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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39화 (238/1,239)

0239 <-- 몽펠리에의 기수들 -->

방계, 〈바루익 블라인스〉는 황소처럼 달려오는 발룬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성문까지 부수길래 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준마 하나가 따라붙으며 함께 호흡을 맞추자 그런 생각을 버릴 수 있었다.

물론 준마는 전신갑주를 입은 기사를 감당하는 것이 버거워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무너질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전투는 수행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바루익 님. 엄청나지 않습니까? 옆에 달리는 말이 당나귀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피부색을 보아하니, 영물로 보이는데. 저런 것을 굴복시키다니···”

“대단하군.”

기수들이 모두 경이로운 표정으로 보았고, 그 또한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버팔로 나이트(Buffalo Knight)〉가 자신들을 이곳에까지 보내면서 자유기사와의 인연을 고집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구우!!”

거칠게 소리를 내며 당장이라도 발룬이 그들을 덮칠 것처럼 굴었다. 발굽으로 땅을 긁는데 땅이 무슨 모래처럼 우수수 밀려졌다. 그 가벼운 모습에 기수들이 절로 기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그걸 본 드낙이 화딱지가 났지만 일단은 참았다.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유기사 드낙이라고 합니다! 몽펠리에의 기수가 맞습니까!”

서로 100걸음 이상 멀리 떨어진 채 이야기를 해야 했기에 크게 외쳐야 했다. 바루익 또한 크게 소리를 냈다.

“나는 몽펠리에 기병단의 바루익 블라인스입니다! 여기 있는 자들도 모두 몽펠리에의 기수들이고, 기병들입니다!”

깃발을 손에 들어 펄럭여 보였다. 보다 명확하게 보였고, 이내 크게 근접하여 만남을 이어나갔다.

“어떤 일로 이런 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까?”

“그대에게 줄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헛기침을 한 바루익이 근엄하게 말했다.

“버팔로 나이트이자, 몽펠리에 기병단의 기병단장이시며 쌍둥이 성채의 성채 감독관이고 몽펠리에 가문의 소가주이신 아크온 몽펠리에의 서한을 받으라.”

그리고는 빙긋 웃어 보였다.

“딱딱한 절차일 뿐이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기수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바루익에게서 큰 양피지를 받은 드낙은 봉해진 인장을 확인했다. 선명하게 아크온 몽펠리에의 개인 문장이 찍혀져 있었다.

힘의 팔뚝과 주먹. 그 양옆에는 버드나무 잎이 가득했다.

전에도 익히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뜯지는 않았다. 둘둘 말린 양피지의 길이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돌산〉으로 갑시다. 그곳에서 여독을 푸시는 것이 좋겠소.”

“환대에 감사합니다. 딱딱한 빵이라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바루익은 말을 끌고 그대로 드낙의 옆에 섰는데, 발룬에 대해서 특히나 많이 물었다. 드낙보다는 이실레아가 더 길게 말하였다.

그는 주제를 돌렸다.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습니까? 〈호수 마을〉을 방문하셨습니까?”

“원래는 〈산지기 산골마을〉을 목적지로 삼았지만, 도중에 개척하고 있는 마을이 있어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곳에서 게제라스 총관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몽펠리에의 깃발과 그 개인 문장은 〈횃불 성채〉에서 문인 가문에서 태어난 게제라스의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을 것이다. 바로 프리 패스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온 드낙은 괜히 말에서 내리며 발룬을 노려보았다. 그는 그제서야 구슬프게 울면서 드낙의 눈치를 보았다.

“구우우···”

뭘 생각하는지 딱 보여서 되레 화내기도 뭣했다. 본능에 충실한 놈이었고, 다른 걸 꾸민다기에는 노골적인 면도 있었다. 맥이 탁 풀렸다.

‘짐승 상대로 내가 무슨··· 어휴!’

드낙은 뿔을 한 번 쥐어서 가볍게 흔들었다. 워낙 겁보에 빤스런의 달인이라 그것만으로도 뒷걸음질을 쳤다. 언제 남자다운 기상을 보여줬는지 까먹은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여친 앞이라 편의점 알바생 앞에서 가오를 잡는 것과 비슷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더욱 괘씸했는데, 박호훈의 경우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온갖 갑질을 당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정말 어쩌려고 이러냐. 응?”

드낙이 쓴웃음을 지으며 발룬을 풀어주었고, 그들을 가장 큰 군막으로 안내했다. 이실레아, 이스핀, 드낙, 바루익까지 모두 들어갈 정도로 넓은 군막이었다. 나머지 기수들은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양피지의 내용을 가장 먼저 드낙이 확인했다.

시시콜콜한 첫 문단을 빠르게 훑었다. 그다음에는 아크온의 근황이 적혀져 있었다.

‘〈백금 왕가〉로의 의무를 끝내고 자령으로 갔구나.’

본래는 〈북부 가문〉이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남부에서 활동했던 아크온이었다. 본가에 들리면서 겸사겸사 일백야수 토벌을 하려고 했고, 그것은 드낙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원래라면 지금도 남부에서 활동해야 하지만, 〈흑마법사〉와 관련되어 자령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그 내막을 드낙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냥 그러려니 훑고 지나갔다.

‘크게 떠들썩 했겠지.’

수천에 달하는 〈흑(黑)의 양피지(羊皮紙)〉가 수도로 향했으니 그 여파는 대단했을 터였다.

[꽃이 피는 봄이 찾아오면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 북부의 상황이 크게 좋지 않네. 아무래도 자네와 만나는 것은 전쟁터가 될 것 같군.]

드낙의 눈이 좁혀졌다. 훈훈한 내용은 사라지고, 본론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외눈 트롤···”

그 말에 이실레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신이 토벌을 실패하고 놓친 트롤이었기 때문이었다.

“놈이 다시 민가를 휩쓸었습니까?”

드낙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피지의 내용에 집중하고 있어서 이실레아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그는 섬세함이 부족했다.

[〈외눈 트롤〉은 횃불 성채의 〈엔토르챠(Antorcha, 모순의 횃불)〉에 이끌린 것은 모르겠지만 현재 북부를 휘저으며 잔혹한 살상을 벌이고 있네. 이미 마을 세 곳이 무너졌고, 작은 토성 하나가 박살이 났네.]

드낙이 신음소리를 냈다. 토성(土城)이 무너졌다는 말은 정규군이 죽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히···

[자유기사였지만 〈에이곤 가문〉의 방계로 들어갔던 기사 긱세 벨파리온이 죽음을 맞이했네. 놈은 비정상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고, 토벌전을 위해서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고, 기사들이 서서히 모이고 있는 상황이네.]

그는 다시 위로 가서 한 번 읽고, 찬찬히 문장을 훑었다. 그만큼 아크온의 양피지에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져있었다.

‘방계에 들어섰다는 것은 전신갑주를 입었다는 것.’

아크온은 명확하게 〈기사〉라고 쓰고 있었다. 당연히 기사를 죽인 트롤을 잡기 위해서는 기사가 여럿 힘을 합쳐야 했다. 그로 인하여 지키지 못할 마을에 대피령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몽펠리에 령(領)으로 와서 〈쌍둥이 성채〉로 와주게. 그곳에서 토벌이 시작될 것인데, 〈일각수〉를 전신갑주도 없이 뛰어들어 잡은 것이 자네 아닌가? 그 도움이 절실하네.]

드낙은 거기까지 읽고 일단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내 머리로는 앞뒤를 재기가 힘들다.’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그래서 판단을 보류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가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바로 트롤 토벌전에 뛰어들고 싶었는데, 〈검은 꿈〉 때문이었다. 하지만 드낙은 혼자의 몸이 아니었다.

‘기회가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

이 버려진 영지를 키워서 마탑을 세우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내며 온갖 향락을 누리다가 오래오래 사는 것이 목적이었다. 때가 된다면 혼(魂)이 육(肉)을 초월했다는 엘프를 죽여 영생을 손에 넣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갈 수 있을까?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지? 가고 싶다!’

트롤! 그 재생력을 조금만 야금야금 훔쳐먹어도 큰 이득일 것이 분명했다.

“트롤 토벌이라니···너무 큰 것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드낙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일어났다. 부정적인 행동에 〈바루익 블라인스〉가 침을 삼켰다.

“일단은 휴식을 취해주십시오. 이에 대한 것은 며칠 고민을 하고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 오래는 못 드립니다. 북부 기사들이 곳곳에서 모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늦으면 늦을수록 토벌이 허사가 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이실레아가 말했다.

“양피지를 전부 읽지 않으셨는데, 나머지도 읽어보십시오.”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버려진 영지는 예부터 자원이 적기로 유명했네. 아마 그래서 지금까지 버려져 있었던 것이기도 하지. 사람으로 굴러간 곳이니까··· 이제는 사람마저 보기 힘들테니 큰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네.]

드낙은 절로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나무, 식량, 숲의 동물 그리고 영토에 비해서 형편없이 적은 초지(草地) 하나같이 부실했다. 말이 말 천 필이지. 그것도 사실은 〈물의 정령〉의 물이 아니었다면 유지를 못했을 초지였을 터였다.

에라한 가문이 혹사하지 않는 이상 초지는 계속 줄어들 터였다.

숲을 크게 만들어 물을 가두어 강이 흐르도록 만들어야 했지만, 드낙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끽해야 저수지를 다수 확보하여 수원을 확보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것을 꼬집고 있는 아크온의 말은 드낙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마치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간파당한 기분이었다. 이쪽의 사정을 모두 훑고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기분 탓이겠지.’

[이번 토벌전에서 군공을 세운다면 섭섭지 않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네.]

마지막에는 아크온 몽펠리에의 이름과 추신이 적혀있었다.

[붉은 별이 떠오를 준비를 하는데, 도와주지 않는 것도 우습지.]

아리송한 말이었다.

드낙은 일단 이것을 이실레아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드낙보다 빠른 속도로 읽었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상당히 드낙님을 데려오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약간 협박처럼 들리기도 하고···”

“저도 그런 기분은 들었지만, 결국 도와준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 말에 이실레아는 자신의 판단을 바꾸었다. 〈아크온 몽펠리에〉의 명예를 생각한 것이다. 그는 진실된 기사라 말하기에 충분한 자였다.

“그의 평가를 생각한다면 사실 그 말이 맞기는 합니다. 혹, 그와 함께 전투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드낙은 〈일각수 토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변종 키메라와의 싸움에 난입한 일백야수 붉은 털의 곰! 그 곰은 도망쳐서 일각수가 되어 다시 덤벼왔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실레아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무인인 드낙이었기에 하나하나 무력에 대한 판단을 제법 상세히 이야기했는데, 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 또한 천생 무인이었다.

“···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럼 받아들이는 게 좋습니까?”

그 말에 이실레아는 헛기침을 하며 딴소리를 했다.

“그거야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게제라스 총관의 말도 들어봐야 합니다. 지금 가장 바쁜 것이 그 아닙니까?”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주변을 포섭하고 그것으로 밀고 나가고 싶었는데, 바로 막히는 것을 보니 이실레아도 게제라스의 변화를 알아차린 듯해 보였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다시 〈호수 마을〉로 돌아가야겠군요.”

그 말에 이실레아가 드낙을 막았다.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발룬이 전투에서 자꾸 도망을 놓았는데, 이번에는 아닌 것을 보니 제가 당분간 발룬을 돌봐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드낙은 반박할 것이 생각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빌려주는 것으로 능구렁이 기어가듯이 그녀에게 발룬이 가도 그녀는 은혜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

8일 만에 돌아온 〈호수 마을〉은 많은 것이 변화되어있었다.

그것을 멀리서 둘러보고 드낙은 곧바로 게제라스와의 만남을 가졌다. 〈그때〉 이후로 둘의 사이는 더욱 긴밀해져 있었다.

“나는 트롤을 잡으러 가고 싶은데, 괜찮겠는가?”

드낙은 곧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이에 게제라스가 작게 웃음 지었다. 전과는 그 방식이 아주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믿기에 드낙은 스스로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한 것이다. 그 전이라면 경계하여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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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감사합니다. 다양한 의견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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