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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06화 (205/1,239)

0206 <-- 고블린 연합 -->

사악! 사악!

이실레아가 자신의 〈특수장검〉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테이블에는 그것 외에도 그녀의 무구들이 가득했다. 다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날이 있는 레이피어는 굵기가 다른 레이피어보다 굵어서 무게도 롱소드보다 무거운 2.0kg에 달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조급했다.’

기반 하나 없었기에 붕 떠있는 기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이실레아는 자신답지 않는 모습을 살짝 보여주었다. 그것은 사실 실수라고 할 수 없을 종류의 것이었다. 왜냐하면 드낙은 그전부터 공인하지는 않았지만 병사들의 통솔을 그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서 직언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드낙이 의심하기에는 충분한 일이었다. 실수가 아니라 그저 경솔했고, 조급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더욱 그런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마음을 다시 잡는데 이용했다. 또한 그렇게 후회할 수 있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일이 잘 풀렸기 때문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여기에도 없었을 것이다.

드낙은 그녀보다 몇 배는 강력한 기반을 잡은 자유기사였다. 때때로 그녀는 드낙에게 열등감을 가지기도 했다. 제대로 된 〈계승〉을 받지 못했음에도 이런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토지를 가진 자유기사는 정말 드물었다. 그 덕에 이실레아는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대우를 받음에도 욕심을 부렸다. 한 소리를 한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뜻이다.

군권을 직접적으로 공인해주면서 확실하게 손에 쥔 그녀는 드낙이 자신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또한 힘을 얻었기에 여유도 생겼다.

‘이대로 가면 가문의 부흥을 이룰 수 있다.’

게제라스의 생각대로 추가적인 마을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곳을 장원으로 받을 가능성이 컸다. 이실레아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적게는 3일. 길게는 보름이나 되는 거리에 있는 마을에 대한 관리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기사를 두어 관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나 온갖 위험이 도사린 이 세상은 장원 시스템이 더욱 발달되어 있었다.

중앙 집권을 할 수 있는 곳은 인간의 국가 중에서는 〈중앙 제국〉이 유일했다.

‘조급함을 버리고, 오해의 소지를 앞으로 더이상 만들지 말아야 한다.’

큰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르고, 순식간에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음을 이실레아는 알고 있었다. 또한 그녀가 통솔하는 병사들은 드낙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기사조차도 다수를 상대로는 힘을 못 쓰는 게 보통인데 드낙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다수를 상대하는 것에 특화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군권을 크게 나에게 맡긴 그 믿음에 대해서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장비 손질을 하며 이실레아는 마음을 고쳐 잡았고, 더욱 확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다.

사람은 결국 실수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대단한 영웅호걸도 실수를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한 위인들 중에서 무결점의 인물은 없는 법이었다.

야간에 숲에서 이동하는 고블린의 군세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숲의 위로 떠있는 달빛은 매우 밝았기에 야습하기 좋은 날은 아니었지만 이미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고블린 캡틴들은 그런 전술적 하자를 흘려버렸다.

물론 그런 전술적 판단을 고블린 캡틴이 생각할 리가 없었다. 또한 알고 있더라도 다시 모이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진행했을 것이다.

숲에서 빠져나온 고블린들의 모습이 시리도록 차가워 보이는 달빛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폐허가 된 사냥꾼 마을의 목책 위에서 초병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저급한 종을 거침없이 흔들었다.

“서둘러서 목책 위를 점령한다!!”

〈바위턱 우흘라〉가 쩌렁쩌렁 소리를 질렀다. 그 명령에 다른 고블린전사들이 똑같이 그 명령을 소릴 질러대었다. 또한 빠르게 사다리를 들고 쫘악 퍼지기 시작했다. 목책은 넓게 있었기 때문에 간격을 최대한 멀리 띄우는 것이 더 많이 올라가기에 좋았다.

쿠웅! 떠어억!!

갑자기 성문이 열리고 반쯤 남은 장애물도 없는 탁 트인 성문에서 인간 병사들이 우루루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머릿수를 맞추기 위해서 〈횃불 성채〉에서 2차적으로 구매한 노예 80여 명도 동원되어있었다.

인간 병사 100여 명이 쏟아져 나오자 당연히 고블린들의 움직임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미친놈들 아닌가?’

목책을 버리고 밖으로 나오다니!

고블린 캡틴들의 표정이 괴상해지더니 이내 킬킬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인간 놈들이 간이 부었군!”

“머저리 놈들! 목책 위에서 아등바등 거려도 이길 수 있을까, 말까인데!”

“기사라도 천의 군세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거늘!!!”

숫자로 본다면 1200 vs 100이었다. 거기에 고블린들은 그중 200기가 고블린 기병이었다. 패배하고 싶어도 패배를 할 수가 없었다.

회전(會戰)을 걸어오는데 마다할 고블린 캡틴들이 아니었다. 곧바로 명령이 퍼져나갔다.

“이노오오옴들! 다시 모여라!! 사다리를 버리고 모여라! 모여!!”

좌우로 퍼져서 목책 위에 최대한 많이 단기간에 올라갈 수 있게 넓게 퍼져있던 고블린 전사들이 곳곳에서 고블린 캡틴들의 명령을 반복하는 고블린 전사들의 말을 전해 듣고 보이기 시작했다.

반월로 대단히 크게 퍼졌던 고블린 전사들이 사다리를 버리고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물론 단순히 뭉치지 않고, 포위를 하기 위해서 좌우익을 두었다.

“흐흐.”

중앙에서 지휘를 하는 3마리의 고블린 캡틴들은 그 형세를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인간처럼 조밀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서로 싸웠기에 실전 경험이 많은 고블린 전사들이었다.

고블린들이 〈넓은 반월진〉에서 〈넓은 일자진〉으로 진형을 변경했다. 물론 진(陣)이라고 부르기에는 조잡했지만 적어도 모양새는 그럴싸했다. 그 사이에 인간 병사들은 원형진을 갖춘 채 서서히 진격하고 있었다.

중앙에는 용병술을 위해 이실레아가 있었고, 전방에 이스핀과 도렌이 있었다.

그 배치를 본다면 이실레아의 전술 배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간부라고 할 수 있는 이스핀과 도렌이 전방에 집중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숫자가 많은 고블린과 전투를 했다고 가정했을 때, 당연히 간부는 포위를 생각해서라도 전방이 아니라 좌우에 두어야 했다.

“반보로 걸어라!”

드낙이 그렇게 소리를 한 번 지르고 거침없이 진형에서 툭 튀어나와서 홀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병사들의 걷는 속도는 반으로 툭 꺾여나갔다. 자연히 빠르게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흙송곳 짜라〉가 눈을 좁혔다. 은빛의 달빛에 비추어지는 드낙의 모습은 정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딱히 횃불이 없어도 잘 보일 정도로 오늘 하늘은 맑디 맑았다.

“홀로 돌진하려는 생각인가? 어리석어도 어떻게 저렇게 어리석을 수가···”

“스스로를 호랑이라고 생각하고 있군. 그런 호랑이도 결국 지치는 법인데.”

적 기사의 대범함에 고블린 캡틴들이 한 소리를 내어 비난했다. 하지만 동시에 겁도 났다. 기사의 무력은 고블린 캡틴들이 상대하기에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흙송곳 짜라〉가 말했다.

“중앙을 더욱 두껍게 해서 기사를 말려 죽이는 것이 좋겠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고블린 캡틴들은 더욱 중앙으로 고블린 전사를 모이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연히 포위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효과를 못 볼 수 있었다.

“고블린 기병을 좌익으로 돌려라! 싸움이 시작되면 그대로 적의 후방을 후려쳐라!”

적에게 기병이랄 것이 없었으므로 손쉽게 후방을 공격할 수 있을 터였다. 고블린들의 보병진 중에서 좌우익이 얇아지고, 숫자가 적어지는 것을 본 이실레아는 눈을 반짝였다.

‘계획대로 잘 되고 있군.’

기사의 존재는 〈고블린 캡틴〉으로서도 부담되었다. 특히 목숨 중요한지 모르는 정신 나간 광전사 같은 드낙의 행동은 괜히 마음이 쿡쿡 찔릴 터다.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보병을 모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것을 통해서 좌우익 고블린의 숫자가 크게 적어지기 때문에 병사들의 피해도 줄어들 것이다. 포위의 위험성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것도 고블린 스스로의 손으로.

“화염 토기를 준비해라! 기사를 통구이로 만들어버리는 거다!!”

기사의 역량을 빠르게 소모시켜서 그 예기(銳氣)를 꺾는다면 더욱 승리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임을 모를 리가 없었다.

100걸음 내로 드낙이 들어오자 고블린 전사들이 활을 미친 듯이 쏘아대었는데 눈구멍도 없는 〈깃털 투구〉를 쓰고 있는 드낙에게는 하찮은 것이었다. 동시에 고블린 기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측으로 빠르게 우회해서 단번에 후방을 칠 생각이었다.

숲을 벗어나 있었기에 누가 숨어있을 것도 없다고 여겼지만 〈숲 고블린〉은 모르는 평지에서의 은신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40명의 순찰자들이었다.

고블린들이 높은 곳에서 정찰하는 것을 빠른 행동으로 차단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평지에 땅을 적당히 파고 엎드려있던 순찰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사기를 높이면서 인간의 후방을 치려고 하는 고블린 기병의 움직임을 청각으로 확인했다. 딱 봐도 멧돼지와 갈색 늑대가 섞여있는 울음소리의 위치!

“······”

조용히 때를 기다리던 케샤스는 수신호가 터지길 기다렸다.

순찰자들의 배치는 32명의 〈전투 순찰자〉와 8명의 〈정찰 순찰자〉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8명의 정찰 순찰자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일부러 마련한 수풀 속에 바짝 웅크려서 시야로 고블린 기병을 보고 있었다.

삐이이이이이----!!!

호루라기가 퍼져나갔다. 그 소리에 고블린 기수들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누가 보더라도 인간들의 신호음으로 쓸 법한 날카롭고 높은 음역대의 호루라기였다.

단번에 중전투 로브를 입은 순찰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계획한 대로 정확하게 내달리고 있는 고블린 기병들의 측면에서 순찰자 32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케샤스까지 합치면 33명이었다.

조금 패인 바닥에 차곡차곡 다섯 발씩 뭉쳐서 꽂아놓은 화살을 한 손으로 움켜쥐면서 장궁을 당긴 순찰자들이 한 호흡도 거리를 가늠하지 않고, 그대로 활을 쏟아부었다.

고작 32명에 불과했지만 당겨서 쏘는데 1.5초도 걸리지 않았고, 한 번 쏘면 다섯 발을 연달아서 꾸준히 쏘았다. 활을 쏘는 속도는 고만고만했는데, 장궁의 장력 때문이었다.

8초에 다섯 발을 쏘는 순찰자. 그것은 곧 8초에 160발. 30초 안팎으로 480발이 쏟아진다는 소리였다.

또한 순찰자들이 이번 〈사냥〉에 사용한 화살촉은 평범하지 않았다. 화살촉의 끝이 확실하게 길고 뾰족했고, 양옆의 촉날은 톱날형이었다.

길고 뾰족했기에 더욱 깊게 파고들어갔고, 톱날형이었기에 뽑아낸다면 살점이 뜯겨져 나가기에 살상력도 높았다.

슈슈수수숙!

화살의 명중률은 대략 70% 정도로 기병을 상대로 쏘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높았는데, 하루에 천 발씩 화살을 쏘기 연습을 매일 하기 때문이었다.

밥 먹는 것보다 활 쏘는 것이 더 익숙할 정도의 정예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컥!”

고블린 기수의 목에 그대로 화살이 틀어박혔다. 단번에 타고 달리던 멧돼지에서 떨어진 고블린 기수가 뒤에서 달리던 갈색 늑대와 부딪쳐서 그대로 구르면서 흙먼지를 피워냈다.

“기습이다! 궁수들이 옆에 있다!!”

그렇게 소리친 고블린 기수는 방패로 자신의 몸을 막았지만 갈색 늑대가 연달아서 화살을 맞으면서 왼쪽 뒷다리를 절뚝이면서 그대로 달리는 균형을 잃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순찰자들의 특수 화살은 처음 다섯 발에만 있었고, 그 뒤로는 평범한 화살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200기에 달하는 고블린 기병은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중갑옷을 입고 있지 않아서 화살에 노출된 순간부터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반절이 죽거나 큰 부상을 당해서 움직이지 못했지만 나머지 반은 경상을 입은 채 시체를 방패 삼았다. 화살의 빈도는 처음과는 다르게 크게 줄어들었지만 꾸준히 쏘아졌기에 발이 묶인 고블린 기병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완벽하게 기병을 무력화한 것이다. 물론 200기의 기병 중에서 화살로 죽은 이는 고작 50기도 되지 못했다.

늑대 도노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숲의 경계에 숨어있었는데, 도노의 주위로 늑대들이 잔뜩 숨어있었다. 이들 늑대들은 도망치는 고블린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서 매복을 하고 있었다.

순찰자들이 있는 쪽의 숲에 있었기에 도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그가 가야 할 곳은 고블린들의 후방에 있는 숲이었다.

나뭇가지 위에 있는 카이야가 눈을 반짝이면서 소리를 냈다.

“까악!”

마치 도노와 늑대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처럼 보여서 도노가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카이야는 그런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작은 새가슴을 더욱 당당하게 부풀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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