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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28화 (227/1,239)

0228 <-- 마적 돌산 -->

드낙은 〈발룬〉과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꾸꿔꿕!!!”

멧돼지가 거칠게 석지를 달려나갔다. 그것을 쫓는 발룬은 콧김을 내뿜었다. 〈기승(騎乘)〉을 검은 문을 통해서 얻은 드낙이었기에 기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퍽!

“뀌이이이!!!!”

드낙이 롱소드 대신에 창으로 쿡하고 멧돼지를 찔렀다. 체고(體高)가 낮아 보이는 멧돼지였지만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성인 남자 다섯이 덤벼들어도 주체 못 할 힘을 지닌 것이 멧돼지였다.

가죽에서 피가 흘렀지만 거무튀튀한 갈색의 몸이었기에 뛰는 와중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멧돼지가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홱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흰사슴 발룬〉이 경기를 일으키듯이 물러났다.

“뭘 쫄아!! 너보다 얼마나 작은 놈인데!”

드낙이 호통을 쳤다.

발룬의 문제가 있다면 해병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빤스런의 달인이라는 것이었다. 그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드낙은 아예 밖에 살다시피하고 있었다.

“구우우!”

발룬이 소리를 질렀다. 드낙의 무시무시한 허벅지의 힘에서 나오는 조임에 뼈가 아파졌기 때문이다.

멧돼지는 결국 콕콕 찔러서 피를 내던 창에 죽음을 맞이했다. 발룬은 결국 한 번도 멧돼지에 들이박지 못한 것이다.

〈산지기 산골 마을〉의 마을 사람들이 발룬만보면 도망쳤기에 인간에 대한 겁이 그나마 적은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드낙이 올라타고 있었기에 뇌전의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까악!”

발룬에게 물을 먹여주고, 휴식을 취하게 한 드낙의 머리 위에서 카이야가 소리를 지르며 어깨에 내려앉았다. 날카로운 발톱이 선명하게 드낙의 눈에 들어왔다.

카이야의 머리색은 이제 반백, 반흑이었다. 꼬리털부터 시작된 새하얀 털은 이제 아랫배와 가슴까지 퍼졌다. 그에 반해서 도노의 변이는 느렸다.

‘내가 쌓은 업(業)을 받아먹는 걸까? 변이를 하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네.’

드낙은 카이야의 앞가슴을 손가락 하나를 접어 긁어주며 생각했다. 드낙이 〈호수 마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카이야가 그곳으로 날개를 척하고 펼쳤기 때문이었다.

‘도렌이군.’

2시간을 내리 걸어서 겨우 드낙이 있는 곳에 도착한 도렌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식량에 대한 문제는 내가 해결해주지.”

드낙은 호쾌하게 답했다. 지금 당장 잡은 멧돼지만 해도 200kg은 넘을 것이다. 가을이 되어서 잔뜩 살집이 아랫배 밑으로 추욱 늘어져 있는 것이 포동 포동 했다. 말린 고기로 만들면 엄청난 양이었다.

“어차피 치안을 위해서라도 인근의 잡것들을 모조리 청소할 생각이었다.”

주목표는 〈발룬〉의 호전성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부산물 또한 그냥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촤악!

멧돼지의 목을 단번에 베어내고, 힘을 합쳐 바위터에 비스듬하게 올려놓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여서 좋다.”

함께 멧돼지를 옮긴 도렌을 보며 드낙이 말했다.

“잘 지내는 것 같습니까? 힘들어서 죽을 지경입니다.”

그 말에 드낙이 쾌활하게 웃었다. 하지만 되려 도렌에게 더욱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

“지금이 아니면 그렇게 공부를 할 때도 없을 것이다.”

“하나를 배워도 하나를 까먹는 게 저입니다. 사실 지금도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게 신기합니다.”

그 말에 드낙은 미소 지었다.

“그 마음이 언제까지 갈지 궁금한데. 계속 자주 하다 보면 결국에는 기억하겠지. 오늘 나눈 대화도 까먹을 생각이냐?”

“그건 아닙니다. 드낙 님의 말을 제가 어떻게 잊겠습니까?”

“··· 너에게는 이스핀과 개수는 똑같이 비전을 전수하고 있다. 새벽마다 수련하기 때문에 이스핀보다 성장하는 속도가 늦어지겠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언젠가는 꽃을 피울 거다. 게제라스의 곁에서 그의 장점은 흡수하고, 단점은 기억하여 반면교사로 삼아라.”

상투적인 말이었지만 지금 도렌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었다. 물론 그가 그것을 제대로 따를지는 의문이었지만 드낙은 그것 외에 도렌에게 큰 깨달음이나 조언을 줄 수는 없었다.

“예. 노력하겠습니다.”

도렌이 목장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드낙은 참 요령이 없다고 생각했다. 〈두 달 보급 계획서〉는 게제라스가 애초에 안 되는 것이고, 못 하는 것이라 말했는데도 저렇게 하나하나 다 하려는 모습을 봐라.

‘나였다면 대충 중요한 몇 명의 의견만 듣고 말았을 텐데.’

드낙은 본격적으로 실전에 발룬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뇌전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발룬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었는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적을 타격하는 것이라 호전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전혀 안 되었다.

“크헝!!”

석지의 움푹 파인 곳에 물이 고여 진흙이 만들어진 곳에 뒹굴던 호랑이가 발굽소리에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왔다. 〈발룬〉이 그대로 멈추었지만 드낙이 허리를 조이자 뛸 수밖에 없었다.

드낙이 그에게 원하는 것은 오직 우직함! 그거 하나뿐이었다.

“구우우!!”

사슴 소리에도 호랑이는 방심하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덩치가 컸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 인근에서 활동하는 호랑이는 인간에게 호되게 당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 피 같은 경험은 지금도 좋게 착용했다.

상대가 나빴을 뿐이었다.

“구우우!!”

도망치는 호랑이에게 자신감이 생긴 발룬이 그대로 뛰어갔다. 정확하게 엉덩이를 뿔로 들이박았다. 박자마자 호랑이의 뒷부분이 휘청거리면서 그대로 균형이 무너져 뒹굴었다.

재수가 없었는지 목이 부러져버렸다. 하지만 눈동자만은 움직이고 있었다. 목이 꺾였지만 아직 뇌에는 산소가 공급되고 있었다. 또한 인간이었다면 즉사했겠지만 호랑이의 터프함은 궤를 달리했다.

드낙이 호랑이를 탄력의 롱소드로 단칼에 목을 절단했다.

〈떠돌이 고블린들〉과도 마주할 수 있었다. 고작 5마리에 지나지 않은 고블린들은 추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항복했지만 드낙은 그들 4마리를 모조리 죽이고 한 마리는 〈발룬〉의 호전성을 재확인하기 위해서 사용했다.

“히익! 키익! 키이읶!!”

고블린은 곳곳에 창에 찔린 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덤벼들었고, 뿔이 받혀 그대로 내장이 꿰뚫려 땅에 처박혀서 머리가 깨져 죽었다.

호랑이를 왼쪽에 두고, 멧돼지를 오른쪽에 두고, 고블린의 부산물은 그 자리에서 도축하여 가죽 주머니에 담았다. 발룬이 느긋하게 걷기 시작했고, 드낙이 따라갔다.

호랑이와 멧돼지를 밧줄로 연결하여 발룬의 몸 위에 얹었기에 그는 걸어가야 했다.

“우와아!”

호수 마을에는 아직 울타리도, 목책도 없었기에 무리 지어서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집에 먹을 것은 겨울을 대비해야 했으므로 보통은 쫓겨나듯이 아이들 보고 놀러 가라고 말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기사님이다!!”

“청혈 기사!”

“청열이라던데.”

뜻도 모르면서 말하는 이도 있었다. 또 잘못 알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그것을 드낙은 굳이 집어서 말하지 않았다.

“해가 저물어가는데 아직도 노는 거냐?”

드낙의 말에 모두 소리쳐서 네라고 대답했다. 이 근방에는 병사들이 매번 장소를 바꾸어서 훈련을 하기 때문에 그 우렁찬 소리에 야수도 괜히 다른 곳으로 향했다. 또한 작은 숲을 제외하면 평지와 석지가 쫙 퍼져 있어서 사전에 알아차리기도 좋았다.

“호랑이다, 호랑이!”

“멧돼지는 왜 머리가 없지?”

잔혹한 장면도 아이들은 쉽게 넘어갔다. 그래야 하는 세상이었다. 좋은 것만 보여주는 시대는 아직 곳곳에 퍼지지 못했다.

드낙은 호랑이와 멧돼지를 병사들에게 넘겼다.

“게제라스 총관보고 처리하라고 전해라.”

“예!”

호랑이는 남자 4명이 들어도 못 들 정도로 무거웠다. 장대를 하나 가져와 네 발을 묶어 장대에 어깨를 걸쳐서 들어야 했다.

〈보름〉의 여유를 둔 것은 달의 위상 때문이었다. 초승달 아니면 그믐달에 때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막 보름달이 지났다. 1주일의 여유가 남아있었다.

〈원탁 회의〉에서 이스핀만 보이지 않았다.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가장 중요한 보급이 가장 먼저 끝마칠 수 있었다. 게제라스의 방식을 아는 자들이 충분히 많아서 빠르게 처리를 해준 것이다.

하나를 따지면 두 개가 따라붙는 게제라스식 행정은 탁상공론에 가까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제로 현실에 대두되었기에 시민 중 누구라도 게제라스의 방문을 받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그것부터 처리를 할 정도였다.

이골이 날 정도로 FM이었다. 오죽하면 그 소리를 듣고는 도렌에게 직접 시간을 내어 찾아가는 자도 있었다.

스스로 찾아오는 행정관이라니. 공포도 그런 공포가 없었다.

“드낙 님께서 치안과 식량에 대해서 크게 손을 걷어붙여서 전투 끝에 잔치를 열어도 될 정도입니다.”

“하하.”

드낙이 그 말에 작게 웃었다. 이제는 사탕발림까지 하는 것이 게제라스였다. 깨달음 하나로 사람이 달라질 정도로 게제라스는 머리가 좋은 인재였다. 보급이 안정화되었고, 주변의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발룬〉을 훈련시키는데 사용되면서 씨가 말랐다.

곳곳이 오지(奧地)라고 말하기 좋았기에 금방 다른 것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지만 당분간은 괜찮았다.

아쉽게도 〈변이 야수〉나 〈일각수〉는 보이지 않았기에 검은 문은 획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식량만은 크게 얻어낼 수 있었다. 남들은 못 잡는 것을 드낙은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추적에도 능했다.

숲으로 도망치면 평야에서 도망친 것보다 더 빨리 죽음을 맞이했다.

“보급 인력은 지원자가 넘쳐서 어려움이 없습니다. 나무 바퀴 또한 계속해서 예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있었다.

드낙의 눈이 이실레아에게로 향했다.

“병사들의 준비 또한 만전(萬全)입니다. 돌산 소탕전에서 다치면 다쳤지, 기병 상대로는 부상자도 나오지 않을 겁니다.”

호언장담했다. 살얼음 같은 그녀의 카리스마에 저항하고 항명할 병사는 한 명도 없었다. 그 숫자는 40명에 불과했지만 3년 뒤에는 더 줄어들지도 몰랐다. 그전에 다른 방도를 찾아야 했다.

병사에게 식읍(食邑)을 조금이라도 내어주자는 드낙의 말에 이실레아는 거부하고 있었는데, 병사를 휘어잡을 수단이 하나 사라진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급여를 주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농지가 적은 것이 현재 상황이라 3년 내에 그것이 해결 될지는 의문이었고, 그전까지는 그저 추측에 불과하여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3년이라는 유예는 노예의 신분이지만 병사들의 정신 무장이 올곧게 되면 그때 대우를 올리지 않는다면 다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치안을 위해서 게제라스 총관이 수고를 해줘야겠소.”

“큰 일은 없을 겁니다.”

드낙의 걱정에 게제라스가 가볍게 넘어갔다. 진실로 농기구를 높이 들어 올릴 정도로 불만을 쌓아도 드낙과 무력으로 충돌할 생각을 안 하고 있었기에 사실 치안을 걱정하는 일은 웃긴 일이었다.

그저 자경단을 추려내어 자잘한 범죄만 신경 쓰면 되었다.

2일을 휴식하고.

때를 맞추어서 출병하였다.

전투인력은 고작 병사 40명에 불과했지만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무장 수준만 빼면 훈련도는 정규군에 가까웠고, 정신력은 보통 수준이었지만 이실레아의 통솔력이 있었다.

물론 평탄한 출병은 아니었다. 돌산과 산지기 산골 마을은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서 길이라는 것이 있어도 험하기 그지없었다. 길이라고 해도 그저 꾸준히 다닌 길이라 울퉁불퉁한 돌도 많았다.

걸리적거리면 발로 차버리는 과정이 많아서 그나마 〈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덜커덩!!

“정지, 정지!!”

바퀴가 박살이 나는 것은 하루에 한 번은 있을 정도였다. 그때가 되면 대기하는 인원들이 시간을 내어 툭 튀어나온 돌이나, 꺼진 땅에 흙을 퍼다 넣어 임시 보수를 진행했다.

3일을 그렇게 걷고 난 뒤에는 엄폐 작업을 했다. 날씨를 보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길에서 벗어나 땅을 넓고 깊게 파서 숨었다.

달이 적게 보이는 날에도 달빛이 밝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쉽다.’

안타깝게도 날이 따라주지 않았다. 야습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실레아가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저었고, 드낙은 아쉬움을 남기며 차선책을 써야 했다. 물론 충분히 준비했기에 거침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초전(初戰)을 밖에서 하고, 그다음에 안으로 들어가는 전술이 채택되었다.

순찰자들이 따라오는 기색이 멀리서도 보이지 않아 하루를 더 허비한 다음에 〈마적 돌산〉으로 향했다.

단번에 포착된 드낙 무리였기에 아주 멀리 있는 초지에 방목된 말들이 빠르게 돌산으로 향했다.

우두커니 말위에 서서는 꼿꼿하게 자신을 보는 마적들을 보며 드낙이 코웃음쳤다.

‘반드시 한 번은 덤비겠군.’

거기에 드낙의 군세는 고작 40명에 불과했다. 드낙이 아무리 특출나 보여도 결국에는 하나였다.

========== 작품 후기 ==========

5902자

근친에 대해서 조사를 했는데, 유전자에 따라서 다양한 병을 앓을수도, 아닐수도 있다고하더군요. 막 무조건 병을 많이 얻는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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