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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31화 (230/1,239)

0231 <-- 마적 돌산 -->

우익으로 간 1부대의 〈마적 대장〉을 비롯한 마적들은 측면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순찰자들을 맞이하였다.

엉금엉금 기어서 평야를 쭉 가로지른 〈순찰대장 케샤스〉를 비롯한 30명의 순찰자와 이스핀이었다. 이스핀은 피골이 상접해있었는데, 배변조차도 엎드린 채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였다.

“적의 기습이다!”

아직 피맛을 보지 못해 이성이 조금은 살아있는 마적 대장이 말머리를 돌리자 다른 마적들 또한 그 움직임에 편승했다.

케샤스는 작정하고 대(對) 기병용 화살을 잔뜩 가져와있었다. 화살촉이 마치 작살처럼 길쭉하고 날카로웠다. 깊게 파고들기 위함이었다. 그 길이는 10cm에 달했다. 물론 철로 된 것은 아니었고, 다른 광물과 뒤섞여있었다.

그러나 경장비를 하고 기동성을 살리는 경기병을 상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수련으로 다져진 뛰어난 궁술을 가진 〈순찰자〉들은 숲에서 오크들과 싸우는 자들이었다.

보통 인간들이 아니었다.

퓨푸풍!!

길쭉한 화살촉을 지닌 화살이 순식간에 하늘을 수놓았다. 그 화살 중 대부분이 30기가 넘는 마적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놓았다. 단번에 말들이 무너졌고, 또 말머리를 돌렸기에 그곳에 뿌려진 마름쇠를 다시 한 번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달리던 마적도 마름쇠에 다리가 박살 나서는 절뚝거리거나 기어 다니고 있었다.

“화살 변경! 일반 화살로 나머지 놈들을 처리하라!”

화살을 전부 쏴버렸기에 저들을 잡는 것만으로 더 이상의 활동은 할 수 없었다. 남은 화살로 잔여병력을 잡는 것이 최대한일 것이다.

기어와야했기에 화살의 장탄수가 적었던 것.

미친놈처럼 화살에 박힌 채 달려오는 마적 대장의 머리에 케샤스가 쏜 화살이 정확하게 이마를 뚫고 박혔다.

무릎부터 땅에 찍히고 그대로 머리가 땅에 박히며 화살이 두개골을 뚫고 튀어나왔다.

“예!”

순찰자들이 소리를 내질렀다.

순찰자들의 기습으로 단번에 날개 하나가 박살 났고, 이실레아는 아예 좌익으로 모든 병력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크게게게!!”

입을 너무 쩍 벌렸다가 턱이 탈골된 채 덜렁거리는 마적이 거침없이 진형 안으로 들어 올려고 점프를 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정확하게 목을 쿡하고 찌른 〈특수장검〉 때문이었다.

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고, 헛바람 소리를 냈지만 이 시끄러운 와중에 그런 작은 소리가 들릴 리도 없었다. 순식간에 파묻혔고, 그대로 쭉 추락하여 장애물에 엎어졌다.

“죽어라! 죽어!”

뒤로는 마적들이 휘두르는 무기에 육편이 다져졌고, 덜렁거리던 허벅지가 육포를 찢듯이 찢겨서 바닥으로 후드득 온갖 것들이 떨어져내렸다.

앞으로는 병사들이 방패로 밀고, 창대를 휘적거리고 무기를 내려치기 바빴기에 아예 다져지고 밀려나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재수 없게 장애물에 떨어진 마적은 온몸이 그렇게 두들겨져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져내렸고, 텅 빈 뱃가죽에 다른 마적의 거친 부츠가 쑥하고 들어와서 밟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흰여우 세린〉이 준 물약은 사람의 잠력(潛力)을 모조리 끄집어내는 물약이었다. 당연히 그 부작용도 대단했지만 그 효과도 대단했다. 뱃가죽이 찢어져 내장을 모두 흘러냈음에도 피가 계속 돌고 있었다.

뭉툭한 것에 짓이겨진 손목에서는 피가 펌프질하듯이 계속 게워져 나왔고, 현기증을 느끼면서도 마적이 킬킬거렸다. 귀가 먹먹해서 자신의 심장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엉금엉금 기어서 장애물 사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방패병은 장애물을 사수하라!!”

이실레아가 곳곳을 돌아다녔다. 광전사에 가까운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장애물에 바짝 붙어서 버티는 것이 중요했다. 형편없이 부서져도 장애물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심할 수밖에 없었다.

“으아!!”

“악!”

악을 지르며 방패를 쥔 병사들이 장애물에 붙었다. 방패와 장애물을 두고 마적들의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절로 눈에 들어왔다. 도망칠 곳이 없었으므로 병사들 또한 악을 쓰며 버텨야 했다.

이실레아가 사용한 진형은 〈삼각진〉이었다. 물론 형태만 그러할 뿐 삼각형으로 병사들이 배치되어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 자형이었다.

꼭짓점은 돌산으로 향하고 있고, 좌우로는 대각선으로 병사들이 배치되어있다. 대각선으로 한 이유는 적의 돌진에 있어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ㅡ자형보다는 대각선이 보다 유연하게 병사들을 굴릴 수 있었다.

부딪치는 면이 /로써 꺾여있었기에 병사 간의 서로 부딪치는 시간이 달랐고 그것은 한 호흡의 여유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봐도 무방했다.

또 후방이 텅텅 비어있었지만 반대로 공간이 후방에 넉넉하였기에 기민하게 반응하기도 좋았으며 함정으로 여기게 만들기도 좋았다.

물론 마적 대장들은 후방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다. 〈진형〉을 보지도 않고 그냥 전방이 아쉬우니 양익을 치겠다는 생각만 한 것이 전부였다.

고등한 이실레아의 삼각진의 진면모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후방의 공간이 많다는 것은 천천히 뒤로 물러가며 적의 기세를 자꾸 떨어뜨릴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적의 기세가 괴이쩍어 장애물을 두고 드잡이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방패로 막기만 하지 마라! 무기를 내려쳐라!!”

방패에 손을 잡은 마적이 미친놈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틀고, 상체를 앞뒤로 껄떡거렸다. 체중이 실려있었기에 형편없이 휘청거리던 병사의 투구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실레아가 난입해서 단칼에 마적의 손목의 연골을 싸악 긁어내어 베어버리며 소리쳤다.

병사는 허둥지둥 투구를 쓰며 이실레아가 장애물에 특수장검의 검면을 대고 휘적거리는 사이에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녀는 곳곳에서 활약했다. 진형이 무너지면 큰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덩치 큰 놈이랑 싸우려고 하지 마라! 합심해서 방패로 밀어내라! 밀어어엇!”

〈마적 대장〉의 경우에는 세린의 간택을 받았기에 신체능력이 뛰어난 점이 있었다. 당연히 그 잠력이 대단히 폭발하여 내부로부터 근육이 녹아내리고, 뼈가 근육의 폭발적인 힘 앞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을 정도였으므로 직접적으로 줄다리기를 하면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쿠웅!

“그흐흐흐!!”

머리에 마름쇠가 박히고 눈까리가 뒤로 돌아가서 흰자위가 가득한 마적 대장 하나가 장애물을 통째로 밀려고 했다. 몸 곳곳에 창이 박혔지만 거리낌 하나 없었다.

“그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는데 이빨이 눈앞에서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몸이 물약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밀어어어!!”

이실레아가 방패병의 등에 체중을 실었다. 방패병 셋이 있는 장애물에 들이닥친 마적 대장은 팔을 크게 벌려서 장애물을 끌어안은 채 고함을 그렇게 질러서 곳곳에 있는 창병들의 관심이 쏠리게 만들었다.

푸푹! 푹!

창이 팔을 상처 내며 헤집거나 밀었다.

“끄으으응!!!”

병사 중 하나가 온 힘을 다했다. 이를 앙다문 채 힘을 너무 줘서인지 잇몸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밀리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지직···

단단히 고정한 나무 장애물이 부서지기 시작했지만 창병들의 활약으로 마적 대장의 근력이 소모되었고, 그대로 무릎을 꿇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뒤로 고꾸라져 대짜로 뻗어 그대로 죽었다.

“놈들이 장애물을 기어서 온다!!”

병사 하나가 고함을 질렀다. 이실레아가 마적 대장 하나를 겨우 막고 나서 그것을 볼 수 있었다.

“〈방패 말뚝〉의 방패를 장애물 밑에 박아라! 창병들이 움직여라!!”

그녀의 말에 창병들이 주변을 보며 바닥에 떨어지거나, 엎어진 나무 방패를 쥐어들어 몸을 숙여 방패병의 앞에 있는 장애물에 방패를 내려찍었다. 흙을 밀어놓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방패병들이 그 방패에 발 하나를 단단히 받쳐 장애물로 힘을 주어서 고정했기 때문이다.

“됐어! 발로 고정하면 돼!!”

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전황 속에 이실레아가 결국 삼각진을 포기하기로 했다.

“원형진으로 전환한다!! 원형진으로! 뒤로 물러나라!!”

병사들이 장애물을 포기하고 그대로 뒤로 기민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주변 시야를 높이는 훈련을 했기 때문에 양옆의 병사가 빠지자 정신없이 드잡이질을 하던 병사로 뒤로 물러났다.

‘쯧.’

그녀가 혀를 찼다.

장애물을 포기하는 것은 일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몇 수를 더 내다본다면 피해가 있더라도 장애물을 계속해서 사수하는 것이 옳았다.

그런 그녀의 선택은 병사의 피해를 안타까워해서 선택한 하책에 불과했다. 결국에는 더 많은 피해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말뚝까지 박아놓은 장애물이었기에 피에 미쳐버린 마적들이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이실레아는 군을 재정비했다.

“이 녀석 상태가 왜 이래!”

갑자기 쓰러진 병사가 있었는데, 현기증을 호소하였다. 병사들이 그를 돌보았는데, 배에 선명하게 단검이 하나 꽂혀져 있었다. 전투에 휩쓸려 자신의 몸에 단검이 박힌 줄도 몰랐던 것이다.

“제룸 사제에게로!”

이실레아가 명령하며 병사들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드낙에게로 일시적으로 소속이 바뀐 〈사제 제룸〉은 6명의 신전 인물 중에서 다섯 번째로 역량이 낮은 자였다. 그럼에도 그가 드낙에게 소속된 이유는 〈성기사 에이담〉 다음으로 무력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메이스는 바닥에 놓고 큰 방패를 땅에 기울여 박은 채로 병사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무기가 잡혀서 끌려간 창병의 잘린 손목이 다시 들러붙었다.

내장 출혈을 일으켜 정신을 잃었던 방패병은 혈색이 단번에 좋아지며 벌떡 일어났다.

“저, 저도 봐주십시오! 사제님!”

〈사제 제룸〉이 힐끗 다가온 병사를 보고 소리를 내질렀다.

“경상자는 약초로 일단 대충 상처를 돌보시오!! 중상자만 오시오!”

제룸이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자 다른 병사들 또한 똑같이 그 정보를 퍼뜨렸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몸을 다친 병사는 그런 것을 까맣게 잊고 제룸에게 다가갔기 때문이었다.

허둥지둥 허리춤에 있던 약초 주머니에서 다진 약초를 손으로 푹 찍어서 가죽 갑옷에 쑥 손가락을 집어넣어 대충 상처 부위에 묻혔다. 손이 안 닿으면 옆에 전우가 대신해주었다.

“어딜 도망치려고 하는거냐아아!!”

〈마적 대장〉이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다 못해 붉은 피거품이 일어나고 있었다. 달구어진 오른팔에서는 팔을 타고 수증기가 일어날 정도로 대단히 열이 심했다.

그가 황소처럼 홀로 장애물을 밀어내고 뛰기 시작했다.

이실레아가 그 모습에 코웃음을 치더니 홀로 진형에서 나와서는 특수장검을 고쳐잡았다. 오른손이 검신의 반에 가볍게 손을 대었다. 〈게보겐 크라이스(Gebogen Kreis, 꺾여진 동심원)〉의 준비자세로 보였지만 토해진 비전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슈욱!

특수 장검이 4걸음 내로 들어온 마적 대장의 중단과 하단의 애매한 경계선. 아랫배부터 무릎 위까지 속하는 곳으로 투척되었다. 애매한 투척이었다. 마적 대장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큰 도끼를 쥔 양손이 아래로 향하자 이실레아의 부무장으로 쓰이는 레이피어가 섬광처럼 달빛을 반사하며 쏘아졌다.

〈쯔봐이테 프뤼겔(두번째 날개, zweite Flugel〉.

투척한 특수장검을 막으려 한순간부터 이미 레이피어를 막을 수단이 없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중하단으로 내린 팔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운에 맡긴 채 몸을 구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판단을 하기에는 〈마적 대장〉의 이성은 이미 쾌락과 흥분으로 날아간지 오래였다.

카앙!

특수장검과 양손 도끼가 부딪쳤다. 동시에 피가 콸콸콸 쏟아져 나왔다.

“흡!”

정확하게 목이 베어진 것이고, 레이피어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배에 힘을 주며 숨을 짧게 하지만 강하게 들이키며 회수한 이실레아가 양손목을 정확하게 베어버렸다.

피를 세 곳에서 쏟아내며 마적 대장이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서는 달려오는 채로 이실레아를 지나쳐 쓰러졌다.

“우와아아아아!!!!”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런 함성을 통째로 파묻게 하는 거대한 고함소리가 전장을 뒤흔들었다. 이에 병사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인간이 내는 소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실레아가 단기적인 목표를 위해서 장애물과 삼각진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했다.

다른 이에게는 하책으로 보일 선택이라도 전쟁터에서는 상책으로 여겨졌다. 모든 것이 뒤집어지고, 헤집어지는 것이 전쟁이고, 전투였다. 그러므로 전쟁의 승패는 항상 뒤집어질 수 있었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실력이 있다면 능히 그것을 노릴 수 있었다.

장애물을 포기하는 것으로 병사들과 마적들의 공간을 띄워놓은 것은 다분히 그 관심을 다른 이에게 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전장을 뒤흔드는 고함 소리에 마적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혼자서 달려오며 한껏 관심을 얻고 싶어서 소리를 내지르는 드낙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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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감사합니다. 다양한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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