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전사-205화 (204/1,239)

0205 <-- 고블린 연합 -->

〈흙송곳 짜라〉.

주술을 다루는 고블린 중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자였다. 그가 만든 〈주술 토기〉들은 고블린 캡틴들이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 덕에 가장 중립이기도 했고, 세력도 가장 작았음에도 공격당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당연히 그를 시작으로 〈고블린 연합〉이 만들어졌다. 그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었고, 의심만 생겼을 것이다.

수염을 잔뜩 기르고, 왜소한 체격을 가졌지만 단단한 흙처럼 딱딱해 보이는 분위기를 풍겼다. 꼬장꼬장해 보였다.

“빌어먹을 놈들. 아직도 도착을 안 했네.”

〈외세〉의 침입으로 순식간에 〈고블린 캡틴〉이 한 마리 죽어버렸다. 특히나 다이아 울프 조련에 성공한 녀석이라 전투력 하나만큼은 무시하지 못하는 놈이었다. 그 덕에 연합이 더 쉬워지기도 했다.

바위터에 앉으려는 짜라의 모습에 고블린 전사가 서둘러 가죽을 깔았다. 거침없이 가죽에 앉은 짜라가 하품을 했다.

그 주위로만 고블린 전사가 200이 넘었다. 이것도 고블린 캡틴 중에서 가장 적은 숫자였다.

그간 3번의 회의 끝에 오늘 남서쪽에 있는 마을에 주둔한 인간을 죽이기로 결의한 것이다. 또한 하는 김에 자꾸 숲으로 들어와서 동족을 죽이는 북동쪽에 있는 인간 마을도 허물기로 결정했다.

말 그대로 유례없는 세력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특히나 이 일을 통해서 짜라는 아예 숲 밖에서 지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토기를 굽기 위해서는 점토가 많이 필요한데, 땅을 파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데 쓰고, 평탄한 곳에 토기를 굽는 시설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블린 주술사는 특히나 땅(土)을 통해서 주술을 이끌어내야 주술 효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흙송곳 짜라〉가 쥐고 있는 지팡이도 나무 지팡이가 아니라 잡광석따위를 녹여서 만든 지팡이였다.

금속이나 흙이 아니면 주술을 발현해도 효과가 적었다. 짜라의 금속 지팡이에는 음각(陰刻)된 문양이 가득했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거친 웃음소리가 자라에게 들려왔다. 주변에 있는 그의 고블린 전사가 옆으로 몰렸다.

“그하하하! 짜라! 오늘도 힘이 없어 보이는구나!!!”

하프 오크라고 불리고, 실제로도 오크의 피가 섞여있는 고블린인 〈바위턱 우흘라〉였다. 그의 씨앗을 받기 위해서 다른 부락에서 예쁘장한 고블린 암컷들을 보내기도 했다. 허리를 돌리기 좋아하는 놈이라 모두 받아주었다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덩치 놈. 시끄럽다.”

다른 고블린과는 차원이 다른 체격을 가지고 있었고, 고블린 특유의 큰 귀가 아니라 오크처럼 짧고 귀 위쪽이 날카로운 귀였다. 칠흑처럼 어두운 털은 오크의 상징이나 가까운 검은 털이었다.

타투처럼 보이는 점 같은 것이 온몸에 두드러기처럼 나있었는데, 〈타투의 혈통〉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혈통 인자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 덕에 우흘라는 여름임에도 가죽을 전신에 두르고 있었다. 방어구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실패한 타투를 가리기 위함이었다.

〈바위턱 우흘라〉가 끌고 온 병력의 숫자는 3명의 고블린 캡틴 중에서 가장 많은 500마리였다. 대부분이 활로 무장해있었고, 부무장으로 손도끼와 고블린의 상체를 가리는 가죽이 덮혀진 나무 방패를 등 뒤에 놓고 있었다.

그의 숲고블린은 우흘라의 통솔을 받고 있었기에 접근전에도 능했다. 다른 숲고블린보다 근접전에 대한 무장이 통일되어 있었다.

이것만 해도 이미 700마리에 달하는 고블린 전사들이 모였다. 마을 하나는 그냥 쑥대밭으로 만드는 대규모의 고블린이었다.

〈남부 왕국〉의 다른 영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큰 토벌전이 일어났을 것이다.

“컹컹컹!!”

짐승소리가 들리자 우흘라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멧돼지가 왔구나!”

갈색 늑대들을 이끌고 나타난 〈몰이머리 빠오풀〉이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그는 고블린 조련사이자 창술사였다. 물론 〈다이어 울프〉의 조련에 성공한 적이 없어서 갈색 늑대와 멧돼지를 이끌고 있었다.

〈몰이머리 빠오풀〉이라 불리고 있었지만 다른 고블린 캡틴은 그를 멧돼지라고 불렀다.

큰 코가 반이 잘려나가서 돼지코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다이어 울프를 조련하려다가 물려서 뜯겨져 나갔다. 그 뒤로 그는 다이어 울프 조련을 시도하지 않게 되었다. 깔끔하게 포기한 것이다.

“왜 이렇게 늦은 거냐?”

“어차피 야습(夜襲)을 한다고 했는데 늦으나 일찍이나 뭐가 차이나?”

우흘라의 말에 빠오풀이 거칠게 대꾸했다. 짜라가 중간에 지팡이를 찔러 말다툼을 막았다.

“고블린 캡틴을 죽인 인간 놈들이다. 여기서 싸워봤자 우리가 되려 당한다. 이상한 가죽옷을 뒤집어쓴 인간 궁수들이랑 놈들이 하나로 합치기 전에 처리해야 해.”

“우리의 군세만 1천이다. 지는 것이 이상하지. 놈들이 하나로 합쳐도 우습다.”

오후 시간에 도착한 〈몰이머리 빠오풀〉의 마지막 합류로 고블린들이 규모를 갖추었다.

〈고블린 전사(궁수겸)〉 1천 마리.

〈고블린 기수〉 200마리

총 1200마리에 달하는 숫자였다.

“가장 먼저 〈주술 토기〉부터 나눠주겠다. 대부분이 〈화염 토기〉다. 인간에게 아주 효과적이지.”

부수면 사용자의 적의(敵意)에 따라서 목표물이 정해지는 화염 토기는 제법 좋은 물건이었다. 생명체를 죽이는데 불만큼 좋은 것이 없었고, 주력(呪力)이 깃든 주술 화염이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꺼지지 않고, 그저 지속시간이 다 될 때까지 버텨야 했다. 물론 주술 화염은 폭발성을 띠고 있지 않았다.

원소 마법이나 주술을 다룸에 있어서 폭발성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고된 일이었다. 양산화된 〈전신갑주〉의 〈다수 마법〉이나 〈대인 마법〉에도 폭발성을 부여하는 일은 북부와 동부의 엘프 혹은 중앙 제국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마법사들의 파이어볼이 그나마 가장 대중적인 폭발성 마법이었다.

짐수레에 있는 화염 토기를 고블린 전사들이 혁대에 걸어 찼다. 야습 때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저녁 전에 다시 한 번 서로 작전을 공유했다. 혹여나 멍청하게 다르게 생각하는 자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밤이 깊어졌을 때, 공격한다. 성문은 반쪽이 나있고, 목책 중에 기울어진 곳이 있어서 단번에 기습을 가한다면 바로 점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흙송곳 짜라〉의 말에 다른 두 고블린 캡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에는 우흘라가 입을 열었다.

“목책 위를 점령하기 위해서 사다리를 걸 때 결코 화살을 쏘거나 먼저 원거리로 싸워서는 안된다.”

기습의 의미가 없어져서는 아니었다. 되려 초병을 조기에 잡지 않는다는 말은 그만큼 목책 위부터 빠르게 많은 숫자의 고블린을 올려놓겠다는 뜻이었다. 위로 활을 쏘기보다는 목책을 점령하여 활을 쏴도 쏜다는 뜻이다.

전술적으로 일장일단이 있었기에 상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책도 아니었고, 상황만 잘 굴려간다면 좋은 전술이 되기에 충분했다.

“입구만 확보하면 바로 고블린 멧돼지 기병과 늑대 기병을 돌입 시킬 것이다.”

혼란을 가중 시키는 늑대 기수들의 투입! 그것만으로도 적들은 하나로 규합하는데 애를 먹을 것이고, 그 금과도 같은 시간 동안 승기를 단번에 기울이는 것이 목표였다.

확실한 전술론이 만들어졌는데, 고블린 캡틴 세 명이 짱돌을 굴렸기 때문이었다. 실전을 많이 겪었기에 쮜어짜낼 수 있는 전술이었다. 특히 전략의 경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는데, 야습으로 해결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들의 작전은 크게 야습(夜襲). 빠른 목책 점령. 기병 돌진 혼란이었다.

〈푸른 이리 케샤스〉가 정보를 들고 왔다. 곧바로 전투태세에 돌입한 채로 원탁회의가 이루어졌다. 케샤스는 마치 드낙의 부하가 된 것처럼 굴었다.

“드낙 님. 순찰자들이 고블린 군세가 집결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보급량을 생각했을 때 단기전을 노리고 당일 바로 공격을 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녁이 다가옴에도 불을 지피지 않았습니다.”

모닥불을 피우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블린들이 오늘 공격할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근거는 확실했다.

“규모는 확인하였습니까?”

“일을 그르칠 수가 있어서 근접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못해도 1천 마리는 되어 보였습니다. 그 외에 눈에 들어온 것은 멧돼지와 갈색 늑대가 많았다는 겁니다.”

이스핀과 도렌 부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1천 마리라니. 엄청난 숫자였다. 드낙 또한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1천 마리에 기병까지 있다면 회전(會戰)은 무리한 짓 아닌가?”

“수성을 하는 것이 괜찮아 보입니다. 어차피 야습이라면···”

게제라스 또한 두려움이 일어났다. 1천 마리의 고블린은 능히 관문 하나를 점령할 정도의 숫자였다. 알고 있어도 못 막을 정도로 숫자가 많았다. 설마 고블린이 연합을 했는데 그렇게 많은 고블린이 있을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둥근 언덕 마을〉의 순찰자들이 버젓이 고블린을 틈틈이 잡아죽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놔둔 것만으로도 고블린 세력이 적다고 기대되었다.

케샤스 또한 굳은 표정이었는데, 유일하게 한 명만이 태연했다.

“전투에 있어서 숫자는 분명 의미 있고,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단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머릿수가 많다고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실레아 브릴리언트는 그렇게 말하며 회전을 밀어붙였다.

“수성을 한다면 서로 소소하게 피해를 보고 흐지부지될 것입니다. 많아봤자 고블린 300마리를 죽이는 것에 그칠 것입니다. 저희 병사들의 숫자가 적기에 그 반절도 못 죽이고 고블린들은 다시 숲으로 도망칠 것입니다.”

그 말에는 케샤스가 당연히 동의했다. 이번 기회를 살리면 살릴수록 이득을 보는 것은 〈둥근 언덕 마을〉이었다. 또한 드낙도 고개를 끄덕였는데 〈숲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고블린 전사들을 궤멸시키는 공은 세워야 했다.

케샤스 때문이었다. 또한 더 나아가 〈둥근 언덕 마을〉을 아래에 두기 위함이기도 했다.

“위험은 있지만 그것을 피한다면 큰 이득을 취하기가 힘듭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하지만 고블린 전력이 크기 때문에 조금 전술을 바꿔야 합니다.”

말을 마친 이실레아가 입을 조금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리고는 고민했는데, 뭔가 하자가 있는 듯했다. 드낙이 그것을 보고는 안심시켜주었다.

“걱정 말고, 일단 말해보십시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네. 음···”

그녀답지 않게 우물쭈물거리던 이실레아가 이내 입을 열었다.

“드낙 경께서 단기 돌격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으신다면 그것을 기본으로 하여 전술을 짜고 싶습니다.”

〈피의 신도〉를 순식간에 여럿 단번에 베어버린 드낙의 무위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었다. 그 강력함은 보통 기사급이 아니었고, 다수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특화된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이실레아는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자로 잰 것 같은 회피. 이득을 반드시 두 개 이상 취하는 검로.

〈킬 더 배틀〉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은 제3자에게 있어서 신위나 다름없었다.

“고블린은 진형을 갖추고 오겠지만 소모가 극심하면 단번에 무너집니다.”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 점을 드낙을 통해서 실현하려는 것이다.

“진형을 홀로 뭉개고, 〈고블린 캡틴〉을 잡아 죽인다면 삽시간에 전투가 끝날 것이고 추격하여 모조리 쓸어 담으면 됩니다.”

“측면에서 달려들면 도망을 바로 치지 않을 텐데.”

1인칭 시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황을 깨닫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네. 그래서 정면 돌진을···”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드낙의 무력을 믿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또한 그 뒤로 50걸음의 거리를 두고 똑같이 병사들이 돌진한다는 말을 이어붙였다.

드낙이 조금 고민했다. 하지만 사실 고민할 것도 없었지만, 제법 오랫동안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고블린 기수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낙의 말에 이실레아가 냉큼 대답했다.

“고블린 기병은 경갑옷을 입고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순찰자들이 맡을 수 있습니다.”

그녀의 눈길이 케샤스에게로 향하자 케샤스가 무리 없이 대답하였다.

“네. 그 정도는 감당 가능합니다.”

드낙은 그렇게 원탁회의를 끝냈다. 전투가 찾아왔다. 전술은 이실레아가 다 생각했지만 주인공은 드낙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이실레아 또한 생각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공적을 양보하는 듯하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님을 잘 알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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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감사합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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