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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전사-198화 (197/1,239)

0198 <-- 사냥꾼 마을 소탕 -->

〈사냥꾼 마을 소탕 작전〉은 말 그대로 뭔가를 죽이는 것에 대한 경험을 다분하게 쌓을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군사훈련으로 딱이었다. 덕분에 병사 30명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특히나 불침번을 섰던 이들이 죽었기에 〈베테랑 병사〉를 가장 빠르게 키우고 싶어 했던 이실레아의 걱정이 종식된 것이기도 했다. 움직이면서 진형을 유지하는 것을 못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제는 능숙하게 해내었다.

‘추가로 병사들을 더 투입하고 싶은데.’

횃불 성채에서 2차로 구입된 노예들은 반 노예 반 병사였다. 노동과 전투를 병행하는 가장 골 아픈 위치에 있어서 불만이 많았기에 빠르게 병사를 늘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것이 큰 욕심임을 알았다.

‘원래라면 꿈도 못 꿀 병력수다.’

노예들의 패배 근성 때문에 반란을 일으킬 꿈을 못 구고 있고, 불만이 있더라도 사람 가려서 하고 있는 것이 병사들이었다. 그 덕에 30명의 병사와 80여 명에 달하는 예비군을 둘 수 있었다.

못해도 마을 다섯 개를 쥐어짜야지 유지할 수 있는 병사의 숫자를 드낙이 쥐고 있었다.

‘물론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드낙의 정신무장. 그것은 장기적으로 대우해주고, 병사로서의 지위에 대한 인정이 따라온다. 노예들이 점점 정규군의 모습을 갖출 때마다 들어가는 돈이 자연히 많아질 터였다.

그 마지노선 전에 최대한 많이 기반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야 했다.

아득바득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 채 가고 있는 것은 괜한 이유가 아니었다. 발등에 땀이 나도록 달려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병사의 숫자를 여기서 반절을 줄이고, 예비군을 늘려야 했다.

그만큼 지금 드낙 세력이 가진 병력 수는 비정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역량이 커질수록 대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 대우를 잘못한다면 공든 탑을 쌓기도 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실레아 기사님.”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피로 범벅이 된 병사였다.

“소탕이 끝났습니다. 드낙 기사님이 필요한 일이 모두 끝나면 합류하라고 하셨습니다.”

“아. 그런가.”

이실레아가 몸을 돌렸다. 그녀가 있는 곳은 마지막 수색이 이루어진 곳이었다.

‘결국 생존자는 나오지 않았다.’

〈숲 고블린〉의 두툼하고 큰 코는 후각이 대단하다. 숲은 시야가 크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후각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후각이 좋지 못한 놈은 자연적으로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귀도 토끼처럼 커서 청각도 좋았다. 인간은 가만히 있는 것을 가장 힘들어하는 종족이었다. 들킬 수밖에 없었다.

고블린에게서 살아남은 사람 따위 그저 〈희망〉을 담은 헛소리에 불과했다.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그들에게 숭고한 책임감을 부여할 수단에 그쳤다.

소탕전을 끝으로 빠르게 정리가 들어갔다. 우물에서 시체를 꺼내올린 뒤에 그것을 끌어올려 청소하는데 썼다. 맑은 지하수가 나오면 그때부터 식수를 제외한 일에 사용됐다.

대부분은 고블린의 부산물을 세척하는데 이용이 되었고, 소탕이 끝나기 전에도 마을 입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우물 하나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드낙의 말에 이실레아가 살짝 목례를 했다. 최근 들어 더욱 드낙의 세력에 편승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에 그녀 나름대로 그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물론 드낙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평범한 사회인이었고, 라인을 타본 적도 없으며 회식 자리가 가장 싫은 평범하기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또한 이 세상에 와서도 귀족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평범한 목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몸짓 언어〉를 찰떡 같이 알아들을 수 있을리 없었다. 또한 무신경한 성격이기도 했다.

“이제는 마을에서 필요한 것을 챙기는 일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규모가 있는 마을이라, 3일은 걸릴 겁니다.”

〈사냥꾼 마을〉의 자원 획득! 당연히 중요했다. 곧 다가올 겨울 때문에 무엇이든 많은 게 좋았다. 특히나 숲이 적은 〈버려진 영지〉는 문짝도 뜯어내어 장작으로 삼아 짐수레나 짐마차에 실어야 했다.

괜히 짐마차와 수레가 많은 것이 아니었다. 살림살이를 아예 다 싣고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원탁 회의〉가 열렸다. 성공적인 소탕전의 끝에 모두 축하 인사를 나누고, 웃음 지었다. 저녁에는 병사들과 노동한 자들에게 술이 나누어질 것이다. 쉬운 일이지만 병사들과 노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에 반드시 술을 베푸는 것이 좋았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일을 했기에 더더욱 통합을 위하여 술을 걸치는 것이 좋았다.

“크흠!”

게제라스는 원탁 회의에서 헛기침을 하며 이목을 모아서 나중의 일을 말하였다.

“자원을 정리하고 얻어내는 일이 끝나면 〈짙은 녹색 숲〉을 횡단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성공적으로 도주한 고블린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실레아 또한 찬성했다.

“총관의 말이 맞습니다. 〈숲 고블린〉은 특히나 고블린 중에서도 교활합니다. 분명 인간이 지나는 길에 함정을 놓았을 겁니다.”

하지만 드낙이 의문을 표했다.

“늑대들의 순찰이 이루어지는데 한 번도 고블린 척후병을 본 적이 없는데, 함정을 파 놓는다고?”

“그것은 확실히 이상하지만 오히려 저희의 방심을 노리기 위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얕은 수지요. 자신들도 적의 규모를 모르는데 그런 짓을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고블린이기에 충분히 할 법한 짓입니다.”

자신까지 피해를 보는 얕은수였다. 그리고 그런 하자가 있는 전략이야말로 고블린이 선택할 만한 짓이었다.

“고블린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영 모를 놈들이기에 무엇이든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놈들의 원거리 공격이었다. 〈숲 고블린〉 전사들 대부분이 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장력이 그리 대단치 않았기에 방패를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좋았다. 물론 아주 나중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했다.

“허면 이 마을에서 못해도 7일은 더 보내야 하는 거로군.”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의 자원을 수거하는데 못해도 3일. 사람들에게 나무 방패라도 쥐여줘야 하니 4일. 바퀴 또한 여분이 필요했고, 길목을 막을 수도 있었기에 지렛대로 쓸 것도 여럿 만들어둬야 했다.

“일단은 폐허가 된 이 마을을 다시 한 번 뒤져서 필요한 물품과 나무 자원을 수거하는데 시간을 쓰겠습니다.”

“그동안 외부에 대한 정찰은 제가 직접 늑대들을 데리고 하겠습니다.”

드낙의 말에 누구 하나 딴죽을 걸지 않았다. 도렌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눈밑의 다크써클이 너무 진해보여서 누구 하나 지적하는 이가 없었다. 너무 불쌍했다.

팍! 팍!

나무 문을 길게 쪼가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부분이 자신 가족을 위해서 혹은 자신을 위해서 장작을 패는데 열중했다. 공동 작업은 아니었는데, 그리하면 누구는 설렁설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경쟁을 시켜서 편차적으로 장작을 획득하게 만드는 것이 좋았다.

한 곳에서는 집의 벽을 아예 허물고, 대장간을 차려놓았다. 드낙이 특히나 애지중지하는 대장장이들이었다. 그들은 서둘러 거푸집을 만들어서는 금속 재질의 물건들을 녹여서 철괴처럼 다시 녹여서 굳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짐마차에 적재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후욱! 후욱!

진흙으로 만든 통로에 바람개비 형태의 나무판을 놓고, 그 위에서 밧줄을 나선으로 연결하여 위아래로 발판을 밟을 때마다 밧줄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나무판이 움직이며 바람을 화덕으로 넣고 있었다.

땀이 삐질 올라오는 대장장이들은 용광로의 화력이 형편없어서 대부분을 화력을 높이는데 시간을 쓰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굴뚝의 구조가 좋은 집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분류 끝났습니다! 여기에 두고 가겠습니다!”

금속을 종류별로 나누고 담은 나무 상자를 놓고 가는 이들도 있었는데, 계속 쌓이기만 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고블린 녀석들. 지하 창고는 건드리지 않았군.”

사냥꾼 마을의 지하창고 또한 발견하기도 했다. 은폐가 잘 되어있었고 무엇보다 지하에 있었기에 냄새가 퍼지지 않았다. 문을 세 겹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간은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척 봐도 텅 빈 창고에 유독 나무판의 배열이 정반대인 바닥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곡물이었다. 그 덕에 짐수레와 짐마차를 더 만들기 위해서 나무를 벌목하는 일도 이루어졌다. 당연히 그만큼 사냥꾼 마을에 잔류하는 시간도 늘어났지만, 먹을 것 앞에서는 삼일을 더 있어도 괜찮았다.

〈짙은 녹색 숲〉의 북동쪽 경계.

〈인간의 길〉이 숲이 끝나면서 쭉 이어지는 곳.

〈둥근 언덕 마을〉.

통나무를 통으로 세우고, 그곳에 꾸준히 진흙을 쏟아붓고, 발라서 경사가 매우 높은 토성(土城)으로 만든 언덕 위의 마을이었다.

남서쪽으로는 숲을 두고 있고, 북동쪽으로는 초원을 두고 있는 풍족한 자원이 넘치는 곳이었다. 물론 이런 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문을 열어라! 〈척후조〉가 돌아왔다!”

토벽의 위에 또 망루가 세워져 있었다. 매우 위험해 보일 정도로 높았다. 그곳에 올라있는 남자가 소리쳤다. 아래에서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 4명이 서둘러 나무 성문을 열었다. 위아래로 잡광석을 섞은 광물로 성문의 내구력이 조금 보충되어있는 성문이었다.

숲에서 빠져나온 10명의 척후조의 모습은 〈순찰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 10명 중 8명이 〈중전투(重戰鬪) 로브〉 혹은 〈전투 로브〉나 〈순찰자 로브〉를 입고 있었다.

두툼하고 매우 딱딱해서 고정된 로브였다. 여름에 인형탈을 쓰는 것보다 더워 보였다.

나머지 2병은 가벼운 차림이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남부 왕국의 북부, 서부의 국경선을 지키는 순찰자의 모습이었다.

당연히 〈버려진 영지〉에 순찰자가 있을 리 없었다.

순찰자들은 숯가루로 검게 변질시킨 로브와 옷을 입고 있었고, 피부가 보이는 곳에는 녹색으로 잔뜩 페인팅을 한 자들이었다.

〈짙은 녹색 숲〉의 숲 고블린들은 이들을 〈그린 스킨〉이라 불렀다.

“오셨습니까!”

순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그들을 지나갔다. 대로를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몇몇 보이는 여자들과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마을 중앙에 있는 넓고 3층으로 된 목재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순찰자들이 지내는 기숙사 같은 곳이었다. 2, 3층 모두 거주의 목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1층은 아주 넓은 로비였다.

카운터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중년인이 문을 여는 소리에 웃음 지었다. 손을 흔드는 오른팔과 대조적으로 그의 왼팔은 비어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도착 예정은 사흘 뒤였잖아.”

“고블린 쪽에 큰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을 자극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되어서 빠져나왔습니다. 대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훈련장.”

“여전하시군요.”

카운터를 보는 중년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순찰자들은 그에게 목례를 하며 우르르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중년인은 넓은 테이블에서 다시 하품을 하며 입을 쩍 벌렸다. 나른한 가을의 오후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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