 죽여 악업을 쌓아야만 움직이는 것이 별(星)이었다. 그 별이 선택한 자는 영웅이든 학살자든 무엇이든지 역사에 한 획을 긋는다. 그러한 일이 대륙의 남부에서 벌어질 터였다.

절로 흥미가 돋는 것이 당연했다.

드낙의 경우, 업을 쌓는데 있어서 말도 안 되는 특혜를 받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이들의 업을 검은 문을 통해 능력과 함께 이어받았다. 탐욕스러운 지배자였다.

벌떡 일어난 파르카의 눈에 끝도 없이 마력을 생산하여 주변으로 흩뿌리고 있는 〈폭풍의 요람(Cradle of the typhoon)〉이 들어왔다.

도시 칼와 엔다의 내부 마력 농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시설이었다. 마력은 유해하지도 않았고, 만변(萬變)하는 힘이며 마법에 따라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것을 겉으로 보이는 힘으로 쌓는 엘프들에게 있어서 폭풍의 요람보다 중요한 시설은 없었다.

지붕이 없이 뻥 뚫린 원통형의 건축물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마력을 토해내고 있었다. 주변 1500km에 달하는 대기의 마력을 끌어모아서 도시에 토해내는 폭풍의 요람은 겉으로 보이는 기둥 형태의 건물도 커보였지만 사실 지하에 있는 통로가 더 거대했다.

‘가고 싶다. 하지만 못 가는 것이 문제지.’

파르카는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엘프들은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전통〉이었고, 〈율법〉이었다.

목이 날아가지 않는 이상 영생을 살아가는 것이 엘프였기에 정치색으로 말하자면 보수 진영의 인사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식이었다. 자연스럽게 사회도 그렇게 굴러갈 수밖에 없었다.

세대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엘프들의 사회였다. 그곳에서 성격이 〈보통 엘프〉와 다른 엘프는 사는 것이 힘들었다. 끝없는 쾌락을 추구하고 싶어도 결국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 한계를 맞이한 것이 파르카 헤루카르모였다.

‘살성(殺星). 분명 큰 파도가 되어서 휘몰아치겠지만, 인간이 죽든 아무 상관이 없겠지.’

별의 선택을 받아도 결국 인간이었다. 그들 사회에서, 땅에서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파르카는 그 별이 멈춘 위치를 꼼꼼하게 기록하였고, 그 별의 모습을 마력을 통해 각인시켜 허공 한 쪽에 고정시켜놓았다.

마법사들이 공을 들여 만드는 마법진도 엘프에게는 손짓 한 번이면 끝이었다. 지나치게 고등한 정신력으로 〈마력〉이 정신력을 통한 응집력을 버티지 못하고 액체화가 이루어져 마법진이 그대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정신력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력이 높아도 개체의 성향을 바꾸지는 못했다.

‘심심하다.’

행복하다면 행복하지만 이제 1만 하고도 2800살인 파르카였다. 그런 종류의 행복은 이제 무뎌졌다.

그는 재미난 일이 절실히 필요했다.

========== 작품 후기 ==========

5847자

평추코 감사합니다. 다양한 의견 감사합니다.

9월 6일입니다. 8월달에 신세를 진 독자님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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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자잘한 수익은 80만원 정도입니다. ^^ 그럼 680만원 정도입니다. 물론 세전입니다.

프리렌서 세금폭탄 무섭

마지막으로 데스티니 가디언즈 2시간 하니까 컴이 멈추네요 ㅠㅠ 그래도 꿀잼이네요!

모두 데스티니 가디언즈 하세요! FPS라기보다는 스토리 게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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