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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30화 (229/1,239)

0230 <-- 마적 돌산 -->

기세가 바짝 오르고, 눈 주변에 붉은 두드러기가 생긴 마적들이 내달렸다. 점점 충혈된 눈동자는 작게 하지만 빠르게 눈이 떨리고 있었다. 입에서 흐르는 군침을 계속해서 꿀꺽 삼켰다.

단맛이 났다.

“푸르륵!”

말들이 거칠게 콧물을 뱉어내며 푸레질을 하며 고개를 털었다. 주체를 못 할 정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흥분감에 말의 성기가 크게 부풀어있었다.

“우아아아아!!!!!”

“키키! 키키킥!”

소리를 지르는 것만 들었는데 뭐가 그렇게 웃긴지 마적 부대장이 킬킬거렸다. 사레가 들려서 콜록대어도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웃었다. 그냥 모든 것이 재밌었다.

그 괴이한 모습을 이실레아가 모를 리가 없었다.

‘말들이 이상해.’

고개를 계속해서 털면서 달려오는 말들의 모습은 괴이했다. 무엇보다 지나칠 정도로 활기가 돋고 있는 것이 마적들이었다. 보통은 기사를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가라앉은 분위기를 가지거나 억지로 흉악(凶惡) 함으로 무장해야 했다.

누구 하나를 죽여서 핏빛으로 분위기를 잡아야 하는 식이다.

‘그런 모습은 안 보여.’

이실레아의 눈에는 미세하지만 무리가 다섯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모두 자신의 머리로 삼는 것이 달랐다. 대장이 다섯이라는 소리였다. 다른 이의 눈에는 한 덩이로 보였지만, 진형을 연구하고 계획하며 훈련은 물론 실전에서도 정확하게 판단이 가능한 것이 이실레아였다.

그녀가 군형(軍形)을 보는 눈은 대단히 정확했다.

“하!”

이실레아가 말을 이끌고 진형 밖으로 나와서 특수장검을 뽑아들어 흔들었다. 드낙이 마름쇠 구역이 아니라 정면으로 들어와 가까이 근접했다.

“무슨 일인가!”

“드낙 경, 놈들의 기세가 이상합니다. 일단은 방어전으로 이득을 보고 후에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적의 상태가 이상하면 웅크리는 것이 상책이었다. 특히나 장애물까지 이미 설치해있었기에 보병의 방어력은 뛰어났다. 진형의 내부 곳곳에 말뚝이 박히고, 그 위에 원형 방패가 비스듬하게 배치되어 있기까지 했다.

단궁의 화살을 겨냥한 방패 말뚝이었다. 조잡한 나무 혹은 가죽을 씌운 것에 불과하지만 장력이 약한 화살은 물론이고 장력이 강한 화살에도 방어력을 보태주고 있었다. 사람보다 조금 더 높이 있었기에 있으면 무조건 좋았다.

“하하하!”

드낙이 크게 웃어 보였다. 그 대범함에 병사들의 입에 웃음기가 걸렸다. 남자다움이 가장 꽃피우는 곳이 바로 전쟁터였다.

‘아차.’

이실레아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드낙이 누구인가? 병사를 다루는 것을 귀찮아하고, 전략을 준비하는데 주관이 없으며, 적의 기세를 우습게 여기기에 용장(勇將)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그렇다고, 이길 전투를 패배하고, 10만을 쥐여줘도 1만에 패배하기를 잘 하고, 적의 유인전에도 잘 속고, 기만에 얼굴이 붉어지는 졸장(卒將)이라고 하기에는 일기당천의 무력을 보유한 사람이었다.

‘맹장(猛將)에게 적의 상태를 말하며 생각을 바꾸라고 하다니.’

호랑이 보고 앞에 멧돼지가 있으니 길을 돌아서 가자고 하는 격이었다.

“드낙 경! 놈들의 예기가 크게 예상한 것보다 다릅니다. 제 말을 믿고, 방어전에 도움을 주십시오. 병사들의 피해가 클지도 모릅니다.”

이실레아의 말에도 드낙은 듣지를 않았다.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검은문에 대한 탐욕은 성욕마저도 넘어서는 강력한 욕심이었다. 그것을 제쳐두고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은 싸움의 기세가 돋아나기 전이어야했다.

일의 순서가 매우 중요하듯이, 정신줄 놓고 달려오는 마적을 보고 방어를 하라는 것은 드낙의 마음에 전혀 들어오지 못했다.

‘당연히 후방치기지. 후방치기로 가즈아!!!’

드낙이 속으로 크게 소리쳤다. 살육에 있어서 남의 뒤통수를 후리는 것만큼 살상력이 높은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혼자 하기에는 어그로가 자신에게만 끌릴 수 있었기에 정면은 자제해야 했다.

이실레아는 설득을 포기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는데,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드낙의 무력은 대단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다수를 상대함에 있어서 드낙보다 잘 싸우는 기사는 없을 것이다.

“건투를 빕니다!”

“건투를 빕니다!”

드낙과 이실레아가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드낙은 바로 발룬의 머리를 돌려 뒤로 다시 되돌아갔다.

그 모습을 주의 깊게 본 마적 대장들은 그저 소리를 내지르기 바빴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잘 파악할 줄 알았다.

‘정면은 창이 많아. 저기로 가면 바보지.’

꼬챙이가 되고 싶지 않다면 포기해야 하는 곳이었다. 단단히 힘을 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말들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좌우익으로 돌아가는 것을 노린 배치였다. 또한 기수에게 겹겹이 쌓여진 정면의 창진(槍陣)은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흩어져서 단궁을 쏘고, 단번에 들어가자!!”

“와아아!!”

마적 대장들이 큰소리를 뻥뻥치며 좌우익으로 흩어졌는데, 전술이 형편없었다. 대장 4명이 좌로 갔고, 대장 1명만 우로 갔다. 자연히 비율이 크게 달라졌다. 그것은 정말로 좋지 않았다.

“방패를 든 병사들은 좌로! 우에 있는 병사들은 장애물에 바짝 붙고, 방패로 몸을 보호하라! 좌로, 좌로! 우측의 병사는 1열로 산개 배치!!”

이실레아의 말에 병사들이 척척 움직였다. 질서 정련한 움직임이었지만 서로 향하는 방향이 달랐기에 마적들의 눈에는 적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드낙은 당연히 120기가 넘게 좌로 빠지자 냉큼 그곳으로 말머리를 틀었다. 다분히 탐욕적인 생각이 자리 잡혀있었다.

“구우!”

흥분감에 너무 거칠게 줄을 당겼는지 발룬이 소리를 냈다. 하지만 드낙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목을 긁어주는 게 전부였다.

“크르!”

드낙이 서서히 기세를 활화산처럼 일깨우자 평지의 움푹 파여진 곳에 도노가 머리를 들어 올렸다.

“도노! 나중에 나와서 도망가는 놈들을 잡아라. 알겠지?”

“컹!”

거칠게 소리 한 번 냈다. 드낙의 눈에 단궁을 쏘는 마적들이 보였다.

“화살이다!!!”

이실레아가 소리쳤다. 병사들이 바짝 몸을 서로 붙였다. 〈방패 말뚝〉에 부딪쳐 힘을 잃고 떨어지거나 박히는 화살도 있었고, 병사들의 방패를 두들기는 화살도 있었다. 가죽 갑옷을 꼼꼼하게 입고 있었지만 약한 부분을 찢고 지나가기도 했다.

“우웃!”

제법 화살촉이 매서웠다. 물론 마적들의 활 실력은 형편없었다. 180명에 이르는 마적들이 쏜 화살은 방패를 두들긴 것까지 쳐도 명중률이 20%를 넘지 못했다. 흔들리는 말에서 천 번, 만 번을 쏴도 감을 못 잡는 사람들이 많았다.

훈련도 안 하고 사로잡은 여자들을 탐하기 바쁜 마적들이었다. 오히려 운이 작용해서 20%나 명중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부분 방패에 막혔지만, 대단한 것이다.

‘바람을 잘 탔군.’

이실레아는 그 속에서도 냉정했다. 좌측으로 몰린 이유가 바람 때문임을 깨달은 것이다. 말을 타고 있었기에 더욱 바람을 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보다 높게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이점이었다.

‘멍청한 놈들은 아니군.’

그들에게 부족한 것이라면 〈사전 준비〉가 안 되었다는 것뿐이었다. 평범한 민병대라면 초죽음이 될 정도의 실력은 있다는 것이다. 부족한 장력을 바람으로 충당했기 때문이었다.

실전적인 노련함!

이실레아의 눈에 독기가 철철 흘러나왔다.

“자리를 지켜라! 고작 가죽이 찢어졌다고 아예 웅크려있는 놈은 누구냐! 벤, 네놈이 마적보다 나에게 먼저 죽고 싶은 거냐!”

병사 하나가 목을 긁고 지나간 눈먼 화살에 벌벌 떨며 무릎을 꿇은 채 웅크려있는 것이 보였다.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정신무장이 제대로 있지 않다고 말하기에 목에서 흐르는 뜨끈한 피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실레아의 말에 흐느끼기까지 했다. 죽음의 공포와 이실레아의 카리스마가 주는 공포가 연거푸 찾아와서 마음을 헤집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화살비가 그쳤기에 거침없이 움직였다.

“어억···”

벤이 끔찍한 절망감에 소리를 냈지만 이실레아가 벤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 흔들었다.

“너의 전우를 보라! 누구 하나 도망치는 자가 없다! 그들과 함께 어깨를 마주해라, 병사!”

가죽 주머니에서 다진 약초를 묻혀 얕게 베인 목에 묻혀주었다.

“죄송합니다!”

그가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곳곳에서 벤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벤! 나보다 덩치가 좋은 놈이 왜 그래?”

“지옥훈련 당첨이다!”

“불침번 설 때마다 재밌겠는걸?”

곳곳에서 농담이 터져 나왔다. 이실레아가 따뜻함을 보여주었기에 자연히 그곳에 녹아든 것이다. 하지만 이실레아는 그것을 용인하는 것도 잠시 거칠게 병사들을 고쳐잡았다. 유연함 다음에는 강직함이었다.

그게 용병술의 기본이었다. 인간은 결코 강철 인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크게 소리를 질러 마적들의 기세를 죽일 필요가 없다! 놈들이 돌진을 준비 중이니 이제 울타리에서 세 걸음 물러나고 창을 장애물 밑으로 숨겨라!”

이실레아의 명령에 모두 창의 은폐 작업을 실행하고, 방패 말뚝을 걷어내어 장애물을 받치는데 사용했다.

“헉. 헉!”

호흡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요령 없는 병사가 헐떡거리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실레아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억.”

뒤로 갑자기 당겨져서는 벌러덩 넘어졌다.

“휴식! 거칠게 숨을 쉬지 마라! 힘들어도 숨을 제어하려고 노력해라!”

기본적인 것도 실수하는 것이 드낙의 병사들이었다. 정병(精兵)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실전 몇 번 겪었다고 정예병이 되는 것은 우스운 소리였다.

용장(勇將) 밑에 약졸(弱卒) 없다는 소리도 현실을 마주하면 달리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런저런 움직임을 깔짝 깔짝 보이고, 소리 하나 외치지 못하는 이실레아의 군대를 보며 마적들의 기세는 더는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있었다.

“죽이자아아!!!”

“남자답지 못하게 겁에 질려 웅크리고만 있는 놈들을 봐라!”

“무서워서 화살도 못 쏘다니! 크하하하!!!”

마적들의 무장은 대부분이 백병전을 위한 장비들뿐이었다. 리치가 길기보다는 빠른 말의 기동성에 기대어 짧은 무기가 전부였다.

나무로 만든 라이트 랜스를 사용하는 것도 힘든 것이 마적들의 실력이었다. 연습도 안 하기 때문에 랜스를 사용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헤비 랜스의 경우에는 오로지 상채로 2.5M가 넘는 창을 제어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창을 쥔 도적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단창이었고, 다른 손에는 방패를 착용하고 있었다. 활을 말의 허벅지에 다시 걸고, 방패를 들어 올려 단단히 착용하고는 무기로 쾅쾅 쳐대었다.

“흐흐!”

군침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미칠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적을 죽일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

“죽이자아아!!!”

“죽여버리자아아!!”

마적들이 거침없이 돌진을 감행했다. 정면에는 마름쇠가 없었는데, 생산력이 부족해서 개수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적들은 정면을 칠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이실레아의 기만술 때문이었다.

자연히 좌우익으로 돌진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날카로운 마름쇠를 그대로 말의 발굽이 쑥하고 밟았다. 끝이 뾰족했기에 자연스럽게 쑥하고 들어갔다.

“푸히히힝!”

말의 몸이 그대로 경직되었고, 단번에 고꾸라졌는데, 그대로 목이 부러지고 말에 탄 이는 앞으로 튕겨져 나가서 몸을 몇 바퀴나 굴렀다. 구르는 내내 마름쇠가 몸에 박혔다. 곳곳에서 그러한 현상이 대거 발생했고, 쓰러진 말을 뛰어넘은 말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크크크!”

하지만 가장 먼저 그렇게 고꾸라진 채 몸 곳곳에 마름쇠가 박힌 〈마적 대장〉이 웃음을 흘리면서 피냄새에 정신이 짜릿해지며 잃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현기증과 함께 동반된 강력한 쾌락과 흥분이 전신을 지배하다 못해 이성을 붉게 물들었다.

“흐흐, 하하하!!”

돌격이 완전히 무너졌음에도 마적들이 모두 일어났다. 그중에는 말도 있었는데, 특히나 〈용기의 가루약〉의 약발을 잘 받는 말들이었다. 마름쇠가 발굽에 박혔음에도 벌떡 일어나서 푸레질을 털었다.

피와 뒤섞인 침이 길게 튀어나와 바닥에 촥하고 뿌려졌다.

“그아아아아!!!!!”

피에 물든 광전사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드낙의 군대로 뛰어들어갔다. 마름쇠가 목에 틀어박힌 마적은 입에 거품을 물고 뛰다가 호흡이 막혀져서 흥분한 채로 무릎부터 힘을 잃고 크게 넘어졌는데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 않은 마적도 있었다.

이실레아가 특수장검을 뽑아들었다.

“창을 찔러어어어엇!!!!”

“이야아아아아!!!!”

병사들이 장애물에 걸쳐놓은 창을 들어 올려 그 끝을 가슴에 놓고, 체중을 실어서 찔렀다. 그 노하우는 당연히 이실레아가 가르쳐준 것이었다. 양손의 힘으로 찌르는 것이 아니라, 가슴팍에 단단히 창끝을 대어 함께 미는 것은 파워가 대단했다.

“죽어라! 죽어!”

“으으윽!”

하지만 되려 밀린 것은 병사들이었다. 장애물을 마치 괴물처럼 점프해서 넘은 마적이 입을 쩍 벌렸다. 그저 기뻐서 쩍 벌린 턱은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알아서 탈골되어 덜렁거렸다.

“크게게게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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