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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201화 (20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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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샤스의 눈이 빠르게 오고 갔다. 그것만으로도 이 무리의 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흉갑〉을 착용하고 있지 않은 정규병의 방호력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 차이는 원거리 공격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느냐였다.

당연히 순찰자에게 좋을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종류의 화살을 다루기 때문이다.

‘꿀릴 건 없다.’

숫자가 많아도 정예병 수준의 체급은 아니었다. 조금 아래였고, 용병보다는 윗줄로 쳐줄만했다. 그들의 대응이 워낙 기민하여 조금 겁을 먹었던 케샤스였다.

총과는 달리 화살은 결국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훈련된 정규군은 특히나 화살에 잘 당하지 않았다.

‘병사의 숫자는 100명이지만 예비인력까지 투입한 결과겠지. 목책 위로 올라온 병사 수가 진짜다. 대략 30~50명 정도 되겠군.’

맞수가 가능했다. 또한 충분히 자유 기사를 선두로 세운다면 〈고블린 캡틴〉을 죽일 수 있었다. 숲이 아닌 곳에서 싸웠기 때문이다. 지형은 매우 중요했고, 전투력을 크게 변동시키는 요인이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케샤스는 결코 그들과 협력하지 않을 생각을 가졌다. 되려, 〈고블린 캡틴〉들의 움직임을 말하여 겁을 주고, 이곳에서 멈추게 해서 그들의 피로 이번 일을 씻어낼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조사는 끝나지 않았다.’

지휘관에 대한 역량! 그것 또한 중요했다. 자연히 앞서 걸어가는 이실레아에게 눈길이 갔다. 전신갑주를 입고 있지 않았기에 전투가 벌어졌을 때, 큰 공을 세우기는 힘들어 보였다.

끽해야 고블린 50마리를 단신으로 죽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만약 병사를 지휘한다면 그 반절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휘관에 대한 역량 그리고 이 세력의 간부들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

폐허가 된 마을의 촌장집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집은 컸지만 거실은 좁았다.

자연스럽게 불편함을 느낀 순찰자들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반면 이실레아는 태연했다.

“그런데, 어떻게 저희들이 여기에 있는 것을 알고 오셨습니까? 숲이라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게제라스의 물음에 케샤스가 짧게 대답했다.

“순찰자가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면 바보 아닙니까? 〈고블린 캡틴〉을 하나 죽였으니 지금 숲이 난리가 아닙니다.”

그 말에 이실레아의 긴 눈썹이 움직였다. 말하는 투가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뉘앙스였다. 숲 고블린이 난리를 치는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소리였다.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느껴지셨다면 죄송합니다.”

게제라스는 사과를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사과는 받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들의 리더는 이곳에 없습니다. 늑대들을 이끌고 순찰에 나가있습니다.”

그 말에 케샤스가 웃음기를 머금었다. 40명의 움직임도 포착하지 못한 〈순찰〉이었다.

‘저놈이?’

이실레아가 그 표정에 담긴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도발에 걸리지는 않았는데, 그녀는 이번 대화에 있어서 스스로 물러났기 때문이었다. 괜히 입을 놀렸다가 게제라스가 곤란해질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오히려 조금 놀란 것은 케샤스였다.

‘젊은 자유기사가 대단히 인내심이 있군. 이곳까지 왔으면 열등감이 아주 크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텐데.’

괜히 불안해졌다.

‘설마 역량이 뛰어날까?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순찰을 도는데 리더입니까? 어떤 분인지 궁금하군요. 직접 그렇게 밖으로 나가시다니···”

“항상 먼저 나서는 분이십니다.”

게제라스가 짧게 말하며 〈둥근 언덕 마을〉에 대해서 물었다.

“숲에 있는 길을 따라가면 바로 보이게 될겁니다. 인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순찰자의 숫자가 많던데, 못해도 천 명 아닙니까?”

케샤스가 손사래를 쳤다.

“그럴 리가요. 그렇게 큰 마을이면 〈경계〉에 마을을 지어도 목표물이 될 겁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끝끝내 인구수는 말하지 않았다. 서로 수박 겉만 핥는 정도로 정보를 교환했다. 중요한 정보는 내어주지 않고, 말해도 상관없는 것만 말했다.

이실레아는 아예 눈을 감았다. 하는 짓거리가 자신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이실레아가 눈을 떴다. 순찰자 하나가 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병사가 문을 열어준 순찰자에게 목례를 하고는 그대로 이실레아에게 다가갔다.

“저··· 기사님. 드낙 님께서 성문을 지나고 오고 계십니다.”

“그래? 내가 마중을 나가겠다.”

그리 말하고는 이실레아가 서둘러 나가면서 양해를 구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방에 있던 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실레아가 드낙을 마중 나가는 이유는 당연히 드낙의 정치력 때문이었다. 무력을 제외하면 사실 제대로 된 것이 하나 없는 드낙이었다.

법관처럼 무식하게 굵은 군사책의 정석을 이제 끼고 다니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기본 중의 기본을 읽고 있다는 것은 그가 군사학 관련해서는 〈계승〉을 받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다.

‘어지간히 몰락한 집안이다. 또한 나의 가문과는 다르게 대대적으로 숙청을 받은 케이스.’

군사학의 계승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라면 혈통만 간신히 남긴 채 도망쳤을 것이다. 또한 살아있는 생존자가 적거나 단명해서 전투술만 남긴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정도로 악독하게 귀족을 처단한 시기는 단 하나 뿐이다.

‘〈피의 숙청〉. 〈백금 왕가〉의 시작.’

귀신의 가문을 시작으로 명문가 20여 개가 3년 동안 멸문당한 사건. 그 때문에 당금의 귀족 가문은 명예를 크게 중시하고 명분을 쥐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으며 망나니 짓을 하는 자식이라면 적통이라도 거리낌 없이 죽이고 있었다.

아무튼 그 덕에 드낙의 능력치는 크게 편차가 심했다. 누구 하나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드낙을 잡아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실레아와 게제라스를 누구보다도 총애하고 밀어주고 있는 것이 드낙이었기 때문이다.

‘이 버려진 영지에서 잘 한다면 장원을 받을 수 있다. 그때가 되면 가문의 일원을 이곳으로 이주시킨다.’

숨겨야만 하는 드낙의 가문과는 다르게 브릴리언트 가문은 그저 쇠락하여서 몰락한 가문일 뿐이었다.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드낙 경!”

“이실레아 경. 순찰자들이 대거 찾아왔다고 들었습니다.”

“걸으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현재 상황은···”

그녀는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나가 상황을 대충 말하고 그다음에 주의할 것을 이야기하였다. 특히나 현재 게제라스가 원하는 눈치를 캐치하지 못한 그녀였다.

“만약 결정을 해야 한다면 다음 날로 미루십시오. 하루를 머물게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드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쓴소리를 들어도 자신이 잘못하면 인정하는 드낙이었고, 항상 무슨 일이 있으면 게제라스를 찾았기에 거침없이 다른 이의 말에 동의할 줄 알았다.

“순찰자의 전력이 그렇게 강합니까?”

“10번 붙으면 10번 승리할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가 두려울 뿐이죠. 게제라스 총관의 생각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적어도 그들과 척을 지는 것은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하기 힘듭니다.”

단순히 승패를 따져서 말하는 이실레아는 전형적인 무인이었다. 또한 아군의 피해를 생각한다는 것이 바탕에 깔려있었기에 하루가 지날수록 드낙이 그녀를 더욱 신뢰하고 있었다.

주의점을 듣고 드낙이 안으로 들어갔다. 노크도 없이 거침없이 문고리를 잡는 모습에 이실레아가 쓱 움직여서 문을 두드렸다.

‘아차.’

드낙이 자신의 실수에 웃음을 머금었다. 너무 긴장했는데,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순찰자의 이야기를 모르는 자가 없었다. 그들은 타고난 사냥꾼이었고 강력한 원거리 병과였다. 성문 안으로 들어온 순찰자는 고작 다섯을 넘지 않았기에 더더욱 손을 대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깃털 투구〉 때문에 가려졌다. 드낙이 안으로 들어서자 케샤스의 동공이 커졌다.

강철의 전사가 단번에 들어오자 방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전신에 있는 철판들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움직여도 틈 하나 보여주지 않았다. 연식은 오래되어 보였지만 확실하게 수선되어서 제기능을 하고 있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킨 그가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폼 잡는 것처럼 보였지만 작은 시간이라도 벌기 위함이었다.

‘모든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이건 기회다. 아니! 내가 위험할지 모른다.’

식은땀이 등에서 났다. 가문을 등에 업은 기사가 국경선을 지키지 않는 순찰자를 보고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반역.

의무의 저버림.

“진정하시오. 케샤스 순찰자.”

그의 복잡한 표정을 본 게제라스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 드낙은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케샤스 순찰자. 순찰자들을 이끌고 있다고 하던데.”

“예. 그렇습니다.”

드낙이 투구를 벗었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 탁한 금발이 땀에 젖어서 착 달라붙어있었다. 평범한 푸른색의 눈동자는 친근했다.

“자유기사 드낙이라고 합니다.”

“말씀 낮추십시오. 저는 평민입니다.”

순식간에 태세 전환을 한 케샤스가 송구한 몸짓을 했다. 그 여우 같은 짓에 이실레아가 눈을 찌푸렸고, 게제라스는 미소를 더욱 지었다.

“불편하면 어쩔 수 없지. 오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 숲이 난리가 났다면서?”

“예. 그렇습니다.”

대답한 케샤스는 드낙이 추가로 묻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마치 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게제라스에게는 말하지 않은 것들이 줄줄 새어 나왔다. 게제라스의 말대로 드낙이 전신갑주를 얻은 자유기사라면 협력하는 것이 나았다.

‘명예를 아는 것이 자유기사다. 하지만 이 자는 다르다.’

현실의 벽에 자주 부딪친 이실레아 또한 순찰자가 이런 곳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걱정이 싹 씻겨내려갔다.

“저희가 파악한 〈고블린 캡틴〉의 숫자는 셋입니다. 원래는 4마리였지만 한 마리는 이곳에서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그 전투에서 도망친 고블린들이 해당 소식을 알렸고, 그 때문에 고블린 캡틴 셋이 연합을 구성하려는 형세입니다.”

그 말에 이실레아가 빠르게 대답했다.

“만약 그렇다면 서둘러 병사를 가려 각개격파를 해야 합니다. 숲을 경유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합니다.”

싸운다면 상책(上策)이었다. 하지만 드낙은 굳이 싸워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특히나 게제라스가 별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케샤스는 이실레아가 그리 말하자 재빨리 말을 이어나갔다.

“놈들은 현재 자신이 통솔하고 있는 고블린들을 단단히 움켜잡는데 시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일 새벽이라도 움직인다면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푸른 이리 케샤스〉는 또한 능숙하게 말했다.

“··· 그러기 위해서 저희들이 온 것이기도 합니다. 확실하게 길 안내를 할 수 있고, 측후방을 교란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드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알겠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숲에서의 전투를 결정할 수는 없으니, 오늘 하루를 이곳에서 지내고 저녁이나 새벽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

케샤스가 말이 없다가 짧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총관은 순찰자들이 지낼 곳을 지정해주게. 대우하는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이실레아가 냉큼 다가왔다.

“드낙 경.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생각입니까?”

“일단은 기다려주십시오. 저와 이실레아 경만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전투라면 항상 제 손을 들어주셨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게제라스의 말도 들어봐야 합니다.”

그 말에 이실레아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적으로 이용을 할 여지가 있는 일임은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직언을 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모든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결국 많은 적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나 이번 일은 고블린과 싸우는 일입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드낙은 긴말하지 않았고, 변명도 하지 않았다. 이실레아가 방을 나갔다. 드낙은 안내를 끝내고 온 게제라스를 조용히 기다리면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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