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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41화 (240/1,239)

0241 <-- 몽펠리에의 기수들 -->

드낙은 게제라스의 진정한 등용 전부터 〈세파리아스 불파겐〉에게 이런저런 〈계승〉을 받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비전에 대한 전수가 아니었으며 〈귀족 수업〉과 어울렸다.

물론 계승을 받는다고 드낙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면에서 드낙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때때로 평범하게 여겨지는 〈무재(武才)〉가 오히려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재능으로 보일 정도였다.

“에이, 그래도 나 정도면 수재 정도는 되지 않을까?”

[건방진 녀석. 검은 꿈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자신의 찌꺼기를 받아먹고도 그 정도였기에 세파리아스는 드낙의 무재를 작게 보는 경향이 매우 컸다. 수업을 받으며 많이 혼이 날 때면 드낙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무력을 근거로 들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을 즐겼다.

그때마다 세파리아스는 화딱지가 났지만 꾹 참았다.

실제로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제국은 몰라도, 〈남부 왕국〉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말이었다.

물론 적의 뒤를 쫓다가 머리에 돌을 맞고 객사한 손견 같은 경우도 있듯이 전투에서 한순간에 끝날 위험이 있었다.

그저 광전사와 같은 기질을 지닌 인간들에게 둘러싸인 것만으로도 죽을 뻔한 경우의 수가 생기는 것이 이 세계였다.

[한순간에 훅 간다. 그러기 전에 많은 것을 쌓아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공부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

말 한마디를 지지 않으려는 모습에도 세파리아스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검은 꿈의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이었다.

[〈산지기 산골 마을〉은 적어도 네가 먹어야 한다. 누구에게도 주지 않는 게 낫다. 게제라스 문인이 너에게 완전히 스며들었으니 〈호수 마을〉은 내정관이라는 시스템으로 굴러가게 만드는 것이 좋겠지.]

“왜 하필 산지기 산골 마을이야?”

[생각을 해봐라. 네 녀석은 그게 문제야.]

세파리아스가 이번에는 단단히 한 소리를 할 생각인지 노기가 가득한 말로 말했다. 드낙이라는 호로상놈의 자식은 자신의 머리를 쓸려고 하지 않았다.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드낙은 〈전술가〉로서의 재능도 있었고, 〈전략가〉로서의 재능도 있었다.

유연하고 뛰어난 상상력은 곧 자신의 위기를 다양하게 짚어낸다는 것이었고 비단 전쟁에서 활약하는 것뿐만 아니라 처세에 있어서도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양지가 바른 땅이었다.

‘빌어먹을 개새끼.’

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넌 항상 자신 혼자 위기를 대처해야 할 때만 머리를 굴린다. 그게 아니면 의심의 냄새를 맡았을 때, 그것을 해결해야 할 사람이 자신뿐이라면 그때야 엉덩이를 뗀다.]

“내가 그랬나?”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드낙의 단점이고 장점이기도 했다. 현대인의 기본적인 소양이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것. 그만큼 바쁘게 살면서 생긴 습관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단점〉이었다.

[그것도 몰랐는가? 이거 생각보다 더 멍청하구나. 생각을 해봐라.]

세파리아스는 몇 번의 경우를 말해주었다. 그제서야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혀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게제라스는 이제 내 편이잖아? 뭐가 문제인 거지?’

총대를 매기 싫어하는 것이 대한민국 남자들 중에서 군필자들의 기본적인 모습이었다. 박호훈 또한 훌륭한 대한 육군의 일원으로 살다 나왔다. 그는 처음에는 제법 책임감이 있고, 먼저 나서기를 좋아했는데, 단 한 번 그것이 박살 난 적이 있었다.

‘끔찍했지.’

가벼운 목소리로 쓰레기 처리를 위해서 토요일, 일과시간이 끝나고 지원자를 모으러 다니던 행보관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했다.

그날 박호훈 상병은 직경 수십 미터에 깊이는 쓰레기 수 톤이 들어갈 깊이를 파야 했다. 그가 애들을 끌고 막사에 돌아왔을 때에는 새벽 2시가 지나있었다.

힘을 워낙 써서 덜덜 떨리는 담배를 손에 쥐었을 때, 내기 바둑을 하던 병장 2명과 함께 봉지 라면을 먹었었다.

지독했던 경험이었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난 것인지 보여준 경험이기도 했다.

드낙의 그런 태도는 현역 군인 때의 경험이 매우 컸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군.]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게제라스나 이실레아가 있잖아. 그들이 나보다 더 일을 잘 할걸?”

세파리아스는 그것을 반박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머리는 계속 굴려야지. 썩혀 내버리면 나중에 위기를 감지하지 못할 때가 있을 것이다.]

드낙은 그 말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있다가 목 따이기는 싫었다. 그리고 세파리아스의 말대로 용병단을 꾸릴 때와는 다르게 머리가 비상한 것들이 많았다.

“공부를 하긴 해야겠지.”

확답을 들은 세파리아스가 다시 주제를 전으로 돌렸다.

[산지기 산골 마을은 말했다시피 한적한 곳이지. 대산의 주인도 없어졌으니, 산의 풍족한 자원이 계속 들어올 것이다. 또 촌장의 기질도 좋고.]

관리하기가 어려운 마을이 아니었다. 틈틈이 대산에 자리 잡은 야수나 무서운 놈들을 처리를 해주면 그것으로 끝나는 일이었다.

“산을 주력 자원으로 삼고 있는 마을이기에 필요한 것은 무력이라는 소리네.”

드낙의 말에 세파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척하면 척이었다. 정보 수집, 분류에 대해서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기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한 면이 있었다.

[맞다. 부대장들의 장원은 다른 곳에 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들 또한 너의 어레인지 된 비전을 이어받으며 무(武)에 대한 감각이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몇 년만 지나면 자유기사라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이미 일반병은 능히 꺾을 수 있는 이스펜과 도렌이었다. 비전은 〈죽이는 상황〉을 만드는 것인데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수많은 묘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수련하면 할수록 무력이 자연스럽게 상승곡선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었다.

비전을 연마하는 것 자체가 수업인 것이다.

대산 하나를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었다.

“앞으로 이곳저곳 다닐 텐데, 그냥 다른 놈한테 주면 안 되나?”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네가 마을 하나 소유하지 못했는데, 다른 이들이 마음 편하게 장원을 받겠느냐? 게제라스야 완전히 너의 신하를 자처하고 무릎을 꿇었기에 거침없이 행동하겠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야.]

드낙은 그 말을 들으며 세파리아스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매우 난폭한 치세를 하는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기본이 탄탄했다. 또 오히려 그러한 처세는 드낙에게 잘 맞았다. 무력으로 모든 것을 휘어잡은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패권(覇權)은 드낙과 어울리는 점이 많았다.

물론 드낙이 그런 처세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참고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덕망이 있어야···’

힘을 앞세운 자들은 모두 크게 되지 못했음을 드낙은 잘 알고 있었다. 세파리아스는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게 드낙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저 〈드낙의 처세〉가 한 번 고꾸라지기를 기대할 뿐이었다.

축제의 시작은 다양한 놀이로 시작되었다. 검은 곰의 가죽이 상품으로 걸렸기에 모두가 흥분의 도가니였다. 앞발과 뒷발을 쫙 편 가죽은 정말이지 비대했다. 물론 간, 심장, 폐 등 중요한 장기들도 대단히 높은 값을 지니고 있었는데 상품으로 나왔다.

그것을 오직 놀이에서 우승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었기에 분위기가 크게 과열되는 것이 당연했다.

또 몇몇 작은 놀이에는 곰 발바닥이 상품으로 걸렸다. 특히 심장의 경우에는 30인으로 토너먼트를 벌였다. 그것이 가장 큰 행사였다.

줄다리기에 불과했지만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열이 올랐다.

승리는 거친 산지기들의 마을인 〈산지기 산골 마을〉이 가져갔다. 〈산지기 봄베르〉가 사람 머리보다 큰 심장을 들어 올리며 괴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

줄다리기에 동참한 30인도 소리를 내지르며 미친 듯이 좋아했다. 그 정도로 〈변이야수 검은 곰〉의 심장은 대단히 컸다.

사실 능력만 따지면 〈검은 곰의 심장〉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는데 드낙은 간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만큼 검은 곰의 심장은 대단했다.

점심에는 간단한 식사로 마무리되었지만 모두 잘 깎아놓은 바위 위에 올려진 엄청난 양의 고기에 눈이 가있어서 먹는 둥 마는 둥이었다.

해가 저물어가기 전에 사람들이 주변을 정리하였다. 상품을 잔뜩 짊어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금고 다루듯이 꼭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자면서까지 놓지 않을 터였다.

단상이 세워지고, 곳곳에 모닥불이 피워지며 미리 고기가 배분됐다. 점심을 안 먹은 자도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곰 고기가 구워지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모닥불에 기름이 줄줄 흐르자 지켜보던 이들이 침을 삼켰다. 몇몇은 군침이 턱을 흐르고 흘러내렸다.

엄청난 비주얼이며 냄새였다.

겨울을 준비하여 지방을 엄청나게 축적한 곰이었다. 살코기 부분이 많으면서도 지방이 곳곳에 스며들어있어 줄줄 기름이 흘러내렸는데, 고소한 향이 물씬 풍겨 나왔다.

또한 여자들이 늦은 밤까지 고기 곳곳에 향이 강한 산채를 다져서 발라놓았기에 향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산에서 찾은 암염을 조금 손톱으로 긁어낸 것을 찍어 먹으며 배를 조금 채운 이들은 단상에 올려진 술독에 눈이 절로 갔다.

‘술이 당기네.’

기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맛도 좋았지만 술을 미치도록 마시고 싶어졌다.

드낙이 단상 위로 올라오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제야 술을 마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들 배를 좀 채웠는가!”

“예!!!”

드낙이 웃어 보이며 환호성을 잠재웠다. 공짜로 곰 고기를 대량으로 그냥 풀어버린 드낙이었다. 환호성이 없을 수가 없었다. 여자의 품에서 곰 고기를 쪽쪽 빨던 아기가 잇몸을 웅얼거리면서 고기를 씹으려 했지만 여자는 고기를 빼내어 소금에 찍어 자신의 입으로 넣었다.

그것을 보며 드낙이 눈웃음 지었다. 평화로운 한때나 다름없었다.

“오늘은 크게 축하할 일이 많아서 이렇게 잔치를 벌였다! 축제도 즐거웠겠지? 검은 곰의 심장과 폐, 간을 얻어낸 사람이 누구인가!”

그 말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벌떡 일어나 부산물을 들어 올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드낙 또한 크게 웃어주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이름을 말하게 해서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모두 그것을 부러워했다.

〈산지기 산골 마을〉의 30인은 아예 단상으로 올라왔다. 심장을 든 〈산지기 봄베르〉가 입가의 근육이 떨릴 정도로 함박웃음을 내내 지었다.

“이런 축제를 열게 한 〈몽펠리에의 기수들〉은 단상으로 올라와라!”

그 말에 기수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올라왔다. 이미 언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드낙은 그들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말하며 그들의 용기를 대단히 치하해주었다.

“멀리서부터 이런 변방까지 오면서 〈버팔로 나이트〉의 서신을 전해준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축제도 없었을 것이다!”

박수가 쳐지고, 환호성이 이어졌다. 이들은 올려진 술독을 여럿 들고, 나무로 된 술잔 또한 들어서는 곳곳에 배치시켜놓았다. 모두가 몽펠리에의 기수들을 외쳐대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술독이 남아있었다.

드낙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았다. 다시 내려가서 한 번 어울려주고, 술을 마셨다. 이곳의 술은 정말이지 맛이 좋았다. 나무 향도 진하게 났고, 도수도 적당히 높아서 마시는 맛이 났다.

그가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을 때에는 부족하게 지급된 술독 또한 동이 나있었다.

“부대장들은 올라오라!!”

기분 좋게 취한 이스핀과 도렌이 올라왔다. 병사 몇 명이 〈검은 곰의 등가죽〉과 〈검은 곰의 머리 박제〉를 들고 왔다. 또 술독 하나를 두 사람 사이에 놓고 테이블이 놓아졌다. 누가 봐도 술 대결이었다.

“이스핀! 이스핀!”

“도렌! 도렌!”

병사들은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기에 벌써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부대장을 소리쳤고,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도 소리 질렀다.

흥이 잔뜩 오른 상태에서 드낙이 직접 술잔을 가득 따라주며 두 사람에게 주었다. 물론 처음에는 냉수를 크게 먹였다. 술 먹다 죽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었다.

“먼저 엎어지는 놈이 머리! 이기는 놈은 등가죽! 시작!”

두 명 모두 단번에 술잔을 비워냈다. 도렌 또한 이길 생각으로 가득했는데, 분위기가 제대로 잡혔기 때문에 없는 호승심이 생겨있었다.

========== 작품 후기 ==========

5770자

평추코! 다양한 의견은 항상 감사합니다.

전 이스핀에게 걸겠습니다. 덩치가 있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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