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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04화 (20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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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제라스가 그날 밤 조용히 자신의 집에서 테이블에 앉았다. 오늘은 그간 손대지 않았던 술을 마셨다.

‘큰 고비를 넘겼다.’

게제라스가 드낙에게 말한 〈육중론(六重論)〉은 여섯 가지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인구〉. 〈식량〉. 〈원료〉. 〈경제〉. 〈치안〉. 〈인재〉였다.

이 여섯 가지만 쥐고 있으면 성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원〉이 없는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꼴깍. 꼴깍.

하지만 드낙과 게제라스는 육중론에 있어서 한 번 부딪쳤다. 바로 상단에 관해서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때 당시에는 게제라스는 물러났는데, 드낙의 생각이 너무나도 확고해서 논리로 크게 오랫동안 따지지 못했다.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무슨 아집 같은 것이 확실하게 혀끝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드낙의 경우에는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보다 빠르게 비전을 그에게서 흡수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특히, 변변찮은 가문 이름 하나 못 내세우고 있는 드낙에게 있어서 그 작업은 매우 중요했다.

그 조급함, 고집을 게제라스는 상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느꼈고, 빠르게 물러났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횃불 성채〉 나아가서 〈중앙 제국〉의 자원을 가져올 상단을 꿈꾸는 드낙의 말은 허황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버려진 영지 내의 경제조차도 일정 수준 끌어올리지 않고 무턱대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면 평생 버려진 영지의 상업은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맡아야 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실레아 브릴리언트〉의 성품을 이용한 작전이었다.

‘이실레아 경이 조급함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 덕에 확실하게 매듭지을 수 있었다.’

기반이 약한 그녀가 공적을 탐하려다 삐끗했고, 그 실수를 통해서 군권을 아예 그녀에게 줘버리는 선택을 드낙이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게제라스의 말이라면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드낙이었다. 물론 논리도 충분했다. 드낙의 야망이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 그 그릇에 대해서 말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실레아 경은 신뢰해도 된다.’

〈브릴리언트 가문〉은 은혜를 갚다가 몰락했다고 말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는 비록 객장의 신분처럼 들어왔지만 말이 그렇지 사실상 드낙과 한 배를 타고 공을 쌓아 장원을 얻어 가문의 부흥으로 이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낙과 각을 세운다는 생각보다는 서로 상부상조하며 가문의 부흥을 서로 이끌어낸다는 생각일 터였다.

‘이용하기에 좋다. 수틀려도 안전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니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계략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고비인 〈이실레아에게로의 군권 이전〉이 성공했다. 그녀의 용병술과 통솔력 그리고 다양한 능력을 고려한 드낙이 결국 그녀에게 큰 직책을 맡긴 것이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그렇게까지라도 하지 않으면 1년 내에 이실레아가 드낙에게 장원(莊園)을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제라스의 생각은 이실레아가 장원을 받는 것이 강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재〉가 적을 것이 분명한 버려진 영지였다. 그녀를 잡아두기 위해서라도 필요했다. 밀 한 포대를 주면 밀 두 포대로 갚는 것이 〈브릴리언트 가문〉이었다.

‘장원을 받는다면 브릴리언트 가문의 이주가 시작된다.’

100이면 100 그렇게 할 것이다. 그 기간은 장원을 받고 나서 1년 이내. 어제를 기점으로는 2년 이내였다.

‘마음이 급하다면 내후년 여름에 올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가을이 끝나고 올 것이다.’

두 계절의 차이는 자신들이 뿌려놓은 씨앗을 모두 가져오느냐, 아니면 버리고 허둥지둥 오느냐는 것이었다.

‘그들을 이용해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상단은 횃불 성채를 경유하며 차익을 남기기 시작한다.’

일이 잘 풀린다면 상단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3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계략은 문제가 한두 가지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 하는 것은 드낙의 세력이 가진 기반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영지에 비해서 모든 것이 바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을 생각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늙을 때까지 현상 유지나 하다가 가라는 소리였다. 게제라스가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었다.

‘드낙 경의 배경은 귀족이 되지 못한 자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나 다름없다.’

몰락하는 귀족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다. 버려진 영지에 대한 토지권을 구매하면서 버려진 영지에 대한 땅의 권리를 모두 획득한다면 대영주가 되는 것이 꿈이 아니었다.

쪼르륵.

술을 홀로 마시며 게제라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브릴리언트 가문〉이 이주를 하고 난 다음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 게제라스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평범하게는 성장할 수 없다. 드낙 경에게 언질을 한다면 반대를 할 것이 분명하고.’

생각보다 겁이 많은 것이 드낙이었다. 그것을 게제라스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야망이 많은 것이 드낙이었다. 이미 파도처럼 일이 닥쳐오면 행동력이 대단히 높아지는 특징도 있었다.

밤이 깊어지도록 게제라스는 잠에 들지 못했다.

‘조조는 못되어도 유비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최근 드낙은 영주 혹은 군주의 그릇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잦았다. 알렉산더 대왕도 뒤통수를 많이 맞았다고 들었다. 뒤통수라는 것은 그냥 터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끙끙 앓을 필요가 있을까?

‘맞고 보복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난 이렇게 대우해줬는데 이 새끼가 뒤통수쳤다. 그러니까 죽인다! 이러면 명분도 살고.’

오히려 호구 포지션이 명분적으로는 씹어먹고 들어가는 것 같기도 했다.

대단한 위인들도 배신을 피하지 못했는데 걱정한다고 해서 배신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독에 대한 면역을 빨리 얻어야 할 것 같은데.’

대범함으로 온갖 인재를 끌어들여서 아주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어놓으면 성장도 잘 할 것으로 보였다.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검은 꿈을 통한 일신(一身)의 무력(武力).

‘대범하게··· 호랑이조차도 담을 수 있는 태산(太山)이 된다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인상을 찌푸렸다.

‘이 씨. 이게 말이 돼? 아무리 생각해도 게제라스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은데.’

하지만 이실레아의 용병술은 뛰어났다. 오히려 맡기는 것이 이득이긴 이득이었다. 뒤통수가 쎄해서 드낙은 어제 악몽을 꾸었다. 게제라스에게 암살을 당하는 악몽이었다. 이실레아가 나오지 않은 것은 사실 그녀의 이미지에 배신을 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두 게제라스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개꿈이겠지. 어찌 되었든 정말로 내가 성공하고 싶다면 귀족을 아래에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량을 최대한 키워야 했다. 아무리 못해도 겉으로라도 변하는 것을 해야 했다. 또한 드낙은 병사를 훈련시키거나 지휘하는데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게제라스나 부대장들이 하는 일에도 항상 얼굴을 한 번은 내보였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대장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어떻게든 뭐라도 쥐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에이담 성기사. 오랜만입니다.”

“드낙 경께서 이런 곳에까지 오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소수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신전은 쥐 죽은 듯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 곳에도 드낙은 방문했다. 큰 생각은 없었는데, 게제라스가 관심을 계속 가져다주고 최근에 이야기를 나누어 신전에게 일부 자원이 지원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냥 신전과의 관계를 위해서 온 것이다.

“고아 소녀들을 받아들인다는데, 당연히 바빠도 얼굴을 뵈러 와야지요. 좋은 일 하시는데,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찾아오지도 않으면 제가 뭐가 되겠습니까?”

“하하하.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 신전〉 그것도 새로운 교리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성기사 에이담〉의 신전은 벌써부터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게제라스와의 거래를 통해서 시작한 일이기도 했다.

신전은 자원을 지급받고, 고아 소녀들을 떠맡은 것이다. 거래나 다름없었다.

이 내용은 신전과 드낙 세력, 두 곳에게 이득이었다.

“고블린 회전(會戰) 준비로 바쁘실 텐데, 저를 보기 위해서 와도 되시는지 걱정입니다.”

“괜찮습니다. 이미 한 바퀴 다 둘러보고 이야기도 듣고 시정도 좀 하고 왔습니다.”

“점심은 드셨습니까?”

“오면서 먹었습니다. 그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으시지요?”

에이담이 눈웃음을 지었다. 처음에는 이리떼에 들어온 기분이었지만 생각 외로 드낙 세력과 에이담의 세력은 사이가 좋았다. 그 사이에 〈신성력(神聖力)〉이 끼어있었기 때문이다.

“소녀들 중에서 몇몇은 사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중립신의 선택을 받는 것이지요. 자기 하기 나름이지만, 부족함이 없도록 가르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고아들에 대해서 에이담이 이야기를 했다. 드낙은 경청하며 신전의 근황을 그에게서 들었다.

“사실 아이들이 입을 옷이 너무 적습니다. 마땅히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는 힘들죠.”

에이담은 게제라스에게도 말하지 않은 문제점들을 말했는데, 문인에게 말하면 약점으로 잡힐 만한 것도 드낙에게 말하면 약점으로 안 잡힐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게제라스가 상대에게 경계심을 준다면, 드낙은 편안함을 줬다. 고민하던 드낙은 이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자투리 가죽을 삼일 전후로 신전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자투리라서 괜히 모양새만 만드는 것 같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십시오.”

“네? 비밀로요?”

에이담이 조금 놀라워했다.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는 것도 밤에 드리겠습니다. 괜히 생색내기가 싫어서 그런 것뿐이니, 혹여나 딴 생각은 하지 마시고···”

에이담은 드낙의 손까지 잡으며 좋아했다. 드낙에게 말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자투리 가죽이라도 겨울을 나는 데에 동물 가죽으로 만든 옷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대신 드낙도 부탁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랫동안 서로 얼굴 보며 웃으며 인연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오히려 하고 싶은 말입니다.”

영업을 마친 드낙이 웃으며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에이담은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드낙이 보여주는 인간성은 사뭇 명예를 추켜올리면서도 왼손으로는 탐욕을 숨기고 있는 자들과는 다르게 보였다.

그 이유는 더더욱 신뢰성이 있었는데, 최근에 이실레아에게 군권을 전적으로 맡겼기 때문이다. 그 소문은 벌써 파다하게 퍼졌다. 〈호구 드낙〉이 또 한 건을 했다고 은밀하게 퍼졌다.

노예 병사들에 대한 대우로 생긴 칭호가 더욱 굳혀지게 된 것이다.

‘뛰어난 영웅의 주변에는 사람이 필요 없는 법이지. 드낙 경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당장 이실레아만해도 계탔다고 할 수 있었다. 큰 군사적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장원을 얻을 수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떠들기 좋아했다.

다른 귀족과는 다르게 부족함이 많은 것이 오히려 인간미를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문제가 생긴다고 바로 도와줄 수는 없는 법이지.’

에이담의 신전은 자신을 포함해서 고작 6명에 불과했다. 거기에 전투 인력은 성기사 에이담. 그 혼자뿐이었다. 지금은 최대한 웅크리는 것이 좋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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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추코 감사합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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