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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19화 (21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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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제라스는 드낙과 정면으로 부딪칠 생각이 없었다. 드낙의 〈명분론〉은 특히나 분명하지 않은 적을 상대할 때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아군에게 죄를 씌우는 것도 그의 윤리관에 맞지 않았다.

정적을 제거하는데 있어서는 행동력이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이고, 그럴 머리도 없었다.

바짝 엎드린다면 목숨을 부지하고, 나름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드낙이 여러 늑대 같은 자들을 모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흠. 아직도 오두막 건설이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군.”

드낙의 순시는 가장 중요한 곳부터 이루어졌다. 꼼꼼하게 순시를 했는데, 일을 시켜놓고 그 현장을 허투루 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을 잘 알았다. 체력에 여유가 있었기에 솔선수범도 하고 있는 그였다.

“예. 오두막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모두 자신의 집이라 생각하니 욕심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노예로서의 삶은 의욕을 떨구기 마련이었다. 그럴 바에는 일부 사유재산을 얹어주는 것이 좋았다. 3년 동안 사람들을 열심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집 소유〉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이 좋았다.

“좋다.”

드낙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이기심. 탐욕으로 나오는 장작은 실로 대단한 불꽃을 터트리기 때문이었다.

“헌데 꼭 두 분류로 나누어야만 했나?”

토성에서 살았던 사교도들인 〈토성민〉. 그리고 토성민들의 노예로 살았던 자들인 〈토성노예〉. 모두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그 신분의 차이는 컸다. 대우를 다르게 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싫어했다.

그 때문에 구역을 나누어야 했다. 동쪽 구역과 서쪽 구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사정에 대해서 말하자 드낙은 납득했다.

오두막 건설을 위해서 나무 밑동을 뜯어내는 작업을 확인하기도 했다. 협력을 하는 데 있어서도 두 패로 나누어져 있었다. 마치 경쟁하는 것처럼 보여서 드낙은 일부러라도 두 곳 모두를 방문해야 했다.

“드낙 기사님!”

모두가 일손을 놓을 정도로 드낙을 크게 반겼다. 또한 발룬에게도 눈길을 보냈다. 실로 대단한 크기였다. 위협적인 뿔 때문에 더욱 커 보이기도 했다.

“모두 고생이 많다. 오두막을 짓는데 어려움은 없고?”

“어려움이야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저 술이 조금···”

모두가 웃었다. 그만큼 마을의 분위기는 좋았다. 지으면 자신의 집이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세금을 내야 했지만, 그것조차도 내지 못하더라도 노역으로 세금을 퉁칠 수 있었기에 걱정이 없었다.

게제라스가 공공연히 그런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는 내정관으로서의 역량이 뛰어났다. 분란 없이 빠르게 효율을 챙기고 있었다.

어려움과 쉬움을 들은 드낙은 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순시를 끝내고 게제라스와 〈상단〉에 대해 담판을 짓기 위함이었다.

‘응?’

“저 통나무들은 무엇인가? 많이도 모아놨군.”

자세히 봤는데, 진흙을 덮어씌워놨다. 〈총관 게제라스〉가 깍듯하게 고개 숙이며 설명했다.

“예. 목책을 위해서 통나무 재원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호수 마을〉의 크기를 생각하면 작은 숲은 물론이고, 산에 있는 나무도 운반하여야 합니다.”

“허. 거리가 거리인데···”

드낙이 혀를 내둘렀다. 또한 게제라스가 〈호수 마을〉을 크게 계획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드낙 기사님을 뵙습니다!”

병사들이 간이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서 짐수레에 잔뜩 잔가지 나무를 싣다가 드낙의 모습을 보고 경례를 올렸다.

“울타리?”

“데려온 가축들이 지낼 목장 그리고 최소한의 방목을 위해서 울타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드낙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병사를 노역에 동원하는 것은 큰 위험을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사를 노역에 동원하다니.”

“걱정 마십시오. 임금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고, 지원자를 가려 뽑았습니다. 또한 이실레아 경께서도 평시에는 그렇게 하도록 허락하였습니다.”

“관련 보고를 듣지 않았는데···”

“이스핀 부대장을 보냈으나 이미 대산으로 가셔서···”

“이실레아 경이 괜찮다고 했으면 괜찮은 것이겠지.”

울타리를 만들 나무로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노동력으로 여럿 밧줄을 묶어 하나로 만들 생각인듯했다. 나무가 온 곳에서 사용되고 있었기에 잔가지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 최선일 터였다.

‘그렇다고 목장에 울타리가 없어서는 안 되고.’

“다음은 어디로 가면 되지?”

“〈산지기 산골 마을〉로 도로 건설을 위해서 석지에서 돌을 캐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서 현장을 보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농지 개간을 위해서 석지(石地)에 있는 돌과 자갈을 캐는 것과 동시에 그 캔 돌을 통해서 길을 만드는 것.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해결하는 일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향했다.

“허으아~!”

돌을 한 번 콱 캐어서 끌어당기고.

“하이야!”

자루에 돌을 담으며 배에 힘을 주며 화답 한 번 해주고.

“허으아~!”

돌을 다시 한 번 콱 캐서 끌어당기며 흙을 파헤치며 소리쳐주고.

“하이야!”

자루가 돌과 자갈로 가득 차자 단번에 소리를 지르며 어깨에 둘러매고 일어선다.

석지에 가사 없는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흥얼거리면서도 끝에 가서는 소리를 악하고 지르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힘이 좋은 가축들은 마소(馬牛) 상관없이 동원되어서 앞에서 사람이 이끌고, 옆에서 사람이 등에 손을 올린 채 움직이고 있었다.

평화로운 곳이었다. 짐수레에 돌이 든 자루를 얹고, 가서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돌을 다시 엎었다. 두 번 일을 하게 되겠지만 가죽 주머니의 수량이 한정되어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열심히들 하네.’

드낙은 그것을 보며 땀 흘리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 노력의 결실 중 일부가 고스란히 드낙에게로 들어오기 때문에 소중히 대하고 싶어졌지만 그런 감상은 금방 사라졌다.

석지의 개간은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갈고리로 보이는 것만 패서 가려내어봤자 소용이 없었고, 가축으로 크게 흙을 뒤엎어서 돌과 자갈을 골라내야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도로 건설에 돌이 쓰이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 낼 일거리였다.

“석지 곳곳에 말뚝이 박혀있는데, 저건 무슨 용도인가?”

“예. 이번 일에 자원한 사람들에게 쥐여주는 농지들입니다.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그 구분을 위해서 해놓은 것입니다.”

“아하. 헌데, 크기가 모두 제각각인데.”

“토질이 좋은 곳은 농지의 크기가 적고, 돌이 특별히 크거나 많으면 농지의 크기가 큽니다. 또 서로 협력해서 삼삼오오 모여서 일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계속 조율이 되어서 크기가 모두 다릅니다.”

“그 관리는 누가 했나?”

“경험을 쌓기에 최고라 도렌 부대장에게 맡겼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그는 자주 경험해야 합니다.”

드낙은 호수도 둘러보려고 했지만 병사 하나가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헉헉! 헉! 드···”

“일단 숨부터 고르고 말해.”

그의 표정에 절박감이 있었고, 바짝 달려왔기에 드낙이 그를 진정시켰다. 옆에 선 게제라스는 속으로 깊게 안도했다.

‘이제야 오다니. 잘못했다간 모든 일이 틀어질 뻔했다. 정말 다행이로군.’

“이실레아 경이 순찰을 제법 멀리 나가서 돌아왔습니다. 마적이 있는 〈돌산〉을 확인하셨다고 합니다. 숫자가 상당하여 가을이 끝나기 전에 이쪽으로 올 위험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드낙의 눈이 탐욕으로 검게 물들어갔다.

“서둘러 가자! 이실레아 경에게로 안내해라!”

“예!!!”

병사가 바로 안내를 시작했다. 게제라스도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이실레아와 게제라스가 힘을 뭉친 일이다. 이루어지지 않을 리가 없었고, 버려진 영지는 사교까지 창설될 정도로 엉망진창인 땅이었다. 둘러보면 드낙이 관심을 가질만한 세력이 수두룩하게 많았다.

이실레아는 드낙이 오기 전에 서둘러 물을 짠 천으로 자신의 행색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바빴다. 근 2일 내내 말 다섯 필을 이끌고 달리기만 했으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호수 마을에서 〈작은 숲〉을 지나 있는 농지 개간을 순시하고 있었기에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평온하게 원탁에 앉아있었다.

“마적 무리를 보았다고 듣고 달려왔습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이곳에서 말로 불과 이틀거리에 있습니다. 저희가 있는 곳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고 애초에 순찰도 돌지 않는 것을 보니 서쪽에서 재미를 보는 놈들 같습니다.”

말로 하루 거리면 족히 걸어서는 4~6일 거리였다.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돌산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돌산은 작은 산만합니다. 방어하기 좋고, 곳곳에 자연적으로 굴이 뚫려있어서 살기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돌로 된 벽이 두르고 있습니다. 크기는 1미터 50~2미터 사이로 보였습니다.”

“평지라면 당연히 들켰을 텐데, 추격은 없었습니까?”

드낙의 물음에 이실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저 떠돌이로 보는 듯했고, 저 혼자였기 때문에 위협으로도 느껴지지 않은 듯합니다. 순찰대라면 홀로 다니지 않기 때문에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호수 마을〉의 위치를 기준으로 남서쪽에 〈둥근 언덕 마을〉이 있었고, 남동쪽에는 〈산지기 산골마을〉이 있었다. 그리고 동쪽에 〈마적 돌산〉이 있었다.

위치로 보면 마적 돌산은 〈깊은 녹색 숲〉을 정북쪽으로 벗어났을 때 만날 수 있었다. 따라서 위치상으로 보면 호수마을의 동쪽과 〈깊은 녹색 숲〉으로 향하는 길을 하나 얻을 수 있기에 자연스럽게 〈둥근 언덕 마을〉과도 연관이 있었다.

“호수 마을에 대한 일을 진행하다 보니 주변 지리에 대해 취약하다고 판단해서 순찰하였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지는 몰랐습니다.”

이실레아의 말에 게제라스가 다급한 말투로 말하였다.

“지금이라도 빨리 〈산지기 산골마을〉로부터 주변 지리에 대해 말을 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드낙이 숨을 헐떡이며 겨우 도착한 도렌에게 말했다. 이스핀은 목장 울타리 건설을 돕고 있었기에 도착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도렌 부대장은 산지기 산골마을로가서 〈촌장 그리언〉을 데리고 와라. 주변 지리가 그려진 지도가 있다면 반드시 가져오라고 하여라.”

“예!”

도렌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병사 둘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허둥지둥 움직이는 모습에 드낙이 괜히 웃음 지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드낙의 말에 이실레아가 정석을 이야기했다.

“저희는 수비하기에 좋지 않습니다. 숲을 벌목하고 있기에 사람이 흩어져있고, 목책은 그저 정찰용에 불과하며 목장의 건설까지 멀리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석지까지 나가서 개간을 하고 있기에 수비 범위가 지극히 넓습니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므로 먼저 공격해야 합니다. 수비가 어려우니 적의 돌산을 공격하여 적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해야 합니다. 또한 그들이 저희들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어째서입니까?”

“늦가을에 마적들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을 앞두고 많은 자원을 모인 마을을 약탈하거나 협박을 통해서 강탈할 것입니다. 보통보다 더 많이 곳곳을 돌아다닐 것이고 〈호수 마을〉을 확인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격퇴가 불가능하다는 소리인가?”

드낙의 말에 이실레아가 직언했다.

“농지에 발굽이 찍힐 것이고, 진흙을 묻히지 않은 집과 목책은 불타오를 것입니다. 약탈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과수원의 나무를 불태우고 멀리 있는 목장의 울타리를 부수거나 방목을 위해 남겨둔 초지(草地)에 불을 지를 것입니다.”

돌산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그런 보복을 할 수 있는 역량은 분명 있을 것이다. 군대를 둘로 나누거나 마적을 타격하기 위한 기병대를 꾸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보고도 당할 수밖에 없고, 쫓아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드낙이 곧바로 돌산 공격 준비를 명령했다. 이실레아가 서둘러 나갔고, 뒤늦게 자리에 참석한 이스핀 부대장도 나갔다.

촌장 그리언이 오려면 며칠이 걸렸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게제라스 총관은 잠시 나와 이야기를 하지.”

“예.”

게제라스는 평범한 기색으로 남았다. 드낙의 이어질 말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상단에 대한 것은 일단 뒤로 미루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니.”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게제라스는 고개만 끄덕이지 않았다. 드낙이 원하는 일이었고,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드낙의 말은 나중을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또 이런 일을 만드는일이었다. 당연히 게제라스가 그렇게 이번 일을 마무리 지을 리가 없었다.

게제라스가 또 하나의 수작질을 꺼내놓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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