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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32화 (231/1,239)

0232 <-- 마적 돌산 -->

우아아아아아아!!!!

드낙이 거칠게 포효했다. 단번에 마적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물론 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외침을 질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애물을 포기하면서 병사들과 거리가 놓아지며 다른 판단을 할 여지가 있었기에 더욱 극적이었다.

우뚝!

“엇!”

갑자기 발룬이 멈추자 드낙이 소리를 짧게 내뱉었다. 당황스러움이 생겼다.

“뭐 해?! 달려가!”

“구우우···”

드낙의 말에도 발룬은 구슬프게 울면서 마름쇠를 발굽으로 툭 쳤다. 하지만 드낙이 호되게 소리를 내질렀다.

“어딜, 엄살을 피우려고! 방법을 가르쳐줬잖아!”

모래사장에 발을 푹 집어넣고 무식하게 밀고 가는 것이 가능한 인간처럼 발룬의 힘으로는 땅도 그렇게 지나갈 수 있었다. 힘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이었다. 밭처럼 갈아버리면서 갈 수 있었기에 마름쇠를 흙으로 밀고도 사람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다.

훈련을 통해서 이미 그것을 확인한 드낙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딴소리를 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드낙의 말에 발룬이 이번에는 뿔로 마적들을 가리켰다.

“구우우···”

드낙은 머리를 가볍게 때렸지만 발룬은 앞으로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허벅지에 힘을 줘서 조여도 버티는 것을 보니 무서운 듯했다.

‘이 녀석이.’

드낙은 기가 찼다. 하지만 그것도 〈마적 대장〉 세 명이 고함을 지르자 묻혀야 했다.

“기사다! 놈을 죽이면 세린이 큰 상을 내릴 것이다!”

“하하하! 놈은 내꺼다!!”

“키히히. 궤액···”

웃다가 토를 하는 마적 대장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세린이 기사를 꼭 죽여야 한다고 당부를 받았기에 더욱 반응이 심했다. 드낙은 마름쇠가 발에 박혀있는데도 달려오는 놈들을 보고는 발룬에게서 뛰어내렸다.

놈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구우!”

“시끄럽다. 이 녀석아! 네놈은 앞으로 평생 농지의 밭을 갈면서 지낼 거다."

몸은 산 만큼 큰 놈이 겁이 이렇게 많아서야, 지금까지 훈련한 것이 모두 허투루 돌아가버렸다. 훈련에서는 잘해도 실전에서는 맹탕인 경우와 마찬가지였다.

‘쯧.’

꼬리에 불똥이 놓아진 것처럼 광분해야 기병의 맛이 산다. 그 스피드 속에서 드낙의 무력은 더욱 빛을 발휘할 수 있었다.

최근, 발룬에게 크게 투자한 것에 비해서 실전에서 이렇게 되어버리니 뒷맛이 쓰디쓸 수밖에 없었다.

머리 위에서 카이야가 한 바퀴를 핑그르르 돌았다. 검은 눈동자가 주변을 훑었다. 큰 위협요소는 없었기에 소리 하나 지르지 않더니 높은 가을 하늘 위로 더욱 올라갔다.

“물러나 있어라.”

드낙이 기세를 피어 올리며 말하자 발룬은 찍소리 하나 못하고 물러났다.

“기사를 죽여라! 그리된다면 상황은 단번에, 키키키!!!”

말을 하다가 웃으면서 뒷말을 하지 않고, 마적 대장이 달려나갔다. 마름쇠 하나가 추가적으로 발에 틀어박혔지만 거리낌 없었다. 흐르는 피는 지나칠 정도로 뜨끈했고, 아예 피를 흘린다는 감각조차 사라져 있었다.

‘이런!’

그 모습을 본 이실레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적들의 반전은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병력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일 준비를 했다.

“병사들은 정면에 있는 장애물을 치워라! 밖으로 나가 드낙 경의 후방으로 돌아서 들어가야 한다!”

병사들 중 여덟 명이 정면에 겹겹이 쌓인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서 말뚝부터 벗겨내고, 장애물에 기대어둔 창대를 치웠다.

그 사이에 드낙은 가장 먼저 달려온 〈마적 대장〉과 부딪쳤다.

촤아악!

“크흐흐!!”

웃으면서 마적 대장의 목이 핑그르르 돌면서 드낙을 지나가며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단 일합.

비전을 사용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강철이 흐르는 강(Steel flowing river)〉이라 불리는 대명문가의 가보(家寶)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드낙이었다.

채찍처럼 휘어지는 검은 뱀과도 같았고, 이성을 잃은 광전사 따위가 능력치 하나 믿고 덤빈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간사한 움직임은 눈으로 보아도 속을 수밖에 없었고, 롱소드의 리치를 생각하고 신중히 대하더라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십년을 수많은 노하우를 지니며 평생을 〈남부 왕국〉을 떠돌아다니며 가문의 명예를 드높인 노기사들에게 모든 것을 〈계승〉받는 기사가 아니라면 드낙의 검은 막을 수 없는 검이었다.

그 섬뜩한 검술에도 마적들은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검을 휘두르던 마적 부대장은 마적 대장이 무기 하나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머리부터 날아가자 방패를 들어 올려 머리를 보호했지만 탄력적인 움직임을 하고 있는 드낙의 롱소드 대신 드낙의 우악스러운 몸을 맞이해야 했다.

뻐억!

단번에 달려오던 것 그대로 튕겨져나갔다. 110kg에 달하는 드낙의 체중이 실려진 몸통 박치기는 흉악한 소형차나 다름없었다. 방패가 단번에 함몰되면서 그대로 튕겨져나간 마적 부대장은 뒤로 굴러졌는데, 목뼈가 그대로 꺾여버렸다.

“꺽···꺽···”

피가 껄쩍, 껄쩍 입에서 흘러나오면서 돌아간 목에 피멍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전신을 부르르 떨면서 죽어가야 했다.

핑!

귀를 스쳐 지나가는 섬뜩한 한 줄기의 파공성. 뒤늦게 한쪽 무릎이 꿇려지며 고꾸라진 마적은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단에서 시작된 드낙의 롱소드의 침투로는 1인칭의 시야, 그것도 전방을 바라보고 있는 마적에게는 사각이나 다름없었다. 곁눈질로 보기에는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자신의 주제를 한참이나 뛰어넘은 신체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턱이 세로로 갈라지며 엎어진 놈은 그렇게 주변 흙을 피로 물들여갔다.

“후, 후욱!”

드낙의 근육이 산소를 빨아들이더니 단번에 부풀어 올랐다. 어깨 위로 올라간 양팔이 귀신처럼 휘둘러졌다.

카가가앙!

네 명이 넘는 마적이 동시다발적으로 운 좋게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세 명을 연달아 죽이며 두 걸음을 앞으로 내디뎠기 때문에 사방이 적이었다.

마적들이 무기를 휘두르기 전에 상단세를 취한 드낙의 무기가 위에서 아래로 향하며 마적들의 무기를 휘둘러쳤다. 내려찍는 것이었고, 드낙의 키보다 큰 놈들은 마적 대장들뿐이었다.

마적 4명은 손목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무기를 놓쳐버렸다. 순식간에 무기를 손에서 놓쳐버린 마적들이 뒷걸음치기도 전에 드낙의 찌르기가 옆구리, 목, 아랫배, 명치를 타격했다.

“컥!”

“윽!”

부르르 떨면서도 마적들은 되려 드낙에게 달려들었다. 하반신에 세 명이 들러붙었고, 왼팔에 마적이 들러붙었다.

“구궤. 게기긱!”

치명적인 급소에 칼침을 맞아도 몸을 떨면서 경직 하나 되지 않은 채 움직이는 마적들은 입에서 피거품을 뿜으면서 괴상한 소리를 냈다. 급소를 당한 마적 중 하나는 알아서 풀썩 쓰러졌는데, 오른팔이 마치 녹아내리는 것처럼 툭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뭐야, 이놈들?’

드낙이 기겁하면서 무릎으로 올려치고, 다른 적을 노리며 검을 휘두르며 팔꿈치로 들러붙은 놈들의 머리를 쳤다. 목이 잘려나가거나, 심장이 꿰뚫리지 않으면 계속해서 움직인다는 것을 체감이 느려진 상태에서 인지할 수 있었다.

‘까다롭다.’

드낙은 눈을 찌푸렸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검사(劍士)에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인간의 급소는 일곱 가지가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번에 두 개로 제한되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잘린 자신의 팔을 쥔 채 휘두르는 미친놈의 목을 왼손으로 움켜쥔 채 좌로 강하게 휘둘러 떨쳐놓으면서 드낙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애를 썼지만 무리였다.

이미 너무 가까이 들어와버린 것이다.

“크아아아아!!!!!”

이제 2명 남은 마적 대장이 거칠게 드낙의 뒤를 잡고, 한 명은 다리 하나를 잡아 들어 올렸다. 마적들이 세 명이나 달려들어 그의 오른팔을 쥐었다. 드낙이 거칠게 움직였지만 단단히 조여왔기에 원심력을 크게 낼 수 없었다.

크게 휘두를 수록 큰 힘을 낼 수 있는 것이 사람의 근력이었다.

반대로 크게 휘두를 수 없으면 인간은 자신의 근력보다 크게 제한된 근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드낙이 휘어잡히는 것은 말 그대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아무리 잘 나가는 놈이라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만의 대가였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렇기 때문에 기사 시스템이 발전한 것이었다. 포위를 당해도 〈필살의 수법〉으로 벗어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전신갑주〉였다.

괜히 〈다수 마법〉의 대부분이 등판에 발현되는 것이 아니었다. 포위를 당했을 때, 후방이 갑자기 박살이 난다면?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

깡!

마적 하나가 송곳과도 같은 희한한 단검으로 눈구멍 하나 없는 드낙의 투구를 두들기자 드낙이 입을 오므렸다.

“〈열다섯개의 화염 깃털(Fifteen Flame Feathers)〉.”

화르르!

그의 등을 잡은 마적 대장이 있는 곳에 화염 깃털이 나타나며 그를 태웠다.

“크, 크히히! 히히히히!!!”

고통이 이미 고통이 아니게 되어버린 마적 두목의 전신이 타올랐다. 앞가슴이 갈비뼈도 새까맣게 만들었고, 그가 힘을 잃었다. 드낙이 상체를 뒤로 갔다가 앞으로 반동을 주어 훅 당겼다. 자신보다 큰 마적 대장이 그대로 튕겨져나가며 마적 몇을 휘어잡아 함께 넘어졌다.

휘릭.

가볍게 손목의 스냅만으로 역으로 롱소드를 쥔 드낙이 거칠게 팔을 아래로 움직였다. 위로 올리는 것보다 아래로 내리는 것이 더욱 편했기 때문이다. 바닥에 닿은 롱소드를 지지대처럼 삼으며 드낙이 그것을 축으로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는 몸을 양옆으로 휘청거리듯 거칠게 움직였다.

“크윽!”

“우악!”

처음 왼쪽으로 돌아갔을 때는 마적들이 제법 들러붙었지만 그 반동으로 더욱 커진 행동을 하게 된 오른쪽으로 돌아갈 때는 대부분의 마적이 뒤집어져야 했다.

그 사이에 드낙은 다시 한 번 〈다수 마법〉을 사용해 마적들의 심장 부근을 노렸다.

‘보통 마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워낙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드낙이었다. 그의 눈은 사실 객관화가 힘들었다. 마적에게 처음부터 다수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도 그러한 이유였다. 마법으로 다수를 죽이는 것보다 한 칼로 다수를 죽이면 사기가 오르고, 명성이 커지는 것이 당연했다.

고작 일백을 상대로 다수 마법을 사용하는 것. 그것도 마적 상대로.

그건 사실 드낙의 깜냥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드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머리와 심장이 파괴되지 않으면 죽지 않는 놈들이었다.

퍼걱!

드낙의 체중이 발 하나에 집중되었다. 기어 오던 마적 부대장의 두개골이 형편없이 발에 꿰뚫렸다.

힘의 집중은 〈칠주(七主)〉의 비전을 획득하면서 쌓아올려진 기술의 탑으로 인하여 굳이 검이 아니라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드낙의 재능이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찌꺼기를 받아먹었기에 그렇게 빠른 응용을 보일 수 있는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불파겐 비전〉을 제외한 것에는 천재적이지 않다는 뜻이었다.

화염이 곳곳에 들끓었다. 〈다수 마법〉이 다섯 번 넘게 이루어졌고, 그 사이에 드낙은 거침없이 맹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이실레아가 마름쇠가 없는 길을 지나 돌아와서 도울 즘에는 채 10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드낙은 힘을 합쳐서 그들을 마저 소탕하고는 흰 천을 꺼내어 롱소드의 기름과 피를 말끔하게 천천히 힘을 줘서 닦아냈다.

그 모습을 모든 이들이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실레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용한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드낙이 이실레아에게 말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익을 노린 적군은 평야를 기어서 가로질러온 순찰자들에게 대패하였습니다. 좌익은 보시는 것처럼 궤멸했습니다.”

드낙이 돌산을 바라보았다. 그곳의 석벽에 올라있는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여성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늑대들을 밖으로 돌리겠으니, 이실레아 경은 돌산 내부 진입을 하십시오. 순찰자들은 늑대들과 마찬가지로 도망자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예.”

이실레아는 반론하지 않았다.

〈순찰대장 케샤스〉는 화살을 회수하고 드낙을 향해 빠르게 근접하고 있었기에 드낙과 케샤스는 서로 마주볼 수 있었다.

“하하하. 때맞춰서 못 온 줄 알았는데, 어떻게 기어 올 생각을 다했습니까?”

“숲에서도 가만히 7일을 버티는 것이 순찰자입니다. 이런 일은 오히려 재미나죠.”

거칠게 포옹했다. 드낙의 기분은 특히나 좋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이야기를 몇 마디 더 나누고 드낙은 이스핀의 몰골을 보며 크게 웃었다. 그 모습에 이스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순찰자를 따라오는데 급급할 정도로 고생했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컸다.

부대장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하게 느껴진 것이다. 하지만 드낙의 거친 포옹에 아직 그는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스핀이 이실레아에게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이스핀 부대장은 전에 함께 훈련한 병사 열 명을 통솔하라. 한 명이라도 죽으면 안 된다. 이번 임무는 단순히 마적 토벌이 아니고, 광전사 집단이나 다름없다.”

이실레아가 꼼꼼하게 자신이 획득한 정보를 이스핀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녀의 안목은 케샤스나 드낙 또한 귀를 기울일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있었고, 날카로웠다.

========== 작품 후기 ==========

6155자

평추코 감사합니다. 다양한 의견 고맙습니다.

발룬 : 날 믿었음? 싸커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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